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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군중’의 존재에 주목한 사회심리학의 고전!
고립된 개인들이 모여 형성된 집단인 ‘군중’의 의견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위력을 떨친다. 『군중심리학』은 이러한 군중의 힘에 일찍이 주목한 책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한 프랑스 사상가 귀스타브 르봉은 군중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들을 인도하는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나름대로 도출한 결과를 에세이 식으로 써내려갔다.
르봉은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 특정 상황에서 그 구성원들의 고유한 자질과는 관계가 없는 새로운 특징을 가지게 된 ‘심리학적 군중’을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무의식에 지배되고 생각과 감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전환되는 군중의 일반적 특성을 고찰하고 나서, 충동성·변덕·과민함·피암시성·맹신·권위주의·보수성 등 군중의 다양한 특징들에 대해 살핀다.
저자소개
저자 : 귀스타브 르봉
저자 귀스타브 르봉 GUSTAVE LE BON(1841∼1931)은 프랑스 부르주아 집안에서 태어난 르봉은 의학과 인류학을 연구하다 사회심리학으로 영역을 넓혀간 학자이자 사상가이다. 일찍이 부모의 유산을 물려받아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던 덕분인지 유럽·아프리카·아시아 각국을 수시로 여행했고, 이 해외 경험과 다방면에 걸친 왕성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역사·민속학·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 의사로서 사회 경력을 시작한 르봉은 파리 코뮌과 제3공화정의 혼란 속에서 대중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방책을 찾고 현실 정치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소명 의식에서 사회심리학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 결실로 1894년《민족 진화의 심리학적 법칙들》을 발표했고, 그다음 해인 1895년《군중심리학》을 출간했다. 또한 자신으로 하여금 군중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만든 파리 코뮌과 불랑제 장군 사건, 드레퓌스 사건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모티프로《사회주의의 심리학》,《프랑스 혁명과 혁명의 심리학》등을 펴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연구에 몰두한 르봉은 역사학과 심리학 관련 저서를 꾸준히 발표하다 90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군중심리학》은 르봉에게 세계적 학자이자 문필가의 명성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타르드와 함께 현대 사회심리학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게 했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모스코비치에 의하면, 르봉의 이론은 독일의 사회학자 짐멜과 베버,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아도르노, 미국 시카고학파의 파크,《정당론》을 쓴 미헬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또 정치학 분야에서는 ‘정치심리학’이라는 영역을 개척했고, 프랑스 혁명의 역사가 르페브르에 의해서는 ‘역사심리학’이라는 형태로 수용되었다. 한편, 그가 처음 사용한 ‘집단무의식’ 개념은 프로이트에 의해서는 정신분석학으로, 그리고 융에 의해서는 분석심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수용되고 발전되었다. 프랑스 제5공화국의 기초를 마련한 대통령 드골과 미국의 국력을 크게 신장시킨 제26대 대통령 루스벨트 등 저명한 정치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계발하는 데도《군중심리학》은 큰 도움을 주었다.
역자 : 민문홍
역자 민문홍은 954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서울 종로에서 자랐다. 서울고 흥사단 동아리 활동을 할 당시에 매달 한 번씩 안병욱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이때 조국의 장래를 약속하는 지도자가 되려면 큰 공부를 해야 한다고 깨달았고 조금은 조숙하게 미래에 지향해야 할 이념과 사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연세대 사회학과에서 만난 박영신 교수님은 사회학 이론과 사회사상을 연구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주셨고, 사학과의 김용섭 교수님은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사회사상사를 공부할 것을 권유해주셨다. 그 후 연세대 대학원에서 석사 논문〈에밀 뒤르케임의 정치사회학〉을 썼고, 프랑스의 소르본대학에서〈사회주의, 노동조합주의, 가톨릭 사회사상을 보는 에밀 뒤르케임의 사회학〉으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상사적인 훈련을 강조한 부리코FRANCOIS BOURRICAUD 교수님, 사회학 이론과 인식론적 훈련을 중시한 부동RAYMOND BOUDON 교수님에게서 소중한 가르침을 받았다. 여러 스승의 영향과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국에서 이념의 양극화 문제를 풀어낼 이론적·사상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뒤르케임과 그 학파,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유럽 사회사상(가톨릭 사회사상 및 아날 학파의 사상, 르봉과 소렐의 사상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또한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우스나우ROBERT WUTHNOW,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모스코비치, 프랑스의 현대 사회학자 부동의 이론을 지속적으로 연구했다. 서울신학대 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및 한국외대 책임연구원을 역임했고 현재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대우교수, 국제비교사회문화정책연구소 연구소장이며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고전사회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유럽연합의 평생학습정책연구―지식 기반 경제시대 경쟁력 제고와 사회통합정책을 중심으로》,《현대사회학과 한국사회학의 위기》,《에밀 뒤르케임의 사회학》등이, 역서로는《사회분업론》,《사회변동과 사회학》등이, 논문으로는〈한국 사회의 이념적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사회통합을 위한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재구성〉등이 있다.
저자의 다른 책
- The Crowd
- 2014.08
- The Psychology o
f Revolution - 2014.06
목차
들어가는 말 | 민문홍 7
머리말 | 19
서론―군중의 시대 27
제1부 군중의 정신 39
제1장 군중의 일반적 특성―그들의 정신적 통일성에 대한 심리학적 법칙 41
제2장 군중의 감정과 도덕성 52
제3장 군중의 사상, 이성적 사고 능력, 상상력 77
제4장 군중의 모든 신념이 보여주는 종교적 형태들 90
제2부 군중의 여론과 신념 97
제1장 군중의 신념과 여론에 영향을 주는 간접적 요인들 99
제2장 군중의 여론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 요인들 120
제3장 군중의 지도자들과 그들의 설득 수단 136
제4장 군중의 신념과 여론 변화의 한계 160
제3부 군중의 다양한 범주의 분류와 묘사 175
제1장 군중의 분류 177
제2장 범죄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군중 182
제3장 중죄 재판소의 배심원 188
제4장 선거 군중 197
제5장 의회 군중 208
해제 어째서 21세기에 르봉을 다시 읽는가? | 민문홍 233
1. 귀스타브 르봉은 누구인가? 233
2. 르봉 사상의 지적 배경 234
(1) 사회적·정치적 배경 234
(2) 사회심리학에 대한 소명 의식 238
(3) 새로운 역사철학의 확립 240
(4) 사회심리학에서 정치심리학으로 242
3. 르봉의 사상 체계 246
(1) 르봉 이론의 사상사적 의미 246
(2) 군중의 비합리적 행동에 대한 과학적 설명 247
ㄱ. 집단무의식의 역할 247
ㄴ. 민족의 역할 248
ㄷ. 군중의 여론과 신념 249
(3) 군중심리를 설명하는 이론적 틀 250
ㄱ. 군중의 심리학적 특징 250
ㄴ. 군중의 감정적 특징 251
ㄷ. 군중의 몇 가지 유형 252
ㄹ. 군중심리와 현실 정치 253
(4) 새로운 문명 창출에 있어서 집단심리의 역할 255
(5) 《군중심리학》의 테제 256
4. 《군중심리학》의 현대적 수용 259
(1) 학계에 미친 영향 259
(2) 정치와 시민운동에 미친 영향 263
(3) 군사 조직에 미친 영향 266
5. 《군중심리학》의 현대적 의의 267
주 272
더 읽어야 할 자료들 309
옮긴이에 대하여 319
출판사 서평
‘군중’의 존재에 주목하여 대중사회를 예견한 사회심리학의 고전
―군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들을 인도하는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가
비극적인 사건사고와 민감한 이슈로 점철되었던 2014년.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군중심리가 변화무쌍하게 요동친 해로도 기록될 듯하다. 세월호 침몰 및 연이은 항공기 추락, 에볼라 바이러스 창궐, 군대에서 벌어진 구타 사망과 총기 난사 등 충격적인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남에 따라 경악과 슬픔, 분노, 무력감 등이 마치 전염되듯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갔다. 집단적 감정의 파고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인터넷과 SNS를 통한 여론의 확산은 때로는 잘못된 정보로 진실을 호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의 모순에 맞서 시대의 과제를 제기하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집단 여론이 특정 세력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끔 편향·왜곡되는 일도 일어나지만, 그렇게 왜곡된 여론을 바로잡아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선동과 흑색선전에 무비판적으로 휩쓸리는 우중(愚衆)도, 사회의 타락을 막는 현명한 공중(公衆)도 모두 ‘우리’의 모습이다. 개인들이 모여 형성된 집단인 ‘군중’의 의견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위력을 떨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군중의 힘에 일찍이 주목하고, 군중을 하나의 연구 대상으로 삼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한 이가 프랑스의 사상가 귀스타브 르봉이다. 혁명과 쿠데타, 왕정복고와 전쟁이 번갈아 일어나며 혼란이 계속되던 19세기를 관통해온 르봉은 파리 코뮌과 드레퓌스 사건 등에서 나타난 집단행동과 폭력에 관심을 가지면서 군중의 힘을 인식하고 새로운 사회의 탄생을 직감했다. 군중을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존재로 본 르봉은 이성보다는 비합리성에, 의식보다는 무의식에 초점을 맞추어 군중이란 어떤 존재인지, 군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들을 인도하는 리더십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고찰한 결과를 담아《군중심리학》을 발표했다. 그의 분석은 노동·민중 계급의 집단적 힘의 중요성을 현실로 인정하고, 새롭게 등장한 대중사회의 사회·정치·문화적 구조 변화가 빚어낸 문제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당시 프랑스의 중간 계급과 지도층에 새로운 통치 방식을 제시했다. 이 책은 군중심리에 따른 여론의 변화와 왜곡이 격심한 지금 읽어도 여전히 유효한 사회심리학의 고전으로, 집단 속 개인들의 감정과 무의식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집단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 87번째 책으로 선보이는《군중심리학》은 완역본으로,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유럽 사회사상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역자의 지식과 성찰이 담긴 충실한 주와 해제를 수록하여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다. 특히 르봉이 살았던 시대의 지성사적 맥락과 사회학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집필된 해제는《군중심리학》의 정치심리학적·역사철학적 함의를 독자에게 잘 전달하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사회학자들이 주목해온 대중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데 선구적 역할을 한 이 책은 그 어느 때보다 군중 및 군중심리가 위력을 발휘하는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과 본질을 섬세하게 이해하고 새로운 리더십과 시대정신을 세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군중심리학》의 개요―역사를 바꾸는 힘을 지닌 ‘군중’에 대해 고찰하다
군중의 사고방식이 보여주는 일반적 특징
르봉은 서론에서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층이 사회를 이끌었다면 이제는 민중 계급을 위시한 군중이 낡은 문명을 주도적으로 파괴하는 역할을 하고, 그 힘은 커져만 가고 있다며 다가올 20세기는 ‘군중의 시대’라고 예견한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버린 ‘군중’에 대해 너무 무지한 현실을 지적하고 이들을 다스리려면 군중의 심리 기제를 알아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논지를 전개해나가기 시작한다.
인간은 자신이 조직된 군중의 일부를 형성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문명의 사다리에서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간다. 인간은 고립되어 있을 때는 교양 있는 개인일지 모르나, 군중 속에서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이다. 그는 자발성, 폭력, 잔인성 및 원시인들의 영웅주의와 열광을 갖고 있다. 그는 말과 이미지에 의해 쉽게 감동을 받음으로써 원시인들을 더욱더 닮아가는 경향을 띠고, 그의 가장 분명한 이해관계에도 피해를 입히는 행동을 하게 된다. (50쪽)
위 문단은《군중심리학》전체에 걸쳐 르봉이 군중을 바라보는 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다분히 엘리트의 입장에서 군중이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데다 지적으로 열등하다고 보았다. 르봉은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이 특정 상황에서 그 구성원들의 고유한 자질과는 관계가 없는 새로운 특징을 가지게 된 것을 ‘심리학적 군중’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항상 무의식에 지배되고 생각과 감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이 군중의 일반적 특성이라고 보고, 충동성, 변덕, 과민함, 피암시성, 맹신, 권위주의, 보수성 등 군중의 다양한 특징들에 대해 상세히 살펴본다. 군중은 이성적 사고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고 유추와 연속적 사고를 할 뿐이라고 주장한 르봉은 군중의 신념은 대체로 종교적 형태를 띤다고 지적하고 종교개혁,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대학살, 프랑스 혁명 시기의 공포정치 등 역사 속 실제 사건들을 그 사례로 든다.
군중의 여론과 신념, 그리고 지도자들
르봉은 제2부에서 군중이 특정한 신념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게 만드는 간접적 요인들로 민족·전통·시간·정치적 사회적 제도·훈련·교육을, 군중이 여론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 요인들로 이미지·말·경구(관례적 표현)·환상·경험·이성을 제시한다. 르봉에 의하면, 정치 지도자가 권력을 잡고 싶으면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반복적인 말과 강렬한 이미지로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군중을 사로잡아야 한다. 이때 군중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확언, 반복, 전염이라는 수단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나아가 지도자의 역할을 하는 개인이나 작품이 지닌 위세는 군중을 매혹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높은 위세를 발휘한 역사적 인물로는 부처, 예수, 마호메트, 나폴레옹 등 종교의 창시자나 일세를 풍미한 정복자가 있다.
군중의 유형 및 군중심리학의 필요성
제3부에서 르봉은 군중을 크게 이질적 군중과 동질적 군중으로 나누고 이질적 군중 가운데서도 범죄 군중, 중죄 재판소의 배심원, 선거 군중, 의회 군중의 특징에 대해 논한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혁명과 1873년 스페인 유혈혁명, 19세기 의회 집회의 진행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을 실례로 삼아 선거에서 이기는 책략이나 보통선거와 의회민주주의 제도의 장점과 한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이 책의 말미에서 르봉은 군중을 더 잘 이해하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인류의 이상을 창출해냄으로써 늙어가는 유럽 문명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지능에 못 미친다며 군중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했지만 도덕과 행동 영역에서 모든 극단적 상황을 넘어서서 인류 역사를 새롭게 만들 줄 아는 유일한 행위자 또한 군중이라고 르봉은 인정한다. 그는 군중의 등장이 지닌 사회·역사·정치·심리적 함의를 배움으로써 군중이 만들어내는 여러 위험과 예측하지 못했던 일탈된 행동들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군중심리학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군중심리학, 대중사회를 이해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 이론적 틀
르봉은《군중심리학》을 통해 궁극적으로 노동·민중 계급의 집단적인 힘을 목도하고 공포를 느껴온 중산 계급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대중사회가 초래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본래 의사로서 사회문제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원인을 찾아내어 치료하려는 소명 의식을 갖고 있기도 했다. 아울러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각국을 여행하면서 얻은 풍부한 견문과 민속학과 인류학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민족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군중 연구에 활용할 수 있었다.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군중이 보이는 사고방식과 행동 양상에 대한 르봉의 통찰은 예리하고도 선견지명이 있어서 사회주의, 파시즘, 나치즘의 발흥 및 세계대전 발발 등 세계사의 흐름이나 군중의 힘이 역동적으로 사회를 움직이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적용해보아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2012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볼 수 있었던 후보들의 공약과 정치 공세에 따른 유권자들의 여론 향방, 2008년 촛불 시위 등 각종 집회에서 드러난 군중심리라든가 인터넷 마녀 사냥이나 SNS를 통해 나타나는 여론 몰이 등 르봉의 이론을 통해 분석해볼 만한 사회현상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르봉이 군중을 선동하는 데 필수적인 수단으로 제시한 확언과 반복 및 전염은 광고와 마케팅은 물론, 선거 전략과 군사 작전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집단 속 개인들의 감정과 무의식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집단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군중심리학》은 정치심리학, 역사심리학 등 여러 학문 분과가 탄생하는 데도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프랑스의 드골,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 등의 정치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계발하는 데 도움을 준 한편, 히틀러와 무솔리니 등의 독재자가 대중을 선동하여 전체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데도 지대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학계 분위기는 르봉의 이 책을 다시금 주목하게 만들었다. 비록 보수적이고 엘리트적인 관점에서 지도자의 암시와 선동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군중의 모습을 주로 묘사했다는 한계를 안고 있지만《군중심리학》은 현대 대중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여전히 적실한 이론적 틀과 통찰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