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군 병영문화 개선 합동위원회 활동이 종료되었다. 오늘 해단식을 하면서 누군가 108일 간의 활동을 지칭하며 “108번뇌를 잘 새기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제껏 군이 개혁의지가 부족하다고 두들겨 패는 걸 많이 보았지만 사실 군 개혁을 가로막은 것은 항상 정치권이었다.
예를 들면 2019년에 군 병사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허용했다. 군 내부 설문조사에서 병사의 95%가 찬성했다. 그 때 “군사 기밀이 김정은에게 다 샌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한 정치인은 지금도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고, 이를 대문짝하게 보도한 언론은 <조선일보>다. 휴대폰이 허용되고 외출과 외박이 자유화되고, 병사 봉급이 300% 인상되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시행되자 병영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폭행 등 군 강력사건이 40% 이상 감소했고, 자살자는 절반 더 넘게 감소했고, 소위 ‘관심병사’로 분류된 군 부적응자가 입소하는 그린 캠프 입소자는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병영에 활기가 넘치고 군 복무의 생산성이 높아졌다. 지휘관들의 부담도 줄었다. 모두 ‘안보’를 입에 달고 다니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거나 꺼리던 일들이다. 누구라고는 내가 구체적으로 지목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우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얼빠진 주장을 하는 국회의원 중에 군대를 제대로 갔다 온 의원이 왜 이렇게 찾아보기 어려운지 모르겠다. 참으로 가소로운 행태다. 얼마 전 만난 한 사단장은 “군사기밀 새는 휴대폰은 바로 내 핸드폰이지 왜 병사의 핸드폰이냐”라고 반문하며 일과 후에만 휴대폰을 허용하는 지금의 방침을 “일과 중에도 허용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게 일선 지휘관의 목소리다.
그 뿐인가. 9월에 전방 1사단이 기존에 축협, 수협, 농협이 지정하는 조합과 단체 수의계약으로 구매하던 식재료를 경쟁 입찰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군 급식의 맛이 좋아지니까 사비에서 지출하던 월 15만원에 달하던 간식 비용이 절감되었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도 줄고, 하루 11시간 노동하던 취사병이 계란도 부쳐주고 야채도 썰어서 납품받으니까 중노동에서 해방되었다. 개혁의 만족도는 100%다. 식단 편성도 창의적으로 이루어지고, 군 식당도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모할 준비를 갖추니까 장병들은 “군 생활이 행복해 졌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먹지도 않고 내다버리던 자장, 카레, 비린내 나는 고등어, 꽁치, 비계 덩어리, 지역 특산물이라고 덮어놓고 납품받고 전량 내다버리던 가지와 오이도 사라지고 필요한 만큼 필요한 식재료를 필요한 시기에 납품받고 있다. 군 급식 예산을 한 푼도 증액시키지 않고 방식만 바꿔서 이룬 성과다.
그런데 이런 개혁을 국회 농해수위가 가로막고 있다. 수의계약을 경쟁으로 조달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농협, 축협, 수협의 로비를 받은 국회의원들이 노골적으로 경쟁조달을 반대하고 나섰고, 급기야는 국방 차관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협박했다. 그런 국회의원 중에는 군 복무를 40년 가까이 한 의원도 있다. 이 의원들은 자기 자식에게는 절대 그런 짓을 안 하면서 오직 군 병사들에게는 안 먹는 식재료를 목구멍으로 쑤셔 넣을 작정이다. 결국 이들 때문에 50년 수의계약의 폐단을 청산하려는 개혁이 절반만 이루어졌다. 앞으로 군의 부실급식 문제가 발생하면 이는 오로지 그 국회의원들 덕분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그 배후에는 50년 간 특혜를 누려온 세력이 있다. 이들 덕분에 1사단의 시범 사업은 무력화되고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야 한다.
병사들을 그만 뜯어 먹으시라. 하루 1만원 급식비로 버티는 군 장병을 기어이 수탈하는 이 세력들이 국가안보를 말아먹는 세력이 아닌가. 북한군보다 더 무서운 내부의 적들이다.
뭔가 거창하고, 신문 1면에 보도될 만 한 건 개혁이 아니다. 눈여겨보지 않은 작은 개혁 하나가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걸 보라. 오직 그 걸림돌은 기득권자들과 로비에 취약한 정치인들이었다. 내가 108일 간 국방부 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본 풍경이다.
절반의 개혁. 누가 개혁의 적들인지 분명히 보라.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첫댓글 습기가 있는곳에 곰팡이
돈이 흐르는 곳에. 부정부패
혁명보다 어려운 개혁이라네요.
@디아스포라 명언이지요,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사평역에서 그 와중에 조금씩 좋아지고
문통의 개혁방식이 조금은 이해됩니다
가장 민주적이죠
흡 근데
제대로 안해도 후환이 없는. 듯 한 게 한계인듯
(후환이 걱정되어서 알아서. 기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위원회를 만들어서 개선하라해도 겁없이 버티는 군 관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