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7세대 제타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을 공개했다. 새로운 기능성과 한층 개선된 파워트레인으로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제타는 6세대 이후 더 이상 해치백 모델인 골프의 변형 모델이 아닌 독립적인 준중형 세단으로 분리 운영 중이다. 주력시장은 미국. 7세대로 변경되면서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가 추가되고 공간도 넓어지는 등 두드러지는 개선이 이뤄졌지만 판매량은 신통치 않은 상황. 여기에 코로나19와 반도체 부족이라는 악제까지 겹쳤다.
한때 폭스바겐 미국 법인을 회생시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타. 하지만 2014년 3만 1924대를 정점으로 점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2018년 7세대 등장 후 1만 5129대, 2019년 1만 726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다 2020년에는 1만 552대에 그쳤다. 토요타 코롤라나 혼다 시빅처럼 연간 판매량이 20~30만 대에 이르는 인기 모델은 고사하고 현대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그런 제타가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최신 기술이 적용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는 등 경쟁력을 재정비했다.
기존 150마력과 25.5kgf·m의 토크를 발휘했던 4기통 1.4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EA211이라는 이름의 4기통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대체됐다. 이 엔진은 160마력과 25.5kgf·m의 토크를 발휘해 기존 대비 소폭 증가된 출력을 발휘한다.
성능보다 집중적인 개선이 이뤄진 부분은 효율이다. 가장 큰 특징은 가솔린 터보 엔진이지만 밀러사이클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앳킨슨 사이클과 비슷한 개념의 밀러사이클은 흡기 밸브를 일찍 닫아 엔진의 펌핑 손실을 감소시켜 효율 향상에 이점이 있다. 최대 압축비 12.5:1까지 가능한 이 엔진은 제타에서 11.5:1의 압축비를 만든다.
실린더와 피스톤이 마찰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실린더 내부 벽은 플라즈마 스프레이 코팅이 이뤄졌다. APS 코팅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을 통해 마찰력은 감소시키고 실린더벽을 얇게 만듦으로써 열교환도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만드는 이점이 있다.
터보차저는 양산 4기통 엔진 중 최초로 VTG(variable turbine geometry) 기술이 사용된다. 엔진 속도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하는 터보차저 덕분에 130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돼 4000rpm까지 유지된다. 이는 기존 1.4 TSI 엔진 대비 35% 향상된 반응 성능이다.
연료 분사 장치는 4세대 직분사 시스템이 사용된다. 기존 200바에서 350바의 압력으로 연료를 분사시켜 성능과 효율을 높이고자 했다. 한층 개선된 무화 성능과 짧은 분사 시간, 이상적인 연소를 통한 미립자 생성 저감 등 이점을 갖는다. 이러한 다양한 신기술 덕분에 기존 1.4 TSI 엔진 대비 효율은 최고 10%까지 향상됐다. 변속기는 6단 수동변속기와 8단 자동변속기가 준비된다.
디자인은 부분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전면부 그릴은 기존의 가로줄 형태가 한층 굵고 단순해진 형태로 변경됐다. 하단 범퍼 디자인도 간결하게 정리됐다. 공기흡입구 디자인이 좌우로 연결된 것이 특징. LED 헤드램프는 기본 사양으로 변경됐다.
측면의 윈도 프레임의 크롬 마감이 기본화됐으며, 휠 디자인도 변경됐다. 후면부는 새로운 범퍼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데, 하단에 머플러를 연상시키는 금속 장식이 새롭게 추가됐다.
실내 구성은 동일하다. 최대 10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탑재되며, 폭스바겐의 최신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착된다. 인조가죽 스티어링 휠, 앞좌석 통풍시트와 뒷좌석 열선시트, 오토 에어컨, 선루프, 비츠오디오(BeatsAudio) 시스템, 10가지 색상 선택이 가능한 앰비언트 라이트 등 좋은 구성은 그대로 유지했다.
ADAS 경쟁력도 높다. 보행자까지 인식 가능한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차선이탈 경고 및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 기능을 지원하는 트레블 어시스트(Travel Assist), 오토 하이빔 등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다.
제타의 고성능 모델인 제타 GLI는 4기통 2.0리터 터보 사양인 EA888 엔진이 탑재된다. 228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발휘하며 6단 수동변속기 혹은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트렁크 달린 골프 GTI’라는 별명답게 달리기 성능 강화를 위한 튜닝도 이뤄졌다. 일반 제타의 후륜 토션빔 서스펜션 대신 멀티링크 서스펜션으로 교체했으며, 토크 벡터링 시스템인 XDS, 댐핑 컨트롤 시스템인 DCC, 전자제어 토크 감지 슬립 제한 디퍼렌셜인 VAQ 등 달리기 성능을 위한 다양한 기능들이 탑재된다.
디자인도 한층 스포티하게 꾸며진다. 전면부에는 골프 GTI를 연상시키는 붉은색 가로줄 장식이 그릴에 적용되며, 그릴과 범퍼의 공기흡입구도 6각형 형태로 멋을 냈다.
휠을 비롯해 그릴, 사이드미러, 윈도 프레임, 차체 하단의 프런트 스커트와 사이드 스퍼트 등은 모두 블랙 컬러로 통일돼 스포티한 이미지가 강조된다.
제타 GLI는 실내도 스포티한 모습으로 변경된다. 새로운 디자인과 버튼 배치가 이뤄진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며, 하단에 레드 컬러와 ‘GLI’ 배지도 추가된다. 디스플레이 계기판은 10인치 사양과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기본 사양이다. 이외에 스포츠 페달, 붉은색의 박음질 장식 등으로 한층 스포티한 분위기를 만든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한 폭스바겐의 7세대 신형 제타는 2021년 4분기 미국 시장부터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