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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되면 먹어야하는 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낮에 먹은 한국식당은 가지 말자는 일행의 동의하에 새로운 음식을 찾아 떠난다.
인도 대표음식 중 하나라는 탄두리치킨이 그것이다.
탄두리치킨 전문점을 찾아야 하는 데 이미 해는 넘어갔고 말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암담하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떼로 보였는지 식당이 몰려있는 박물관 근처로 가니 식당을 소개하는 사람 여럿이 따라 붙는다.
어느 집 탄두리 치킨이 맛이 좋은지 알 수 없는 우리는 또 다시 점심과 같은 행운이 오기를 빌며 호객꾼들에게 탄두리 치킨만을 외치니
한 사람이 자기 명함을 주면서 어디로 가라 하는 데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를 못했다.
자기 사촌이 어쩌고저쩌고 했는데 제일 중요한 식당이름을 어렴풋이 들었다.
그래도 다시 또 묻기도 그렇고 알아들은 척 하고 걸어간다.
다른 사람이 또 따라 붙어 탄두리치킨 했더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
따라 가보니 장금이 식당이다. 간판에 한글로 탄두리치킨이라 쓰여 있긴 한데
일행 모두 고개를 젓는다. 자기 죄 아닌 죄로 두 번째 내침이다.
고개를 젓고 돌아서는데 친절한 인도사람들이 그럼 저 집은 어떠냐고 계속 말을 시킨다.
내가 힌디어를 알면 좋을 텐데 그렇다고 영어는 서로 안 되고.
그런데 소개하는 집 이름이 아까 명함 준 사람이 소개한 집하고 비슷한 것 같다.
고개를 끄덕이고 그런데 어디로 가야지 몸짓으로 말을 하니 꼬마 하나를 붙여준다.
꼬마를 쫄래쫄래 따라가니 라자카페다.
윽 여긴 인도가 아닌가! 백인들만이 정원에 앉아 담소를 나누다 우리 일행을 쳐다본다.
순간 공기가 싸해진다.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인도 꼬마는 계속 서 있고 우리는 앉아있으니 계속 시선을 붙잡아 두는 꼴이 되어버렸다.
지배인이 오더니 2층으로 테라스로 우릴 안내하는데 괜히 쫓겨 가는 기분이 든다.
꼬마는 2층까지 따라 올라와 옆에 서있다.
2층 테라스에서 보는 사원의 저녁풍경이 너무 좋아 금방 기분이 풀어진다.
손을 씻고 온 일행이 지배인이 꼬마를 빨리 보내라는 말을 전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꼬마의 속셈을 파악 못하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호객꾼에게 팁을 주지 않는 식당이니 당연 몫은 나한테 떨어진 것인데
그걸 모르고 경치에만 취해 있는 꼴이라니 10루피를 수고비로 줘서 보낸다.
한쪽에는 화덕이 있어 거기서 탄두리치킨과 란을 굽고 있다.
양을 몰라 일단 두 마리를 시키고 란과 커리를 시키는데, 일행 중 한분이
킹피셔 맥주를 시키면 안 될까요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노 프라블럼
어느 분의 여행기중 테레사 수녀 봉사단에서 봉사한 후에 마신 킹피셔 맥주를 묘사한
그 느낌을 마시고 싶어서 인도여행에서 제일 하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나.
음식이 나오기 전 손도 씻고, 그 잠깐의 틈에 일부는 라자카페 내에 있는 가게에 가서
쇼핑도 즐긴다.
우와 정말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 저 부지런함.
음식이 나왔는데 탄두리치킨은 닭 껍데기에 바르는 양념만이 조금 다를 뿐
우리네 숯불구이 바비큐와 똑 같다. 입맛이 다 달라서 그런지 평소 닭을 잘 안 먹는 나는 별론데 다들 맛나다고 한마디씩 한다.
화덕에서 굽는 란은 정말 맛났다.
씨암탉을 잡았는지 닭이 작아 치킨 한 마리하고 턴두리란을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치즈란 도 추가로 시켰다.
킹피셔 맥주는 정말 맛난 맥주다. 노란색 병과 갈색 병이 있는 데 노란색 병은 넘어감이 부드럽고 뒷맛도 달콤해 모두들 좋아한다. 갈색 병은 뒷맛에 호프의 쓴맛이 살아있다.
6시 30분부터 하는 서부사원의 빛과 소리 쇼 걱정을 했더니 친절하게도 자기가 사다 줄 테니 그 시간 동안 여유 있게 즐기라는 지배인의 친절과 함께 킹피셔 맥주는 술술 잘 넘어간다.
태양의 잔광이 스러짐에 따라 변해가는 서부사원의 실루엣을 감상하며 먹는 저녁은 행복하다.
어둠이 깊을수록 사원의 실루엣은 낯과는 확연히 다른 위엄으로 다가온다.
세세한 모든 것을 떨어내고 단지 그 전체로 말을 하니 느낌은 더욱 강렬하다.
이 분위기에 취해 일부는 쇼를 보지 말잔다.
그래도 좋았을 텐데....... 언제 여기 또 오겠으며, 이 쇼는 볼 수 있겠는가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한다.
즐겁게 먹은 식사 값이 1020루피다.
정말 고급스럽게 먹었는데 조금밖에 안 나왔다고 다들 좋아한다.
사실 점심값의 다섯 배나 되지만 모든 것은 상대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밥값의 절반 이상이 맥주 값이다.
인도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것을 혐오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술값이 비싸다.
한 병에 150루피나 하니 오후 내내 릭샤를 몬 릭샤왈라들은 맥주 한 병에 반나절을
바쳐야하는 꼴이다.
계산을 하러 가는 데 지배인이 자신에게 팁을 줄 수 없냐고 은밀히 말한다.
계산과는 별도로 말이다. 정성을 드린 서빙이 좋아 50루피를 따로 준다.
빛과 소리 쇼는 찬델라 왕조의 흥성과 카주라호 서부사원의 건설, 그리고 멸망, 세상에서 잊혀짐 그리고 재발견까지를 내레이션에 맞춰 사원을 빛으로 수놓는 쇼다.
모두 영어로 진행되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거의 없는데, 바리톤 음색을 가진
아나운서가 외치는
카주라호 카주라호는 뉴델리역의 짜잔 처럼 울림으로 남는다.
색색 조명이 비추는 밤의 사원은 생각만큼 환상적이진 않다. 잘 들리지 않는 영어도 그렇고.
착시였는지 조명을 받은 사원이 신상의 얼굴처럼 보여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다들 아까 라자카페 발코니에서 맥주나 마시며 볼 껄 그랬다고 한마디 한다.
여섯 명이면 1200루피나 되는데.
카주라호를 떠나기 위해 호텔로 모여 마지막 짐을 꾸리고 관광버스에 오른다.
관광버스는 모두 흰색인데 운전석과 승객석이 유리벽과 문으로 구분되어 있다.
맨 뒷좌석은 다른 좌석보다 넓어 신발 벗고 양반다리로 앉기에 딱 좋다.
바쁜 하루였지만 여유 있게 돌아보아서 그런지 다들 생기가 넘친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가사를 다 끄집어 내 노래를 부르면서 달린다.
인도 사람들이 그렇게 혐오한다는 술도 한잔 하면서.......
그런데 차안에서 술 마시기는 역시 한국이 최고다.
울퉁불퉁 노면 상태에 술잔도 춤추고 몸도 덩달아 천정까지 솟구친다.
한 시간여의 여흥과 마신 술에 사뜨나 까진 잠에 들었나 전혀 기억이 없다.
카주라호에서 사뜨나 까진 일반 버스로는 5시간에서 6시간 정도 걸리는데 우리가 탄 관광버스는 직행이라 그런지 네 시간 못되어 도착했다.
사뜨나역의 풍경
사뜨나 역은 한마디로 난민 수용소 같다.
역전 광장은 담요를 두르고 삼삼오오 앉아있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대합실도 마찬가지라 헤치고 지나가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언뜻 집 없는 사람들로 보이는데, 밤기차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70년대 추석명절이나 구정명절에 고향 갈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에 모여 앉은 그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단지 설빔으로 차려입은 사람들과 달리 이들의 옷은 좀 남루해 보이긴 하지만.
대합실을 지나 우리가 탈 바라나시익스프레스 플랫폼으로 가니 또 다른 풍경이다.
대부분 청년들인데 커다란 가방을 하나씩 메고 있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일자리를 찾으러 떠나는 모양이다.
어느 정도 마음속에서 예상한 연착은 여기서도 어김없다.
그나마 한 시간 연착이라는데
“설마 한 시간 뿐이겠어?” 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모두들 나와 같은 마음인지 장기전에 돌입할 태세로 자리를 잡고
배낭들을 한군데로 모은다.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괜히 마음에 걸린다.
인도로 가기 전부터 도둑과 소매치기에 대해 하도 많이 들어서
어둔 곳에서 보는 인도사람은 모두 도둑놈으로 보인다.
배낭을 쌓아놓고 옹성을 쌓듯 빙 둘러 서 있는데 주변에 전화 거는 데가 있다.
순간 한국과의 시차를 착각하고 집에 전화를 건다.(한국은 새벽 3시가 넘었다.)
인도에서 전화를 걸려면 영어로 STD라고 쓰여 있는 박스나 깃발아래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이사람들이 전화기 한대씩을 놓고 영업하는데, 그 앞에 줄섰다 차례가 되면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통화가 연결된 다음부터 금액이 액정에 표시되어 마친 다음에 돈을 지불한다.
기계가 할 일을 사람이 해주니 편리하다.
이것도 인건비가 싼 인도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마눌은 뭔 일 난 줄 알고 나는 그제야 시차계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안다.
보고 싶어서 전화했다는 객쩍은 소리를 하고 얼른 끊는다.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뭔 일이람.
방송에서 기차도착을 알렸는지 플랫폼에 있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바닥에 놓여 있던 짐들을 메고 서성대는데 저 멀리서 기차가 하나 들어온다.
인구가 많아서 그런지 길이가 기차가 정말 길다. 길면 기차라는 말은 인도에 어울리는 말이다.
기차가 정차하니 그 때 부터 청년들은 차문 쪽으로 몰려드는데 어떤 문도 열리지 않는다.
기차 안을 들여다보니 좌석은 물론이고 통로까지 모두 꽉 찼다.
발 디딜 틈 없다는 말은 아니고 모두들 통로에 앉아있어, 엉덩이 붙일 틈이 없다해야겠다.
이미 앉을 자리가 없는 데 사람이 올라타면 그나마 앉아있는 통로도 서서 가야하니
어느 누구도 안에서만 열리는 기차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이곳에 내리는 손님이 있어 문이 열리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올라타려는 사람들로 아우성이다.
문을 열라고 두드리는 사람들도 열리지 않을 것을 뻔히 아는지 뒤늦게 그리로 몰려간다.
안에서는 열린 문을 닫으려하고 밖에서는 그 문으로 올라가려고 아수라장이다.
그러다 문이 닫히면 사람들은 문 열라고 두드려대다가 열린 문이 없나 우르르 떼 지어 몰려간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뭔가를 사먹으러 플랫폼에 내려올 때도 이런 형국이니
문을 이용하지 않고 창문을 열고 내린다.
그 열린 창틈으로 자신의 몸을 찔러 넣어 기필코 오르는 사람도 있지만
안에서는 또 이들을 막으려 필사적이다.
한 20여분 똑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열차는 떠난다.
저 사람들이 티켓을 끊은 사람인지 아닌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티켓을 팔고도 타는 것은 당사자에게 맡겨 놓은 것인지 문조차 열리지 않는
기차가 도무지 이해난망이다.
저럴려구 입장 시 티켓을 검표하지 않았나?
기차 내에 있는 승무원은 뭐하는 거지?
기차 문 하나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서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을 적나라하게 본다.
과연 나라면 저 유리창 안에 있는 사람들과 다를 수 있을까?
본성에 충실한 저들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지럽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기차가 떠난 뒤 좀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표정으로
돌아온 그 사람들의 얼굴이다.
과연 이 사람들이 아까 그 기차를 타고 떠나야 했을 사람들인가?
어디론가 가야할 일이나 있긴 한 건가?
기차가 떠나고 난 뒤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플랫폼은 평온하다.
삶의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몇 시간씩 죽이는데,
단지 다음 여행지로 떠나는 사람들은 그 짧은 시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짐을 둘러싸고 서서 노래를 부른다.
한두 명이 부르든 노래가 이 사람 저 사람 합류하니 점점 커진다.
갑자기 울려 퍼지는 노래 소리에 인도사람들이 몰려든다.
나는 밤에 대한 원초적 공포가 있나보다 낮에는 그렇게 친절해 보이던 사람들도
밤만 되면 모두 나를 해꼬지 할 사람으로 보이니 말이다.
여기저기서 일행을 향해 모여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좀비영화에서 건물을 에워싸고 몰려드는 그 모습 같다.
순간 겁이 버럭 난다.
내 상식으론 폭동이 나도 날 것 같은 소동 뒤에 이방인이 모여 부르는 노래 소리가 그들을 자극하지나 않을까 하는 기우다.
그들도 지겨운 일상에서 뭔가 시간을 죽이는 구경거리를 발견하고 모여들 뿐일 텐데.
그들의 운집에 이내 노래 소리는 끝나고 다시 일상 풍경으로 돌아간다.
그렇게 사뜨나의 밤은 깊어가고 기차는 미리 예고한 대로 한 시간 늦은 새벽 한시 삼십분에 들어왔다.
2007.11.26
첫댓글 청한님에 후기글이 인도에 여행에 즐거움이 새롭게 생각나내요 ..후기 다 쓰고 마지막 점검하고 있은디..친구가 와서 음악 깔아준다고 .여기저기 뛰적거리며..소스 머 그러더니만..먼 가를 쿡 누르더니 후기가 얼로 가불고 없네요.어매 열받어...다씨 쓰고 있습니다..
동추님 한글이나 워드에서 작성하시고 넘기세요...그리고 다음에도저장기능이 있으니 카페 창 위에 보시면 내가 작성하든 문서가 있습니다. 요런 말 뜨는 곳을 눌러보시면 그 글이 살아있을 겁니다.
바로 그 맛 킹피셔 와 탄두리 인도에서의 최고 만찬이 아니였나 생각됩니다. 아직도 입안에서 살살도는 탄두리 한조각과 킹피셔 한모금이......
멋진 글을 대하고 있으려니 그날이 생생히 기억이나 낡은 필름처럼 촤르륵 펼쳐 집니다. 킹피셔 맥주 우리도 시켜서 먹었지요 또 다른 후기가 점점 기다려 집니다.
맜있는거 주면 해피해하는 단순한 나눔이 젤 좋아했던 저녁이었어요^^
이렇게 하나 하나 우리조의 밤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놓친 것들을 느끼며 읽는 후기가 참 좋습니다~~...맥주는 정말 맛있었어요~~ㅎㅎ..탄두리 치킨을 못 먹어본 아쉬움~~~~ㅎㅎ
인도에서는 모놀의 놀이정신이 많이 구현되지 못했지요...사뜨나 역에서의 짧은 공연도 너무 아쉬웠구요...ㅎㅎㅎ
내일 천천히 읽을래요.
고맙게 읽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