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케이블에서 쏘우 시리즈를 한편 봤다. 1편인지 2편인지를 잘모르겠고
보는 내내 극한의 공포에 대해 생각하게한 영화였다
나도 일생에 저런 공포감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문득 12년전 이맘때가 생각났다.
웃기게 생각하시겠지만 난 음식을 앞에 두고 그런 극한의 공포감을 느꼈다
바로 "홍어"
음식이야 안먹으면 그만이라고 하시겠지만 그 자리가 처가집에 첫인사 자리였다면....
전 고향이 경상도 제 아내는 전라도 물론 둘다 어렸을때 서울로 왔다. 하지만 집안은
여전히 경상도와 전라도
첫 처가집에 인사드리는 저녁시간. 장모님이 말바우시장(?)이란 곳에서 직접 아는분
에게 공수 했다는 홍어가 놓였다
아이스박스를 개봉하는 순간 전 10 여년간 잊고 지냈던 중학교 구석진 운동장에 있던
재래식 화장실 냄새를 맡았다.
" 오 냄새가 제대로 삭았는데 .."
"오 이거 진짜 제대론데.."
여기저기서 처가집 식구들의 함성이 들렸다
그런데 막상 상위 접시에 가지런히 놓인 홍어는 때깔도 윤이나고 크기도 회를 떴다기
보단 포를 떴다고 할 정도의 크기 일단 먹음직 스럽게 보였다.
생전 첨 먹어보는 홍어 맛이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한점을 입에 넣었는데
"앗.." 그 재래식 변기에 놓였던 나프탈렌을 입안에 머금었다고나 할까
몇년간 만성비염으로 막혔던 코가 한방에 펑하고 뚫렸다
씹지도 못하고 넘기지도 못하고 입안엔 계속 침만 고이고...
"백서방 많이 먹소" 란 장모님의 한마디에 난 눈물을 머금고 넘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모님 젓가락의 홍어가 다시 내 입으로.
정말 공포였다. 난 그렇게 정신없이 나프탈렌 몇개를 삼켰다.
이때 한줄기 빛이 나에게 보였다. 아내가 국 한그릇을 내 앞에 놓았다
난 정말 눈물 나도록 국이 고마웠다. 뽀얀 생선국 같아 보였다.
숟가락 아니 국 그릇을 들고 한모금 벌컥 들이 키는데
"이건 또 뭐야.." 아까 홍어회가 나프탈렌을 입에 머금었다면 이 국 맛은
그 나프탈렌을 이빨로 잘근잘근 씹은 맛이었다.
"그게 홍어탕이야. 홍어 내장으로 끓여서 아마 시원할거야 이게 진짜배기지"
장모님의 한마디.
정말 이 결혼 무르고 싶었다. 홍어 한점에 파혼이라면 지나가는 개도 웃겟지만
난 정말 그 순간이 공포 스러웠다
한번 입댄 국 그릇을 남길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국 한그릇을 다 비웠다.
정말 눈물이 났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 쯤엔 밥상이 나가고 술상이 들었와 있었다
손위처남이 목포 압해도 에서 직접 잡아왔다는 세발낙지
" 오 이제 살았구나"
그런데 이것도 잠시 착각
장모님이 낙지 한마리를 손으로 훑으시더니 젓가락에 머리를 꿰어 둘둘 말더니
제 입으로 쑥
입안 가득한 낙지 한마리와 나의 싸움은 정말 30분 동안 이어졌다.
난 정말 음식앞에서 이렇게 나약한 내 모습을 한스러워 하며 처가집을 나왔다
지금이야 가끔 홍어가 생각나면 수산시장에 들러 한접시 사서 아내와 오붓하게
소주한잔을 기울입니다.
초등학교 아들놈이 냄새 난다고 난리를 치면 전 속으로
" 너도 임마 전라도 여자 만나봐 이 맛을 알꺼다 ㅋㅋ"
첫댓글 음 전라도 여자 만나야 홍탁 맛을 알껴 ...
ㅋㅋ 홍어 만큼은 아니지만 경상도의 생미역에 갈치속젓 쌈밥두 만만치 않던데요.. 즐거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