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헌 개인전 《불면제색 不眠霽色_ 잠 못 이룬 날들의 선물》
JongHeon Bae_ BulMyeonJeSaek – The Clearing After The Rain on a Sleepless Night
2026년 10월 16일 - 11월 28일
화 - 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 입장 마감 : 오후 5시 30분
October 16 - November 28, 2026
Tue – Sun, 10am – 6pm
Closed on Mondays
Last Ticketing : 5:30pm
배종헌(b.1969)은 ‘산수(山水)’를 그리는 작가가 아니다.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낡고 버려진 사물과 오래된 도시 공간의 흔적 등,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의미를 재해석해왔다. 초기에는 이러한 관심을 개념미술에 기반한 설치작업으로 풀어냈으며,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회화로 이어졌다. 벽에 번진 얼룩과 균열, 낡은 사물의 표면은 산과 바위, 구름과 계곡이 되고, 때로는 한 폭의 산수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에게 ‘그림 그리기’는 새로운 풍경을 그리기보다,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러한 작업은 2019년 《미장제색 美匠霽色》에서 ‘산수’라는 형식과 본격적으로 만났다. 콘크리트 벽과 건축의 표면에 남은 흔적에서 산과 계곡을 발견하며, 도시의 인공적인 환경을 뜻밖의 산수유람의 장소로 바꾸어 놓았다. ‘제색(霽色)’은 비나 눈이 그친 뒤 맑게 갠 산천의 빛과 풍경을 뜻한다. 배종헌에게 ‘제색’은 평범한 도시의 표면이 전혀 다른 풍경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이번 《불면제색 不眠霽色: 잠 못 이룬 날들의 선물》은 그 시선을 잠들지 못하는 시간으로 옮겨간다. 모두가 잠든 밤, 홀로 깨어 있는 동안 그의 기억과 상상, 생각과 감각이 서로 겹쳐지며 익숙한 현실은 어느새 낯선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지는 청색과 금색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회화적으로 제시한다. 작가는 먼저 금색으로 화면을 칠한 뒤 그 위에 짙은 청색을 올리고, 다시 물감을 쓸어내거나 긁어내면서 아래의 금빛을 드러낸다. 청색은 단순히 밤을 묘사하는 색이 아니라, 현실의 고유한 색을 지우고 익숙한 사물과 공간을 낯설게 하며, 기억과 상상의 영역으로 이끄는 색이다. 반면 그 아래의 금색은 현실 너머 쉽게 도달할 수 없기에 끊임없이 동경하게 되는 어떤 이상의 세계를 환기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 세계가 새롭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화면 아래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청색을 쓸어내고 긁어내면서 감춰져 있던 금빛은 산과 바위, 구름과 물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그리는 동시에 지우고, 지움으로써 형상을 만들어 나가는 역설적인 과정은 배종헌의 작업 방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도시의 얼룩과 균열을 바라보던 그의 시선은 이제 회화의 표면을 걷어내며 또 다른 풍경을 불러낸다.
여기서 ‘불면(不眠)’은 단순히 잠들지 못하는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선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홀로 깨어 아무것도 없는 듯한 곳을 오래 바라보고, 그 안에서 어떤 형상이 나타날 때까지 눈을 거두지 않는 것. 그에게 ‘불면’은 보이지 않는 것을 끝까지 바라보는 ‘깨어 있음’의 태도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오늘날 산수란 무엇일까. 배종헌의 작업은 산수가 무엇을 그리는가보다,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관한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힌 뒤 산천이 모습을 드러내는 ‘제색’처럼, 그의 밤에도 익숙한 현실을 걷어내면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풍경이 떠오른다. 잠들지 못했기에 만날 수 있었던 풍경, 그것이 그에게 주어진 ‘잠 못 이룬 날들의 선물’일 것이다.
첫댓글 세종문화회관 가는날 (11.14)가면 좋겠어요
깜짝놀랬네
ㅎㅎ저두 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