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유권자가 국회의원 후보를 보면 짜증이 나고, 대통령 후보를 보면 열을 받게 된다. 찌질한 후보가 하나 떨어지면, 그 창귀가 이인제가 돼 극우 찌라시의 정치면에 붙어산다. 이인제가 TV에 나가 박정희 코스프레를 하면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어이가 없어 웃는다. 두 번째로 후보가 떨어지면 그 창귀가 허경영이 돼 일반 찌라시의 사회면에 붙어산다. 허경영은 하는 일 없이 선거 때 마다 나와 바이칼호와 연해주 핵기지 타령을 하는데 불쌍해서 찍어주는 유권자가 의외로 많다. 세 번째로 후보가 떨어지면, 그 창귀가 김길수가 돼 일요신문에나 붙어산다. 김길수는 불심으로 대동단결 구호를 외쳐 사회당 보다 더 많은 표를 얻는다.
하루는 유권자가 신문을 펼치고 창귀들에게 분부를 내렸다.
"노무현도 임기가 끝나가니 누구를 찍을꼬?"
김길수는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아까 점을 쳐 보았더니 진보도 아니고 개혁도 아닌, 극우 보수 비슷한 놈이 나왔습니다. 삽질을 좋아하고, 기도하기를 즐기는 놈이었습니다."
허경영은 이렇게 말하였다.
"동문(東門)에 찍을 것이 있는데, 이름은 정동영 이라고 합니다. 그는 젊어서부터 TV에 나와 얼굴이 반반하고 말발이 좋습니다. 서문에도 찍을 것이 있는데, 이름은 박근혜라고 합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공주처럼 자라 고상하고 향기롭습니다. 이 두 가지 가운데 골라서 찍으시지요."
유권자가 수염을 거스르고 얼굴빛을 붉히면서 말하였다.
"정동영은 딴따라다. 쇼맨십만 강해 얼굴을 팔고 다니니 표 깎아 먹기가 좋다. 박근혜는 아비가 독재자다. 그래서 뭇 사람들의 노여움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금잠(金蠶)으로 화하였으니, 찝찝해서 찍을 수가 없다."
그러자 이인제가 이렇게 말하였다.
"저 고급주택에 어떤 후보가 있는데, 인자한 염통과 의로운 쓸개를 지녔습니다. 입으로는 운하를 파자는 말을 외우며 마음속으로는 전국의 아파트 가격을 통달했으니, 그의 이름은 이명박이라고 합니다. 추진력이 강하고 뚝심이 있으니 가히 찍을 만합니다."
유권자가 눈썹을 치켜세우고 침을 흘리다가, 하늘을 쳐다보고 웃으면서
"짐이 더 듣고 싶으니 어떠하냐?"
하였다. 창귀들이 다투어서 유권자에게 추천하였다.
"우리나라 경제는 대기업들이 이끌었는데 이명박은 그중 현대에서 이름을 떨쳤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장을 하면서 여러 치적을 남겼으니 행정가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니 여러 후보 가운데 이것보다 더 찍을만한 것은 없습니다."
유권자가 이 말을 듣고는 문득 걱정스럽게 얼굴빛이 달라지면서 반갑지 않은 말투로 말하였다.
"현대는 천민자본주의의 상징이니 그 배경이 잡될 것이야. 서울 시장을 하면서 교통체계를 개편하고 청계천을 복원했다고 자랑하는데 남에게 과시하기를 즐기니 인간됨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공약이라고는 운하 파자는 것 밖에 없으니 그 창의력이 의심스럽다. 그러니 그런 후보를 찍었다가는 전국이 공사판이 되지 않겠느냐?"
한국 땅의 중심부에 한 정치가가 살고 있었으니, 이명박이라고 불렸다. 젊어서 현대에서 이름을 떨치고 서울 시장이 되어 정치가로도 입지를 마련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사모하였다.
그 땅에는 아름다운 청춘 과부가 살았는데, 여론(輿論)이라고 이름하였다. 여론은 이렇게 수절 잘 하는 과부였지만, 변덕이 죽 끓듯 하니 언론 보도에 따라 오락가락 하였다. 어느 날 밤 그 아들 다섯 놈이 “방안에서 소리가 나니 모습이 어찌 명박 선생과 아주 비슷한가? 하였다.
형제 다섯 놈이 번갈아 문틈을 들여다보았다. 여론이 명박에게
“오랫동안 선생의 덕을 연모하였습니다. 오늘밤에는 선생님께서 추진하는 공약을 듣고 싶습니다."
라고 청하였다. 이명박이 포즈를 취하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공약을 읊었다.
“경부 운하를 파면 물류비가 줄어들고 공사 예산도 많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고용 창출효과도 매우 큽니다”
다섯 아들이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선거법에 이르기를 '선거운동은 후보자의 등록부터 투표일 까지라'고 하였는데, 명박 선생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거늘 (어찌 사전 선거운동을 하겠는가)."
"내가 들으니, 요즘 안보의식이 해이해져 간첩이 늘어났다고 하던데."
"내가 들으니, '간첩중에는 성형수술을 하는 자가 많다.'고 하던데, 그 놈이 반드시 명박 선생을 흉내 낸 걸 거야."
그들이 서로 이렇게 의논하였다.
"국가 보안유공자 상금이 1억800만원이라 하던데, 우리가 저 간첩을 잡아 포상금을 받는게 어떨까?"
그래서 다섯 아이들이 한꺼번에 어머니의 방을 에워싸고 들이쳤다. 명박이 크게 놀라서 달아났는데, 남들이 혹시라도 제 얼굴을 알아볼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코트 깃을 세우고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꼭지점 댄스를 추며 뛰었다. 명박은 서울시청 광장 앞을 꼭지점 댄스를 추며 뛰어가다가, 그만 청계천에 빠졌다. 그 속에는 수질이 의심스러운 지하수가 가득 차 있었다. 간신히 붙잡고 올라와 목을 내밀고 바라보니, 이번에는 유권자가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유권자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구역질하다가, 코를 막고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며
"에이쿠, 이 후보는 구리구나."
하고 혀를 찼다. 명박 이 머리를 조아리며 앞으로 엉금엉금 기어 나와,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았다. 고개를 쳐들고 이렇게 여쭈었다.
"유권자님의 덕이야말로 참으로 지극하십니다. 대의 민주주의는 모든 정치체제 중 으뜸가는 것이니 저처럼 하토(下土)의 천한 후보는 감히 그 선택 아래 서옵니다."
유권자가 이 말을 듣고 꾸짖었다.
"앞으로 가까이 오지 말아라. 지난번에 내가 들으니 명박은 립 서비스를 잘한다고 하던데, 과연 그렇구나. 네가 평소에 거드름을 피우며 나를 업신여기더니 이제 선거철이 다가오니 낯간지럽게 아첨하는 구나. 그 말을 누가 곧이듣겠느냐?
그런데 네놈은 사방팔방을 가리지 않고 쏘다니면서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며 엉터리 공약을 남발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더구나. 심지어는 아무 근거도 없이 운하만 파면 된다고 떠드니, 이러고도 국가의 대사를 논할 수 있겠느냐? 너보다 더 개념 없고 위험한 후보가 있겠느냐?
너희들은 애국을 말하고, 국가를 논하면서 걸핏하면 정의를 떠들지만 유권자가 본다면 그놈이 그놈이다. 유권자가 아직도 투표를 하는 까닭은 찍을 놈은 없지만 참정권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하는 짓이야말로 찌질하기 짝이 없구나. 언론플레이도 오히려 모자라서 인터넷 게시판까지 알바를 풀었으니 인터넷 이용자들에 커다란 화를 끼쳤구나. 게다가 이 정도로도 그 못된 꾀를 마음껏 부리지 못한 듯하게 여긴다. 그러니 너 보다도 더 짜증나는 후보가 어디 있겠느냐?"
명박 선생이 자리를 물러나 한참 엎드렸다가 일어나 엉거주츰하더니, 두 번 절하고 머리를 거듭 조아리며 말하였다.
"한번만 더 속는 심정으로 표를 주시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히 한 표를 부탁드리옵니다."
그런 뒤에 숨을 죽이고 가만히 들어 봐도 오래도록 아무런 분부가 없으므로, 황송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다. 그래서 손을 맞잡고 머리를 조아리며 쳐다보니, 동녘이 밝았는데 유권자는 벌써 어디론지 가 버렸다. 마침 아침에 청소하러 나온 환경미화원이
"선생님, 무슨 일로 일찍이 이 벌판에서 절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명박이
"운하를 하나 더 파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질을 조사하는 중일세."
하고 말하였다.
첫댓글 재미는 있는데.....흠흠
재밌네요. 크크크크. 여기 이름도 못올라오는 자들의 짠한 마음도 느껴지는..
ㅋㅋㅋㅋ 대선철이 다가오긴 하네요.
정말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