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다 플레이하고 나서 나무위키를 보니 게임 비평가들에게는 극찬을 받은 반면, 유저들은 분명 좋은 평이긴 하지만 비평가들에 비해선 미묘하더라고요. 이에 대해서는 둘다 이해합니다.
장점을 말하자면, 이 게임은 평가 중 "내러티브 기반 게임의 혁신"이라 한 것처럼, 상당히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하도록 해줍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중세 타싱이라는 한 마을에 잠시 머무르는 이방인이 되어, 이 마을에서 일어난 대사건을 해결하게 됩니다.
여기서 이 캐릭터는 평범한 인물입니다. 전투도 없고, 레벨도 없습니다. 그가 익혀오거나 타고난 성정은 사건을 결정적으로 풀어주는 역할보다, 이 인물의 개성을 드러내는데 요점을 둡니다.
그렇기에 이 인물을 플레이하는 것은 순수한 의미의 롤플레잉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만약 이 마을에 오기 전 건달이었다면, 이는 이 사람이 주먹질로 모두를 이긴다는 의미와 다릅니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건달로 행동해오던 말버릇이나 행동이 드러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셈이지요.
그리고 주인공의 활약으로 이 세계가 확 변하지도 않습니다. 이는 Age of Decadance, Heads will Roll 처럼 평범한 인물을 지향하는 rpg류와는 또 다른 느낌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게임에서는 주인공도, 범인도 이 마을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그들이 하는 행동이 어느 곳에서는 분명 영향을 줄테지만, 마을은 흐름 그대로 나아갑니다.
바로 여기서 이 게임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결과는 제한적이지만, 그럼에도 그 결과는 분명 나타납니다. 사라진 인물이 원래 맡아야 했을 자리는 다른 자가 대체하거나, 혹은 아예 대체가 안될 수 있으며, 플레이어가 해온 행동은 이후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이 마을의 이야기에 녹아듭니다. 사실 이 게임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선택'과 약간은 다릅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타싱이라는 마을,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정, 갈등과 음모에 빠져들며, 그럼에도 결국 시간이 지나며 바뀌어가는 타싱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는 마지막 장까지 가면 묘하게 감동할 수도 있는 포인트인데, 처음 등장할 때 상당히 귀엽고 말도 제대로 못하던 아이가 나중에는 마을을 책임지는 한명의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어떤 뭉클함을 안깁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스라는 평범한 아이의 모습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그저 조연일 수 있지만, 한스의 성장이야말로, 여기서 성장은 보통의 사람들이 말하는 그 성장입니다, 그 정도로도 가슴이 따스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지요.
그렇게 종장에 이르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만, 그것이 타싱의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남긴 것, 그리고 에필로그를 보면 앞으로 타싱은 계속되리라는 느낌을 주며, 여운이 남는 엔딩을 선사합니다.
나무위키를 보면 디스코 엘리시움이 넓은 의미로 영감을 받은 게임으로 나와있습니다. 저도 동감합니다. 만약 디스코 엘리시움을 플레이한 후 엔딩에서 주인공의 족적을 킴 키사라기가 표현하는 것을 보며 감동한 경험이 있다면, 저는 이 게임도 즐겁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플레이어의 역량이 제한적이다보니, 오히려 이런 지식과 배경이 나타내는 것들은 생각보다 큽니다.
대학에서 신학을 배우면, 모든 수도사와의 대화에서 호감을 살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마르틴 루터 얘기가 나오는 순간 파토가 날 수 있습니다.
만약 논리를 배운다면? 이 시절 논리학은 안경딸깍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대신 어떤 일을 할 때 빠른 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건달배경까지 한다면, 몸짓도 비호감인데 입을 여는 순간 재수없는 쿨찐이 등장하는 것이죠. 어떻게 아냐고요? 저도 알고 싶지 않았어요.
이 게임에서 주인공의 특성은 아무리 많아도 여섯가지를 넘기지 못하며, 심지어 처음에는 두가지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특성이 주인공에게 주는 도움, 혹은 대화의 추가는 이 플레이에서 선택 방식을 플레이마다 바꿔버립니다. 그래서 1회차에서는 불가능했던 플레이가 되거나, 1회차에선 특성을 거의 활용 못하다 2회차에선 맘껏 활용한다든지의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당시 친하지 못했던 사람과 친해질 수 있으며, 그래서 게임을 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는 루트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회차를 하더라도 새로울 수 있죠. 플레이타임도 15~18시간 정도면 1회차를 완료할 수 있으니, 이 게임이 마음에 든다면 새로운 경험을 위해 2회차를 할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사실 한정된 시간을 움직이다보니 모르고 넘어가는 요소도 많아서, 두세번은 해야 새로운 이야기를 알 수 있기도 합니다.
기타 장점이라면 중세 느낌이 드는 일러스트에, 어떤 일을 하느냐, 젊으냐 늙었느냐에 따라 바뀌는 말풍선처럼 디테일을 살린 점들도 자잘한 재미와 몰입을 줍니다.
그렇다면 단점은 뭔가?
지루합니다.
아무래도 중세 마을을 대상으로, 사건해결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거의 밥-조사-밥-조사를 반복하는데다, 마을 빠른 이동도 없고, 움직임이 빠른 것도 아니고, 모든 대화문이 처음 보는 것들이라 스킵도 없고, 계속 갓 블레스 유를 반복하고 하다보니, 묘하게 답답한 분위기가 지속됩니다.
마우스로 플레이할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키보드로 플레이가 편해서 계속했지만 묘하게 조작감도 불편합니다.
게임의 분위기가 분위기다보니 갑작스러운 도파민은 없다시피해서, 빠른 피드백을 바라신다면 이런 면에서도 좀 답답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타싱 스토리가 주류, 주인공 스토리는 메인에서 벌어지는 한 지류인만큼, 두번째 플레이한다고 해도 큰틀에서의 타싱 스토리, 즉 주인공을 둘러싼 스토리는 별로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옵시디언의 대표작, 폴아웃:뉴베가스의 배달부 역할을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위에 적은 에이지 오브 데카당스, 헤즈 윌 롤과 비교해도 좀 다릅니다. 헤즈 윌 롤에서 계속 백년전쟁만 하다 강제로 전역하는게 엔딩이라고 하면 비슷할 것 같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아무도 이해못할 비유네요. 좀 거칠게 표현하면 파이널 판타지6에서 엔딩을 볼 때 동료를 영입하느냐 아니냐로 동료의 분기가 달라진다고 하면 비슷할까요? 어째 비유하려고 할수록 이상해지네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거기에 자동저장, 아이언맨이 모토입니다. 이는 자신의 선택에 더 신중하도록,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제작사의 의도겠지만, 그래서 저장하고 다른 분기를 선택한다든지 하는, 일종의 꼼수이자 하나의 선택은 불가능합니다. 한번 잘못 선택하면 끝까지 그렇게 가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2회차를 했고, 하다가 원래 목표했던 한명의 설득이 실패해서 다시 플레이를 해야하나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장단점이 두드러지지만, 개인적으로 1회차만큼은 해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봄세일로 50% 세일 중이라 만원이 안되기도 하고, 이런 묘한 감동이 요즘 게임에선 느끼기 어려운 요소기도 해서 한번쯤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흠, 이런 류의 게임은 그다지 몰입되지 않아서...한 사람의 활동은 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죠. 개인적으로 후자에 더 가치를 두는 편이다보니 이런 식의 게임은 별로 와닿지 않는 듯.
변화의 기준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다를 거 같습니다. 내가 하는 행위로 멀티엔딩이 벌어지는 것을 말씀하신다면 적으신 것처럼 큰 변화가 없는거지만, 내 선택의 결과가 그 스토리 내내 끼치는 흔적 내지 영향을 생각하신다면 변화가 분명 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미묘하긴 하고... 미묘하긴 하네요(..)
신기한 접근방식을 지닌 게임이군요.
플레이 완료 후 개발 배경을 읽어보니 중세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네요. 물론 킹덤컴같은 명작도 있지만, 중세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게임을 해보고 싶으시다면 역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