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회사에서 결제서류를 바라보다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의 집에는 곳곳에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사용방법을 모르는 제품들 근처에, 주방에는 수많은 주방기구들의 사용법들과 간단한 요리 정보들이
적힌 메모지들이 붙어 있었다.
“사장님.. 기분 좋은 일 있으십니까?”
“뭐..”
“사장님.”
한실장이 초대장을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서완이 초대장을 펼치고 내용을 읽어보았다.
“선상파티에는 사모님과 함께 참석하실 예정이십니까?”
“음... 아니. 나 혼자 가도록 하지.”
“하지만 부부동반이라서.. 그리고 교통사고 소식이후로 다들 사모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요. 참석하시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여자랑 파티에 갔다가 무슨 사고라도 생기면 더 말들이 많아지지 않겠어? 그냥 나 혼자 가는 걸로 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날 저녁 그가 집에 들어가자 유진이 손을 뒤로 숨겨 잡은 채로 그를 맞았다.
“오셨어요?”
“한율이는?”
“자요. 저녁은요?”
“먹었어.”
“네.”
그가 2층으로 올라가려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먹었어?”
“네. 한율이랑 먹었어요.”
“아주머니 안 오시는 날인데.. 어떻게 먹었어?”
“그냥.. 잘 만들어서 먹었어요.”
그녀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다쳤어?”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손.”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의 오른 손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강아지 다루듯 하지 마세요.”
“손.”
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별로 안 다쳤어요.”
그가 한 숨을 내쉬며 한 걸음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수록 그녀는 뒤로 한 걸음, 한 걸음 물러났다.
“손.. 칼에 베었나?”
“아니요.”
“그럼?”
“있잖아요.. 저는 제가 요리를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마음과는 다르게 요리를.. 못 하네요..”
“그래서.. 오늘 도전한 요리는?”
“낮에 장을 보러갔는데 오징어가 너무 싱싱한 거예요..”
“오징어?”
“네..”
“볶음?”
“튀.. 튀김요..”
“튀김? 기름이 튀었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의 팔을 잡아 앞으로 당겼다. 양 팔에 불대를 감고 있었다. 왼팔은 잘 감아졌지만 오른 팔은 엉성하게 감겨져 있었다. 그녀가 팔을 빼려고 힘을 주었다.
“제대로 화상거즈 붙이고 붕대 감았어요.”
그가 붕대를 풀려고 손을 대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괜찮아요.”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험악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어.”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붕대를 풀고 거즈를 떼어내자 붉어진 상처가 드러났다. 다른 팔은 조금 더 심했다.
“병원 가자.”
“한율이 혼자 두고 어떻게요..”
“한율이는 안 다쳤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이런 모양으로 데었지?”
“한율이가 궁금하다면서.. 자기도 넣어 본다고.. 한율이한테 튈 것 같아서..”
“당신이 몸으로 막았어?”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턱 아래를 잡고 들어올렸다.
“얼굴은..”
“고개를 돌려서요.. 괜찮아요.”
그가 턱에 힘을 주고 그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정말.. 당신 맞아? 같은 모습인데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당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걱정끼쳐서.. 미안해요.”
그가 그녀의 턱을 슬쩍 엄지로 쓸자 그녀는 온 몸이 긴장을 하는 듯 하고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이런 작은 스킨쉽에 얼굴을 붉히는 당신을.. 정말 오랜만에 본다.. 지금.. 연기하는 거야?”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슬프게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덩치만 크고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이는 그를 순간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잠깐 기다려..”
그가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빼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다. 기름에 화상을 입었어... 응.. 양쪽 팔에.. 오른 쪽 팔은 조금 더 심하고.. 응.. 응.. 응? 잠깐만..”
그가 그녀의 팔을 살짝 건드리자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에 그녀가 움찔했다.
“아파해.. 응.. 그래. 얼른 와라.”
그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차가운 물을 틀어 그녀의 팔을 갖다 댔다.
“차가워요..”
“그렇게 하고 있어. 연우가 금방 올 거야. 난 옷 좀 갈아입고 올게.”
그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한 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연우가 와서 그녀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붕대도 감아주었다.
“다행히 심하지는 않네요. 내일 병원에 소독도 하시고 약도 받으러 오세요.”
“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연우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완을 바라보다가 그의 어깨를 손으로 토닥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서완이 연우가 차에 타는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맙다.”
“뭘.. 유진씨랑 사이 좋아 보인다?”
“좋기는..”
“다른 사람 같지?”
서완이 조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은 내가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심난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나중일은 생각하지 말고.. 지금 장단에 맞춰.. 간다. 내일 유진씨 병원으로 보내고..”
“그래. 조심해서 가라. 신세는 갚으마.”
“별 소릴 다한다..”
연우가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잠시 후 서완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뒷정리를 마친 유진이 들어오는 그를 바라보았다.
“아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요리학원 다녀야 할까 봐요.”
“나중에.. 위험한 요리는 당분간 피하고. 내일은 병원에 꼭 가도록 해.”
“네.. 그럼.. 주무세요.”
그녀가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가자 그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 정말 변한건가..”
이불 속으로 들어간 유진은 자신을 바라보던 그의 눈동자와 그의 손길을 떠올리자 다시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눈을 감았다.
****
다음 날 그녀는 병원에 가서 소독도 하고 주사도 맞고 약도 처방받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연우와 만났다.
“잠깐 시간 괜찮아요?”
그가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옥상에 만들어진 정원 벤치에 앉았다. 연우는 커피를 마시고 그녀는 생과일주스를 마셨다.
“요즘은 어때요?”
“음.. 전혀 다룰 수 없는 가전제품이 있고, 또 알려주지 않아도 다룰 수 있는 제품이 있어요.”
“그래요?”
“네. 주로 비싸고 고급스런 제품들은 잘..”
“그건 저도 그래요. 비쌀수록 간단한 듯 하면서도 설명서를 안 보고는 작동도 못 시킨다니까요.”
그가 웃으며 말하자 그녀의 마음도 가벼워졌다.
“한율이와는.. 잘 지내세요?”
“네. 사랑스러운 아이에요. 투정을 부리지 않아서.. 그게 좀..”
“서운하세요?”
“네. 보통 아이들처럼 투정도 부리고 말썽도 부리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너무 욕심이 많은 걸까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참.. 서완씨 커트 한다고 해서 한율이랑 소풍가면서 미용실에 갔었는데.. 왠지 편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야..”
연우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요.. 제가 매일 가던 곳이에요?”
그녀의 물음에 그가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한 숨을 내쉬었다.
“왜요?”
“한심해서요. 때때로 과거가 기억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것보다 더 자주 전혀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고 전의 저는.. 너무 이상해요.”
연우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완이와는.. 잘 지내세요?”
그녀가 고개를 들어 조금 붉어진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요.. 한율이한테는 정말 다정한 사람인 것 같아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주스를 마셨다.
“잠은.. 잘 주무세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잠이 자꾸 깨서요..”
“한 가지 좋은 방법을 알려드릴까요?”
연우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
그날 저녁에 그녀가 베개를 품에 안고 아래로 내려왔다. 커피를 마시고 있던 서완이 그런 그녀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왜?”
“같이 잘까 해서..”
그가 커피에 사래를 들려 콜록 거렸다. 그녀가 다가와 그의 등을 주먹으로 콩콩 때려주었다. 그리고 물을 따라 그에게 내밀었다.
“괜찮아요?”
붉어진 얼굴로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가.. 같이.. 잔다고?”
“네.”
“왜?”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 돼요?”
“아니 뭐.. 흠.. 안 될 거야.. 없지만.. 갑자기 마음에 준비도 안 되었는데 같이 잔다고하면..”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율이가 저랑 자기 싫어할까요? 역시.. 아까 물어볼걸 그랬나..?”
“응?”
“네?”
“그러니까.. 한율이랑 같이 자려고?”
“네.”
그녀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목까지 붉어져서는 베개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뒷걸음질을 쳤다.
“아니.. 내가 서완씨랑 같이 왜 자요?”
서완이 당황스러운 듯 시선이 불안정해졌다.
“내 말이! 그러니까 말이 안 된다고! 누가 같이 잔다고 하면 그러자고 할 줄 알았나?”
“왜 화를 내요? 서완씨가 오해를 해 놓고?”
“오해를 하게 만들었잖아!”
그가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 그녀가 인상을 찡그리고 있다가 그가
그냥 두고 간 컵을 들어 씻은 후에 건조대에 올리고는 물기를 닦고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잡아
가슴에 안고 한율이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
자신의 방에 들어간 서완이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볼에 홍조가 올랐다. 성큼성큼 걸어가 침대에 앉은 그가 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진짜.. 처음부터 말을 해야지.. 사람을 당황스럽게..”
****
한율이 옆에 누운 유진은 미소를 지었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 잘 자요~.”
그녀는 한율이 옆에 누워 눈을 감으며 행복한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서완을 떠올리고는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
그녀는 아주머니에게 한율이가 좋아하는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요리를 배우기 위해 요리 학원에 다녔다.
“아주머니 오늘 청소 해야죠?”
“제가 해요. 팔도 다치시고.. 쉬세요.”
“2층은 제가 할게요. 1층은 아주머니가 해 주세요.”
“안 하셔도 된다니까요?”
“가만히 있으면 이상해서 그래요.. 아마 저는 전생에 마님은 아니었나봐요.”
“네?”
그녀는 웃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1층 청소를 시작했다. 자신의 방을
다 청소한 그녀는 그의 방문 앞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처음 들어간 그의 방은 그야말로 심플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였다.
“정리할 것도 없네.. 바닥이랑 이불 정리만 해야겠다..”
그녀는 창문을 열고 그의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책상 위를 닦다가 초대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봉투 없는 초대장을 열어 바라보았다.
“선상파티..?”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다시 제자리에 놓고 다른 곳을 닦았다. 이불을 털고 시트를 갈았다. 욕실 청소를 하러 들어 간 그녀는 깨끗이 솔로 닦았다. 청소를 다 마친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주머니.”
“네, 사모님.”
“선상파티가 뭐예요?”
“아.. 올해도 하나 보네요. 매 해 여름에 있는 행사에요. 자선파티인데요. 큰 유람선 위에서 하는 파티에요.”
“아..”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머니가 만들고 있는 전을 하나 손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맛있다.. 새우에요?”
“네. 이건 기름도 많이 안 튀면서 간단한 요리에요.”
“헤~. 이것도 해 봐야지?”
“많이 해서 냉동실에 넣어 놓을 테니까요. 당분간 요리는 하지 마세요.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세요?”
“헤..”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셨다. 그녀가 새우전을 또 집어 먹자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렇게 드시다가는 예쁜 드레스는 못 입으실지도 몰라요.”
“드레스요? 그걸 왜 입어요?”
“부부동반이세요. 사장님과 함께 가시게 되실 거예요.”
그녀가 새우전을 입에 넣고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그래요?”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어떻게 해.. 어떻게 해요..?”
며칠 후 그녀는 시어머니가 주신 명함에 적힌 주소로 찾아갔다.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외국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그가 유창한 영어로 뭐라고 말을 했다.
‘어떻게 해.. 영어로 말하는데.. 어라?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는데..? 내가.. 영어를 좀.. 했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영어로 그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에 신기해하며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
저녁에 한율이를 재우고 나면 그녀는 소파에서 서완을 기다리다가 잠이 들어 버렸다. 서완이 집에 들어와 소파에서 자고 있는 그녀를 살며시 깨웠다.
“어.. 왔어요?”
“피곤하면 들어가서 자. 왜 여기에서 있어..”
“아직 가족이 안 들어왔는데 어떻게 자요..”
“코까지 골면서 자고 있었으면서 그런다.”
“어? 코.. 안 골아요.”
“그래.. 안 곤다고 치자. 올라가서 자.”
“정말 안 골아요.”
“그렇다고 하자고..”
“그런 게 어딨어요? 안 곤다니까..”
그는 대답을 하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가고 그녀는 하품을 하며 그의 뒤를 따라 갔다.
****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녀는 더 피곤한 모습으로 그를 맞았다. 어느 날 아침 커피를 마시며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어서 주먹으로 허리를 두드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물었다.
“요즘 뭐해?”
“네?”
그녀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하냐고..”
“뭐하긴요.. 집에 있죠.”
“그런데 왜 그렇게 피곤해 해?”
“잠을 잘 못자서 그런가..?”
“엄마~. 아빠~.”
“어? 한율이 일어났다..”
그녀가 한율이에게 달려가 품에 안았다.
“잘 잤어?”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아빠도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그가 그녀에게 안겨있는 한율이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녀의 얼굴 가까이에 그의 얼굴이 오자 그녀는 흠칫 놀라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그가 현관으로 향했다.
“다녀올게.”
“네. 아빠. 다녀오세요.”
“다녀오세요.”
“응..”
그가 대답을 하고 나가자 그녀는 숨을 내쉬었다.
“엄마. 오늘 아침은 뭐예요?”
“어제 아주머니가 장조림 만들어 주셨어. 맛있겠지.”
“네.”
그녀는 하품을 하며 한율이와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
차를 타고 가던 서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실장.”
“네. 사장님.”
“사람 좀 붙여.”
“누구한테 말입니까?”
“집사람.”
“네? 네.. 알겠습니다.”
****
오늘은 그 동안 배운 것을 실전처럼 하는 날이었다. 그녀의 스승인 피에르씨와 함께 근사한 레스토랑에 앉았다.
“식사 예절부터 시작합시다.”
“네.”
그녀는 피에르씨에게 배운 대로 조심스럽게 식사를 했다.
“좋아요. 아주 잘 하셨는데요. 자신감이 너무 없어요. 틀려도 당당하게.. 등 펴고, 고개 들고. O.K.."
피에르씨가 그녀의 등에 살짝 손을 대서 바른 자세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턱 아래에 손을 가볍게 대고 그녀의 턱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가 춤 연습을 한다는 곳에 가서 배운 춤을 추었다.
“아.. 너무 힘들어요.”
“할 수 있어요. 단기간에 모든 걸 하려면 원래 힘든 법이죠. 하지만 이것만 생각해요. 이 파티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네..”
“힘차게 따라해 봐요. 이 파티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이 파티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더 크게!”
그녀는 손 발이 오글거리는 그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온 그녀는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는 것에 깜짝 놀라며 피에르와 외국식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 저 왔어요. 너무 늦었죠?”
“늦었지. 아주 많이..”
서완의 목소리에 그녀는 흠칫 놀라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는 동작을 멈추었다.
“어.. 일찍 오셨네요?”
그가 싸늘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우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저녁은 드셨어요?”
“....”
“한율이는요? 자요?”
그녀는 그를 바라보지 않고 몸을 돌려 한율이에게 가려고 걸음을 옮겼다. 그가 그녀의 가방끈을 잡았다.
“어디 갔다 와?”
“우.. 운동이요.”
“거짓말.”
“정말이에요. 운동 다녀왔어요.”
그녀는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싶어 몸을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기가막히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운동?”
“네. 운동.”
“혼자?”
“아니요? 트레이너랑 함께요.”
“트레이너랑..”
그가 비아냥거리듯 말하자 그녀는 인상을 찡그렸다.
“왜 그렇게 말해요? 정말 운동했단 말이에요.”
“변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어. 그럼 그렇지. 당신이 어디 가겠어? 운동.. 했겠지. 남자랑.. 땀도 흘려가면서..”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며 그런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다가 순간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가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내가.. 그런 더러운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뭐?”
그가 어이없다는 듯 말하더니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한 참을 웃던 그가 그녀를 싸늘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이 말하는 그 더러운 짓을.. 한 두 번 했었어야지..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몇 명인 줄 알아? 당신은.. 그런 여자야.. 자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고..”
그녀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 자신의 오른 손이 그 충격으로 아파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쌌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처음 들켰을 때도 이런 반응이었지.. 울고 때리고.. 아니라고 말하고.. 처음에는 믿었었지.
순진하게.. 하지만 당신이 또 다른 남자와 만나는 걸 알았을 때.. 포기했어. 변했는 줄 알았는데..
결국은 이거였군. 뭐.. 뒷통수치는 게 당신 특기니까.. 뭐..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나 말라고..”
그가 사진을 그녀에게 던지고는 그녀를 지나쳐 2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한율이가 자고 있는 것 같아 아랫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삼켰다.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았지만
계속 눈물이 흘러넘쳤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가 던지고 간 사진을 바라보았다. 사진 속에서
그녀는 피에르씨와 식사를 하면서 자세를 교정해 주던 모습이 찍혀 있었고, 춤연습을 마치고 땀에
젖은 모습으로 밖으로 나와 그의 볼에 예의 인사를 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 하하.. 이걸 보고.. 바람핀다고.. 하하하..”
하지만 곧 웃음이 눈물로 변했다.
‘도대체 어떤 여자야.. 이 남자 , 저 남자 만나는.. 그런 여자였어..?’
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소리를 죽이고 눈물을 흘렸다.
***********
조금 다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예전보다 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사모님.. 사장님과 무슨 일 있으셨어요?”
그녀는 단 둘이 있는 시간에 아주머니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흘렸다.
“사모님..”
그녀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제가.. 죄를 많이 지었나봐요.”
“사모님..”
“죽고 싶어요..”
“그런 말씀 마세요.”
“남편이 왜 그렇게 막 대하나.. 왜 사랑받지 못하나 섭섭하기도 하고.. 왜 결혼을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하지만 요즘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했었어요. 지난번에 오징어 튀김 기름에 다쳤을 때는 정말 걱정해
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요.. 제가 뭘 해도 믿어주지 않겠구나.. 그 정도로 형편없는 여자였었네요.
어떻게 바람을.. 남편도 있고, 한율이가 있는데.. 한율이를 나중에 커서 그런 저의 과거를 알면..
그래도 엄마라고 좋아해 줄까요? 기억이 났으면 좋겠어요. 다 기억났으면.. 아니 차라리 과거로
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 안 그렇게 살 텐데..”
“사모님..”
그녀는 아주머니의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흘렀다.
****
그 후로 그녀는 선상파티를 포기했다. 그리고 한율이에게 집중했다. 남은 시간은 한율이를 위해서만 살기로 결심했다. 서완과는 불편하지만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그가 있을 때는 방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사모님. 내일 선상파티는..”
“안 가요. 창피 안 당하고, 그 사람에게 맞는 아내 역할을 해 보려고 시작한 일인데 바람핀다고 오해나 받고.. 안 할래요. 그냥.. 한율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기회가 남아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엄마역할을 해 내려고요.”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런데요. 사모님.. 그렇게 사장님은 포기하시는 거예요?”
“우리는.. 가망이 없어요.”
“저는 희망이 있다고 보는데요.”
그녀가 고개를 들어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예전의 사모님은.. 그래요. 좋은 분은 아니셨어요. 하지만.. 외로운 분이셨죠. 화려하지만 외로운..
그런 분이셨어요. 사장님이 사모님 사고 이후로 조금 달라지신 건 저도 알아요. 아마 사모님에게
마음을 열려고 하셨다가 상황을 오해하신 것 같아요. 오해는 풀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그 사람의 독설을 또 다시 듣는다면.. 정말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지금의 사모님이라면.. 분명히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장님이 첫눈에 반하셨다고 하셨어요. 다시 반하게 하실 수 있으세요.”
그녀를 향해 아주머니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
선상파티에 참석한 서완은 근사한 정장을 입고 연우가 건네주는 음료수를 받았다.
“나야 솔로니까 그렇다 치지만 너는 왜 혼자냐? 사람들 지금 엄청 궁금해 하고 있어.”
“시끄러.. 물이 싫은데 선상파티라니.. 진짜.. 짜증난다.”
“그럴 줄 알고 내가 약 갖고 왔어. 이상하면 언제든 말만 해.”
연우가 오른 손을 들어 재킷 왼쪽 안쪽 주머니를 손으로 톡톡 건드리자 약병안에 있는 알약이 작게 흔들리는 소리
가 들렸다.
“그런데 물이 가까이에 있어서라고 하기엔 다른 뭔가 있는데?”
“믿은 내가 바보지..”
“유진씨? 왜.. 연기가 들켰어?”
“꼬리 아흔 여덟 개는 없어졌다더니.. 더 늘었어. 백여우야.. 백여우..”
연우가 서완을 바라보며 키득거리며 웃었다.
“웃겨? 그래.. 나도 남일 이었으면 웃었을 거다.. 그 새를 못 참고 딴 놈 만나기나 하고..”
연우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또?”
“그래.. 또.. 이번엔 국적을 뛰어 넘으셨다. 외국사람이야.”
“뭐? 유진씨.. 정말 왜 그러냐?”
“내가 아냐.. 그러니까 내가 바보라고..”
서완이 한 숨을 내쉬었다. 배가 출발한다는 경적소리가 밤하늘을 갈랐다. 잠시 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서완이 그 쪽을 바라보다가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왜 그러는데?”
연우가 서완이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 설마..”
“저 여자가 미쳤나..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해 보자는 거야? 다 필요 없어. 한율이한테 저런 엄마 필요 없다. 내일 당장 변호사 만나야겠다.”
“그래. 만나라. 저런 여자.. 진작에 헤어졌었어야 했어. 이해가 안 된다..”
“내 말이.. 질린다.. 정말 질려..”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그녀는 피에르씨의 팔짱을 끼우고 떨리는 호흡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겼다. 서완은 그녀와 파트너가 자신을 향해 걸음을 옮기자 턱에 힘을 주었고, 주먹을 꽉 쥐었다.
유진은 서완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온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은 재가 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마른 침을 힘겹게 삼켰다.
“안녕하세요. 연우씨..”
“글세요..”
연우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인사해요.”
“뭘 해? 제 정신이야? 지금 누구한테 누굴 소개하겠다는 거야?”
말로 사람을 해칠 수 있다면 아마 자신은 이미 산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바다에 던져 버리기 전에 구석에 쳐 박혀 있어. 내일 변호사 만나서 이야기 하도록 하지. 위자료는 섭섭지 않게 줄 테니까 한율이 양육권은 포기해.”
유진이 커다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가야..”
시어머니의 목소리에 서완과 연우 뿐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님.”
서완이 인상을 찡그리며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참석하신 줄 몰랐는데요..”
“내가 너한테 보고 해야 하니? 아가야..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인사 시켜야 하지 않겠니?”
“어머니..”
서완이 어머니를 말렸다.
“피에르씨를 소개시켜 준 사람이 나야.”
“네?”
주위 사람들도 놀란 탄성을 질렀다. 피에르씨가 그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손에 입을 맞추었다.
“교통사고 후로 기억을 잘 못하는 우리 아이가 상류사회 예절을 배우고 싶다기에 내가 소개시켜 줬다고.. 이탈리아에서 온 피에르씨는 상류사회 아가씨들을 교육시키는 일을 하시지.”
“어머니.. 감싸실 필요 없어요.”
“서완아.. 엄마를 못 믿니?”
“어머니는 믿습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가 그의 귀에 속삭였다.
“내 아들이 똑똑한 줄 알았는데.. 바보로구나.. 정말 모르겠니? 난 알겠는데..”
“네?”
“저 아이는.. 네 아내가 아니야.”
“하지만 모습은 그대로입니다.”
“이유는 모르겠다만.. 내가 알고 있는 그 아이는 아니더구나.”
사람들 중에 피에르씨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오고 어머니는 그런 사람들을 몰고 피에르씨와 다른 곳으로 가시면서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유진씨..”
연우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부부동반 파티라고 들었어요. 어머니께 받은 명함을 들고 가서 만났어요.”
그녀는 어머니께 받은 명함을 서완에게 건네었다.
“왜.. 왜 말하지 않았어?”
“말했다면.. 믿어줬겠어요? 예전의 일은.. 기억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이번은 아니라고..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 뿐이에요. 내일.. 변호사한테는 같이 가야 하는 건가요?
이혼은.. 잘 몰라서.. 위자료는 필요 없구요.. 앞으로 절대로 그런 일.. 하지 않을 테니까
한율이는 제가 키우면.. 안 될까요?”
그녀는 눈물을 꾹 참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생각해보지..”
“고마워요. 그럼.. 저는 다른 곳에 가 있을게요.”
그녀는 그와 연우에게 인사를 하고 고개를 숙이고 그들을 지나쳐갔다.
“가봐..”
“너는.. 믿냐?”
“어머님이 틀린 일에 나서시는 거 본 적 있냐? 심지어 너 외국에서 난리쳤을 때도 안 도와주셨던 분이시다. 어머니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위자료 필요 없다는 말은? 한율이를 자신이 키우겠다는 말은?”
“그 동안 너무 너를 속여서 이번에도 의심하려 들려면 끝이 없겠지. 근데 서완아..
유진씨 바람피우는 거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알았을 때도 이 정도로 화 낸 적 없어.
너.. 예전과 다른 마음이 된 거 아니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네 마음 가는대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서완은 연우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그녀가 사라진 곳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배의 뒤 갑판으로 달려간 그녀는 난간에 기대어 눈물을 손등으로 닦았다. 머리에 꽂은 붉은 꽃장식을 떼어냈다.
“잘 했어. 그래도 이번 오해는 풀었으니까..”
그녀는 훌쩍이다가 바다를 바라보다가 꽃 장식을 바다에 던졌다. 검은 바닷속으로 금세 없어진 꽃장식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도 저렇게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율이가 걸렸다.
“그래. 버텨.. 한율이를 위해서.. 할 수 있어..”
그녀는 훌쩍이며 다시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
“미안해.”
그녀는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오해해서 미안해.”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이며 가로로 저었다. 그가 천천히 다가와 그녀 앞에 섰다.
그리고 손을 들어 그녀의 턱 아래에 대고 들어 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눈물로 촉촉해진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물을 참느라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있었다.
“할 말이 있어.. 들어 줘.”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저 쪽으로 가면 안 될까? 배에서 떨어질까봐..”
그가 조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하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그가 자신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이끄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오해해서 미안해. 당신이 뭔가를 하고 있는데 숨기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상처를 줬다면.. 미안해.”
그녀가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요. 내가.. 그런 여자여서..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후.. 그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야.. 하지만.. 마지막일지도 모를 기회를 놓쳐버리고 싶지는 않아.
지금의 당신을 믿을래. 이것이 혹시 연기일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다가
지금의 당신을 오해하고, 상처주고 싶지 않아. 모르겠어. 머리로는 또 속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하고 있는데..
지금의 당신이.. 좋아.”
그의 고백에 그녀의 심장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돌아가고 싶어도 예전의 내가 어땠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걸요..? 최선을 다해서 좋은 아내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그가 떨리는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녀의 턱을 쥔 손 엄지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살짝 쓸었다.
“상처 났다..”
“안 아파요..”
그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귀에 연습할 때 들었던 연주곡이 흘렀다.
“저기요..”
“뭐가 궁금하십니까?”
“우리.. 춤 춰요.”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뭘 해?”
“그 동안 얼마나 열심히 배웠는데요. 피에르씨가 제가 춤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대요. 못 추는 춤이 없어요.”
그가 피식 웃었다.
“그래?”
“네. 그리고 그거 알아요?”
“....”
“제가 영어를 할 줄 알아요.”
그녀가 소곤거리며 말하자 그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그녀가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4 08:0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4 08:4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4 08:1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4 08:44
첫댓글 이번글도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
맑은언어님~~ 감사합니다. 내일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4 20:3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4 20:3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4 22:3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8 21:07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0.08 23:02
고마담 담으로 보고 있는데..
정말 재밌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03.13 17: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