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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든 은아는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침대에서 일어나 카디건을 걸치고 거실을 나왔다.
그녀가 사랑하는 창턱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던 현주가 고개를 들어 본래 모습을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어났니? 뭐 먹을래? 냉장고에 샌드위치 사 놓았으니까 먹든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몰라서 물어? 이사하는 거잖아.”
“누가요? 제가요?”
“그럼 여기에 너 말고 다른 사람이 살아? 네가 여기에 산다는 건 현실적이지도 생산적이지도 않아. 그래서 널 이사시키려는 거야.”
은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에 들어가 핸드폰을 들어 정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내미. 일어났어?>
“네. 선생님.. 제가 왜 이사를 가야해요? 전 여기가 좋아요.”
“안전하고, 조금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하는 편이 너에게 좋아. 물론 나도 좋고.”
뒤에서 정윤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정윤이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선생님..”
“짐 나르고 있는 중이었거든. 빨리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현주가 그래서. 그 녀석도 네가 여기 있다는 걸 알잖아.”
‘바로 그 점 때문에 안 가고 싶은 거라고요..’
은아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조금 숙이자 정윤이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미소를 지었다.
“넌 현주 옆에 앉아서 아침 먹고 있어.”
정윤이 몸을 돌려 나가자 은아가 방을 나갔다. 동운이 짐을 들고 나가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일어났어? 뭐 좀 먹어.”
“진짜 웃겨.. 왜 마음대로 날 이사시키는 건데요? 그리고 지금은 배 안 고프거든요? 왜들 날 못 먹여야 안달이야..”
동운이 고개를 돌려 현주를 바라보았다.
“왜 저래요?”
“그 녀석 모르는 곳으로 이사 가는 게 싫어서 저래.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 해.”
“네.”
동운이 몸을 돌려 짐을 든 채로 집을 나가자 은아가 눈을 감고 한 숨을 내쉬었다. 냉장고로 걸음을 옮겨 샌드위치와 우유를 들고 현주 옆에 가서 앉았다.
“배 안 고프다면서?”
은아가 샌드위치를 꺼내 한 입 가득 넣고 오물거렸다. 한입 들어가자 갑자기 들어온 음식에 위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은아가 인상을 찡그렸다.
“왜 이러지..”
“넌 오늘이 우리만난 다음 날인 줄 알지? 너 며칠이나 잤는지 알아?”
은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걱정하지 마. 네가 일하는 곳에는 내가 벌써 전화 드렸어. 사촌언니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고맙습니다..”
그녀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현주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싫어?”
은아가 고개를 조금 끄덕였다.
“혹시.. 저를 찾아왔는데 없으면..”
“실망할 것 같아서? 뭐.. 일종의 밀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네.”
“밀당이라니.. 저는 아저씨.. 못 밀어내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흠~. 매력없어. 여자가 너무 그렇게 들이대면 남자들이 얼마나 싫어하는데. 적당히 튕기고, 적당히 당겨야지. 넌 내가 보기에 그 사람한테 좋아하고 있다는 티를 너무 내고 있는 거야. 그럼 질리지 않겠어?”
“그럴까요?”
“난 단 한번만 빼놓고 만나고 싶은 남자랑 만나고, 사귀고 싶은 남자랑 사귀었어. 물론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도 나였지.”
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같이 살면서 내가 많은 것을 너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같이 살아요?”
“남자들이 다 큰 아가씨 집에 너무 들락거려도 안 좋아. 내 기수 중에 나보다 실력 좋은 헌터는 없었어. 그래서 그만두고 의사된다고 했을 때 위에서 아쉬워했었지. 뭐.. 내 자랑을 하자면 끝이 없으니까 오늘은 이 정도만 할까?”
은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녀의 짐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디로 이사 가는 거예요?”
현주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디긴 어디야.. 내 집이지.”
****
새로 이사 온 집안을 바라보며 그녀가 입을 벌렸다. 단독주택은 겉모습부터 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ㄷ자 모양의 집은 겉에서 보면 견고한 요새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아름다운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마음에 들어?”
“잘 모르겠는데.. 무슨 인테리어 잡지책에 나오는 집 같아요.”
“유명한 디자이너한테 부탁한 거야. 돈을 들인 보람이 있는데?”
“저건 수영장이에요?”
ㄷ자 의 한 가운에 비어있는 곳은 수영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자연 채광이 비추는 수영장의 에메랄드빛 타일도 예뻤고, 그 옆을 장식하고 있는 커다란 나무와 작은 나무들은 봄이 되면 푸르름을 자랑할 것 같았다.
“응. 지금은 말고 여름에 수영하고 싶으면 해도 돼. 난 바빠서 몇 번 못했어. 따라와.”
“네.”
현주를 따라 걸음을 옮기자 조금 어두운 색채로 차분한 주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집에선 요리 안 해 먹으니까 거의 새 거라고 할 수 있지.”
주방을 지나가자 반대편에 또 거실이 나타났다. 수영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쌍둥이 구조 같았다. 현주가 문을 열자 침실이 나타났다.
“넌 이 방을 쓰도록 해.”
“감사합니다.. 저기.. 집세는..”
현주가 고개를 약간 기울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줄래? 주면 받지 뭐. 월세로 할까?”
“그게 좋겠어요. 관리비의 절반이랑 함께 드릴게요.”
“한 달에 얼마 버니?”
정윤과 동운이 마지막 짐을 들고 왔다. 정윤이 짐을 내려놓으며 현주의 어깨를 잡았다.
“적당히 해라. 응?”
“뭐.. 그럴까? 편한대로 해. 나는 네가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으니까.”
“네.”
은아는 조용히 앞으로 살게 될 집을 바라보았다.
****
네 사람은 이사기념 저녁식사를 했다. 은아는 졸지에 헌터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 수영장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손을 내려 차가운 물을 만지고 있는데
동운이 그녀 옆에 와서 앉았다. 그가 와인잔을 내밀자 은아가 잔을 받았다. 동운이 와인을
그녀의 빈 잔에 채워주고 자신의 잔을 들어 건배하듯 부딪쳤다.
“이사 축하해.”
“응.. 이게 뭔지 아직 정신이 없지만.”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해.”
은아는 류를 떠올리며 슬픈 미소를 지으며 와인을 마셨다.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
은아가 잔을 입에서 떼고 그를 바라보자 그가 개구쟁이처럼 방긋 웃었다.
“미안해.”
“뭐.. 부담주지는 않을테니까 천천히 생각해.”
“이런 게 부담 주는 거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
“이사 축하한다.”
그가 그녀의 잔에 자신의 잔을 부딪치고 마시자 은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을 현주와 정윤이 바라보았다.
“어울리긴 하는데.. 어렵지 않을까? 은아가 그 녀석에 대한 마음을 접을 것 같아?”
“그래야겠지. 그게 운명이니까.”
“바보같은 생각이네.”
현주의 말에 정윤이 인상을 찡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선배 위해서 한 일 아니야.”
“알아. 그래서 고맙다고.”
현주가 뾰로통한 얼굴로 와인을 마시자 정윤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
늦은 밤 그녀의 집 안에 류가 서 있었다. 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떠났군..”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그녀의 향기가 남아 있는 집 안을 둘러보았다. 침실에 들어가
방을 바라보며 손만 뻗어 스위치를 켰다. 그녀가 침대에 누워있던 모습이 떠오르자 그의 얼굴에
슬픈 미소가 스치듯 지나갔다. 그가 몸을 돌려나오며 스위치를 끄려고 손을 들었다.
그러다 스위치 위에 메모지가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메모지를 바라보았다.
<저 이사 가요. 아저씨 뜻대로 다른 곳으로.. 그러니까 제발 이 곳에 계셔 주세요. 다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고요. 여기에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다른 사람이 볼 수 있어서..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는 행복하시길 바래요.>
그가 떨리는 손을 들어 메모지를 떼어냈다.
“이렇게 가벼워서야..”
그가 턱에 힘을 주었다. 그가 손에 메모지를 꽉 쥐고 방을 나오며 불을 껐다.
*****
시간이 흐른 후,
은아는 자전거를 타고 <골든 뷰 에스테틱>으로 출근했다.
“점장님 어서 오세요.”
“일찍 출근하셨네요?”
“코코아 한 잔 드릴까요?”
“부탁해요.”
은아는 점장실로 들어가 가방과 코트를 벗어 걸어놓았다. 핸드폰이 울리자 그녀가 받았다.
“응, 영헌아.”
<소문이 자자하던데? 언니네 고객님들 엄청 많다고? 여기 사모님들은 난리났어. 왜 거기로 갔냐고. 아마 몇 분은 가실 것 같던데..>
“맞아. 오셨었어.”
<그치? 뭐.. 그래도 여기 분점이니까. 언니는 할만해?>
“응. 조금 여유가 있는 것 같아.”
<그래봤자 사모님들은 언니한테 받으려고 할 텐데, 뭘. 제대로 식사는 하고 있어?>
“응. 사촌언니가 잘 챙겨 줘서.”
<다행이다. 아~~. 너무 보고 싶어~.>
“언제 보자.”
<그게 언제냐고~.>
은아가 피식 웃었다.
“연락할게.”
<꼭이야.>
“응.”
<언니.. 그런데 수호씨가 자꾸 물어. 언니 어디로 갔는지 아냐고.>
“말하지 마. 안 그럼 너 도시락 건에 대해서 용서 안 해 줄 거야.”
<어머, 언니~. 그건 벌써 용서해 준다고 했잖아.>
“그럼 어떻게 해. 달리 널 협박할 게 없는 걸.”
영헌이 피식 웃었다.
<왜 말하지 말라는 건데?>
“음..”
은아가 미소를 지었다.
“일종의 밀당?”
영헌이 놀라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밀당? 언니가?>
“해 보려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만 해.>
“고맙다.. 역시 너 밖에 없어~.”
두 사람이 키득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
“죄송합니다. 그 분이 어디로 가셨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류가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
“누가 찾으라고 했어?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여행이나 가든지.”
“류님..”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수호가 류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자 류가 인상을 찡그리며 한 쪽 눈썹을 올렸다.
“그 표정 심히 거슬려.”
수호가 시선을 내렸다.
“죄송합니다.”
수호가 소재를 나가자 류가 책을 바라보다 책장을 넘겼다.
****
은아는 코코아를 마시고 가게로 들어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점장실에서 나가 고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 만이세요. 홍여사님.”
“자기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죄송합니다.”
“자기가 해 줄거지?”
“네.”
은아가 직원에게 고개를 조금 끄덕이자 직원이 고객을 개인실로 안내했다. 은아가 미소를 띠며 걸음을 옮겼다.
*******
퇴근해서 집에 도착한 은아는 자전거를 대문 안쪽에 세우고 바구니 안에 담긴 봉지를 들고
작은 마당을 지나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 식탁 위에 봉지를 내려놓고
가방과 코트를 벗어 의자에 걸쳐놓고 소매를 걷었다. 봉지에 들어 있는 식재료들을 손질해서
냉장고에 넣었다.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현주에게 전화했다.
<왜?>
“언니, 오늘 늦으세요?”
<아니. 조금 이따가 출발 하려고.>
“저녁 준비하려고요.”
<너 때문에 내가 요즘 살찌고 있다는 거 모르지?>
은아가 키득거리며 웃자 현주가 전화기 너머로 한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해. 응?>
“네. 조심히 오세요.”
<오야~.>
현주가 전화를 끊자 은아는 앞치마를 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식탁 위에 내려놓자 현주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 뒤로 정윤과 동운도 들어오자 은아가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세요.”
“우리 밥도 있어?”
“있어요.”
“거 봐~. 많이 한다니까? 쟤가 손이 엄청 커.”
현주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은아는 웃으며 정윤과 동운의 자리를 마련했다. 네 사람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어땠어?”
현주가 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직 주사에 대해 언급하는 고객님은 없었어요.”
“응.”
“조심스러워진 것 같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현주가 제일 먼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 또 많이 먹었어. 너 진짜 이럴래?”
“죄송해요.”
“너는.. 그게 은아탓이냐?”
“그럼 아니야?”
정윤과 현주가 티격대고 있는 동안에 동운이 일어나 은아 옆으로 갔다.
“음식솜씨가 좋은 것도 문제인 것 같은데?”
은아가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후식으로 언니가 좋아하는 허니듀 사왔는데.. 어떻게 하지?”
동운이 고개를 돌려 정윤과 현주를 바라보았다.
“선배. 후식은 못 드시겠죠?”
“말이라고 해?”
“그럼 우리끼리 먹는 걸로 하죠.”
“준비할게.”
“내가 식탁 정리할게.”
“고마워.”
동운이 식탁 정리를 하는 동안 정윤과 현주는 거실 소파로 가서 앉았다. 잠시 후 은아가 허니듀를 접시에 담아 가져가자 현주가 눈을 흘기듯 은아를 바라보았다.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넌 살이 안 찌니까 내 외모를 시기해서 이러는 거지?”
“네. 다들 사촌이라고 해도 안 믿어서요. 맛도 안 보실래요?”
그녀가 포크로 한 조각을 찍어 현주에게 건네자 그녀가 한 숨을 내쉬었다.
“먹고 운동하고 자야겠다. 내가 왜 달밤에 체조를 해야 하냐고.”
은아가 미소를 지었다. 동운이 그녀 옆에 앉아 포크로 과일을 찍어 입에 넣고 은아를 바라보았다.
“너도 운동 좀 배울래?”
“무슨 운동? 설마 호신술 같은 거?”
“응.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글세..”
“가르쳐 줘.”
정윤이 동운을 바라보며 말하자 은아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운동이라고는 제대로 해 본적이 없어서.”
“그럼 체력단련부터 해야겠네. 내일 아침부터 할까?”
“내일 아침부터?”
“어차피 할 거면 빨리 시작하지, 뭐. 내일 아침 6시에 데리러 올게.”
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 날 아침 6시에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가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핸드폰을 찾았다.
“네..”
<아침운동 가자.>
“응?”
<아침 운동 가자고.>
“응..”
<안 일어나면 방문 연다.>
“뭐?”
그녀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 방문을 조금 열었다. 동운이 코코아잔을 그녀에게 내밀자 그녀가 한 숨을 내쉬었다.
“너무 피곤한데..”
“운동하고 오면 상쾌할 거야. 준비해서 나와.”
그녀가 코코아잔을 받으며 거실로 걸어가는 동운을 바라보았다.
****
그녀가 코코아를 마시고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그가 두꺼운 패딩을 그녀에게 건넸다.
“추워. 따뜻하게 입어.”
“응..”
그녀는 옷을 입으며 운동화를 신고 그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의 손에 이끌려 근처 공원으로 가서 조깅을 했다. 은아는 헉헉 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더 이상.. 못.. 못가겠어.. 먼저.. 가.. 난 천천히.. 갈게..”
그가 웃으며 다가와 그녀에게 물병을 내밀었다.
“운동하다가 그렇게 주저앉으면 엉덩이 커진다.”
“진짜?”
“아니.”
그녀가 눈을 흘기자 그가 웃음을 터트렸다. 힘겹게 집으로 들어오던 두 사람은 근처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나 주스를 사들고 집에 들어와 샤워를 마치고 현주와 함께 간단히 아침식사를 했다.
그녀가 출근 준비를 마치면 그가 차로 그녀를 데려다주었다. 저녁이 되면 그가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고 거실에서 그녀에게 호신술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 일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그의 차를 타고 가게로 향하며 그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가사 일을 하는 남편같고, 너는 일하는 아내같은데?”
“오~. 나쁘지 않은데? 내가 바라던 라이프 스타일이야~.”
동운이 미간에 주름을 만들자 은아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요즘은 조깅을 해도 숨이 덜 차고 호신술도 재미있는 것 겉아.”
“가르치는 선생이 워~낙 실력이 출중하시니까?”
“못 말린다..”
두 사람이 쿡쿡 웃었다.
“회사 사람들이 뭐라고 안 해?”
“아직 몰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려 걸어가니까.”
“들키면 뭐라고 할 거야?”
“사촌 동생이라고 해야지.”
“허? 말이 돼? 내가 어딜 봐서 네 동생이냐? 오빠라고 해.”
“웃기시네~. 넌 동생이야.”
“오빠라니까?”
“민증 까. 난 생일이 2월이거든?”
“치사하게.. 정신연령은 내가 더 높거든?”
“아니거든~.”
두 사람이 유치한 말장난을 하고 있는데 은아가 안전벨트를 풀며 그에게 말했다.
“저기 신호등 앞에서 세워 줘.”
“가게 앞까지 가도 되는데.”
“됐거든요? 너도 출근해야지.”
“그래. 오늘도 힘내라.”
“너도~.”
“이따 저녁에 보자.”
“일 생기면 연락 줘.”
“응.”
은아가 내려서 신호등을 건너며 손을 흔들자 동운도 손을 조금 들어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동운이 차를 출발시켰다.
****
창가에 있던 화분을 가져와 앞에 내려놓고 난의 잎을 수건으로 조심스럽게 닦고 있는데 원에게 부하가 다가와 전화기를 건넸다. 그가 받았다.
“이른 아침부터 어쩐 일이십니까?”
<알겠소. 당신이 원하는 대 할 테니 처리해요.>
원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어렸다.
“이렇게 되길 바라신 분이 정리하길 원하시면 뜻대로 해 드려야죠. 그래서 제가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더 이상 이런 방법으로는 안 된다고요. 제가 깔끔하게 정리할 테니 다음에 식사 한 번 하시죠?”
전화를 끊은 원이 미소를 지었다.
“두 손을 들거면 처음에 했어야지. 한 들어오라고 해.”
“네.”
부하가 방을 나가자 원은 다시 난의 잎을 조심스럽게 닦았다.
*****
손님이 들어오시자 은아는 종종 걸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단골이신 김여사님이 들어와 선글라스를 벗고 직원들 중에서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은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자기가 해 줘.”
“네, 사모님.”
그녀가 김여사님을 룸으로 안내했다. 옷을 다 벗고 가운을 입고 나온 김여사님의 상체 마사지부터 시작했다.
“자기, 나 오랜만에 보는 거지?”
“네. 그 동안 바쁘셨어요? 더 아름다워지신 것 보니 바쁘셨던 것 같은데요.”
김여사님이 방긋 웃었다.
“티나? 나 시술 받았잖아. 시간이 조금 걸린대서 당분간 집에 있었지.”
“어떤 시술을 받았는데요?”
“자세히 볼래?”
김여사가 일어나 가운으로 몸을 가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주름도 없고, 눈, 코, 입이 선명해진 것 같아 더 예뻐
보이고 젊어보였다.
“더 젊어지시고, 더 아름다워지신 것 같은데요?”
“그래? 그렇지? 내가 크게 욕심을 안 부렸어.”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김여사님이 비밀이라는 듯 조그맣게 말했다.
“몇 명 안 받은 거야. 새로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 주사 한 대에”
김여사가 오른 손을 쫙 펴서 보여주자 미소 짓고 있던 은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주사?’
은아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주사 한 대에 500이나 해요?”
김여사가 장난하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기.. 젊음을 사는 주사야.. 500이면 개나 소나 다 하게?”
“그럼..”
“5천.”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김여사가 다시 눕자 은아가 손을 움직여 마사지를 다시 시작하며 물었다.
“무슨 주사가 한 대에 5천 만 원이나 해요?”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해 주는 주사야.”
그녀가 싸늘하게 표정을 지으며 손을 멈추었다. 김여사가 눈썹을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놀라워?”
그녀가 예의 미소를 지으며 김여사에게 말했다.
“저 같은 사람은 맞고 싶어도 못 맞겠네요.”
김여사님이 웃음을 터트리셨다.
“나한테 들었다는 말은 하지 마. 소문내지 말랬거든.”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엄두도 안 나니까요.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어요?”
“그게..”
김여사가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귓속말로 해 주었다.
“내가 안정기에 들어가서 혹시나 싶어서 해 봤거든? 되더라?”
그녀가 마른 침을 삼켰다.
“정말요?”
“그래~. 그런데 조금 무섭더라고. 그래서 다른 얼굴로는 안 변하고, 내 젊었을 때 사진을 보고 생각했지.
그랬더니 이렇게 됐어. 우리 남편 요즘에 아주 나한테 막 달려든다니까? 처녀같다면서..
젊은 여자랑 바람피우다가 요즘은 집에 붙어 있어서 조금 귀찮을 정도야.”
김여사가 다시 눕자 그녀는 다시 마사지를 시작했다.
‘찾았다..’
그녀가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
그날 저녁 집에 모인 현주, 정윤, 동운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짜?”
“네.”
“그럼 맞는 것 같은데.”
“어디에서 맞았는지 알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여쭈어 봤는데..”
그녀가 명함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이름, 주소, 병원 이름 하나도 없이 연락처 하나만 있는데?”
“연락.. 해야겠죠?”
“너는 여기까지 해.”
정윤이 명함을 들어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나머진 우리가 할 테니까 넌 걱정하지 말라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응.”
****
동운과 호신술을 배우고 있던 그녀가 그에게 기술을 걸었다. 그가 팔이 빠질 것 같아 손을 들어 그녀의 팔을 건드
리자 그녀가 힘을 뺐다.
“제대로 들어갔어?”
“그래.”
그녀가 앉으며 그를 바라보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이런 기술 쓸 시간이나 있을까?”
“그건 그렇지. 그래서 너한테 줄 게 있어.”
그가 일어나 타월로 땀을 닦으며 상자를 갖고 와 그녀에게 내밀었다. 상자를 받아든 그녀가 열어 안을 바라보았다.
“비녀야?”
“우리가 사용하는 단검을 만드는 재료로 만든 거야. 심장에 제대로 박아야 해. 내일 저녁부터는 호신술 대신 그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지 알려줄게.”
그녀가 끝이 날카로운 비녀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그녀가 일어나 자신의 방에 들어가 비녀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이 비녀로 류나 수호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녀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녀는 몸을 돌려 방을 나왔다.
****
세 사람은 새로 얻은 정보로 바쁘게 약의 출처를 캐내느라 집에 올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김여사님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 이번 크리스마스에 계획 있어?”
“없는데요?”
“아직까지 애인 안 만들고 뭐 했어?”
“제가 인기가 없네요. 좋은 일 있으세요?”
“파티 초대장을 받았어.”
“파티요?”
“응. 아무나 올 수 없는 파티야. 내가 가야 하는데 하필 그 날 다른 일정이 잡혀서 내가 유럽으로 가야 해. 그래서 다른 사람 말고 자기한테 선물로 주려고.”
김여사님이 봉투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도 될까요?”
“예쁘게 하고 가. 혹시 알아? 인연을 만날지.”
“그랬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대신 좋은 일 생기면 나한테 말해 줘야해?”
“네. 그런데 여사님.”
“응?”
“아프신 곳은 없으세요? 어지러우시거나 코피가 나신다거나.”
“괜찮은데? 왜? 나 아파 보여?”
“조금 기운이 없어 보이셔서요. 오늘은 특별히 제가 신경 써 드릴게요.”
“그럼 나야 좋지~.”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가 김여사를 안내했다. 준비실에 들어간 그녀는 봉투를 바라보고는 마른 침을 삼키고 가방 안에 넣고 몸을 돌렸다.
****
가게를 나오자 동운이 손을 들었다. 그녀가 차에 타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잘 지냈어?”
“응. 너는.”
“바쁘게 지냈지.”
“어떻게 됐어?”
동운이 고개를 저었다.
“비어 있더라고.”
“응..”
“막다른 골목이야. 다들 집에 있어. 맛있는 거 먹자고.”
“응.”
집으로 가면서 은아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초대장이 떠올랐다.
‘분명히 그 파티인 것 같은데.. 만약 헌터들이 그 파티를 습격한다면 아저씨와 수호씨도 위험할 텐데..’
그녀는 눈을 감고 턱에 힘을 주었다. 동운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
식사를 하면서도 그녀는 조용했다. 현주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은아가 시선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니에요. 원래 일하고 나면 기운이 없잖아요.”
“오늘은 유난히 그런 것 같아서 그래.”
“그러게요. 오늘은 좀.. 피곤하네요. 참.. 김여사님 오셨어요.”
“그래?”
“다행히 아직 아무 증상이 없으신 것 같아요.”
“뭔가 이상하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
“네. 저.. 먼저 일어날게요.”
“그래. 쉬어.”
그녀가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가 문을 닫자 현주가 고개를 약간 기울였다.
“뭔가 있는데.”
“저도 그런 것 같았어요.”
정윤이 현주와 동운의 이야기를 듣고도 계속 식사를 하자 현주가 인상을 찡그렸다.
“선배가 물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해?”
“둘 다 하지 마.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고민하는 중이잖아. 고민이 끝나면 말하겠지. 이거 더 있냐?”
그가 불고기를 가리키며 말하자 현주가 접시를 들고 일어나며 말했다.
“걸신 들렸어?”
“그런가?”
정윤이 웃자 현주가 그를 흘기듯 바라보고는 불고기를 산처럼 쌓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천천히 먹어.”
“응.”
방에 들어온 은아는 책상에 앉아 스탠드 조명 불을 켰다. 초대장과 검은 비녀가 책상 위에 있었다. 그녀가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감싸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
아침에 방을 나온 은아를 바라본 현주가 눈을 크게 떴다.
“야.. 너 얼굴이 왜 그래?”
“왜요?”
“잠.. 못 잤니? 도대체 뭔데 그래~. 말 안 해?”
“....”
“병난다. 혼자 끙끙 앓는다고 길이 보여? 우릴 못 믿는 거야?”
“그런게 아니라.. 모르겠어서 그래요.”
“뭐가 몰라.”
은아가 고개를 숙였다.
잠시 후에 그녀가 초대장을 보여주었다. 현주가 초대장을 펼쳐서 바라보았다.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장이잖아. 어디에서 났어?”
“김여사님이 주셨어요. 아무래도.. 그.. 파티인 것 같아요.”
현주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가 고민인건데? 우리가 파티를 습격하면 그 녀석이 다칠까봐? 쉽게 잡힐 녀석인가?”
“처음엔 그럴까봐 걱정이 되었는데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상해서요. 김여사님이 받은 초대장이에요. 왜 받았을까.. 왜 주사를 맞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는 걸까..”
“단 번에 처리하기 위해서?”
“어쩌면 헌터들을 부르기 위한 함정일지도 몰라요.”
“흠.. 네가 판다가 될 정도로 고민할 만하네. 확실히 이상하긴 해. 그 파티는 그들 우두머리를 위한
파티인데 주사를 맞은 인간의 생기는 건드리지 않거든? 그렇다는 건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
하지만 나한테 말해 줬으니까 선배랑 상의해 볼게. 넌 어떻게 하고 싶어? 만약 헌터들이 그 파티를
습격하게 된다면 그 녀석한테 경고라도 할 생각이야?”
그녀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안.. 되겠죠..?”
현주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해.”
그녀가 고개를 들어 현주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나는 그 녀석 싫었어. 한이라는 놈은 머리가 멍청하거든. 하지만 류는.. 영리해서 우릴 여러 번
힘들게 해서 짜증났는데 너한테 하는 걸 보니까.. 뭐.. 사랑에 빠진 평범한 남자잖아. 꼭 헌터와 살아야
하는 건가? 네 운명이 그러니까? 운명은. 네가 어렸을 때 그를 만나면서 시작된 것 같은데.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 할 거야. 뭐.. 선택은 네가 하는 거지만.”
“언니..”
“왜.”
“선생님께 얼른 고백하세요.”
“어머. 너 진짜 웃긴다~. 얘기가 왜 그리로 튀는 건데?”
“만약.. 이번 일이 잘 못 된다면 저는.. 그 사람과 떠날 생각이에요.”
“그럴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까지 고민하다보니 해가 뜨더라고요.”
현주가 피식 웃었다.
“오늘 쉬는 날인가?”
“네.”
“그럼 아침 먹고 푹 자. 그런 얼굴로 나타나면 좋아라 하겠어? 예쁘게 하고 나타나야 심쿵하지.”
“네.”
두 사람은 일어나 주방에 들어갔다.
****
현주가 파티에 대한 보고를 위에 했다. 물론 은아에 대해서는 비밀로 붙였다.
“누구한테 얻은 정보냐니까?”
팀장이 그녀에게 찾아와 묻자 현주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이러세요~. 내가 선배 정보원에 대해 궁금한 적 있어요?”
“초대장이라도 본 거 아니냐고.”
“들었대요. 클럽에서. 왜 우린 거기에 누가 있는지 알면서도 접근하면 안 되는 클럽 있잖아요. 협정에 의해서.”
“정말이야?”
“내가 선배한테 왜 거짓말을 해요? 위에서 뭐래요?”
“습격해야지.”
“함정일 수도 있어요.”
“염두해 두어야겠지. 너도 함께 할 거야?”
“저는 의사잖아요. 나중에 다친 요원들 치료와 부검할 때 필요하지 않겠어요?”
“그래. 너도 긴장하고 대기하자.”
“네.”
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
현주의 집에 모인 정윤과 동운은 조용히 있는 은아를 바라보았다. 현주가 맥주를 따며 그들에게 말했다.
“은아는 내버려 두고. 어쩔거야? 함정일 가능성이 커.”
“응. 조심해야지.”
“알아차리면 늦는 거야. 안 가는 편이 좋은데. 후방지원 신청해.”
“그럴 생각이에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보고 습격하는 걸로 임무 보고 받았어요.”
“잘 했네.”
“저는 잠깐..”
동운이 일어나 수영장과 정원이 있는 곳에 있는 은아에게 걸음을 옮겼다. 맥주를 마시며 정윤이 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은아는 어쩔 생각인 거야?”
“어쩔 것 같아?”
정윤이 현주를 바라보았다.
“부추기지 마라. 은아는 헌터가 보호해.”
“오빠.”
“응?”
“우연히, 운명적으로 헌터들에게 보호를 받아왔어. 그렇다고 은아는 사랑하는 녀석이 있는데 헌터의 보호를 받아야 해? 그게 은아의 운명이니까? 글세.. 강요할 수 없는 거잖아.”
“그래도 그 놈은 안 돼.”
“안 될 이유가 뭐야? 그래. 동운이가 은아 좋아하지. 하지만 그 녀석 만큼은 아니야. 그 녀석은.. 자신의 목숨, 신념보다 은아를 더 아껴. 그걸 사랑이라고 하지.”
정윤이 맥주를 들이켰다.
“나도 좋아해.”
“누굴.”
“오빠.”
정윤이 힘겹게 맥주를 삼키고 놀란 표정으로 현주를 바라보았다.
“몰랐다는 둥 거짓말 하면 맞을 줄 알아. 하지만 기다려 줄게. 지금 오빠 머릿속에는 나 보다 은아의 안전이 중요하니까.”
정윤이 피식 웃으며 현주를 바라보았다.
동운이 옆에 앉자 은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하기로 했어?”
“살펴보다가 문제가 생기면 습격한대.”
“응.”
“가서 말 해 줄 거야?”
“글세. 말한다고 들을 사람은 아닌데. 그 보다 다시 만나는 걸 좋아할지 모르겠어.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화내고 가 버릴 것 같아서.”
“뭐가 걱정이 되는 거야? 그 녀석이 다칠까봐? 아니면 널 밀어낼까봐?”
“둘 다.”
동운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는 안 돼?”
은아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 나는.. 그 사람 뿐이야.”
그가 슬픈 미소를 짓자 은아는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다.
****
파티를 며칠 앞두고 류는 한을 만났다.
“이번 파티에 내가 도울 건 없어?”
“응. 착착 잘 진행되고 있어. 한 번 하니까 나도 뭐.. 할만 하더라고.”
“응. 그럼 파티에 내가 없어도 되는 거야?”
“그렇다니까? 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여행이나 잘 다녀 와. 올 때 내 선물로 볼륨 빵빵한 여자들 좀 데리고 오고.”
“생각해 볼게.”
류가 클럽을 나오자 수호가 문을 열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수호가 류에게 말했다.
“정말 파티엔 참석하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응. 내가 없어도 된다고 하고, 원께 허락도 이미 받았으니까. 그리고 한이 알아서 잘 할 테니까. 여행 갈 수 있을 것 같아. 너도 쉬어.”
“네.”
그의 집 앞에 도착하자 류와 수호의 표정이 굳었다.
“내일 아침에 보자.”
“네.”
류가 차에서 내리자 수호도 차에서 내렸다. 은아가 고개를 숙여 수호에게 인사를 하자 수호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수호가 차를 타고 가자 류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하자는 거지? 나랑 장난해?”
은아가 가방 손잡이를 잡은 떨리는 손을 꼭 쥐고 미소를 지으려고 했다.
“반가워요. 오랜만이에요.”
“하나도 안 반가워. 그만 가.”
류가 그녀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그녀가 손을 내밀어 그의 재킷 소매 끝을 잡았다. 그리고 마른 침을 삼키며 천천히 손을 내려 그의 손을 잡았다.
“차 한잔.. 안 줄래요?”
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운 그녀의 얼굴, 달콤한 향기에 그는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가 문을 열고 그녀의 손을 잡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문에 그녀의 등을 기대게 하고 그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감싸듯 쥐고 들어 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제 발로 여우 굴에 들어온 거야.”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네요.”
그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찾자 그녀는 떨리는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첫댓글 힝 류가 보호해주면 좋겟어요 ㅠㅠㅠㅜ으엉
넘 재미있어. 매일 아침이 기다려 져요.
ㅠㅠ언제 두사람다 행복해질까요 그냥 류가 은아를 보호해줬으면 좋겠는데
곰탱아알라뷰님, 오밤순님, mjrj22님 내일을 기대해주세요~~^^
다음이 너무 기다려져요~
아햏햏~^0^ 님. 내일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항상 잼나게 보고 있어요 ^^
맑은언어님 ^^ 감사합니당~. 내일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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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 빨리보고싶어요ㅜㅜ성인방에 올려서 못보고있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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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볼려고 성인방 등업신청했어요~~
@중한대조 하하. 이런. . 그런데 꼭 등업 되셨으면 해요. 제가 19금 방에 올릴 소설들이 있거든요. ^^
@서은준범 네~~넘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중한대조 ㅋ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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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이 기대되네요~ 등업신청하게 하시는 센스쟁이 ㅎㅎ
아.. 이런.. 그런 의도는 없었는데요.. ^^;;
@서은준범 ㅎㅎ 매일매일 읽다가 어제부터 못읽으니 넘 궁금하더라구요. 등업 얼른해서 읽으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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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 .등업얼른하구봐아겠네요ㅜㅜ궁금
아고. . 죄송해요. .^^;;
저도 얼른 등업해서 봐야겠어요 궁금궁금해죽겠네요ㅠㅠ
아고. . 죄송해요. 하지만. . 부디 등업해주세요. 19금방에 소설 올리고 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