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인문학에서 자기계발로…
전에도 아빠가 몇 번 이야기했지만,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위인 중에 한 명이 정약용이란다.
가끔씩 정약용이 쓴 책이나 정약용을 쓴 책을 읽곤 하지.
이 책은 출간 당시에 엄마가 아빠한테 알려 준 책이야.
정약용에 관한 책이 새로 출간되어 알려준 것 같은데,
지은이도 처음 보는 분이고 해서, 크게 관심은 갖지 않았어.
그러다가 얼마 전에 우연히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이 책이 있어서 ‘그냥’ 정약용이니까, 집어 들었단다.
이 책은 조윤제라는 분의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두 번째 책이더구나.
예전에 <다산의 마지막 공부>란 책이 출간되었고,
그리고 두 번째 출간한 책이 아빠가 이번에 읽은
<다산의 마지막 습관>이란다.
책의 부제로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라고 책 앞 표지에 적혀 있었어.
가끔 책의 제목이 절반을 먹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도 이미 부제로 주제를 다 정해 놓은 것 같구나.
정약용이 남긴 글들 중에서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내용과 관련된 글들을 발췌하고,
그것에 대한 지은이의 생각이 남겨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단다.
음… 책을 읽고 난 아빠의 생각은 새로운 것이 없었다… 라고 할 것 같아.
아빠가 정약용이 쓴 책들과 정약용을 쓴 책들을 예전부터 여럿 읽어 왔지만,
기억력이 좋질 않아서 그의 글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은 별로 없어서,
이 책에서 발췌한 정약용의 글들도 새롭게 읽어지면서
역시 정약용이네, 이러면서 책을 읽었단다.
그리고 아빠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글들도 있어서,
다시 한번 마음에 더 새길 수 있었어 좋았어.
하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감흥을 줄 수 있는 글들이 없었어.
물론 지은이 조윤제 님이 발췌한 정약용의 글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글들이 많았지만,
정작 지은이 조윤제 님이 생각을 글로 적은 것 중에는
무릎을 딱 치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글들은 보이지 않더구나.
약간은 무미건조한 듯 하면서, 전형적인 설명이 이어졌단다.
조리 있게 잘 말하면서 잘 실천하라는 듯한 글들이었어.
인문학으로 시작해서, 자기계발서로 끝나는 듯한 느낌.
물론 사람마다 읽는 책의 취향이 달라.
아빠는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자기계발서는 거의 읽지를 않아.
아빠한테 잔소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어차피 아빠가 실천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계발서는 예전부터 별로더라구.
그런데 이 책이 딱 그런 스타일의 문장들로 이어졌어.
그래서 아빠한테는 별로였단다.
…
챕터 하나하나 끝날 때에는
굵고 큰 글씨로 두어줄 요약해서 적어 두었는데,
굳이 그렇게 한 이유도 잘 모르겠더라.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해 그것들만 쭉 읽으라는 친절하게 적어 주신 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책 중간 중간에 사진들이 페이지 전체에 걸쳐 삽입되어 있어.
사진이 주로 자연 풍경들 담은 사진들이 대부분인데,
아빠의 감각이 떨어져서 그런지
그 사진들이 왜 거기에 삽입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더구나.
그 사진들 앞뒤의 글들을 봐도,
그 사진들과 어울리는 글들인지 잘 모르겠고 말이야.
음, 뭐랄까.
잘 편집된 고전 발췌록이라는 생각과 함께 책을 덮었단다.
…
1. 다산의 글들
아참,
이 책에 실린,
정약용의 글들 중에서,
아빠가 처음 보거나 처음 보는 것 같은 글들을 몇 편 발췌했는데,
그 중에 몇 문장 소개하는 것으로 짧게 독서 편지를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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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개인의 수양은 물론 세상의 화평을 위해서도 음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음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산은 또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 사라지니 형벌이 가중되고, 전쟁이 자주 일어났으며, 원망이 일어났고, 사기(詐欺)가 성행하게 되었다. 일곱 가지 감정(희로애락애오욕) 가운데 그 일어나기 쉬워도 제어하기 어려운 것이 분노다. 답답하고 우울한 사람은 마음이 화평하지 못하고, 분노와 원한이 있는 사람은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 형벌을 써서 기분을 통쾌하게 하면 일시적으로 풀릴 수 있겠지만, 음악을 듣고 화평해지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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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다산은 책을 접할 때 단순히 많이만 읽는 다독이 아닌 초서(抄書)를 강조했다. ‘초서’란 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서 직접 기록하며 책을 읽는 것이다.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다. 아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다산은 초서를 이렇게 설명하며 권했다.
“학문의 요령에 대해 전에 말했거늘, 네가 필시 이를 잊는 게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초서의 효과를 의심해 이 같은 질문을 한다는 말이야?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뽑아 기록해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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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오늘날 지식 공부만 강조하는 세태에서 반드시 새겨야 할 지점이다. <악기>에 실려 있는 글이 상세하게 그 이유를 밝혀준다.
“예와 악은 잠시라도 몸에서 떠날 수 없다. 음악을 이뤄서 마음을 다스리면 조화롭고 곧고 자애롭고 신실한 마음이 솟아난다. 조화롭고 곧고 자애롭고 신실한 마음이 생겨나면 즐겁고, 즐거우면 편안하고, 편안하면 오래가고, 오래가면 그것이 곧 하늘이고, 하늘이면 신령스럽다. 하늘은 말을 하지 않아도 신실하고, 신실하면 노하지 않아도 위엄이 있다. 음악을 이룸으로써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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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점차 하던 일을 거둬들여 마음 다스림(치심 治心) 공부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책의 끝 문장: 그리고 가장 안타까운 점은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한다는 것이다.
책제목 : 다산의 마지막 습관
지은이 : 조윤제
펴낸곳 : 청림출판
페이지 : 340 page
책무게 : 512 g
펴낸날 : 2020년 11월 16일
책정가 : 16,000원
읽은날 : 2021.07.19.~2021.07.21
글쓴날 : 202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