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만난 그리운 사람들..

스테파니의 런던에서 만난 다시 보고픈 이 Best 5 요즘따라 날씨도 우울하고 마음도 허전하고 영국생활이 무지하게 그리우면서 거기서 만난 사람들 하나하나가 미치게 보고싶다. 많은 좋은 사람 만나게 해준 모든 인연에 감사하면서.. 1. Mr. Rupert Clack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했던 아이리쉬계 남자. 나이 26세 직업 은행에서 일하는 Risk Analyst. 런던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매력적이고 지적이며 세련된 인물. 야망도 크고 이에 걸맞는 두뇌도 소유한 프로페셔널. 몇번 만나고 나서 네 꿈은 뭐니? 라고 물으니 자기는 아름다운 와이프랑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게 꿈이란다. 와~ 아주 소박하네~~ 하며 생각하기도 잠시, 자기는 돈을 무지 많이 벌어서 런던 외곽에 성 같은 집을 짓고, 자기 이름을 널리 알리고 지신의 성은 귀족처럼 후손 대대로 널리 떨치고 싶단다. 클락 백작, 공작 머 그렇게. 그리고 가족은 많은 게 좋아서 아이는 한 7-8명 낳을 꺼고 모두에게 최고의 교육을 해서 옥스브릿지 혹은 하버드 뭐 이런 명문학교에 다니게 만들꺼란다. 아 이 얼마나 원대한 야망이란 말인가?! 나는 감동아니할 수 없었고 한참동안 멋진 성에서의 클락 백작과의 로맨스를 상상하며 실실 거리고 다녔다. 한심한심.- -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영어가 아이리쉬 잉글리쉬라고 우겼는데 나로써는 소화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단어와 문장을 써서 말했기 때문에 종종 바보가 된 느낌의 열등감을 느꼈었다. 말 잘해야하는 직업이니 만큼 무진장 말을 잘했다. 그 때문에 이놈 앞에서는 말을 제대로 못했었고 멍청한 빔보마냥 웃기만 했었지.. 두 세번의 데이트 후 좀 튕겨볼려고 연락을 안했더니 친구를 통해 자기는 게임을 안 한다고 전해왔다. “I don’t play game.” 내가 왜 쓸데없이 튕겼을까 그냥 먼저 연락해서 만날 껄 하며 무지 후회를 하고, 얘 때문에 고딩때 이후 처음으로 남자 때문에 바케스 세통 가량의 눈물을 흘렸다.. ㅠ.ㅠ 그리고 눈물 콧물 한 달여 동안 펑펑 다 흘리고 나니 친구를 통해 나의 연락처를 물었다. - -; 상당한 수준의 womanizer 임에 틀림없다. 이젠 이런 놈들 트럭으로 갖다 줘도 사양이다. (근데 보고싶긴 하고. - -;;) 2. Miss Kristy Hill 일하던 레스토랑의 헤드 매니저였고 내게 천운의 기회를 준 사람이다. 나이는 26세. 호주 출신이고 여자 친구가 있다. (레즈비언이라는 말임.) 레스토랑이 고급 쇼핑가 첼시에 자리잡고 있는 터라 대개의 손님들이 돈 좀 있다는 부유층이였데, 런던에 있는 다른 브랜치에 비해 유난히도 많던 거만하고 우쭐대기 좋아하는 싸가지 만땅의 손님들을 요리조리 요리할 수 있는 탁월한 재량의 매니저였다. 호주 여자들이 대부분 그렇듯 약간 비대한 체구를 소유했고 어씨스턴트 매니저들의 두배가량의 몸집으로 지나다닐 때마다 모든 스텝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칼도 지니고 있다. 어쨋거나 그녀는 내가 런던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존경할 만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녀는 헤드 매니저라는 레스토랑의 최고 권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스텝을 시키기보다 먼저 알아서 모범을 보인 리더였다. 청소부가 몸이 아파 안나올 때 몸소 청소기를 가지고 바닥을 청소했고, 이따금 화장실 변기가 막힐 때 배관공 부르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하야 몸소 진동하는 냄새에 몸을 담고 변기를 뚫었으며, 레스토랑 기둥 페인트칠에, 주방에 나타난 쥐잡기에, 못하는 것이 없는 철인 매니저였다. (울나라에선 저얼대 이런 인물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녀를 보고 있자면 멋진 여성 리더 한명, 열 남 안부럽다. 혹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려면 스스로 행동하라. 등등을 생각하게 만들었고 레즈비언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싸그리 없애버린 인물이기도하다. 요즘엔 왜 보이는 레즈비언은 다 멋있고 예뿐지.. 그들이 Cool~~한 건 사실이다. 남자 좋아하는 나로썬 경쟁자 줄어서 아주~~ 좋은 현상이라 생각하구 있다. - - 3. Mr. Jame 멋진 이름만큼이나 영국에서 실제로 보고 알게된 최고의 미남. 크리스티가 일을 그만두고 나서 본사에서 특명을 받고 우리 브랜치로 건너 온 새로운 헤드 매니저. 나이 스물다섯. 이 넘은 크리스티랑은 완전히 다른 경영 방식을 지녔는데 그녀가 칼과 스스로 모범 정책을 써서 스텝들의 긴장을 요구했다면, 제임스는 늘 산뜻한 미소와 격려와 칭찬을 위시한 당근 정책으로 스텝들의 환심을 사 자발적이고도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방식을 취했다. (소위 미남계) 레스토랑내에 장식용 모래 정원이 있는데 영업시작 전 모래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넣는 게 리셉션의 일과 중 하나였다.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면 항상 오다 가다 지켜보면서 엄지손가락을 들고 너의 그림은 최고라고 칭찬하면서 여기 리셉션니스트들 중에 너가 가장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다하며 붕붕 끝없이 띠운다. (정작 나의 그림은 무지개 그림으로 단순하기 그지없다. - -) 그리고 심부름을 시키고 나선 (나는 당연 늘 언제든지 기꺼이 행복하게 했다.) 항상 “Thank you, Darling~!” 하는데 그 목소리가 얼마나 Sweet~~한지 종일 행복해서 방끗방끗 했다. 알고 봤더니 다른 스텝들에게도 다 이러더란 말이지.. 그러나 그는 아쉽게도 처음 봤을 때의 가슴 쿵쾅거리는 설레임과 기대를 저버린 유부남이였다. 그것도 모델 뺨치는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끼리끼리 논다고 했던가.. 흑. 런던 출신의 정통 영국남 답게 매너왕에 낮고 굻은 보이스에 귀족적인 어투를 쓰는 왕자 같은 인물이였다.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는 그의 멋진 한마디 ‘놋 터 프로블럼 앳 톨~!’(Not a problem at all.) 4. Miss Lisa Russell 호주에서 건너온 21살 여행광. 유럽 여행을 목적으로 1여년 동안 영국에 체류하는 동안 나와 같은 포지션에서 같이 일했다. 엄청난 팔뚝과 떡대에도 불구하고 늘 슬리브 없는 나시만 입고 다녀서 스태프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지만 그녀는 늘 쿨하고 당당하고 유머를 달고다니는 기분좋은 친구였다. 얘가 나보다 늦게 들어왔기 때문에 소위 나에겐 영어 실력 실전 연습을 위한 먹기 좋은 밥이였고 일주일에 많으면 세네번 함께 밤을 보내는 사이가 되면서 완벽한 나의 과외 선생이 되어주었다. 물론 나는 얘가 주말마나 암스텔담으로 브뤼셀로 로마로 발셀로나로 붕붕 뜨는 바람에 땜빵해주느라 몸이 썩어났지만. 그녀는 올해 미국에서 캠프리더를 한다고 한다. 작년에 21살 80년생인 그녀는 나와 나이로는 한살 밖에 차이 안나는데 이렇게 젊음을 만끽하며 온 세상을 자기 집처럼 돌아다니는데, 나는 울나라서 지금 스물 다섯 꺽어진 오십이 되었고 취업준비에 시달리는 좋은 시절 다간 여유없이 정신없이 우리나라식 순리에 맞춰 빠듯하게 쫒기듯이 살아가지 않으면 사회인식상 도퇴된 사람으로 비춰지는 삶을 그런, 그렇고 그런 삶으로 살고 있다. 요즘엔 정말 우리나라 나이 계산이 맘에 들지 않는다! 영국에 있으면 스물셋으로 살아갈 수 있는데 스물 다섯이라니. ㅠ.ㅠ 암튼 리사의 모험 가득찬 삶은 정말 닮고 싶고 부럽기 긋이 없는데 그럴 수 없는 이 현실이 슬프다. 5. Mr. Lee 베트남 계 영국인. 꽃다운 나이 스물의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다던 귀여운 베트남 청년. 이스트 런던에 살던 이 친구는 런던의 동쪽지역 방언인 코크니 cockney 를 썼는데 이말은 듣기가 너무너무 어려웠다. 미국으로 따지자면 슬램가 흑인들이 쓰는 영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내가 보통 30초에 걸쳐서 할 말을 얘네들은 3초에 할 수 있다. 정말~! 유명한 축약어 ‘인잇’ (= isn’t it? 이즌트잇)이 있다.- -; 얘는 중국계 얘들이랑 어울려 놀았는데 동네에서 만난 중국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슬프게도 우리의 만남은 너무 가난했었다. 흔하디 흔한 외식 한번 못했고, 늘 1파운드 동전만 같고 다녔다. 그래도 빈곤 속에 축복이라고 동네에 아는 중국계 얘들이 포진하고 있어서 친구들의 도움과 부러움 속에서 데이트를 하였지. 극장에 갈때면 극장 매점에서 알바하던 친구가 아이스크림이랑 팝콘이랑 매점에 파는 음식을 매니저 몰래 몽땅 꽁짜로 빼돌려서 주었으며, 한번은 밤 12시에 차가진 친구를 꼬셔 울 집앞에 와서 무조건 나오라고 놀러가자고 해서 룸메이트랑 나갔더니 바로 차다고 소호 나이트로 향했다. 그리고 예의 그 1파운드 짜리 동전으로 (용돈 받았는지, 알바이트 팁 모은 건지 그때는 1파운드 짜리 동전이 주머니 가득~~!) 장미꽃도 사주고 입장료도 내주고 코트도 클락룸에 맡겨주고 맥주도 사주면서 펑펑 파운드를 쓰며 행복해했다. 아아 그리운 리~~! *별첨* West Life 말 그대로 웨스트라이프 영국 보이 팝 밴드. 얘네들은 떼거지로 한 달에 한번 이상은 꼭 레스토랑에 와서 놀다 가곤 했다. 다섯 명이 다 오건 멤버 한 두 명만 오건 꼭 옆에 무진장하게 잘빠진 미녀들을 대동하고서. 그 미녀들은 식사하러 오는데 늘 배꼽과 허리를 드러낸 옷을 입었고 브라이언인가 그넘의 와이프는 맨날 프릴이 달린 탑을 입고선 공주 행세를 한다. 그리고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멤버중에 갈색 가죽 자켓 잘입고 촐랑대고 얼굴은 별로 안생긴 한 멤버는 밥 먹을 때 제외하고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꼴을 못봤다. 시끄럽기도 더할 나위 없고 레스토랑서 세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지네들끼리 노는데 나는 얘네들이 레스토랑에서 나가는 꼴을 못봤다. 항상 내가 먼저 일을 끝마치고 매니저가 늦게까지 남아 마무리 했다. 그래도 얘네들은 명실상부 우리 레스토랑의 단골 유명 인사로 늘 VIP 대접을 받았고 팁도 무진장 많이 남기고 했다. 일하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웨스트라이프 멤버들을 보고 인사하고 안내하고 할 때는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하며 싸인 꼭 받아야지 했는데 두번 보고 세번 보고 하며서 얘네가 진짜 유명한 얘들인가 하고 무덤덤해져 갔다. 근데 못보는 지금은 그래도 싸인 받아 놓을 껄 하며 약간은 후회가 된다. 본의아니게 남성편력을 늘어놓은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다신 쉽게 볼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슬푸다.. 언제 또 이런 멋진 사람들을 만난 단 말인가.. 흑. 있을 때 좀더 잘할 걸.. 혹시나 이사람들 아는 사람이 여기 있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