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기도 하고 이핑계 저핑계 나름 핑계가 있어
아버지께 못 갔는데 남편에게 아버지 뵈러 가자 했더니
집으로 돌아 올 때마다 마음 아프다며 우리남편 싫다고 했다
마음 한쪽에 늘 아버지 때문에 근심걱정이 되어
머리가 실타래 엉키듯 엉켰다
오늘 만큼은 열 일을 다 제치고라도 가야 한다며 남편에게 주장했다
나만 생각하고 어제 저녁부터 아픈 남편을 졸라
동두천 아버지 요양원에 출발.
일찍 서둘러 동두천에 갔는데도
11시 40분 정도에 요양원에 도착했다
아버지 방 식구들을 위해 고소하고 달달한 던킨 도너츠와
마침 차에서 감귤을 팔기에 요양사 아주머니들 주려고
또 한소쿠리 샀다
늘 자식이 돌보지 못하고 있는데 그사람들이 사람냄새를
맏아보고 살 수 있게 해주시니 감사한 마음이다
요양원에 들어가니 환자들이 점심밥 먹을 준비 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침대에 탁자 펴놓고 눈 지긋이 감고 누워 계셨다
먼저 아저씨들께 인사하고 가져간 도너츠를 돌려 드리고
아버지를 깨워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아버지는 그냥 요양원에서 밥 먹는다고 했지만
이렇게 자식이 찾아온 날 이라도 바깥 구경도 할 겸
똑 같은 음식이 아닌 다른 음식을 사드리고 싶어
서둘러 옷을 갈아 입혔다
함께 요양원에 계신 어른들은 아버지가 부러운 듯
" 영감님! 맛 있는것 사달라고 하세요"
" 예!"
" 먹는것 다 그렇지!"
" 아저씨 밤 먹으러 나가세요?"
" 아저씨는 좋겠네요"
그냥 아버지는 대답도 없이 웃기만 했다
아버지를 차에 태우고 동두천 시내를 돌았다
처음 돌아 다니는 길이기에 식당 찾기가 힘들었지만 덕분에
드라이브를 했다
가던길 갑자기 굴밥을 먹자고 남편이 말했다
저쪽에 굴밥집 간판을 봤다며 다시 가던길을 돌려 굴밥집에 가잔다
생굴이 나오는 계절이기도 하고 아버지의 입 맛을 돋우어 드리고 싶어
아직은 동두천 음식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길 터보자는 마음으로
굴밥집으로 들어가고.
굴 비빔밥과 굴전을 시켰다
물론 아버지는 늘 소식하는 분이기에 많이 먹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남편은 아버지를 위해 이것 저것 시키고 싶어 안달했다
마침 생굴에 생채가 나왔다
수저에 생굴과 생채를 배추에 싸서 드리니 맛나게 몇 번을
먹더니 아버지 싫다고 하신다
고향 군산식 굴밥이 아니었다
뚝배기에 영양밥 위에 생굴을 넣고 간장양념으로 비벼먹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초장에 비벼먹는 굴밥이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많이는 아니어도 굴전과 비빔굴밥을 잡수셨다
아마 새로운 맛에 그럭저럭 먹을만 했는지 모를일이다
아버지는 절대 싫다는 말을 하지 않으신다
그냥 다 좋다고만 자식들에게 말씀하신다
자식이 불편할까봐 그러시겠지.
요양원에서는 제일 행복한 노인네라고 우리 아버지가 소문났단다
늘 자식들이 번갈아가며 시간이 나는데로 아버지께 찾아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요양원에 있지만 자식들이 찾아오는 이가 별로 없다고 했다
늘 사람이 그리워 죽을 지경이란다
그래도 자식인 나나 남편은 늘 아버지께 미안하다
요양원을 뒤로하고 올 때면 늘 마음 한귀퉁이에서 눈물이 난다
남편과 집으로 오던길.
동생댁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두천을 빠져 나가고 있는데 아버지께 가고 있다는 전화다
" 지금 아버지랑 굴밥 먹고 요양원에 모셔다 드리고 우리는 출발했다"
" 형님! 그럼 전화 좀 하지 그랬어요?"
" 함께 갔으면 좋았을 텐데"
" 그러게"
" 잘 갔다와"
얼마전 동생에게서 섭섭한 마음이 있어 대답도 시큰둥하게 했다
내가 못나서 내가 원인인 줄 알지만
그래도 동생에게 섭섭한 마음 깡그리 잊었다고는 말 할 수 없고
잊어야지 하며 독백했고 잊은 줄 알았는데 동생댁 전화 받으니 울컥 했다
하지만 늘 동생부부에게 고마운 마음은 많다
아버지 생각하는 동생부부의 마음을 알기에.
우리아버지 특별히 사랑하는 막내아들을 보고 행복해 하는 마음
너무도 잘 알기에.
2011년 11월 2일 수희.
첫댓글 저는 시가 친정 양쪽 부모님 모두 생존 해 계시기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생각하며 지내지만
어느 한 켠으로는 궂은일 한꺼번에 닥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도 있답니다.
비록 요양원에 몸을 의탁하고 계시지만
자주 들여다 봐 주는 자식들이 있어 행복하실 거에요...
님의 가정에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감사합니다...
늘 홀로계신 아버지께 죄가 많습니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그렇게 합니다....
울남편 늘 아버지에 대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하지요
자주 찾아가 뵈어야 하지요.....
민들레님 부모가 늘~곁에 계시는 줄만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얼마전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시고서야 알았답니다
짧은 병원생활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람에 후회만 남네요
느낌이 있어 그리웁고 생각이 있어 보고픈건 긴 이별이 말해주더군요
요영원에 계신 아버지 한번이라도 더 칮아뵙고
많은 담소 나누세요.
예 늘 그래야하지요
그런데 사람인지라 쉽게 잘 되지 않더라구요...
제가 싸가지가 없어서 그런가봅니다....
그래도 늘 시간을 내려고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비은님!
누구나 세월가면 그리되겠지요. !
님에글을보며 남의일이 아닌듯해 맘이 짜~안 합니다.
예 저도 부모님 건강했을 때는 남의 일인줄 알았습니다
그런게 그것이 아니더라구요....
참 걱정입니다....
민들레님 연세들어가신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짠해요
잘해야지 하면서도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자주 찾아뵙는 것이 최고일 것 같아요 화이팅해요..
예 자주 찾아 뵈어야지요
그래도 요즘은 아버지가 집에 가자고 않으셔서
고맙기는 해도 그속이 어떨까 생각하면 아립니다....
아마 아버지 살아생전에는 많은 아픔을 안고 살겠지요....
세월 탓인지.. 부모님을 직접 모시기가 어려운 시절이 되었나 봅니다.
더구나 친정 부모님은 더 하겠지요.
저는 제 대명처럼 셋째 아들인데~ 제 부모님은 제 손에서 두분 다 돌아가셨답니다.
민들레님의 지금 심정을 알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후에는 잘못했던것만 생각납니다.
힘내시고 민들레님 생각대로 최선을 다 하세요. 화팅입니다...
부모님은 사랑이 많은 아들을 두셨군요
아마 그 또한 아들복이 있어서 그랬을것입니다
울아버지 아들이 없는것도 아닌데 처지가 그렇더라구요....
그래도 큰딸이 모셨는데 큰언니도 늙고 힘들어 어쩔수 없이 그렇게 되었지요....
아프지요 많이 아픔니다....
언젠가 우리도 그곳으로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9988234가 소망이죠 ....먼훗날 자화상입니다.
살아계실때 한번이라도 더 찿아뵙는것이 자식의 도리입니다 그죠 ..늘 해피하세요
맞습니다
2~30년 후 아마 저의 자화상인지도 모르죠...
저도 친정 엄마를 요양원에 모셔 두고 가슴 아팠던 시간이 있었지요...그러나 전 제가 친정 엄마를 모시지 못하면 올케에게 조금이라도 섭섭한 마음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우리 친정은 늘 화기애애 했답니다...자주 들여다 보는 그 마음이면 요즘 세상에는 효도입니다....ㅎㅎㅎ민들레님!! 잘하셨어요...
세상이 그런다고 함께 휩쓸리는것도 죄인것 같아요
올케들와 골이 깊게 패였지요
그래요 섭섭한 마음을 가져서는 않되겠지요....
부럽습니다~
아버지 살아 계시니 못다한 효도도 할 수 있고...........
안계시면 안계셔서 그리워하고
오랜세월 사시면 나름대로 갈등속에 살고
세상살이 어렵습니다....
난 80을앞둔 노친입니다.어머니가 작년에 97세로 가셨어요80을넘은 며느리와 사시다가 병나셔서요양원에 모시기로 상의했는데 가시기가 싫으셧든지 8일만에가시더군요 .잡을수 없는게 저승길이지요 .부모님살아실제 효도하세요..아ㅏㅏ주ㅜㅜ쉬운게 효도입니다 .따뜻한 눈길 따뜻한 말한마디 진심어린 사랑으로 안아주고 따스한 정으로손한번 잡고어머니의눈을 한번 보세요..부모님 최고의 기쁨을 보실겁니다~~~효도쉽지요?선배로서 님들에게***귀뜸***후회남을까봐,,,,,,,,,,효도는절대 물질로만 하는게 아닙니다.
맞습니다
따뜻한 사랑이 최고이지요....
아이고 정말 멋쟁이십니다 방울새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