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쭉이와 뚱뚱이 :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소동
원제 : Abbott and Costello Meet Dr. Jekyll and Mr. Hyde
1953년 미국영화
감독 : 찰스 라몬트
출연 : 버드 애보트, 루 코스텔로, 보리스 칼로프
크레이그 스티븐스, 헬렌 웨스코트, 레지날드 데니
존 디억스
버드 애보트와 루 코스텔로가 누군진 몰라도 '홀쭉이와 뚱뚱이'라는 말은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 홀쭉이와 뚱뚱이 라는 말의 원조가 바로 이 두 콤비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홀쭉이 역의 버드 애보트와 뚱뚱이 역의 루 코스텔로 두 사람은 1930년대 초반 콤비를 이루어 무대에 섰고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당시 버드 애보트는 30대 중반, 루 코스텔로는 20대 중반이었습니다. 그리고 1940년 '열대아의 밤'에 처음 같이 출연했는데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후 1년 뒤 출연한 'Buck Privates' 에서 본격적으로 홀쭉이와 뚱뚱이 캐릭터로 등장하여 폭발적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후 1950년대 중반까지 약 15년 간 두 사람이 콤비로 출연한 '홀쭉이와 뚱뚱이 시리즈'는 굉장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수치는 할리우드 최고 스타의 티켓 파워를 가늠하는 척도인 '머니 메이킹 스타' 선정에서 1941년 3위에 올랐고, 1942년에는 클라크 게이블과 게리 쿠퍼를 각각 2위와 3위로 밀어내며 당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이후에도 1943년과 1948년 3위에 오르는 등 총 8회나 머니 메이킹 스타 베스트10에 올랐습니다. 쟁쟁한 할리우드 배우들 중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인기를 약 10여년 간 누렸다는 이야기죠.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의 캐릭터를 모방한 '홀쭉이와 뚱뚱이 논산훈련소에 가다'라는 영화가 양석천, 양훈 콤비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1941년 애보트와 코스텔로의 인기를 부쩍 높여준 'Buck Privates'라는 영화의 내용이 군 부대에서 훈련을 받는 내용이니 그대로 영향을 받은 셈이죠. 그리고 70년대 인기 코미디언 땅딸이 이기동과 비실비실 배삼룡의 캐릭터도 분명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40-50년대 할리우드의 전설적 코미디언 듀오였음에도 이상하게 이들의 영화는 단 한편도 DVD로 출시되지 않았고 떠도는 한글 자막조차 없습니다. 완전 희귀한 영화가 되어버린거죠.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앞서 말했듯 양훈, 양석천 콤비가 아류로 나왔고 이기동, 배삼룡 캐릭터도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영화는 최소 4편 우리나라 극장에서 개봉되었지요. 그리고 1975년~76년 사이에 이들이 출연한 영화가 마치 TV외화처럼 매주 TV에서 고정 방송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80년대 이후 이들의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주말의 명화 전성시대에도 TV에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들 콤비 영화 중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오늘 소개할 '홀쭉이와 뚱뚱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소동'은 1953년 작품입니다. 1948년 부터 둘은 1930년대 유니버셜 호러의 등장 캐릭터들을 시대를 초월하여 차례로 만나는 설정을 했는데 그 때 등장한 괴이한 캐릭터들이 바로 '지킬박사와 하이드' '미이라' '프랑켄슈타인' 등 입니다. 두 콤비의 영화가 유니버셜에서 제작되었는데 유니버셜 호러의 전성기 시대 괴물들을 가지고 와서 코믹하게 엮은 내용들이지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는 영국의 로버트 스티븐슨이 발표한 19세기 소설로 명망가로 존경받는 헨리 지킬 박사가 약물을 마시고 악의 화신 에드워드 하이드로 변해 살인과 악행을 하고 다닌다는 괴이한 호러 소설입니다. 영국 소설이라서 홀쭉이와 뚱뚱이 역시 무대가 영국입니다. 시대는 약간 현대로 올라와서 전화와 전기가 막 사용되는 대략 20세기 초 같습니다. 자동차보다는 마차가 주로 교통 수단으로 활용되던, 런던탑과 타워브릿지가 이미 있던 시절이죠.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며 여성인권 운동을 열심히 벌이는 쇼걸 비키(헬렌 웨스코트)와 동료들은 그들의 행위를 조롱하던 남자들과 시비가 붙고 그걸 말리러 출동한 얼빠진 두 경찰 홀쭉이(버드 애보트)와 뚱뚱이(루 코스텔로)와 난장판이 되어 얽히고 결국 모두 구속됩니다. 이 와중에 이들의 운동을 취재하여 기사거리로 쓰려는 브루스(크레이그 스티븐스)도 함께 구속되지요. 브루스와 비키는 이 때부터 눈이 맞고 호감을 느낍니다. 이들은 모두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는데 보석금을 내준 인물이 런던의 저명한 의사 지킬 박사(보리스 칼로프) 입니다. 비키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지킬 박사가 후견인이 되어 돌봄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지킬 박사는 존경받는 겉모습과 다르게 동물과 인간을 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 약물실험을 하고 있었고 몰래 하이드로 변신하여 살인을 일삼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비키는 지킬 박사를 아버지처럼 존경했는데 지킬 박사는 딸 같은 존재인 비키에게 흑심을 품고 있었고 비키가 브루스와 사귀게 되자 심한 질투를 느낍니다. 그래서 괴물로 변해서 브루스를 없앨 생각을 하지요.
홀쭉이와 뚱뚱이는 미국인이지만 런던 경찰청에 수습으로 일하고 있었지만 말썽만 부리고 다녀서 짤리게 되었습니다. 막막해진 두 사람은 괴물을 잡아서 수훈을 세우고 다시 경찰로 복귀할 생각을 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우연히 비키의 쇼가 열리는 극장에 침입한 괴물을 발견하고 쫓아가게 되고 천신만고 끝에 뚱뚱이가 괴물을 잡아 박물관에 가두는데 성공하지만 어느 새 괴물은 지킬 박사로 변해 있었고, 뚱뚱이는 존경받는 명사를 괴물로 착각하여 가두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환각증세의 의심까지 받습니다. 홀쭉이와 뚱뚱이는 지킬 박사의 집에 방문하여 지하실의 실험실을 구경하게 되고 뚱뚱이는 거기 있는 음료를 마시고 인간 쥐로 변해 버립니다. 뚱뚱이의 변신을 본 홀쭉이는 런런 경찰청 경위에게 신고하지만 경위는 그들이 술을 마시다 취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와중에 브루스와 비키는 지킬 박사를 찾아가 결혼하겠다고 알리고 질투심에 불타는 지킬은 강제로 비키를 감금하는데....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스토리의 원 구성을 유지하면서 교묘하게 홀쭉이와 뚱뚱이 이야기를 삽입시킨 웃기고 재미난 영화입니다. 공포스러움보다는 홀쭉이와 뚱뚱이가 벌이는 말 개그, 몸 개그가 주요 재미난 요소지요. 특히 홀쭉이 보다는 뚱뚱이의 개그가 훨씬 더 많이 할애되는데 바보짓과 웃기는 행동은 주로 뚱뚱이의 역할이고 홀쭉이는 그걸 보조하고 거드는 역할입니다. 뚱뚱이는 지빌 박사의 약물에 의해서 인간쥐, 괴물로 변하는 수난도 겪습니다.
헨리 지킬 박사 역에는 유니버셜 호러의 대스타인 보리스 칼로프가 출연합니다. 그는 원조 드라큐라인 벨라 루고시와 함께 유니버셜 호러의 최고의 스타였습니다. '프랑켄슈타인' 역할로 유명해졌죠. 그리고 '드라큐라'로 거의 인식되는 벨라 루고시와 달리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여 오래 장수한 배우였습니다. 이미 홀쭉이와 뚱뚱이 영화에는 1949년 '홀쭉이와 뚱뚱이 킬러 보리스 칼로프를 만나다'에 출연한 바 있는데 다시 헨리 지킬 역으로 비중있게 등장한 것입니다. 유니버셜에서 유니버셜 호러 스타를 재활용하여 당시 유니버셜의 인기 코믹 콤비와 절묘하게 결합시킨 것이죠.
이렇듯 홀쭉이와 뚱뚱이 캐릭터로 인기를 얻은 두 명콤비, 영화에서도 홀쭉이(Slim), 뚱뚱이(Buddy)라고 불리는데 엄밀히 말하면 Buddy는 뚱뚱이 라는 번역보다는 '땅딸이' 혹은 '통통이'가 어울립니다. 좀 더 코믹하게 친근한 단어인 '통통이'라고 번역하면 어땠을까 싶네요. 뚱뚱이 하면 마치 거대한 거구처럼 느껴지니. 실제로 루 코스텔로의 모습은 뚱뚱이라기 보다는 과하게 키가 작고 비율이 안 좋은 모습입니다. (프로필 안내에 165cm 로 나오는데 좀 더 작아 보입니다.) 그리고 홀쭉이는 사실 홀쭉이가 아니라 그냥 보통 사람입니다. 전혀 홀쭉하지 않고, 홀쭉이라는 단어로 연상되는 키 큰 남자와 달리 키도 비교적 작습니다.(프로필에는 173cm 로 나오네요) 마로니에 북스 소개에 한 명은 키가 크고 말랐고 한 명은 작고 뚱뚱하다는 소개는 완전 오류죠. 엄밀히 말하면 '통통이와 보통 남자'라고 해야 맞죠. 그냥 루 코스텔로가 워낙 서구인치고 작아서 상대적으로 홀쭉이라 부른 것일 뿐입니다. 영화에서 Slim 이라고 부르는데 좀 안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뚱뚱이는 외모 자체가 재미나고 우스운 연기를 많이 하는데 홀쭉이는 좀 평범하고 심심해 보입니다.
두 사람은 1955년 '홀쭉이와 뚱뚱이 미이라 소동(55)' 까지 함께 했고 결별했는데 1952년~54년 TV 시리즈로 다수 출연하기도 했고 말년에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재정관리를 못하여 경제적으로 쪼들렸다고 합니다. 그런 부분도 과거 우리나라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이기동, 배삼룡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뚱뚱이 역의 루 코스텔로는 1959년 불과 53세로 사망했는데 '홀쭉이와 뚱뚱이' 마지막 영화에 출연한 뒤 겨우 4년 뒤였습니다. 그렇게 50년대가 저물면서 그들의 명성도 사라져갔죠.
ps1 : 여성인권을 부르짖던 여주인공이 신문기자와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결심하는 게 좀 언밸런스한 느낌입니다.
ps2 : 여러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 영화 중에서 유독 하이드의 모습을 흉측한 괴물로 분장시켜서 더 우스꽝스럽게 만들었습니다.
ps3 : 인간 쥐로 변했을 때의 뚱뚱이의 능청스런 연기가 많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출처] 홀쭉이와 뚱뚱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소동 (Abbott and Costello Meet Dr. Jekyll and Mr. Hyde, 53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