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빌딩의 지위는 특별하다. 흔히 입버릇처럼 저승에 가더라도 평생 굶지 않도록 해주기 위해 부모가 물려줘야 하는 항목 1순위는 생활력이나 삶의 혜안이 아닌 ‘빌딩 한 채’라는 이야기가 오간다. 소위 강남의 전통적인 부자들은 빌딩투자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경우가 많다. 덕분에 부자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서울 강남지역에 빌딩 한 채 정도는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명제가 신화처럼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빌딩투자는 몇 년 전까지 불패신화라고 할 정도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안정적인 투자처였다.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으면서도 빌딩 값은 하락하지 않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며 다소 주춤했지만 다시 장기적인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체투자로 빌딩에 눈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대출금리가 함께 낮아지며 자금조달이 용이해졌다는 점도 큰 요인이다.
황종선 알코리아에셋 대표는 “50억~100억원 사이의 중소형 빌딩 거래가 지난해 대비 10% 이상 늘었다”며 “장기적으로도 이러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기대치로 빌딩투자에 접근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호진 빌딩경영플래너 대표는 “국토부의 2002~2012년 중 업무용빌딩 수익률 지표를 보면 매매차익을 나타내는 자본수익률은 2008년 시점 11% 수준에서 최근 1%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과거처럼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는 빌딩을 운영해서 얻어지는 임차수익률이 10년 전 평균 10% 이상에서 최근 5% 수준으로 절반 넘게 둔화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 대부분의 경우 빌딩을 매입하여 되팔기만 해도 매매차익이 컸다. 특별히 매각전략이라는 것도 필요 없었기 때문에 투자 시에도 투자 빌딩을 깊이 있게 검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현재는 과거보다 수익률도 낮고, 투자에 대한 위험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빌딩투자에 더욱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황 대표는 “중소형 빌딩은 최근 금리수준과 안정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하면서도 “수익성은 사례별로 천차만별이라 심한 경우 수십억원씩 손해를 볼 수도 있어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짜 빌딩’ 고르기 위한 5가지 키워드 A씨는 2000년대 초반 양재역 인근 지상 6층짜리 연면적 1531㎡ 빌딩을 30억원에 경매로 낙찰받았다. 당시 양재역의 경우 상권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었던지라 주변사람들은 투자를 만류했지만 초역세권이라는 입지에 끌려 매입을 결심했다. 13년이 지난 현재 빌딩 시세는 150억원을 넘어섰다.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중요한 입지’.
성공적인 빌딩투자를 위한 조건으로 입지의 중요성을 입 아프게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투자 1순위였던 아파트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빌딩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파트 시세는 정부정책과 경기변동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빌딩시세는 다소 별개의 성격을 보이기 때문이다.
빌딩시세는 단기적인 경기변동보다는 입지·토지가치와 변동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인다. 같은 크기와 용적률에도 불구하고 강남 역세권의 허름한 빌딩이 지방 변두리의 번듯한 신축건물에 비해 10배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첫 번째 대지 값의 상승요인이 명확한 지역에 투자하는 것이 빌딩투자의 성공방정식이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빌딩투자 1번지는 지하철 역세권이다. 많은 투자자들 역시 이 부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높은 가격을 이유로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비역세권 중소형 빌딩의 경우는 임대수요 부족으로 월세수익이 적고 건물가치 하락도 역세권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므로 현장 확인을 통해 확실할 수익성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홍순만 신영에셋 상무는 “매물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중소형 빌딩투자에 있어 전통적인 명소라고 할 수 있는 강남 테헤란로 이면에 위치한 물건은 아직까지 유망하다”며 “특히 초보 개인자산가의 경우 지하철역에서 도보 7~8분 거리에 있는 곳을 선택해 비즈니스맨을 겨냥한 상권이 살아 있는 빌딩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도로변에 대형 건물이 들어서 있고 지하에 식당가나 상점들이 있지만 밖에 나와 점심을 먹고 쇼핑을 즐기려는 성향이 큰 까닭에 임차 대기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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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변에 자리해 옥외광고 조건을 갖춘 박찬호 빌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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