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이어 오늘도 점심 뒤에 성남 모란시장으로 나갔다. 올 들어 두 번째 방문이다.
봄철이기에 서해안 시골집에 내려가서 텃밭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도 내려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려고 시장으로 나갔다. 장 구경하면서 위로받을까 싶었다.
내가 눈여겨 보는 곳은 나무(과일나무, 조경목)과 화초 파는 벌전.
지하전철을 타고 시장에 갔기에 운반 수단이 전혀 없는 터라 키 큰 묘목은 눈구경만 했다.
아로니아 2만 원. 욕심이 나도 별 수 없다.
왕보리수 한 그루 가격을 물었더니만 3만 원인데 2만 5천원을 내란다.
일본 식물인 왕보리수는 내 시골 텃밭 두 군데에 있다. 알 굵기가 제일 컸다.
내가 보유한 종류는 셋이다.
오래 전 저건너에 있는 종조부에 갔더니만 혼자 사는 종조모는 왕보리수를 마당가에 있는 보리수를 캐서 내버리겠다고 말씀 하시기에 내가 캐서 리어카에 실었다.
마구잡이로 번진 뿌리를 톱, 도끼, 자구 등을 이용하여 자른 뒤에 열 그루 쯤 포기 나눠서 윗밭에 심었다. 아쉽게도 열매는 잔챙이.
또 장에서도 사다가 심었다. 자생한 왕보리수도 있는데 열매(과실)가 대추만 했다. 일본종인데 어떻게 내 텃밭에 자생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아무래도 새가 물고 가다가 떨어뜨린 것 같다.
이래저래 내 텃밭에는 왕보리수가 열댓 그루가 있으며, 해마다 자생한 묘목이 제법 나온다. 이제는 심을 만한 장소가 부족한 실정이다.
왕보리수 묘목은 성장율이 빠르다.
작은 대추알 크기의 왕보리수를 따 먹는 재미보다는붉게 물든 열매가 나뭇가지에 숱하게 매달리기에 나는 멋으로 키운다. 열댓 그루의 왕보리수 열매를 다 따면 아마도 반 가마니도 더 딸 게다.
설탕가루 부어 발효시킨켜 우물가에 놓아 둔 것도 잔뜩 있기에 지난해(2017년)에는 한 알도 따지 않았다. 안 땄으니 자연발아가 훨씬 많아질 게다.
외국 화초 가격을 물으니 10,000원.
이름을 물으니 뭐라고 하대답했는데도 잘 안 들려서 수첩 과 볼펜 꺼내서 이름 적어달라고 했더니만 30대의 여자 장사꾼이 '바빠요. 내가 손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요. 적어 줄 수 없어요'라면서 거절했다. 그렇게 말하는 시간에 적어도 충분히 적을 게다. 외국 식물 이름을 수첩에 적어주시는 게 그렇게 시간을 빼앗는 것일까?
나도 기분이 구겨져서 화초를 사지 않았다. 못생긴 여자 장사꾼이 더욱 밉살맞게 보였다.
산마늘 1개를 심은 화분은 3,000원.
식방풍(갯기름나물) 1개를 심은 화분도 3,000원.
화분값, 흙값(부식토)이겠다.
식방풍은 제대로 크면 엄청나게 큰다. 화분에 1개 심어도 나중에는 벅찰 만큼 크게 자란다. 2년생.
이에 비하여 산마늘 1개를 심은 화분은 공간이 허전했다. 서너 개 알뿌리를 더 심을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이다. 알뿌리를 파는 게 아니라 화분을 판다는 느낌이 더 들었고, 이들은 내 텃밭에 있는 작물들이다. 모두 식용하기에.
칠팔 년 전, 나는 시골 장터에서 식방풍 어린 모종 1개에 1,000원씩 몇 개를 사다가 심었다.
생질녀는 충남 보령시 냉풍욕장에 구경갔다가 냉풍욕장에서 주민 할머니한테서 방풍 화분 네 개를 사서 외삼촌인 나한테 선물했다.
지금은 씨앗이 저절로 번져서 많이 자생하고 있으며, 어린 잎은 나물용이다. 모란시장에서도 판다.
외국 화초, 다육식물 등 키 작은 식물을 파는 벌전은 여러 군데이다.
'헤베 사로니'는 10,000원 주었다.
보랏빛깔의 화초는 실내에서만 키워야 한다. 적정온도가 20 ~22도이다.
목질의 잔 가지가 억세기에 어지간치 크면 뿌리 근처에서 잘라서 포기 나눌 가능성이 많다.
이 외에도 외국 화초 두 개를 더 샀는데 이름은 모르겠다.
시골 텃밭 한 켠에 뿌리려고 달래 씨앗, 더덕 씨앗도 샀다.
산달래는 2 ~3년 뒤에, 더덕은 4 ~ 5년 이후에는 수확할 수 있겠다.
잔챙이 더덕은 떨이로 샀다. 굵은 것은 골라서 나물반찬하고, 자잘한 잔챙이는 시골 텃밭에 묻어서 3년 정도나 더 키우면 제법 굵어질 것이다.
밤 껍질을 거칠게 조금 깎은 생밤 든 봉지 하나를 사고는 덤으로 생밤 몇 개를 얻었다.
덤으로 얻는 밤톨은 시골로 가져가서 텃밭에 묻어두면 싹이 터서 몇 년 더 자라면 묘목이 될 것이다.
그거 키워서 성목으로 자라면 내가 밤을 딸 수 있을까? 아마도 내가 너무나 늙어서...
그래도 심어야겠다. 누군가가 따겠기에.
몇 해 전 하늘소 애벌레가 두 아름 가까이 되는 큰 밤나무 껍질을 갉은 뒤에 나무 진을 빨아먹어서 죽였다. 그게 아쉬워서 밤나무를 이따금 심는다. 텃밭에도 밤나무가 제법 있다는데 내가 밤나무 증식에 또 욕심을 내나 보다.
막내아들이 즐겨 먹는 찐 옥수수 몇 개도 사고, 나는 1,000원짜리 호떡 한 개를 사서 군것질 했다.
설탕가루를 듬뿍 쳤기에 당뇨병환자인 내가 먹기에는 좀 꺼려하면서도 천 원으로도 간식거리가 충분히 되기에 나는 즐겨 사 먹는다. 서민음식이기에.
양손에 비닐봉지를 들었더니 제법 묵직했다.
모란 전철역으로 걸었다. 숱한 사람들이 오가고...
2018.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