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반절제후 전이가 있었습니다. 암 진단때 보다 더 맨붕이었죠. 하지만 여기저기 찾아보다 박정수 교수님글을 보고 마음 다 잡았습니다. 전이가 있었다고 꼭 절망하진 마세요..
아래는 세브란스 갑상선암 동호회인 거북이카페에서 박정수 교수님 글을 퍼온 겁니다. 읽어보세요.
진료일지 (113) 1월 16일
53세 남자 환자 : 새 가이드라인은 환자도 좋지만 의료진도 편하고
좋다
아침회진 시간.
"안녕하세요? 오늘은 수술 이틀째 되는 날이지요? 이제 수술 자리 아픈 것은 거의 사라졌을 것입니다. 대신에
수술부위 근육이 굳어져서 목이 땡기는 느낌이 있을 것입니다. 꼭 시멘트를 얇게 바른 것이 말라가는 느낌처럼요.
특히 음식 삼킬 때...... 이런 느낌은 근육이 풀어질 때 까지 오래 갈 겁니다.
수술후 아무런 합병증 없이 잘 회복하고 있으니까 내일 쯤 집에 가셔도 될 것입니다. 그전 같으면 전절제를 했을 텐데
새 기준에 따라 반절제 대상이 되어서 회복도 빠르고 좋군요"
항상 만날 때 마다 온화한 미소를 보내주는 50대의 남자 환자다. 보통 50대 남자환자는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고 붙임성이 없는데
이 환자분은 다르다. 친밀감이 드는 분이다.
돌아서 나오려는데 좀 겸언적은 표정으로 책을 한 권 꺼내더니 필자의 사인을 부탁한다. 바로 필자가 집필한 "갑상선암 이야기"다.
"아항, 이 책 공부했군요. 좀 어렵지 않던가요? "
옆에 있던 상냥한 부인이 대신 대답한다.
"아뇨, 벌써 여러번 읽어 봤는데요"
"이번에 아니 며칠전에 새로 쓴 책이 발간되었는데... 그 책은 읽기가 쉬울 겁니다"
"그 책도 곧 구입해서 보려고 해요"
필자가 쓴 책을 읽은 환자들과 대화하는 것은 참 즐겁다. 말이 통하고 이해를 잘 해주어서 우선 마음이 편해서 참 좋다.
즐거운 마음으로 책에 싸인하고 복돼지 한마리를 그려 드리고 방을 나선다.
이 환자는 지난 10월초순경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유두암으로 진단받고 12월에 필자를 찾아 왔던 것이다.
암이 어디까지 퍼졌나를 알아 보기 위한 초음파 스태이징(ultrasonographic staging)과 CT스캔 영상을 보니
장경 1.5cm 암덩어리가 오른쪽 갑상선날개의 앞쪽면과 뒷쪽면까지 퍼져 있는데(abutting) 현미경적으로는 갑상선 피막을 침범했는지는
몰라도 육안으로는 피막을 뚫고 나가지는 않은 것 처럼 보인다(microscopic but not gross capsular
invasion).
그러나 오른쪽 중앙경부 림프절은 약간 커진 것이 두어개 있다. 크기는 2mm내외고....
2009년 미국갑상선학회의 가이드라인대로라면 갑상선전절제와 중앙경부림프절 청소술을 하고 수술후 방사성요드치료를 해야 할 정도의 암인
것이다(Thyroid 2009:19:1167~1214).
반절제는 1.0cm이하의 암이고 피막 침범 없고 림프절 전이가 없을 때에 허락이 되었던 것이다.
근데 얼마전 2014년 가을에 개정된 초안은 암의 사이즈보다는 암의 위험도 계층화(risk stratification)에 따라
저위험(low risk), 중간위험군(intermediate risk),고위험군(high risk)으로 나누어 각 위험군에 따라 수술범위를
달리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어 놓고 있는 것이다.
즉 암의 크기가 4cm 이내이고 피막을 육안적으로 침범 하지 않고 림프절전이가 있더라도 2mm 이하 크기 5개이하이면 저위험군으로 하고
,암 크기는 어떻든 육안적으로 피막을 뚫고 나가 주위 장기나 혈관을 침범했거나 림프절전이가 3cm 이상 되거나 림프절피막 밖으로 터져
나갔거나, 더 악질적인 변종이거나, TERT 또는 BRAF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고위험군으로,
그외 것은 중간위험군으로 분류 하였던 것이다.
수술후 재발율은 저위험군에서 고위험군으로 갈수록 높아져 저위험군은 1~8%까지, 중간위험군 20% 까지, 고위험군30~55%까지라고
하였다.
따라서 재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위험군과 중간위험군의 일부 환자는 반절제를 해도 되지않겠느냐는 의견인 것이다.
이 환자는 수술 당일, 림프절 전이가 큰 것이 있으면 전절제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나비몸통을 살리는 반절제가
될 것이라 하고 수술을 시작 했던 것이다.
우선 오른쪽 중앙 경부림프절들을 떼어서 긴급 조직검사실로 보내고, 결과가 나오는 동안 오른쪽 갑상선 날개를 떼는 수술을
진행 하였다. 육안으로 보일정도의 피막침범이 없었기 때문에 수술은 쉽게 진행되어 20여분후에 오른쪽 갑상선엽절제술이 완료되었다.
이제 림프절 전이 여부 결과만 나오면 되는 것이다.
아~, 드디어 결과가 컴터에 떴다. "림프절 전이 있음, 5개중 2개에 전이가 있는데 둘다 2mm 이하 임"
"OK !!, 수술 더 이상 진행할 필요 없다. 일단 수술 종결이다"
옛날 같으면 전절제술로 수술이 확대 되었을 것이지만 이제는 이 정도의 수술로도 충분한 것이다.
반대편 남겨둔 갑상선 날개의 기능이 좋으면 신지로이드 복용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오늘 아침회진때 환자에게 말한다.
"새 가이드라인은 환자의 삶의 질을 중시해서 암의 진행정도에 따라 수술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과격한 전 절제 수술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는 것이지요. 아마 피검사 결과 봐서 신지로이드 복용이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주일후 피검사 결과를 보아야 알겠지만요"
병실을 나오면서 전담 간호사인 한나에게 한마디 한다.
"한나야, 새 가이드라인 나오니까 환자도 좋지만 의료진도 편하고 좋다, 그지?"
"네, 그런 것 같아요, 교수님"
첫댓글 정말 정직하고 환자를 생각해주시는 양심바른 의사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