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이 설익으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 떫은 것도 아니고 단 것도 아니다. 아픔도 너무 아프면 아픈 줄 모른다.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설프게 아프면 겉보기에 더 소란을 피운다. 마치 빈 수레가 더 요란한 소리를 내지르는 것 같다. 잘 익은 벼는 고개를 푹 숙이는데 빈 쭉정이가 더 꼿꼿한 자세로 하늘을 뻔뻔스럽게 바라다보고 있다. 한 일도 없이 더 생색을 낸다. 진짜 도움이 된 사람은 더 겸손해한다. 그만큼 무게가 가볍고 무거움에서 그 됨됨이가 드러난다. 얕은 물은 조금만 가물어도 금세 바닥이 드러나듯이 얄팍한 마음으로는 오래가지를 못하고 제 수다에 모든 것이 탄로 나게 된다. 마음에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각자 나름의 자존심이 있고 자기 색깔의 결이 있다. 줏대가 있어야 한다. 마음이 흔들리면 중심을 잡기 어려워 대들보가 흔들리는 것이다. 마음은 뒷걸음질이 아닌 앞으로 나아가며 건설적이어야 한다. 한눈팔다 어느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엉뚱한 곳으로 표류할 여지가 있다. 마음은 그냥 기분 좋게 하는 모양새가 아닌 실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쉽게 변할 것 같아도 나름대로 자신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책 없이 흔들리지 마라.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쉽게 정복되는 것이 아니다. 자진해서 통째로 내주는 것이 아니다. 일편단심 민들레라 한다. 오랜만에 즐거운 일이 있으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후딱 간다고 아쉬워한다. 억지로 일을 하거나 빈둥거리면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간다고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며 투덜거린다. 시계 자체는 시간의 흐름에 간여하지 않는다. 시간이 빨리 가고 더디게 가는 것은 오로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래도 내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 기본자세가 안 된 것이다.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남의 탓으로 떠넘긴다. 어찌 보면 참으로 편리한 발상이지 싶다. 회피하며 마음의 부담을 덜어보고 싶은 것으로 자신에게 낯뜨거운 배려이지 싶기도 하다. 그러나 두꺼워 얼굴은 당연한 듯이 눈 하나 깜짝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