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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 봉우리를 오르는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곳은 어디였나요. “2008년 마나슬루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마지막 캠프에서 밤에 출발했는데 정상 근처에서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랬다가 아침에 다시 출발했지만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고소캠프에서 하루를 더 자고, 세 번째 도전 만에 정상에 섰습니다. 하지만 내려오다가 또 바람이 심해져 고소캠프에서 또 하루를 더 머물렀습니다. 그 때 추위와 바람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고미영씨 사고 직후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고 언론에 보도된 적 있습니다.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인이 된 사람의 이야기라 조심스럽지만 확실하게 ‘연인 사이는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연인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히말라야 원정을 경험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몇 달 동안 얼굴을 맞대고 있다 보면 평생 살아온 세월을 다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2년 6개월 동안 원정을 함께 다녔으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겠습니까. 그녀의 결혼생활과 좌절, 가족 간의 갈등까지, 가족들도 모르는 그녀의 모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세상에 밝힐 수는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녀는 무척 좋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가족보다 더 가깝게 지냈던 등반파트너로서, 다른 이들이 어떤 평가를 하든지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고미영씨 매니저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이 일은 돈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소속사에 이야기했습니다. 제 사업체의 수익이 코오롱스포츠의 대표이사님 연봉보다 많을 겁니다. 그런데 등반매니저를 맡아 사업을 등한시하면 소속사에서 그에 해당하는 보수를 줄 수 있을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아예 연봉 이야기는 서로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제 자존심에 관한 문제기도 했고요. 소속사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을 수용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돈 문제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이 많더군요. 이상한 소문도 났습니다. 계약금 7억 원에, 한 봉우리 오를 때마다 1억 원씩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근거 없는 이야깁니다. 그리고 한 번 원정에 3억 원 이상을 쓴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사실 2009년에 4개봉을 끝내고 가셔브룸 1, 2봉 등반허가를 받아둔 상태였습니다. 총 6개 봉우리에 사용한 비용이 바로 그 금액입니다. 그런데 그 돈이 대한산악연맹을 통해 한꺼번에 정산되어 제 앞으로 들어오다 보니 오해를 사게 된 모양입니다. 하지만 저는 원정경비를 남겨서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혹 그렇게 알고 있는 산악인들이 계시다면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4좌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8,000m 등반은 한 번의 경험으로는 좀 부족하고, 두세 번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등반에 대한 경험도 어느 수준 쌓을 수 있고 적당한 인생 공부도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 14좌에 도전하겠다는 분들이 있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정말 많은 운이 따라줘야 하는, 목숨을 내놓고 다녀야 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약과 같이 강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히말라야 중독은 약도 없습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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