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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그녀는 아침부터 아주머니와 한율이와 함께 셋이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다녀와서 또 먹어. 아침부터 찬 거 많이 먹으면?”
“배 아파요.”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한율이의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 한율이 배시시 웃었다.
“이제 따뜻한 물마시고 양치질 하고 나갈 준비 할까?”
“네.”
아주머니가 그녀를 흐믓하게 바라보셨다.
“아주머니.”
“네, 사모님.”
“오늘 점심은 나가서 드실래요?”
“네?”
그녀가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한율이를 보내고 두 사람은 외출을 했다. 병원 앞에 차가 멈추자 아주머니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모님..”
“앞장서세요.”
그녀는 아주머니와 함께 병실로 올라갔다. 병실문이 열리자 침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놀란 표정으로 아주머니와 그녀를 바라보았다.
“엄마..”
“수혁아.. 이 분은 엄마가 일하는 곳 안주인 되시는 분이셔.”
“안녕하세요.”
그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주머니한테 내 이야기를 많이 들었나보다..’
“반가워요.”
“별로..”
“수혁아~! 죄송해요.. 사모님..”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제가 원래 인기있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사모님..”
그의 담당 의사를 만나고나서 그들은 같이 점심을 먹었다. 잠시 마실 것을 사러 아주머니가
병실을 나가시고 두 사람만 남았다. 그녀는 고등학생이지만 건장한 남자와 단 둘이 있는 것이
불편해서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따뜻한 병실안을 환하게 만들었다.
“아줌마..”
“응?”
그녀가 몸을 돌려 창턱에 몸을 기대고 그를 바라보았다.
“구미호나 마녀인 줄 알았는데.. 좀 다르네요?”
“착하시고 정 많으신 아주머니한테 너처럼 싸가지 없는 아들이 있을 줄은 나도 몰랐네?”
그가 피식 웃었다.
“사장님한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미안해. 그 부탁은 못 들어주겠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대화가 많은 부부가 아니라서..”
그가 고개를 숙이며 피식 웃었다.
“내가.. 너 다시 수술하게 해 줄 거야.”
그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물론 그 일로 지난.. 시간에 내가 했던 잘못들이 없어지진 않겠지만.. 우리 한율이를 손자처럼 보살펴주시는 아주머니가 너무 고마워서.. 젊은 사람이 병원에만 있으면 아깝잖아.”
“사장님이랑 상의 한 거예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돈은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마련할 수 있어.”
“어떻게요?”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문 밖에서 아주머니가 손을 들어 눈물을 훔치셨다.
*************
며칠 후 그녀가 아침에 커피를 마시고 있는 그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아이스크림 값이요.”
그가 봉투는 만지지도 않고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디에서 났어?”
“그러게요. 정말 현금이 없더라고요. 카드만 많고..”
“어디에서 났냐고..”
그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기요..”
“어디에서 났냐고 물었잖아!”
그의 큰 소리에 그녀가 움찔거렸다. 막 일어나 나오던 한율이가 커다랗게 눈을 뜨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한율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나중에 이야기해요. 일어났어?”
그녀는 그를 지나쳐 한율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한율이를 품에 안았다.
“잘 잤어? 무슨 꿈 꿨어?”
한율이가 서완을 바라보다가 곧 그녀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엄마도 잘 잤어. 아침으로 뭐 먹을까?”
“빵.. 먹어도 돼요?”
“빵이랑 주스? 우유?”
“주스요..”
“그래. 아주머니.. 준비해서 같이 드세요.”
“네. 사모님.”
“그 동안 우리는 아빠 출근하시는 거 보고 인사드릴까?”
“네.”
한율이를 안고 그녀를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고개를 돌리고 조그맣게 욕을 하고는
몸을 돌려 한율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한율이를 바닥에 내려놓자 그가 무릎을 꿇고
한율이를 안았다.
“아빠 다녀올게.”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가 한율이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한율이에게 달콤한 향기가 났다.
“로션 바꿨어? 한율이한테 달콤한 향기가 나는데?”
“그래요?”
한율이가 엄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녀오세요.”
그녀가 미소 지으며 인사를 하자 그가 그녀를 바라보지 않고 “응.” 이라고 말하고는 한율이에게
미소를 지어보이고 아주머니에게 예의 인사를 하고는 구두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자.. 아침 먹으러 갈까요~?”
한율이를 안아 들은 그녀가 깡충깡충 뛰자 한율이가 까르르 웃었다. 밖으로 향하던 그가
한율이의 웃음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한 숨을 내쉬고 대문을 열고 차에 올랐다.
그녀는 한율이와 손을 잡고 유치원차를 기다리면서 길에 핀 민들레홀씨를 입김으로 불어 날렸다.
“우와~. 멀리멀리 날아가서 내년에 예쁜 꽃을 피우겠다. 그치?”
“네. 엄마. 차 왔어요.”
그녀가 한율이를 꼭 안았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 학원 문제는 아빠랑 상의를 해 볼게. 알았지?”
“네.”
“우리 아가 사랑해요~.”
“저도 엄마 사랑해요.”
“즐거운 하루~.”
“엄마도요~.”
차가 멈추고 선생님이 내리셨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부탁 드려요.”
“네, 어머니~.”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던 그녀가 몸을 돌려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
그날 밤에 그녀는 그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가 문을 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얘기 좀.. 해요.”
“좋아.”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응.”
잠시 후 그들은 주방 식탁에 마주보고 앉았다.
“할 얘기가 뭐야? 아니 그 보다 돈은 어디에서 났나?”
“뭘 좀.. 팔았어요.”
“응?”
그녀가 그의 시선을 피하자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아가들이 있었던 구두을 보관하는 방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수백켤레의 구두가 사라지고
텅 비어 있었다.
“다 팔았어?”
“5개는 남겼어요. 혹시 대외적으로 신고 나갈 일이 있을까 해서.. 지난번에 선물해 주신 구두를 제일 비싸게 팔았어요. 600에 사셨다고 하셨죠? 저는 50더 받았어요.”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걸.. 팔았다고? 왜?”
“필요 없으니까요. 나중에 제 정신으로 돌아오면 미친 짓을 했다고 할지도 모르지만요. 지금은 필요 없어요. 이 방 말이에요. 고쳐도 되요?”
“왜?”
“글세요. 남긴 구두는 신발장으로 갔으니까요. 아직 용도는 생각 안 해 봤어요.
그리고 아주머니 말인데요. 일주일에 3번만 오시라고 할까 해요. 하지만 월급 드리는 건
너무 많이 안 깎을 생각이에요. 그리고 다음 달에는 아주머니 아드님 수술할 거예요. 어떻게 생각해요?”
“뭐?”
“그리고 한율이 학원 말이에요. 영어유치원 말고 자연유치원이 있더라고요.
그 쪽으로 옮기면 안 될까요? 음악이랑 미술학원도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 유치원에서 조금씩 가르쳐 주더라고요. 그 대신 집에서..”
“잠깐! 잠깐만!”
그가 양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막았다.
“지금 무슨 소리야?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 말하는 거야?”
“네.”
“아주머니가 일주일에 세 번만 오시면 나머지 날은 당신이 집안일을 해야 해.”
“못할 것 같아요?”
“응. 그리고 한율이가 그렇게 늦게 오는 건 당신이 한율이를 감당하지 못해서였어. 자유롭게 만들어 놓고 힘들다고 다시 원래대로 한다면 상처 받는 건 한율이야. 난 반대야. 지금 하던 대로 해.”
“하지만 6살인데 저녁 6시가 넘어서 집에 온다는 건 좀.. 그럼 유치원은 그대로 하고 미술이랑 음악학원은 빼는 건 어때요?”
“이 봐.. 정신 차려. 이랬다저랬다 변덕 부리는 게 당신 특기인건 아는데.. 이건.. 이건 너무 하잖아..”
“그럼 이렇게 해요. 한율이에게도 아주머니에게도 그렇게 말 할 테니까 시범삼아 한 달만 해 보는 거예요. 어때요?”
“유치원은 그대로. 학원만 빼고.”
“네. 유치원은 그대로, 학원만 빼고요.. 아주머니도 주 3회 월급은 거의 그대로.. 금액은 알아서 하세요. 아드님 수술은..”
“돈은?”
“이거 팔았잖아요..”
“그 돈은 둬..”
“네?”
“내가 해. 그런 생각을 했다니.. 믿겨지지 않는군..”
“칭찬.. 고마워요.”
그가 인상을 찡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기요..”
“또 뭐!”
“제 방도 좀 고쳐도 되요?”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음.. 다요..”
그가 끄응 신음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저기요..”
“뭐! 또 뭐!”
“한율이 방도.. 좀 바꿔도 되요?”
“..바꿔..”
그가 한 숨을 내쉬듯 대답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방을 나왔다.
“할 말은 그게 다야?”
“음.. 일단은요.”
“저거 다 팔아서 부자 되었겠네?”
그녀가 오른손을 주먹 쥐고 입을 가리고 쿡쿡 거리며 웃었다.
“그러게요.. 부자 됐어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녀는 그를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방문을 다시 열고 텅 빈 곳을 바라보았다.
“그걸.. 거의 다 팔았다고..?”
50이나 더 받았다며 뿌듯해 하는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연기는.. 아닌 건가..? 뭐야.. 사람 머리 복잡하게..”
****
며칠 동안 집 안이 시끄러웠다. 그녀 방에 있던 고급 가구들도 현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안 입을 것 같은 모피와 가방도 거의 처분해서 현금으로 바꾸었다.
그 돈으로 그녀는 한율이와 쇼핑을 나갔다. 한율이가 좋아하는 벽지를 고르고
한율이가 자고 싶어하는 침대로 골랐다. 잠시 쉬면서 주스를 마시고 있는데
한율이의 눈을 사로 잡은 것이 있었다. 한 아이가 강아지를 안고 있는 모습이었다.
“강아지 키우고 싶어?”
한율이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왜.. 싫어?”
“아니.. 엄마가 싫어하세요.”
“음.. 집 안에서는 안 되는데 우리한테는 넓은 마당이 있잖아. 집 안으로 안 데리고 들어온다고 약속하고, 강아지 산책과 밥 먹이기를 네가 한다고 약속한다면.. 생각해 볼게. 어때?”
“좀.. 생각해 볼게요.”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멋져. 신중한 성격~. 잘 생각해 보고 말해. 엄마도 잘 생각해 볼게.”
“네.”
두 사람은 방 소품까지 다 고른 후에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들어갔다. 서완이 벌써 퇴근해서 집에 들어와 있었다.
“어? 벌써 왔어요?”
“아빠~.”
“손부터 씻고 와야지?”
“네.”
‘그냥 좀 안아주지.. 차 타고 다녔구만 더럽긴 얼마나 더럽다고..’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속으로 내 욕하지?”
“아닌데요?”
“맞군.”
“무..무슨.. 저녁은 드셨어요?”
“응. 뭐하고 온 거야?”
“쇼핑이요.”
“쇼핑?”
“네. 참. 저기요..”
그녀가 손을 씻고 나오면서 그를 불렀다. 그가 한 숨을 내쉬었다.
“그거 알아? 뭔가 부탁할 일이 있을 때 저기요.. 라고 말하는 거?”
“그래요?”
“말해 봐.”
“강아지 어때요?”
“뭐?”
그가 엄청 놀란 목소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집 안에서 키우는 건 좀.. 그렇구요. 마당이 넓으니까 한 마리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 크지 않은 강아지로요. 한율이보다는 훨씬 작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큰 개는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
“잠깐! 뭘 키워?”
“강아지요. 혹시.. 개털 알레르기 있어요?”
“아니.. 없어..”
“아! 혹시 내가 개털 알레르기 있어요?”
“없어..”
“한율이도 없어요?”
“그래.”
“그럼.. 어때요?”
“죽을 때까지 키울 자신 있어? 살아있는 생명인데 도중에 버리는 건 싫어.”
“다른 데로 이사 갈 일 없지 않아요?”
“없지.”
“키울 수 없는 곳으로 이사만 안 가면 안 버릴 것 같은데요.”
“같은 데요는 안 돼.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자고.”
“네. 한율이도 고민해 보고 말해준댔어요.”
그가 유리잔에 담긴 음료를 마시는데 향기가 그녀의 코 안으로 들어왔다.
“저기요..”
그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 또 뭐!”
“거의 매일 마시는 그건.. 뭐에요? 향기가 엄청 좋은데.. 그것도 커피에요?”
“아.. 더치커피.”
“아.. 그걸 더치커피라고 해요? 향기가 보통 커피보다 훨씬 좋은 것 같은데..”
그녀가 잔을 유심히 바라보자 그가 물었다.
“마셔볼래?”
“그래도 돼요?”
“피부에 안 좋다고 안 마시더니..”
“커피가 피부에 안 좋대요? 몰랐네.. 마셔봐야지~.”
그녀가 유리컵을 꺼내자 그가 냉장고에서 유리병을 꺼내 잔의 4의 1 정도까지 따르고 차가운 생수를 붓고 얼음을 넣어 저어주었다.
“마셔 봐.”
“네.”
그녀는 한 모금 마시고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가 허공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음~. 향기 너무 좋다.. 맛있어요.”
“그래? 그럼 종종 마셔..”
“그래도 되요?”
“그렇게 해.”
“고마워요.”
그녀는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한율이가 그녀를 불렀다.
“엄마.. 샤워 하고 싶어요.”
“응. 엄마 갈게. 이건 나중에 마셔야지~.”
그녀는 컵에 실리콘 컵 덮개를 올려서 냉장고에 넣고 한율이에게 다가가 한율이를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
‘귀엽다..’
그는 입가에 슬쩍 미소가 어렸다가 사라졌다.
“미쳤냐? 뭐가 귀여워..”
그는 벌컥벌컥 커피를 마셨다.
****
다음 날, 그녀는 인테리어가 바뀐 집 안을 아주머니와 함께 청소하고 있었다. 현관벨이 울리자 아주머니가 나가셨다.
“사모님..”
“네. 누구예요?”
“친구분들이세요.”
그녀가 걸레를 든 손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친구요..?”
“네.”
“어떤 친구들이에요?”
아주머니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미소를 지으셨다. 그녀도 한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짓고는 고무장갑을 벗었다.
“지금 저 어때요?”
“아마 깜짝 놀라실거에요..”
“다음에 오라고 할까요?”
“그렇게 할까요?”
“아니에요. 들어오라고 해 주세요.”
“네.”
잠시 후 그녀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유진아~.”
“어머, 어머.. 얘~. 너 어떻게 된 거야.. 그 꼴은 또 뭐니?”
그녀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병원에서 막 깨어나서 거울보고 손을 봤을 때만큼 충격적인 모습들의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긴 손톱으로 찻잔을 잡고 우아한 모습으로 마시고 있었다.
“미안해요.”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소식은 들었어. 해리성 기억상실증이라면서?”
그녀는 한 숨을 내쉬었다. 말을 놓아야할지 높여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고민하고 있었다.
“편하게 말해. 우릴 기억 못해도 우리가 네 친구라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
“그래~. 편하게 해..”
“응..”
“정말 전혀 기억 못해?”
“응.. 미안해.”
“전화는 왜 꺼 놓았니?”
“어떻게 풀지 몰라서 아마 베터리가 다 되어서 꺼졌나봐.”
“아줌마한테 서비스 센터 가서 풀어달라고 해.”
“응..”
“그건 그렇고.. 꼴이 왜 그래?”
“아.. 인테리어를 바꾸는 바람에..”
“그거야 사람들 시키면 되지..”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어머! 어머! 너 손이 이게 뭐야.. 확 상했네~. 손톱이 이게 뭐야..”
“어쩐지 요즘 샵에 안 나오더라?”
“응. 좀 바빴어. 손톱장식에 한율이 손등이 상처 입었거든.”
“그랬어?”
“집안 일 하기도 편하고, 한율이 목욕시키기도 좋고..”
“그래도 손톱이 그게 뭐니.. 못 사는 사람들처럼..”
“그래.. 사람 부리고 사는 우리들이 직접 집안일 할 필요가 어딨어..”
그녀는 순간 기분이 우울해졌다. 그녀들은 그녀의 신발 방에 가서는 비명을 질렀다.
“아가들이 다 어디로 간 거야?”
“팔았어..”
“왜? 아가들을 왜 팔았어?”
“너무 많아서..”
“아무리 많이 있어도 또 사고 싶은 게 구두잖아. 기억을 잃었다더니 취향까지 변한거야? 더 구질구질해 진 것 같아.”
“야.. 그만 해..”
“그래?”
“그래. 친구라면 이런 말도 해 줘야 하는 거야. 너 그런 모습으로 어느 모임에 나갈 수 있겠니?
네 남편 얼굴도 생각해 줘야지. 지금 누가 널 탑 배우였다고 생각하겠어? 집에서 밥 하는 아줌마로
밖에 안 보여~. 우리가 남편 얼굴인 거 몰라? 괜히 돈 들여 꾸미는 거 아니야.”
“그만 해.. 유진아. 미안해. 그런데 솔직히 지금 이런 모습으로 모임에는 못 나와. 집안도 그래. 너무 검소하게 꾸미면 안 돼. 우리들 삶은 보는 눈들이 많거든.”
그녀들이 돌아가고 그녀는 우울해졌다.
“사모님..”
“아주머니. 그 사람들 말도 맞는 것 같아요. 이런 모습으로 남편과 어느 모임에 갈 수 있겠어요. 그쵸? 그런데 그렇게 하면 한율이를 씻겨줄 수 없어요. 어떻게 하죠..?”
그녀가 고민하자 아주머니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모임 가시는 날은 좀 꾸미시면 돼요. 손톱도 붙이는 것도 있고.. 너무 우울해 하지 마세요.”
“우리 집에는 아무도 안 왔으면 좋겠어요. 남들 보라고 그렇게 화려한 가구위에서 불편하게 자고 싶지 않아요.”
“사모님..”
“한율이 올 때 됐죠? 제가..”
그녀는 고개를 돌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제가 나갔다 올게요.”
“죄송해요.. 부탁드려요.”
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양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손을 펼쳐 손톱을 바라보았다. 한 숨을 내쉬며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 단 거 먹고 싶다..”
문득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어디에도 단 음식이 없었다.
“엄마. 다녀왔습니다.”
“뭐 찾으세요?”
“어. 다녀왔어? 미안해. 엄마가 청소하느라 아주머니가 대신 마중 나가셨어.”
“괜찮아요.”
“손 씻고 저녁 먹을까?”
“네.”
한율이가 욕실로 들어가자 아주머니가 그녀를 바라보셨다.
“초콜릿 없어요?”
“초콜릿이요? 드시고 싶으세요?”
“네..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요..”
“잠시 기다리세요. 제가 나가서 사 올게요.”
“아니에요. 제가 나갔다 올게요.”
“길을 잘 모르시잖아요.”
“그럼 내일 먹죠. 뭐..”
“엄마.”
“그래.”
그녀는 한율이에게 갔다. 밤이 되자 초콜릿이 더욱 먹고 싶어졌다. 그녀는 지갑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살금살금 소리 나지 않게 무인 경비 시스템을 풀고 저렴하게 주고 산
운동화를 신었다. 현관문 손잡이를 잡는데 불이 켜졌다.
“뭐하는 거야?”
그녀가 놀라 뒤를 보니 서완이 서 있었다.
“깼어요?”
“안자고 있었어. 뭐하는 거냐고 물었잖아. 도둑고양이처럼 늦은 밤에 어딜 가는 거야?”
그녀가 그를 노려보았다.
“도둑고양이.. 아니거든요? 진짜.. 말을 왜 그렇게 막 해요? 아내답게 행동하면 남편답게 행동해 준다면서요. 약속은 지키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닌가 봐요..”
“미안해. 늦은 시간에 그런 차림으로 어딜 가냐고..”
“뭐 사러가요.”
“뭘 사?”
“....”
“응?”
잠시 후 거실에 앉아 있던 그녀가 현관문이 열리고 서완의 손에 들린 상자를 바라보았다.
“초콜릿 먹고 싶다니까.. 그 상자는 뭐예요?”
“뭐긴 초콜릿이지..”
“아.. 그래요?”
“살찐다고 단 거는 입에도 안대는 사람이 갑자기 웬 초콜릿?”
“그러게요. 우울하니까 갑자기 막.. 먹고 싶더라구요.”
그녀는 상자를 열어 수제초콜릿을 하나를 입에 넣었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그녀는 행복한 표정으로 다리를 동동 거린 후에 하나를 더 입에 넣고 상자를 닫았다.
“왜?”
“네?”
“더 먹지?”
“비싼 것 같은데.. 냉동실에 넣고 아껴 먹을래요.”
“또 사줄 테니까 먹어.”
“이건 얼마에요?”
“왜?”
“음...”
“돈 주려고?”
그녀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됐네요..”
그가 한숨 섞인 대답을 하며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커피를 들고 와 앉았다.
“음.. 향기 좋다..”
“마실래?”
“음..”
그가 피식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의 커피를 타서 다시 돌아왔다. 그녀가 두 손으로 유리컵을 잡고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뭘..”
“음.. 초콜릿을 먹고 나니까 커피가 더 맛있는 것 같아요. 같이 먹을까?”
그가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아 한 모금 마셨다.
“왜 우울했는데?”
“네?”
“우울해져서 초콜릿이 먹고 싶어졌다면서.. 왜 우울해졌냐고..”
“낮에 제 친구들이 왔다가 갔어요.”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들을 보니 지금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던가?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고?”
그녀는 밖의 정원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고민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묻는다면.. 그래요. 고민이 돼요. 저는 지금 모습이 좋아요.
제 손톱 때문에 한율이 아프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고 한율이 안아줄 수도 있고,
씻겨 줄 수도 있고, 옷도 함께 고르고.. 비싸고 고급스러운 가구들에 파묻혀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는데 지금은 좀 편한 것 같아요. 여전히 잠을 잘 못자긴 하지만..
외모도.. 매일 미용실에 갈 필요가 없는 지금이 좋아요. 쓸모없는 구두들을 팔아
한율이가 좋아하는 침대, 갖고 싶은 책을 사 줄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럼 뭐가 고민이야?”
그녀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런 모습으로 격식있는 자리에 갈 수는 없겠죠? 누군가 집에 찾아와 집 구경을 한다면 저의 구질구질한 가구들을 보며 흉을 보고.. 당신 일에 지장을 줄 수도..”
“잠깐만.. 지금 내 걱정을 하는 거야?”
“네.”
“왜?”
“왜.. 왜냐구요?”
“그래.. 왜?”
“난 당신의 아내니까요..”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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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은준범입니다. ^^
판타지이긴한데 kiss you와는 다르게 액션이 없어요. 그냥 편하게 읽어 주세요. 늘 그렇듯 완벽한 이야기는 아니라서요. 어라? 라고 생각되실수도 있지만 가벼운 로맨스라고 생각하고 그냥 쭉쭉 읽어 주세요.
주말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늘 개천절인데 태극기 계양하시나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첫댓글 kiss you도 넘 재밌었는데요... 해피몽도 넘 재밌어요~~~
ㅎㅎ 감사해요. kiss you 만큼 길지는 않아요. 그냥 쭉쭉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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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게 읽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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