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겜에서 하몰과 하몰의 아들, 그리고 세겜의 남자들을 모두 죽인 야곱의 아들들로 인해 더 이상 그 땅에 머물러 있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야곱이 느끼고 있을 때, 하나님은 야곱에게 세겜을 떠나 벧엘(Bethel)로 가라고 말씀하십니다(1절). 벧엘은 히브리어로 “베트 엘”(בֵּית־אֵל)로, “하나님의 집”이란 의미입니다. 야곱이 형 에서의 진노를 피해 하란으로 도망갈 때, 돌베개를 베고 자는 야곱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셔서 야곱을 만나주셨던 곳입니다. 하나님은 그곳으로 가서 하나님께 제단을 쌓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벧엘은 세겜에서 남쪽으로 약 40~50k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지역으로 예루살렘에 가까운 곳입니다. 벧엘에서 더 남쪽으로 내려가면 아브라함과 사라가 묻힌 막벨라 굴이 있는 헤브론(Hebron)이 있습니다.
세겜이나 벧엘이나 헤브론 등이 모두 나중에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가 차지하게 되는 땅이 됩니다. 하나님은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하여 하란으로 갈 때 벧엘에서 만나주셨던 것을 상기(想起)시키시며, 그 벧엘로 가라고 말씀하시면서, 벧엘에 가서 제단을 쌓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야곱에게 하나님께서 야곱에게 확인시켜 주셨던 약속과 비전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신 것입니다.
야곱은 집안의 모든 사람에게 가지고 있는 모든 이방 신상을 버리고,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의복을 바꾸어 입으라고 말합니다(2절). 그때까지도 이방 신상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하나님만을 온전히 섬기기보다는 이방 신상이 야곱과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곱은 새로운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도록 한 것입니다. 의복까지 갈아입게 하여 새로운 삶이 전개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야곱은 “우리가 일어나 벧엘로 올라가자. 내 환난 날에 내게 응답하시며 내가 가는 길에서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께 내가 거기서 제단을 쌓으려 하노라”라고 말합니다(3절). 본격적으로 하나님과의 약속을 회복하고, 하나님께 온전히 자신과 자신의 가족이 드려질 것을 결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야곱과 그에게 속한 가족들과 모든 사람들은 이방 신상들과 귀고리 등을 모두 야곱에게 주었고, 야곱은 그것을 세겜 근처 상수리나무 아래 묻습니다(4절). 그 당시에 귀고리 등에 미신적인 요소를 형상화하여 그러한 모양으로 만든 것들이 많았기에 그 모든 것들을 버리게 한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하나님과 관계없는 것들은 철저히 근절(根絶)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행동입니다.
이렇게 야곱과 야곱의 일행이 세겜을 떠났지만, 하나님께서 그 주변의 모든 족속들로 하여금 두려운 마음을 갖게 하셔서 감히 야곱과 그 일행을 추격하는 자가 없도록 하셨습니다(5절). 그래서 순조롭게 그 이전에 루스(Luz)라고 불렸던 벧엘에 도착하여 그곳에 제단을 쌓고 그곳을 엘벧엘(El-bethel)이라고 부릅니다. “벧엘의 하나님”이란 뜻입니다. 하나님의 집에 계신 하나님을 고백한 것입니다. 야곱이 벧엘에 갔을 때, 야곱의 어머니인 리브가의 유모의 드보라(Deborah)가 죽어 그곳에서 장사하여 상수리나무 밑에 안장(安葬)하고, 그 나무 이름을 알론바굿(Allon-bacuth)이라고 불렀습니다. 알론바굿은 “통곡의 상수리나무”라는 의미입니다. 성경에는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아마 리브가는 야곱을 하란으로 보내면서 자신의 유모인 드보라를 야곱에게 보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야곱이 하란으로 갈 때 함께 가지는 않고 그 이후에 보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리브가 대신 드보라가 야곱을 돌보게 하였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한 드보라가 죽었기에 야곱은 매우 슬퍼하며 장사지냈을 것입니다. 야곱의 어머니인 리브가는 야곱이 하란으로 떠나서 하란에 머무는 기간에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리브가는 자신의 아들을 하란으로 보낸 후에 다시는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벧엘에서 다시 야곱에게 나타나셔서 복을 주시면, 다시 한번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주셨던 약속과 축복을 야곱에게 다시 확인시켜 주십니다(9절~13절). 그래서 야곱은 그곳에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전제물(奠祭物, Drink offering)과 기름을 붓고 하나님께 제사(예배)드렸습니다. 그리고 그곳을 다시 한번 벧엘이라고 부릅니다.
야곱은 다시 벧엘을 떠나 에브랏(Ephrath)에 이르기 얼마 전에 야곱의 아내인 라헬이 해산하게 되는데, 난산(難産)이어서 라헬이 고생을 많이 하면서 아기를 낳는데, 결국 아기를 낳은 후에 라헬은 죽게 되는데, 죽으면서도 그 아들 이름을 베노니(Ben-oni)라고 하였는데, 야곱은 이 아들을 베냐민(Benjamin)이라고 불렀습니다(16절~18절). “베노니”는 슬픔의 자식, 불행의 자식이란 의미인데, 베냐민은 오른손의 자식이란 의미입니다. 라헬이 고통 속에서 아들을 낳으며 베노니라고 불렀지만, 야곱은 더 능력 있는 삶이 되라는 의미로 베냐민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야곱(이스라엘)에게 열두 아들이 있게 되었습니다(22절). 이들이 나중에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형성하게 됩니다.
야곱이 가장 사랑했던 아내인 라헬이 죽었습니다. 에브랏, 즉 베들레헴에 라헬을 장사지내고, 그곳에 라헬의 묘비를 세웁니다(19절, 20절). 그리고 계속 이동하여 에델 망대(The tower of Eder) 근처에 잠시 머물게 됩니다(21절). 에델 망대는 베들레헴과 헤브론 사이에 있는 지역입니다. 야곱은 벧엘에서 다시 한번 하나님과 만나 하나님의 약속을 확인한 후에 계속하여 아버지가 있는 헤브론을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야곱(이스라엘)의 장남인 르우벤이 야곱의 첩인 빌하와 동침하는 일이 벌어집니다(22절). 빌하는 야곱의 아내인 라헬의 몸종인데, 라헬이 야곱에게 첩으로 준 여자입니다. 그런데 레아를 통해서 낳은 아들인 르우벤이 빌하와 간통을 저지른 것입니다. 야곱이 빌하를 통해서 단과 납달리를 낳았으니, 르우벤은 이복(異腹) 동생들의 어머니와 간통을 저지른 셈입니다. 이것은 명백한 죄악입니다. 그 당시 야곱의 아들들이 얼마나 미성숙한 자들이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곱도 이 일을 알게되었기에 나중에 야곱이 열두 아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르우벤은 이 일로 인하여 “너는 탁월하지 못하리니”라고 기도하면서 장자의 상속권을 빼앗기게 됩니다(창 49:3, 4).
하나님은 야곱을 향해 끊임없이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주셨던 언약과 축복을 확인시켜 주십니다. 그리고 야곱이 그러한 하나님의 약속과 축복을 받을 수 있도록 인도해 가십니다. 그리고 야곱은 하나님 앞에서 점점 더 신실하게 자신을 드리게 됩니다. 야곱은 부족한 자였습니다. 그리고 야곱의 아들들도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셨었기에 야곱을 통해 하나님께서 세우신 계획을 이뤄가신 것입니다. 야곱이 신실하고, 잘 준비된 자였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를 들어 사용하시기로 하셨기에 그렇게 행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비전을 이뤄가는 자가 되는 것은 우리의 재능과 능력 때문이 아닙니다. 그저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서 이뤄가시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께 온전히 헌신하고 순종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께서 부족한 우리를 통해서 하나님의 일을 이뤄가시기 때문입니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하나님의 뜻을 우리를 통해서 이뤄가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께 온전히 순종하는 삶이 되게 하소서.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