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신모(여, 31)씨는 얼마 전 회사 워크샵으로 강원도를 다녀오다가 큰 괴로움을 겪었다. 차로 이동하는 동안 햇빛이 바로 내리쬐는 창가자리에 줄곧 앉아 있었는데, 1시간 쯤 지나서부터 피부가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2~3시간 후부터는 얼굴 전체가 벌겋게 변하고 퉁퉁 부었다. 급기야 오돌토돌한 돌기들이 얼굴 전체에 생기고 진물이 나오는 곳도 생겼다.
깜짝 놀라 도착지에 있는 병원을 급히 찾은 신씨는 ‘햇빛 알레르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급히 냉수건으로 찜질을 하고 항히스타민제 복용 후 빛이 차단된 곳에서 쉬었지만 본래 피부로 돌아오는 데는 1~2주가 걸렸다.
신씨처럼 햇빛만 쬐면 피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콜 전 독일 총리의 부인 한네로레 여사의 경우 햇빛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자살한 바 있다. 심한 햇빛 알레르기 환자는 활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기 때문에 보통 대인기피증, 우울증 등을 겪는다.
우리나라 사람은 100명 중 5명 정도가 햇빛 알레르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백인들의 경우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10명 중 1명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인에 비해 일종에 ‘햇빛 방어막’ 역할을 하는 멜라닌 색소가 더 많기 때문에 햇빛 알레르기의 유병률이 낮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도 선천적으로 햇빛에 민감한 체질을 가진 사람이 어떤 계기에 의해 햇빛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면 잠깐만 햇빛을 쬐어도 알레르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임이석 신사테마피부과 원장은 “예전처럼 바깥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고, 사무직이 늘어나면서 햇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햇빛 알레르기 환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햇빛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원인은 자외선 때문이다. 특히 자외선 A와 B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자외선들이 표피와 진피 층을 투과해 표피 바로 밑에 있는 면역세포를 자극해 일련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 먼저 표피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가려우며, 오돌토돌한 두드러기가 생기기도 하고, 심하면 진물까지 생긴다.
특히 레티놀 등의 강한 기능성 화장품을 바른 후 맞지 않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거나, 강한 향수를 뿌린 뒤 진통소염제를 바른 경우, 또는 특정 식물과 접촉한 후에 햇빛에 노출되면 햇빛 알레르기가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또 단순포진, 수두, 아토피, 홍반성 낭창 등의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햇빛알레르기가 더 잘 나타날 수 있다.
햇빛 알레르기의 증상으로 단순히 붉어지거나 두드러기가 난 경우라면 냉찜질을 해 주고 그늘에서 쉬면 증상은 곧 사라진다. 하지만 습진이나 진물, 좁쌀 모양의 발진 등이 나타난다면 빨리 병원으로 가서 조치를 받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 10일 이상 오랜 기간 동안 증상이 지속될 수 있고, 중장년층의 경우 만성 일광피부염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다.
아직 햇빛 알레르기의 근본 치료법은 없다. 김영구 연세스타피부과 원장은 “현재까지 나온 치료법은 주기적으로 광선의 노출양을 늘려 피부의 면역력을 높이는 광선치료, 스테로이드제 등의 약물을 바르거나 먹는 것 정도다. 햇빛 노출을 미리 막는 등의 예방적 조치 외에는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고 말했다.
Tip. 햇빛 알레르기 예방법
1. 자외선 차단제는 자외선 B를 막아주는 SPF지수는 50정도, 자외선 A를 차단해 주는 PA지수는 플러스 표시(+)가 세 개있는 등급(+++)을 선택해 발라야 하며, 4시간 정도마다 덧바르는 것이 좋다.
2. 자외선 차단제만으로는 햇빛에 의한 열은 차단할 수 없으므로 직물이 조밀하게 짜여진 옷을 입고, 모자나 양산을 준비해 다닌다.
3. 알레르기가 심한 경우 얼굴 전체를 감싸는 마스크 사용도 권장된다.
4. 집이나 자동차의 유리창에 자외선 차단막을 친다.
5. 항산화 효소가 풍부한 녹두나 녹차를 삶아 미지근하게 식힌 물에 목욕한다.
6. 세안제, 목욕제 등이 피부에 남지 않도록 깨끗이 헹궈내고 강한 성분의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