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가
이중원
(독립신문, 1896. 5.26)
[해설]
개화기 시가는 개인적인 서정을 노래하기 보다는 새로운 시대의 이념을 소개하거나 사회적 자각을 촉구하는 개화와 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창작되고 향유되었다. 이러한 유형을 대표하는 것으로 개화가사, 창가, 신체시를 들 수 있다. 개화가사는 전대에 성행하던 4음보의 가사 형식에 새로운 이념을 담은 시양식이다. 이러한 전통 형식의 계승은 바로 개화가사가 새로운 내용을 담을 새로운 형식을 마련할 이유마저 없었던 과도기적 산물이었음을 말해 준다. 이는 온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서는 낯선 새 형식보다는 낯익은 전통 형식을 통하는 것이 훨씬 더 쉽고 효율적이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러한 개화가사의 유형은 논자에 따라 1)1860~1863년 사이에 보국안민(輔國安民)의 민족주의적 성격을 담고 만들어진 동학가사. 2)『대한매일신보』의 ‘사회등(社會燈)’난에 게재된 600여 편의 사회등 가사. 3)1905년 을사보호조약 및 1907년 군대 해산을 계기로 무력 항쟁에 나선 항일 의병들이 지은 의병가사로 구분하기도 하나, 『독립신문』에 실린 애국가 계열과 『대한매일신보』의 ‘사회등’ 난에 실린 현실 비판적인 내용의 가사로 대별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뒤를 이어 나타난 것이 3음보 율격의 노래를 서양식 악곡에 맞추어 부른 창가(唱歌)로서 최남선의 「경부철도가」가 대표적 작품이다. 창가는 문명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계몽적인 내용이 주된 것으로 6·5, 7·5, 8·5조 등 다양한 율조를 취했다. 창가는 처음에는 신문명, 소년의 의기, 새로운 지식을 노래하다가 점차 개인의 서정 세계를 표현함으로써 문학성을 갖추게 되었다. 창가는 당시 학교, 교회 집회나 가정에서 불림으로써 국민 모두의 노래로 보급되었다가 나중에 유행 가요로 변하게 되었다.
이 노래는 애국, 독립의 내용과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청유형 어미와 4·4조의 리듬을 반복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앞의 「애국하는 노래」에서도 살펴본 바와 같이 개화가사가 개화와 계몽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기·승·전·결 4연 구성의 이 노래의 시적 화자는 1연에서 그간 우리 민족이 살아온 ‘사천 년’역사가 결국은 봉건적 허상 속에서 살아온 ‘꿈 속’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화자는 바야흐로 지금은 사해동포주의로 ‘만국이 회동하야/사해가 일가’를 이룬 새 세상이라는 시대 인식을 바탕으로 만백성이 무지와 몽애로부터 하루빨리 깨어날 것을 촉구한다. 그러기 위해서 화자는 2연에서 그저 ‘남의 부강 불어하’여 ‘근본 없이 회빈한’다거나 자질구레한 조목들을 마구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상하 동심’ 단결하는 것이야말로 최선임을 강조한다. 이어 3연에서는 ‘문명 개화하랴 하면/실상 일이 제일’이라는 시행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그렇게 했을 때만이 ‘범을 보고 개 그리고 / 봉을 보고 닭 그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4연에서 화자는 신문명이나 새로운 이념을 표상하는 ‘못세 고기’를 부러워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그물 매자 잡아 볼’ 것을 전 국민에게 권유한다. 화자는 이와 함께 개화 계몽의 ‘그물’을 짜는 방법이란 바로 ‘동심결’이라는 민족 대단결임을 2연에 이어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작가소개]
이중원
자세한 사항은 알려져 있지 않다.
첫댓글 기승전결 4연 구성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가을 정취 만끽하시면서
무한 건필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