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산에서 츠이다테 호텔로 가는 길은 숲속으로 난 산길이다.
한쪽은 계류가 흐르기도 하고, 작은 온천장을 지나기도 하면서.
가면서 임시 막사처럼 지은 건물들은 온천장 종사자들 숙소라며
일본에서는 부부 싸움 후 여자가 가출하면 부근 온천장에서 일을 도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다.
일본인들은 도로, 교량과 터널등의 공사는 탁월하다.
가이드의 말인즉, 온데 도로가 뚫려 올라갈 수가 있어 등산을 잘 못한다고 하면서.
교량이야기가 나 온 김에 나의 대선배로 밀양에 귀향하여 경남 유형 문화재인 고택에서
만년을 유유자적 보내시는 분이 계시는데.
한번 술자리에서 하시는 말씀이.
밀양시가지에 일제시대에 만든 교량이 있어 이를 확장하려고 보니 시방서가 없어
혹시나 하고 수십년전 교량을 건설하였던 오사카의 건설회사에 연락을 하였더니
쾌히 설계도면을 보내어 주어 수월하게 공사를 하였다 한다.
십년도 더 전에 산 내 국산차는 5년도 되지 않아 부품을 폐차장에서 구하였는데 너무나 대조적.
또 다른이야기는 "석희야, 나는 인제 한계령길은 차로 가지 않는다."
"왜요, 얼마나 아름다운 길인데요?"
내가 군의관 근무시절 전방 일년을 마치고 옮긴 공병 부대가 그 도로를 건설하였었는데
매달 회식이고 흥청망청 먹고 마시다가 부대장이 바뀌어져
장비 사열(차량들을 모두 제자리에 정돈해놓고 하는) 중 신임 부대장이 차의 본네트를 두들기며 열어 보라고 했더니
엔진을 빼어 내어 팔아 먹고 없었다. 다른 차량장비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실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인계를 못 받는다하여 몇 명이 군법회의까지 넘어 간적이 있었다. 라고.
또 풍부하였던 비자금은 험준한 도로건설 시 필요한 시멘트와 철근을 더 청구하여 팔아먹었던지
아니면 적정량보다 적게 투입하였던지 둘 중의 하나.
그걸 아시는 내 선배가 조마조마해서 그 길을 다닐 수 없다면서.
요즈음은 터널이 뚫려 한계령을 넘어갈 필요도 없어졌지만.
호텔에 도착 전 온천을 안내한다.
호텔의 초입에 있는 별관 온천과 본 온천, 그리고 셔틀을 타고가는 吉野온천.
오늘의 호텔 방은 다다미가 깔린 화실이다.
다다미라, 좀 뭣한 이야기이지만, 예전에 소위 적산가옥에는 다다미가 기본으로 깔려 있었고.
우리 집도 6.25사변 때 피난을 간 구룡포의 적산가옥은 지금 몇채 남아있지 않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한 여름에는 이 속에 숨어 있던 빈대가 기승을 부린 적도 있었으나
연탄 난방으로 바뀐 이후부터는 일산화탄소에 약한 해충이
전멸을 하여 요즈음은 빈대를 보기 어렵다.
가이드가 말하기를 다다미는 항상 30센티미터정도 공간을 두고 설치를 하여야
습기로 썩지 않으니까 피아노 등의 무거운 가구는 반드시 얹어 놓는 데가 정하여 져 있단다.
탁자 위에 놓인 "아뮤즈 부쉬" 깨 전병이다.
맛있다 생각하면 호텔의 기념품 가게에 반드시 있다.
저건 목에 끼우는 안마기이고 옆에도 두드리는 안마봉이 아닐까?
숙소 어디서나 준비된 차 세트와 보온된 뜨거운 물.
그러니까 항상 사발면이나 커피믹스를 타 먹을 수 있다.
창 밖을 내려다 보니 건너편의 호텔과 별관까지 퇴락한 느낌이 든다.
술을 사려고 나가면서 찍은 로비의 금동 부처상.
설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천 오백년된 고목이다.
주위에 새끼와 종이를 매단 것은 이를 신성시 한다는 뜻.
판매원도 안보이는 걸 보면 아마 프론트에서 가게를 관리하는 모양이다.
이 역시 무슨 기념품 같은데.
협곡에 위치한 호텔이라 폭우가 쏟아지면 물이 그대로 차 오른다고 한다.
大自然(다이시젠)은 히젠야호텔의 별관.
맥주를 사러 밖으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니까
松本 淸長(마쓰모도 세이쪼)의 추리소설처럼 음산한 분위기에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날 듯하다.
세군데를 돌아다녀 겨우 맥주 두캔과 25도짜리 구마모도 소주 한홉짜리를 산다.
원칙은 별관온천에서 온천욕을 하는 것이 있는데
방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계류를 내려다보며 기린맥주 큰 캔하나를 비우고.
저녁을 먹으러 들어가니 이런 글씨가 표구되어 있었다.
다음날 가이드가 아무도 묻지 않아서 넘어갔다며 일본의 고어로 쓴 글이고
일본의 문화 중 하나인 "노"를 공연할 때는 고어로 말하기때문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해설을 들어야 뜻을 안다며.
저녁 기본 상차림.
밥상 앞에 앉아 있는 유카타와 하오리 차림의 노인네들.
회 조금
야채 익힌 것으로 심심한게 맛있다.
일본의 야채요리는 무얼 먹어도 맛이 좋다.
연두부로 참깨소스를 넣어 떠 먹는데 구수한 맛이 일품
이건 나베모노인가?
버섯 등을 넣고 조미한 돌솥 영양밥
튀김은 소금에 찍어 먹고
유도후
심심한 우동
이 동네의 명산인 유자 젤리
우리 부부는 각각 호텔 온천으로 가고
다른 이들은 셔틀을 타고 인근에 있는 온천으로 간다고 하여
다음 날 말하기를 참 좋았다고 한다.
다섯시 반, 창밖으로 들리는 물소리에 잠이 깬다.
한 십년전 우리나라에 놀러 온 헝가리의 나의 친구에게
속초의 바닷가 숙소를 잡아 주었더니 바다의 "murmur"소리가 듣기 좋았다는 말을 하였다.
몇년전 지리산 산행을 뱀사골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가 새벽 바깥에 들리는 빗소리.
알고보니까 빗소리가 아니라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였었다.
수증기가 쏫아 오른 모양이 전형적인 온천장 거리이다.
새벽 일찍 다시 온천에 들어갔다.
나와서 노천온천(로텐부로)에 들어가니 달이 넘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서울에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간단한 아침 상.
낫도를 먼저 먹고 다른 찬에 손이 간다.
역시 두부요리.
식사를 마치고 동네 산책을 나간다.
호텔 바로 앞의 동네 신사.
신사의 내력이 쓰여져 있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간다.
올라 온 돌로 만든 계단
이 물로 손을 씻고 입을 헹구고 난 후
신사를 구경하고
세월의 이끼가 덮고 있다.
"단풍점"의 본점이라 써 놓았으나 벌써 문을 닫은지 한참된 듯하다.
창밖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소수력 발전소 등을 지나 쿠로가와(黑川), 그 옆의 시로가와(白川)를 지나
오쿠니(大國)에서 고쿠니(小國)으로 들어간다.
첫댓글 유교수는 일본어나 일본 문화에 해박하신 것 같습니다.
열공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