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처럼, 날마다 푸르다 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날이 있을까?
덕분에 일상이 변함이 없고 하루 하루가 평온하다.
그러다 보니 이 좋은 햇살이 아까워 또 다시 야채 말리기에 돌입하면서 모처럼 신선이랑 함께 창고를 치우기 시작했다.

처음에 창고의 목적은 시골에 살면서 필요한 다양한 기구와 온갖 기계들을 보관하는 것이었지만
더러더러 용도와 무관하게 작업실로도 사용이 가능하여 한때는 무설재 신선이 솟대 제작 장소로 활용을 하였고
이제는 새삼스럽게 넘치는 손재주를 보존하고자 서각을 익히는 바,
이번에 대대적으로 서각을 위한 작업실로 변모시킬 량으로 창고를 정리하게 되었다.
하여 바깥으로 나오게된 기계들은 혹시 비올까 염려되어 죄다 김장용 고무 함지박으로 덮어놓았다.

안성으로 이사와 가장 먼저 사들인 영광 염전 소금도 간수를 빼기 위해 한 자리 차지하고 어느새 디섯 포대를 사용하고
다섯 포대 남앗으니 엄청 먹어댄 셈이다.

겨우 한 구석 차지하고 있을 뿐인데 어찌 그리도 구박이 심하던지 우리네 먹을 거리.

밑에 얌전히 자리 차지하고 있던 것들은 죄다 새로 정리되는 창고로 부터 밀려나와 바깥에서 대기 중이고
이제 서서히 시멘트가 굳어져 본 모습을 드러내는 창고를 바라보면서 염장류들을 옮길 자리를 구상중인 신선은
다탁 만들려고 다년간 말려온 나무들을 세워 놓을 요량으로 면면을 살피며 염장류가 들어갈 자리를 선정해준다.
에효, 나 혼자 먹자고 하는 음식도 아닌데 뭔 그리 타박이 심하신지 알다가도 모르겠네.
암튼
워낙 이런 저런 관련 기구들이 많아 좁은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르다는 느낌이 없었던 까닭에 대대적인 정리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그 협소한 공간에 피해갈 수 없는 무설재 쥔장의 효소나 식초, 절임 장아찌들이 자리를 차치하고 있어서 이기도 하다는 것.
주방이나 그곁에 저장 공간이 있기는 하나 살림이란 것이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어서 시도 때도 없이
필요한 물품과 관련 먹을거리들이 다양해지는 법이라 본래 영역을 넘어 창고까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라는 말씀.
그런 까닭에 가끔은 공간 분할에 따른 티격태격이 있긴 하나 그냥 모르쇠로 일관하며 장소를 차지한 먹을거리들을
신주단지 모시듯 관리중이나 이참에 정리를 한번 더 해서 신선에게 필요한 공간을 돌려주기 위해 함께 거들었다.
** 마침 일손이 끝나갈 무렵, 4차원의 남정네들이 다시 찾아 들었다.
지난 번에 다담을 나누며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을 쏟아내며 점입가경의 4차원의 생활에 대해 듣다 보니
누구에게나 드러내지지 못한 또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기에는 날카롭지만 야리야리해 보이고 힘도 없을 것 같은데 중2 시절부터 레슬링으로 다져진 몸이요
다부지기로 말하자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배짱과 악바리 같은 깡이 재산이라 오호라 만만하게 볼 사람이 아니더라는 말씀.
그곁에 동행한 지인 또한 호락호락한 4차원이 아닌 머리와 생각이 꼼꼼한 4차원이라 역시 4차원의 세계는 아무나 진입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몸이 지배하는 세상을 누리면서 재빠르게 움직여온 사람과 정신이 몸을 지배하는 세상을 살면서 생각이 많은 사람.
과연 누가 더 4차원인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독특한 인생관으로 제 삶을 추스려가는 색다른 4차원들과 다담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또 하루가 지나간다.
*** 아침 산책이 새삼스럽게 즐겁다.
눈으로 바라보며 풍광에 빠져 계절을 느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요즘 새로운 항목을 추가시켰다.
새로 생긴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일본어 듣기에 도전하는 것.
하여 그동안 공부하였던 일본어 테잎을 다시 스마트폰에 녹음을 하여 아침마다 들으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말인데
그러다 보니 그 산책 시간이 지루하지 아니하고 힘이 들지 않더라는 것이요 한 시간 정도는 금방 휘리릭.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운동과 공부, 일석이조의 재미를 선사하고 돌아와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구상한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어떤 사람이 찾아들런지 그것이 궁금하다 싶을 무렵 친구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첫눈에 "오호라 좋은 친구가 되겠군"이었던 명상 친구이자 동갑내기 친구 이정옥과
그녀의 지인이라는 68세의 동행이 함께 찾아들겠다는 전언.
서둘러 벌려놓은 일을 정리하고 그녀를 기다리자니 걸어서 들어서는 그녀의 모습이 반갑다.
홀쭉해진 얼굴에 무슨 근심이 있나 싶었더니 웬걸,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단다.
에고, 부러운지고....여하튼 차분히 앉아 그동안 밀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제 그녀의 복잡다단한 일상이 정리된 듯하여 참으로 보기에 좋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능력도 많은 그녀였던지라 얼마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인지 하루가 어찌 돌아가는지 모를 번거로움에 시달리던 그녀가
이제 소소한 모든 것을 접고 온전히 심리상담 전문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사무실로 마련하였고 교육 시킬 선생님도 구하고 필요한 직원들도 완전체로 구성되어 다음 주에 오픈을 할 예정이란다.
먼 길을 돌아왔다.
결국 하나가 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곳을 전전하고 공부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던 바
이제는 노인 복지를 위한 대학원 진학까지 하며 나머지 인생을 복지 후생으로 전념하겟다는 포부를 지닌 그 친구.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듯하여 기꺼이 박수를 보내주었다.
가장 먼저 알리고 싶어 찾아왔다는 그녀에게 진정으로 응원을 해주었다.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는 힐난과 온갖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나서고
헤매고 되돌아서며 시행착오 겪기를 몇 번, 이제 그녀가 우뚝 설 날만 남았다.
시작은 험난하고 어려웠으나 그녀의 결실이 보이는 듯해 친구로서도 흡족하다.
와중에 필요할 때마다 조언을 구하며 흔쾌히 그 조언을 받아 들이던 친구의 마음 자락 넒음에도 고맙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으며 제 갈길을 가는 친구가 부럽기도 하다.
어쨋든 다 늦은 나이에 뭔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나 도전하였으므로 결과를 내는 것,
보기에도 좋고 박수 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참에
쥔장의 길은 어띠까지 와 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첫댓글 그 나이에 뭘 시작한다는 건 정말 박수 받아서 마땅한 용기가 필요한 일~! 하모~! 박수~!
그럼요...이제 안정권에 들어선 일상을 누리는 사람들이 더 많을 나이에 뭔가 다시 시작한다는 것,
100세 나이 시대에 걸맞는 발상인 셈.
오호 제 이야기가 있군요~ 이리 저리생각해도 늦은 나이에 뭔가에 도전하는 일은 아주바람직한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네요. 우리큰 아들 한 마디에 힘을 얻습니다. "엄마 돌아가시면 하고싶어도 못해요 열심히 하세요" 그어떤 용기의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 오늘도 젊은이의 열정을 가지고 화이팅 합니다. 쥔장님 건강하셔야 해요.
늘 진심을 을 다해 최선으로 살아내는 당신은 보배로운 친구입니다.
남의 시선이 무슨 상관?
본인이 즐겁게 해내는 것이 중요할 뿐.
서로 건강하게 잘 지내면서 또 만납시다.
대추, 정말 맛있으니 말린 대추도 차후에 부탁하겠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