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님 영전에 바침
배경음악: Koen De Wolf - Asian Morning [2009.05.24]
낭송 - 돌체비타
죽음에서 삶으로 - bizlink(번호 660378)
왜 이러십니까......
어찌 이리도 모질게 팽개치고 가십니까......
무에 그리 참을 수 없어
우리 져야 할 짐 모두 챙겨 가버리십니까......
도덕이 뿌리째 흔들리는 이 패악(悖惡)의 와중에,
민초 송두리째 뽑혀나가는 여기 이 득세(得勢)의 시절에,
님마저 가시고 없는 이 박모(薄暮)의 어둠,
어찌 감당할까요......
나는 죽이지 않았다 하며 '비열(卑劣)의 후손'을 자처하는 이,
법의 비장한 잣대를 도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들이댄 오만한 이,
밝혀지지 않은 일을 사실처럼 읊조리며 더러운 '삶의 사리(私利)'에 기꺼워한 이,
그리고 저 가슴 깊은 절망의 나락, 님의 아픔에 처절하리만치 무심했던 우리,
이 모든 이, 님의 사신 길에 비소 같은 죽음의 국화 송이를 하나둘 깔았던지라,
이 통분의 죄, 무엇으로 씻어내라 하십니까......
가실 걸음에 놓아드릴 원통한 숨 한 자락 미처 준비 못한 이 살벌한 때,
살만 한 배웅 마다시고 이렇게 은자(隱者)처럼 가십니까......
왜 이러십니까......
도둑처럼 목숨의 뒤안길을 숨어 지낸 이, 무어라 할까요......
민주로 줄곧 향하시던 그 당찬 걸음,
정의에 앞서 내딛던 그 외로운 디딤돌,
이제 어느 흑암에서 또 디디려 하십니까......
우리 함께 이뤄내야 할 여정은 여기 마음껏 두고,
도대체 어느 어두운 곳으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아직 가야할 길 너무도 아득한 이 암흑천지에,
감긴 억장 봇물처럼 무너지는 우리를 두고,
대체 어찌 이다지도 모질게 홀로 가버리십니까......
왜 이러시느냔 말입니다......
이제 어쩔 수 없어 님을 보내는 드리오나,
우리 마음에서조차 님을 사시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렇게 무도(無道)한 시절에, 님을 더는 사시게 하지 않겠습니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이 '참담(慘憺)의 구렁'에,
님은 오히려 가시고 없으셔야 합니다.
죽으소서.
진정 우리로부터 죽으소서.
하여, 님께서 사셨던 길,
곧 민초를 하늘로 여겼던 길,
그리고 그 민초를 아들, 딸처럼 여겼던 길로
우리 남겨진 이들, 다시금 죽기를 각오하고 접어들게 하소서.
님의 죽음에서 '결코 죽을 수 없는 민주(民主)'를 보게 하시고,
그 길에 대한(大韓)의 찬란한 삶 또한 있을 것임을 알게 하소서.
님이여,
덕(德)이 사라져 엄동설한(嚴冬雪寒) 이토록 매서운 때에,
진정 우리 안에서 피 토하시고 또 죽으소서.
님의 죽음 품고 우리 가리니,
님의 주검 들고 우리 님의 길을 새삼 되밟아 나가리니,
대신 가는 이 더딘 민초의 버거운 길에 님의 회한 뿌리소서.
얽힌 올마다 풀어헤쳐 낱낱이 깔아주소서.
그래서
마침내 민주의 여정이 끝나는 날,
경세제민의 드높은 기치 들어 올리는 날,
민초의 삶 흐드러지게 피어오르는 그 따뜻한 날에,
이 땅 대한에서
다시
벽두(劈頭)처럼
깨어나소서.
결단코 죽지 않을 민초(民草)의 씨앗으로,
대한민국(大韓民國) 찬연한 역사의 듬직한 어른으로
흔쾌히
다시 사소서.
그리하여
정녕 영원의 이름이 되소서.
대통령님께서 두고 가신 사랑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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