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 발달하기 전에는 추위와 더위 등 자연환경과 싸워야 했을 것이고, 무서운 맹수와 싸워서 생명을 보전해야 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전염병으로 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때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악조건들을 인간은 슬기롭게 대처해서 이들이 더 이상은 우리에게 큰 위험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세상일이 그렇듯이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고개를 드는 법이다. 첨단적 과학문명을 누리는 현대인은 발달한 문명사회이기 때문에 제기되는 여러 가지 새로운 문젯거리에 당면하게 되었다. 고혈압이란 병은 문명생활을 하기 때문에 생겨난 현대인의 새로운 건강상의 문젯거리이다. 오늘날 이렇듯 고혈압이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게 된데 대해서는 한 두 가지 원인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많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복합적 원인은 그 많은 부분이 음식, 생활태도 등 우리의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므로, 우리는 우리의 생활을 슬기롭게 조절해서 고혈압의 위협을 극복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되겠다. 우선 우리는 고혈압이란 어떤 병이고, 왜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지를 잘 알아야 하겠다. 고혈압이란 피를 흐르게 하는 압력이 너무 높은 병이다. 혈압이 너무 높으면 혈관이 터지기 쉽다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비록 터지기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높은 혈압은 혈관을 상하게 만들고, 이런 시간이 오래 갈수록 혈관이 못 쓰게 된다. 혈관이 못 쓰게 되어 피가 통하지 않는다면 그 기관이 병들게 된다. 사람의 몸은 어느 기관이나 피가 통함으로서 활발한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혈관이 터지거나 못쓰게 되어서 피가 통하지 않는 기관이 어느 기관이냐에 따라서 여러 가지 무서운 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병들을 고혈압의 합병증이라 한다. 고혈압의 합병증에는 뇌졸중, 심장병, 콩팥기능부전, 동맥경화증 등 여러 가지 무서운 병들이 있다. 이들 고혈압의 합병증은 일단 발생하면 완전히 원상회복하기는 힘들고, 비록 회복이 되더라도 오랜 세월을 두고 많은 노력과 경비를 지출해야 된다. 합병증의 정도가 심할 때는 활동력을 상실하여 여생을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하는 비참한 상태가 된다. 때로는 예기치 않게 발병 후 단시일 내에 목숨을 잃게 되는 수도 있다. 따라서 고혈압을 미리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합병증을 치료하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혈압이 무섭고 경계해야 할 병이라는데 대해서는 합병증 말고도 다른 측면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고혈압은 흔히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즉 혈압은 매우 높아서 위험수준인데도 불구하고 합병증이 발생할 순간까지는 환자가 불편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이 고혈압 환자라는 것을 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이 무서운 병인지 알면서도 증상이 없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하고 간과하는 수가 있는가 하면, 불편한 증상이 없다해서 고혈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이 자주 있는데 바로 이것이 고혈압이란 병의 함정이기도 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중 단위질환으로서 가장 많은 것이 고혈압의 합병증인 뇌졸중이어서 전체 사망원인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또 그 동안 시행된 여러 조사에 의해서 우리나라 전체 성인 인구의 15-20%가 고혈압 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이 숫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또는 모르고 고혈압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뜻이고 고혈압에 대한 홍보 교육의 절박한 필요성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2. 고혈압의 원인
고혈압은 한 두 가지 원인으로만 발생하는 단순한 병이 아니고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하여 일어나는 복잡한 병이다. 따라서 우리는 고혈압을 일으키는데 작용하는 여러 가지 위험 요인에 대하여 자세히 알아두어야 되겠다.
고혈압의 위험요인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므로, 위험요인을 줄이고 제거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통해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 완전히 위험요인을 제거하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한 가지라도 더,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위험요인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평상시에 노력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혈압의
첫째 위험요인은 소금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점이다. 소금은 몸 안에서 수분을 잡아두는 성질이 있어서 피의 양을 많게 하고 동시에 혈관을 수축하게 만드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고혈압의 소질이 있는 사람이 너무 짠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이 많다. 우리 음식은 소금을 많이 써야만 맛이 나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음식을 변하지 않게 오래 두고 먹으려면 소금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고, 이러는 사이에 우리는 음식을 짜게 먹는 습성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생리적으로는 사람은 소금을 아주 조금만 먹어도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의 우리 음식을 먹는 사람은 하루 약 15g의 소금을 먹고 있다. 이 양은 선진국 사람들에 비하면 아주 많은 양으로서 앞으로는 이 소금 섭취량을 대폭적으로 줄려야 되겠다. 음식을 만들 때와 먹을 때, 가능한대로 소금을 적게 써서 만들고 싱겁게 먹어야 되겠다. 이렇게 해서 앞으로 우리가 현재 섭취하고 있는 소금량의 반 이하로 줄인다면 고혈압의 예방과 치료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둘째로 중요한 고혈압의 위험요인인 과도한 스트레스이다. 과도한 긴장감, 초조감, 불안감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불가피한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할수록 일을 완벽하게 성취하고자 하는 성질일수록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 타고 난 성격 때문에 조그만 일에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있다. 이런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압을 상승시킵니다. 교감신경이란 위험에 처했을 때 스스로 방어하기 위하여 흥분하는 자율신경이다. 놀랐을 때 가슴이 뛰고 무서울 때 소름이 끼치는 것은 교감신경이 흥분하기 때문이다.
이 교감신경이 만성적으로 흥분상태에 있다면 혈압이 상승하게 마련이다.
세번째로 중요한 고혈압의 위험요인은 유전적 소질이다. 유전적 소질에 따라서 고혈압이 발생하기 쉬운 체질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즉 부모형제 등 혈통관계가 있는 사람 중 고혈압 환자가 있다면 그 당사자는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도 더 고혈압의 위험요인을 제거하도록 노력해야 된다. 비록 고혈압의 유전적 소질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고혈압의 다른 위험요인을 철저히 제거한다면 고혈압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네번째 고혈압의 위험요인은 체중과다이다. 체중이 너무 무거우면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늘 자기 키에 알맞은 적정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적정체중이란 센티메타로 표시한 자기 키에서 100을 뺀 나머지 숫자를 넘지 않는 킬로그램 체중을 말한다. 적정체중을 유지하면 고혈압뿐만 아니라 심장병, 동맥경화, 당뇨병을 예방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또 유의할 것은 체중이 적정체중이라 하여 반드시 혈압이 정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체중이외의 다른 요인으로 혈압이 높을 수 있으므로 체중이 정상이라 하여 고혈압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섯번째 위험요인은 과음이다. 술, 즉 알코올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높아진다. 알코올은 몸안에서 분해하여 혈압을 높이는 물질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 알코올중독이 될 정도로 습관적으로 과음하면 술기운이 떨어질 때 일어나는 금단증상은 심한 불안과 초조감을 일으켜서 심한 스트레스를 작용해서 혈압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여섯번째 위험요인은 연령이다. 연령이 많아질수록 혈압은 조금씩 올라가도록 되어 있으며, 노령층일수록 고혈압환자도 많아지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인체가 노화함에 따라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노령일수록 혈압에 대하여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편 신체의 생리가 반드시 연령에 비례하여 노화하는 것은 아니므로 급속히 노화하지 않도록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또한 인체에는 혈압을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장치가 있는데, 노인은 이런 조절기능이 약해서 혈압의 기복이 심하다는 것도 유의할 점이다.
3. 고혈압의 치료
고혈압의 치료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생활요법인데 비약물요법이라고도 부른다. 두번째는 약물요법이다.
고혈압의 생활요법은 일상생활에서 전술한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을 줄이고 제거하는 것이다.
첫째로음식은 될 수 있는 대로 싱겁게 먹도록 해야 하는데, 평소에 쓰는 소금이나 간장의 양을 반 이하로 줄이도록 노력해야 되겠다. 간을 많이 안 쓰고도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나름대로 개발해야 되겠다. 한편 음식은 싱겁게 먹을수록 유리하다는 신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역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혜를 짜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면 수면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하루의 계획을 여유 있게 짜고 과로를 피하는 것 등이다. 고혈압의 위험이 높은 사람은 과욕과 과당경쟁을 현명하게 피할 줄 알아야 되겠다. 매일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고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체중조절은 비만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생활요법이다. 먹는 양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면 체중이 반드시 감소한다. 여기서 먹는 양이란 세 끼니와 간식까지도 모두 포함되는 것이므로 간식도 반드시 계산에 넣어야 한다.
과도한 음주가 해롭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고혈압인 사람이 과음하면 그 다음날 혈압이 치솟아 발병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음주는 항상 절제해야 한다. 가족에 혈압 높은 사람이 있어서 고혈압의 소질이 유전되었다고 생각되는 사람과 또 노인은 이상에 말씀드린 여러 가지 위험 요인의 제거를 위해서 남달리 각별한 노력을 해야 된다.
이와 같은 생활요법은 고혈압의 발생을 예방하는데도 효과가 있으며, 이미 고혈압이 발생한 사람에게도 치료효과가 있다. 또 비록 생활요법만 가지고는 혈압조절이 안되어 약을 먹어야 하는 환자도 꼭 지켜야 하는 치료방법이다.
왜냐하면 생활요법을 철저히 함으로써 약을 조금만 먹어도 쉽게 혈압이 조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요법을 나름대로 열심히 하여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을 때는 약물요법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여러 가지 종류와 형태의 고혈압 치료제가 나와 있다. 이들 치료약제는 종류마다 독특한 강압작용을 가지고 있고, 또 모든 약제가 다소간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언제부터 약을 먹기 시작할 것인가, 어느 약을 얼마큼 먹어야 할 것인가, 얼마나 자주 진찰을 받아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할 문제이다. 모든 약은 잘 쓰면 좋은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해로울 때도 있다.
특히 고혈압치료약제는 장기간 써야 되는 약이므로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의문이 생기는 점에 대해서는 바로 주치의와 상의해야 되겠다.
“ 고혈압에 대한 약은 평생 먹어야 하는가? ” 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생활요법을 열심히 하면서 약을 수개월 또는 수년 쓰면 혈압이 정상화된다. 이때는 약을 서서히 주려 나가도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수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약을 끊어도 생활요법만으로도 정상혈압이 유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환자는 자칫 스트레스를 받던가 생활요법에서 이탈했을 때 다시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효과가 좋아서 약을 끊을 수 있는 환자라도 수시로 혈압을 측정하여 고혈압의 재발을 감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혈압을 치료하면서 꼭 기억해야 할 일은 고혈압이란 모르고 방치하면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 병이지만 알고 치료하면 쉽게 조절되고 또 거의 정상적 생활을 할 수도 있는 병이라는 것이다.
4.고혈압의 증상
고혈압의 증상에 관하여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뒷머리가 아프기만 하여도 혹시 고혈압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는 머리가 아픈 적이 없으므로 절대 고혈압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더구나 정기신체검사에서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진단된 사람이 자신은 한번도 머리가 아픈 적이 없고 아무런 불편을 느낀 적이 없으므로 고혈압이 있을 리가 없다고 항의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고혈압의 증상에 관하여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고혈압에는 증상이 있을 수도 있고 전혀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식적으로라도 모두가 알아둘 필요가 있다.
고혈압이 심하여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되며 합병증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합병증이 없는 비교적 경한 고혈압의 경우에는 대부분에서 아무 증상이 없다. 따라서 고혈압의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를 시도하여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고혈압은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안전하고 또 정확하다. 불편한 증상이 있을 때 혹시 고혈압은 아닌가하고 혈압을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것은 손해볼 일이 아니지만 증상이 없다고 하여 고혈압이 아닐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데도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고혈압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다.
대부분의 고혈압환자는 특별한 원인없이 혈압이 올라가는 소위 본태성고혈압에 속하지만 일부환자는 어떤 원인질환이 있고 그에 의하여 혈압이 올라가는 이차성고혈압에 속한다.
이러한 이차성고혈압에서는 원인질환에 의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의사가 고혈압환자를 진료할 때는 반드시 이차성고혈압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증상이 없는가 하고 유심히 물어보는 것도 이차성고혈압의 진단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다.
고혈압의 증상을 본태성고혈압, 이차성고혈압 및 고혈압 합병증에 의한 증상 등으로 나누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본태성고혈압은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아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오래 전부터 고혈압의 증상으로 알려진 몇 가지 증상이 있다.
두통, 현기증, 코피가 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런 증상이 있는 사람은 혹시 고혈압이 아닌가 하여 의사의 진찰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두통 때문에 병원에서 진찰 받은 결과 고혈압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꽤 있으나 두통이란 워낙 흔한 문제이므로 두통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 중 고혈압이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
두통이 있을 때 한번쯤 고혈압 걱정을 하고 혈압을 재어 보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며 두통이 좋아지면 고혈압도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피하여야 할 것이다. 실제 정기검진도는 연례신검에서 고혈압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의 대부분은 평소에 전혀 증상이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혈압의 증상으로 알려져 온 대표적인 증상인 두통, 현기증 및 코피가 나는 것 등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두통에 대해 알아보겠다.
고혈압도 상당히 흔한 질환이고 두통도 상당히 흔한 병이므로 이 두 가지가 우연히 같은 환자에서 발생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고혈이 있는 줄 모르고 있었던 사람들 중 16%가 두통을 호소한 반면에 자신의 혈압이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환자의 74%가 두통을 호소하여 자신의 혈압을 아는 경우와 모르고 있는 경우 사이에 두통을 호소하는 빈도에 큰 차이가 있는데 이는 고혈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환자의 경우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물론 고혈압 때문에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혈압이 적절하게 치료되면 두통이 없어지기 때문에 고혈압에 의한 두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악성고혈압 정도로 심한 고혈압에서 두통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많은데 이때의 두통은 주로 아침에 일어날 때 심하게 나타나고 그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호전되며 뒷목부위의 두통이 심한 것이 특징적이다. 다음은 현기증에 대해 알아보겠다. 현기증과 고혈압이 서로 관계가 있는 것같이 보이는 것은 두통의 경우와 같이 현기증이 있을 때 혈압을 측정해 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고혈압의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기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강압제의 투여에 의한 기립성 저혈압 때문에, 즉 갑자기 일어설 때 일시적으로 혈압이 떨어져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이다.
고혈압 자체에 의하여 현기증이 발생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코피에 대해 알아보겠다. 코피를 흘리는 것은 정상혈압인에서나 고혈압 환자에서나 상당히 흔한 일이다. 고혈압환자에서 특별히 비출혈이 더 흔히 발생한다는 증거는 없으며 단지 고혈압환자가 코피 흐르는 것 때문에 긴장하여 일시적으로 혈압이 더 상승하고 또 고혈압 때문에 코피가 다른 사람에 비하여 더 오래 끄는 경우는 있다.
이처럼 고혈압 자체에 의한 증상은 별로 없지만 일단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고혈압합병증의 진단에 도움이 되므로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첫째, 고혈압의 심질환이다.
고혈압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좌심실비대가 초래되고 결국 좌심실의 기능저하에 의하여 심부전 상태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심부전 상태가 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이 운동 시 호흡곤란이다. 안정시 또는 가벼운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별 불편이 없으나 좀 심한 운동을 하면 숨이 차게 된다. 물론 정상인도 호흡곤란을 느끼게 되는 정도보다 훨씬 더 가벼운 정도의 운동으로도 호흡곤란이 유발되는 것으로 병적인 상태에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더 진행되면 안정시 또는 수면 중에도 호흡곤란을 느끼게되고 전신부종이 나타날 정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둘째 관동맥질환이다.
고혈압환자의 경우 정상인에 비하여 관동맥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관동맥에 동맥경화증이 진행되어 심근, 즉 심장근육으로의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기면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증 등이 발생되는데 이때 가장 중요한 증상이 가슴부위에 나타나는 통증이다.
협심통의 특징은 대개의 경우 초기에는 신체활동에 수반하여 가슴중앙부에 발생되어 약 2~5분 정도 지속되는 것인데 압박감 또는 쥐어짜는 듯한 느낌을 주는 통증이다.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하면 협심증의 경우에 비하여 훨씬 더 정도가 심하고 지속시간이 긴 통증이 나타난다.
셋째 신 기능 저하이다.
장기간 지속된 고혈압에 의하여 신 기능이 저하되면 빈혈, 부종 등 각종 증상이 나타난다.
이상 열거한 외에도 여러 가지 합병증에 의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어떤 원인질환이 있고 그 질환에 의하여 고혈압이 발생되는 것을 이차성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상당수의 이차성고혈압은 수술에 의하여 완치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차성고혈압의 원인에는 신장질환, 갈색세포종, 원발성 알도스테론증, 신동맥질환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때 고혈압과 함께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갈색세포종의 경우 간헐적으로 혈압이 상승하면서 맥박이 빨라지고 당뇨병이 관찰되며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의 경우에는 근육쇠약간, 이상감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증상을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으나 일단 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의사의 진찰을 받을 때 자기가 생각하여 중요한 것 같지 않더라도 모든 중상을 상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설명하였다.
5. 고혈압의 진단
대부분의 질병은 환자가 어떤 증상을 느껴 진찰을 받게 될 때 진단이 되나 고혈압의 경우에는 다르다. 대부분의 경우 고혈압환자는 아무 증상이 없는 단계에서 우연히 진단되기 때문이다. 증상도 없는데 우연히 신체검사 등과 관련하여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상세한 진단이나 치료를 소홀히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고혈압은 아무 증상도 없는 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치료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고혈압이 우연히 처음 발견되었을 때부터 시작된다. 따라서 혈압의 정확한 측정이 고혈압진단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6. 고혈압의 측정
혈압을 측정하는 도구인 혈압계에는 수은주가 보이는 수은혈압계, 바늘이 돌아가는 아네로이드식 혈압계, 혈압치가 숫자로 나타나는 전자식혈압계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나 혈압을 측정하는 원리는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수은혈압계가 가장 정확하므로 다른 종류의 혈압계가 정확한지 여부를 수은 혈압계와 한번씩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혈압을 측정할 때는 우선 공기를 넣어 압력을 올릴 수 있는 고무주머니를 헝겊으로 쌓고 있는 압박대를 윗팔에 감다. 이때 압박대의 크기와 팔의 굵기가 서로 적당하게 맞아야 한다.
따라서 성인을 위한 혈압계로 소아의 혈압을 측정하거나 소아용 혈압계로 성인의 혈압을 측정하는 일은 없어야 하며 팔이 특별히 굵은 사람은 특별히 제조한 대형압박대를 사용하여야 한다. 또한 압박대는 빈틈이 없이 피부에 잘 밀착하여야 하므로 팔에 감을 때 빈틈없도록 잘 감아야 하며 옷 위로 압박대를 감는 일은 없도록 하여야 한다.
압박대를 감은 다음 동맥의 맥박이 잘 만져지는 부위에 청진기를 대고 고무주머니속으로 공기를 밀어 넣어 압력을 올립니다. 전자식 혈압계의 경우 압박대속에 청진기에 해당하는 작은 마이크가 들어 있으므로 이 마이크가 동맥위에 위치하도록 조정하면서 압박대를 감아야 정확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일단 압력을 충분히 올린 다음 서서히 공기를 뽑아내 주면 청진기를 통하여 맥박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점이 수축기혈압, 즉 최고혈압에 해당하고 들리던 소리가 아주 들리지 않게 되거나 아주 약하게 들리게 되는 점이 확장기혈압, 즉 최저혈압에 해당하고 들리던 소리가 아주 들리지 않게 되거나 아주 약하게 들리게 되는 점이 확장기혈압, 즉 최저혈압에 해당한다. 혈압을 기록할 때는 수축기혈압/확장기혈압의 순서로 기록하는데 예를 들면 120에 80, 또는 120/80으로 말하거나 기록한다.
수축기혈압은 심장이 힘차게 수축할 때의 혈압이며 확장기혈압은 심장이 확장되고 있을 때의 혈압을 말한다. 특히 수축기혈압은 여러 가지 요인의 영향에 의하여 크게 변활 수 있으므로 혈압을 측정할 때는 5분 이상 안정한 다음 편안한 자세에서 혈압을 측정하여야 하고 담배를 피운 후 또는 커피를 마신 후에 혈압을 측정하지는 않도록 하여야 한다. 정신적 흥분으로도 혈압이 변동할 수 있으므로 정신적 안정이 중요하다.
이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였으나 정확한 혈압을 얻는 데에는 여러 가지 주의할 점이 많으므로 경험이 많은 사람의 시범을 유심히 관찰하여 정확한 측정법을 익힌 다음에 혈압측정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정확한 혈압을 측정하기 위하여 다음 주의사항을 잘 지키는 것이 좋다.
가. 앉은 자세에서 혈압을 측정할 때 팔을 완전히 들어내어 심장높이에
맞추어서 받쳐 주어야 한다.
나. 혈압을 측정하기 전 30분 이내에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신 일이
없어야 한다.
다. 5분 이상 안정한 뒤에 측정한다.
라. 적절한 크기의 압박대(cuff)를 사용하여야 한다. 또 고무주머니
(bladder)가 최소한 팔 둘레의 80% 이상을 둘러싸야 한다.
마. 수은혈압계를 사용하여 측정한다. 아네로이드 혈압계 또는 전자식
혈압계를 사용할 때는 자주 정확성을 검정 받도록 한다.
바. 수축기 및 확장기혈압 양쪽 다 측정한다. 확장기혈압은 소리가
완전히 소실되는(phase V) 점을 기준으로 한다.
사. 2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측정하여 그 값을 평균한다.
만일에 첫 2회의 측정치 간에 5mmHg 이상의 차이가 있으면 더 추가하여 측정한다.
혈압이 얼마나 높으면 고혈압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기준치는 연구하는 사람의 연구목적이나 경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의한 기준은 표1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수축기혈압이 140 이하이고 확장기혈압이 90이하일 때 정상혈압으로 보고 수축기혈압이 160이상이고 확장기혈압이 95이상일 때를 고혈압으로 보며 정상혈압과 고혈압사이의 혈압을 보이는 경우를 경계역 고혈압 (境界域 高血壓)으로 분류하였다.
한편 미국 합동위원회의 분류기준은 표2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수축기혈압이 130미만이고 확장기혈압이 85미만일 때를 정상혈압으로 분류하고 수축기혈압 140이상, 확장기혈압 90이상을 고혈압으로 분류하였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상혈압기준에 비하여 미국위원회의 정상혈압기준이 더 엄격한 것은 확장기혈압이 90정도일 때도 85이하인 경우에 비하여 고혈압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장기혈압이 85를 넘으면 일단 혈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주의하기 시작하여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표2의 혈압은 강압제를 복용하지 않으며 급성질환을 앓지 않는 상태에서 측정한 혈압이라야 한다. 또 수축기혈압과 확장기혈압의 중증도의 분류가 서로 다를 때에는 더 높은 쪽을 따른다. 예를 들어 혈압이 160/92인 경우에는 제2기로 분류되어야 하며 180/120은 제4기로 분류되어야 한다. 수축기고혈압(isolated systolic hypertension)은 수축기혈압이 140mmHg 이상이나 확장기혈압이 90미만일 때로 정의하는데 수축기혈압에 따라 중증도를 분류한다.
(예: 170/85이면 제2기 수축기고혈압으로 분류한다)
심혈관질환의 위험과 관련하여 가장 바람직한 혈압은 수축기혈압 120미만, 확장기혈압 80미만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혈압이 낮을 때에는 임상적 의의를 검토하여야 한다.
고혈압의 분류는 초기진단 후 2회 이상 진착하고 진찰시마다 2회 이상 혈압을 측정하여 평균값을 기준 하여 분류한다. 평균혈압치에 의하여 고혈압을 분류할 때 표적장기질환 target-organ disease) 및 다른 위험인자의 유무를 확인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혈압이 142 / 94mmHg이고 좌심실비대가 있으며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제1기 고혈압 표적장기질환 (좌심실비대) 동반, 다른 주요위험인자 (당뇨병) 있음으로 분류한다. 이는 위험도의 분류와 치료를 위하여 아주 중요하다.
다음은 혈압의 확인과 추적관찰이다.
혈압을 반복측정하여 혈압이 계속 높은 값을 보이는지, 세밀한 관찰 또는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닌지, 또는 혈압이 정상으로 떨어져서 주기적으로 혈압측정만 해보면 충분한지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처음 측정한 혈압치가 수축기 210 mmHg이상 또는 확장기혈압 120 mmHg이상 등으로 심하게 높거나 표적장기손상의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즉각적인 약물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표3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첫 혈압치에 따라 적절하게 경과를 관찰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
즉 수축기혈압이 130미만이고 확장기혈압이 85미만인 정상혈압으로 판명된 경우에도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혈압이 올라갈 수 있으므로 적어도 2년에 한번은 혈압을 다시 측정해 보아야 한다.
수축기혈압이 130~139, 확장기혈압이 85~89의 범위, 즉 높은 정상혈압에 속하면 1년 이내에 재검을 받도록 하고 이때 혈압상승에 대한 대책으로 생활 양식조정을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또 수축기혈압이 140~159, 확정기혈압이 90~99로 제1기 고혈압으로 판명이 되었다면 2개월 이내에 재검을 하여 혈압치를 확인하도록 한다.
수축기혈압이 160~179, 확장기혈압이 100 ~109에 속하여 제2기 고혈압으로 판명된 사람은 1개월 이내에 세밀한 평가를 받거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소개받도록 하며 수축기혈압 180~209, 확장기혈압 110~119로 제3기 고혈압으로 진단된 사람은 1주일 내에 세밀한 평가를 받거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소개를 받도록 해야 한다. 수축기혈압 210이상, 확장기혈압 120이상의 제4기 고혈압으로 판명된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필요한 진료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이때 수축기혈압과 확장기혈압의 분류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더 심한 분류 쪽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
예를 들어 수축기혈압이 160이고 확장기혈압이 85인 사람은 1개월 이내에 진료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물론 과거의 혈압치, 심혈관질환의 다른 위험인자, 표적장기의 손상 등을 고려하여 대책을 세웁니다. 수축기혈압 130~139, 확장기혈압 85~89의 경우 생활습관조정 (lifestyle modification)의 권유여부를 검토한다.
진료실 또는 검진장소에서 측정한 혈압이 환자의 평소혈압 또는 평균혈압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비교적 저가의 수동식 또는 반자동식 혈압계를 사용하여 가정 또는 직장에서 환자자신, 가족 또는 친구가 혈압을 측정하여 주는 것이 고혈압의 중증도 판정 및 치료효과판정에 도움될 때가 많다. 물론 이때 혈압계의 정확도를 사용 전, 그리고 매년 한번씩은 검증 받아야 하며 사용자는 혈압측정법을 잘 배우고 주기적으로 지도를 받아야 한다. 자동이동식 혈압계를 사용하면 24시간 이상의 활동혈압 및 심박수를 기록할 수 있다. 심장, 신장, 뇌 및 큰 동맥 등 표적장기에 대한 손상 정도는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보다 활동혈압 등과 같이 진료실 외적환경에서 측정한 혈압과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보고가 많다. 활동혈압측정이 임상연구 및 특별한 환자의 평가에 도움이 되는 좋은 검사법이지만 대부분 환자에 대한 통상적인 진단 및 치료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7. 고혈압의 진단/검사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일단 확인된 사람에서는 다음 세 가지 의문에 해답을 얻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진찰 및 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
1) 본태성고혈압인가, 아니면 이차성고혈압인가?
2) 표적장기의 질환 유무
3) 고혈압에 추가하여 다른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존재하는가?
첫째 본태성고혈압인가, 아니면 이차성고혈압인가?
고혈압환자의 90%이상이 확실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고혈압에 속하지만 다른 원인질환에 의하여 고혈압이 발생하는 이차성고혈압의 경우에는 치료법이 본태성고혈압과는 완전히 다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인질환을 치료하여 고혈압 자체를 완전히 치유할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에 따라서는 이차성고혈압의 진단에 필요한 검사까지 다 받아야 할 때가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환자에서는 이차성고혈압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진단적 검사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1) 연령, 병력, 신체소견, 고혈압의 중증도, 첫 검사소견 등이
이차성고혈압의 가능성을 암시할 때
(2) 약물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을 때
(3) 잘 조절되어 오던 혈압이 다시 상승할 때
(4) 가속성(accelerated) 또는 악성(malignant) 고혈압
(5) 고혈압이 갑자기 시작(sudden onset)하였을 때
둘째. 표적장기의 질환 유무
고혈압의 중증도는 혈압상승 정도뿐 아니라 심장, 신장, 동맥 등 표적장기에 고혈압에 의한 변화가 어느 정도로 진행되어 있는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하므로 이와 같은 주요 장기의 기능을 검사하여 고혈압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치료하여야 할지 그 방침을 결정하여야 한다. 혈압상승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체내장기에 이미 고혈압에 의한 변화가 와 있을 때는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여야 한다.
셋째. 고혈압에 추가하여 다른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존재하는가?
고혈압에 동반하여 고지혈증, 흡연, 운동부족, 당뇨병, 비만증 등 동맥경화 또는 심혈관계질환과 관련된 다른 위험인자의 존재여부를 검토하여 치료방침결정에 참고하여야 한다. 고혈압의 정도가 비교적 경하더라도 다른 위험인자가 존재할 때는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여야 하며 강압제를 선택할 때도 다른 위험인자에 대한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 선택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일부 강압제는 혈압은 잘 하강시키나 다른 위험인자, 즉 혈청지질 또는 혈당 등에 나쁜 영향을 미쳐 결과적으로 강압에 의한 치료 또는 예방효과를 감소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고혈압의 진단은 단순한 혈압측정만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할 때가 많다. 간단한 몇 가지 검사로 충분한 때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히 많은 종류의 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의사의 방침에 잘 협력하여야 확실한 치료방침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 표 1 > 혈압의 분류 ( 세계보건기구의 기준 )
분 류
수축기 혈압
확장기 혈압
정 상 혈 압
140mmHg 미만
90mmHg 미만
고 혈 압
160mmHg 초과
95mmHg 초과
경계역 고혈압
정상혈압과 고혈압의 중간 혈압
< 표 2 > 18세 이상 성인혈압의 분류
( 미국 : 고혈압의 발견, 평가 및 치료 합동위원회의 기준, 1992 )
분 류
수축기 혈압(mmHg)
확장기 혈압(mmHg)
정상 혈압
< 130
< 85
높은 정상 혈압
130 ~ 139
85 ~ 89
고혈압
제1기(경증)
140 ~ 159
90 ~ 99
제2기(중등증)
160 ~ 179
100 ~ 109
제3기(중증)
180 ~ 209
110 ~ 119
제4기(심한중증)
210 이상
120 이상
< 표 3 > 첫번 측정한 혈압에 따르는 대책 ( 18세 이상 성인 )
수축기 혈압
확장기 혈압
분 류
< 130
< 85
2년 뒤 다시 측정
130 ~ 139
85 ~ 89
1년 뒤 다시 측정
140 ~ 159
90 ~ 99
2개월 이내에 혈압을 다시 확인
160 ~ 179
100 ~ 109
1개월 이내에 진료 또는 진료의뢰
180 ~ 209
110 ~ 119
1주일 이내에 진료 또는 진료의뢰
210 이상
120 이상
즉시 진료 또는 진료의뢰
고혈압의 이해
저자 : 유원상(인제의대 부속 백병원 내과교수)
(혈압은 일정하지 않다)
심장이 온 몸에서 필요한 혈액을 뿜어낼 때 동맥의 측벽에서 받는 압력을 동맥상 통상 혈압이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최고혈압 1백40 최저혈압 90mmHg이하를 정상, 최고 1백60 최저 95이상을 고혈압, 그 중간을 경계역고혈압 이라고 하나 통상 1백50/90mmHg를 정상 범위의 상한으로 하고 그 이상을 고혈압이라고 한다.
혈압은 파도와 같이 출렁거려 항상 변동하고 있으며 재는 시간, 장소, 사람 및 기계에 따라 다르며 하루 중에도 최고혈압은 30, 최저혈압은 10mmHg나 다를 수 있다.
대개 5분 안정 후 앉은 자세에서 측정한 것을 수시혈압이라고 하며 기초대사율 측정 시와 같은 상태에서의 혈압을 기초혈압이라고 한다. 특히 최고혈압(수축기혈압)은 변동이 심하므로 미국 고혈압학회에서는 확장기압(최저혈압)만을 기준으로 하여 90~1백4를 경증, 1백5~1백14를 중등증 그리고 1백15mmHg이상을 중증고혈압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혈압측정법에는 직접법과 간접법이 있다. 전자는 동맥내에 바늘이나 카테타를 넣어 직접 동맥내압을 재며 매 심박마다 수축기압과 확장기압을 잴 수 있다.
후자는 수은혈압계,시계모양의 아네로이드 혈압계 그리고 요즘 많이 보급 전자식 혈압계를 이용하여 청진법으로 혈압을 측정한다. 혈압은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변동한다. 그중 체위, 측정 부위, 기온, 신체 활동, 음주, 스트레스 등의 영향이 크다. 이와 같은 조건들을 객관화하고 측정에 세심한 주의를 해도 환자 고유의 일중변동 때문에 많은 차이를 보여 심하면 30/10mmHg에 이를 수가 있다. 대개 아침에 눈뜨면서 차츰 상승하기 시작하여 오전 10~12시까지 높고 점심식사후 조금 떨어졌다가 취침후 떨어져 새벽 2~3시경에 제일 낮아진다. 최근에는 24시간 활동혈압이라고 하여 15~20분 간격으로 계속 측정한 복수혈압치의 평균을 얻어 고혈압의 진단, 치료 개시 여부 및 효과 판정에 이용하고 있다.
(고혈압은 간염보다 많다)
고혈압의 역학조사로 알려진 사실 중의 하나는 미국 성인 인구의 15~20%가 고혈압 환자인데 자신이 고혈압인 줄 몰랐던 사람이 1/2이고 그중 진단 후 치료를 받은 사람이 1/2이었다. 한편 그 중에 제대로 치료를 받은 사람이 1/2이어서 결국 고혈압 환자중 1/8만이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후 강력한 국민계몽으로 치료받는 환자가 약40%로 늘었다고 한다. 이것은 고혈압이 얼마나 순환기 질환 내지 성인병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웅변으로 말해 주고 있다. 고혈압의 발생 빈도는 나이,성별,인종에 따라 다르며 미국의 경우 전체로는 15~20%이다. 그러나 흑인 남자는 25%이상이고 1백40/90mmHg를 기준으로 하면 무려 45%에 이른다. 갱년기 전에는 남자가 많으나 그후에는 남녀 차가 없거나 여자가 더 많다. 본태성 고혈압은 30대 후반에 시작하여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여 60대에 이르면 30% 이상이 된다.
(고혈압은 원인을 모른다)
고혈압에는 본태성과 속발성고혈압이 있다. 속발성 또는 이차성 고혈압은 신장,내분비,신경 기타의 원인 등이 있으나 매우 드물며 전체의 90%~95%는 본태성 또는 일차성고혈압으로 현대의학에서 아직도 원인을 찾지 못한 병이다. 즉 고혈압 환자 열명 중 아홉명으로 그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면 아주 모르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지난 수십년간 많은 고혈압 학자들의 노력으로 혈압의 결정 요인, 조절 인자, 승압기전등이 밝혀졌고 이를 바탕으로 고혈압의 성인(成因)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몸 안에 소금기가 많으면 혈압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소금 섭취량이 하루 4mg미만인 에스키모인들은 고혈압환자가 거의 없고 30mg이상인 일본 동북부 아끼다 지방에는 3명에 1명 정도로 환자가 많다는 것이 그 증명이 되었으며 이밖에 비만증, 교감신경계긴장, 자동조절설, 압수용체설,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 심방성 이뇨인자 등이 원인의 일부가 되며 가장 영향이 큰 것이 유전적 소인으로 부모의 한쪽이 고혈압이면 둘 중 하나가 그리고 모두 정상이면 다섯에 하나가 고혈압인 것이다.
경증이나 중등증의 본태성고혈압은 증상 없이 몇 년이고 잘 지낼 수 있는 병이다. 간혹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안 뒤 비로소 두통, 어지러움, 피로감, 심계항진등 비교적 막연한 증상들을 호소하는데 이것은 정서, 기분에 따라 변동이 심하며 더욱이 혈압의 높이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고혈압 이외의 병이나 신경증, 때로는 정상인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두통 : 혈압이 높고 특히 가속성고혈압(급격히 악화되는 고혈압으로 혈압 상승이 극심하고 안저출혈이나 삼출이 생기며 혈뇨를 동반)일 때는 특히 아침에 심하고 낮에는 가라앉는 박동성후두통을 경험한다. 시력장애까지 동반하는 악성고혈압에서는 두통이 극심하여 신속한 감압에 의하여서만 소실된다.
긴장성 두통은 전형적 고혈압성 두통과는 달리 박동성이 아니며 앞머리 부분에 통증을 호소하나 감별이 어려울 때가 많다.
심부전 :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심실벽이 두꺼워져 이에 맞서게 되나 한도를 넘으면 심부전에 빠져 심장성호흡곤란증을 나타낸다.
중등도의 혈압상승으로는 좌심부전이 일어나지는 않으나 악성고혈압에서는 심부전에 빠지되 감압하면 바로 회복된다.
신증상 : 고혈압은 오랜 경과 끝에 신경화증을 일으키나 가속성 또는 악성고혈압이 아니고서는 신부전까지 일으키는 일은 드물다. 중증고혈압 환자는 때로 야간뇨나 드물게는 혈뇨를 보인다. 가속성.악성 고혈압에서는 수주일 내지 수개월 사이에 신부전이 진행되어 사망한다.
중추신경계 증상 :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면 고혈압성뇌증을 일으켜 기민, 혼미, 혼수 등 의식장애와 경련을 일으킨다. 뇌동맥경화가 있으면 뇌혈관 사고에 의하여 심한 두통, 혼미, 혼수, 경련, 시력, 보행 및 언어장애 등을 일으킨다.
뇌졸중은 동맥경화로 뇌혈관이 막혀서 오는 뇌경색이 가장 많고 다음이 급격한 혈압상승으로 뇌혈관이 터져서 오는 뇌출혈이 있으며 심장 등에서 색전이 떨어져나와 뇌혈관이 막히는 뇌색전증이 가장 드물다. 그 밖에24시간 이내에 혼수,마비,언어장애 등이 소실되는 일과성 뇌허혈발작 등이 있다.
고혈압의 유무는 수시혈압 또는 24시간 활동 혈압의 평균등에 의하여 진단할 수 있다. 그 다음 문제로 심장, 뇌, 신장, 눈등 표적장기의 침범 여부를 알아보아야 하므로 흉부X선, 심전도, 뇨, 혈액화학, 안저검사 등이 필요하게 된다. 다시 고혈압성합병증인 악성고혈압, 뇌출혈, 심부전, 신부전, 대동맥박리등의 유무와 동맥경화성 합병증인 협심증, 심근경색증, 부정맥, 뇌경색, 간헐성파행증 유무를 알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위험 인자 및 속발성고혈압의 원인탐색등이 있다.
일단 고혈압이 있다고 진단된 사람이 명심해야 할 사항은
첫째, 고혈압이란 평생 가는 병이라는 것,
둘째, 고혈압은 혈압 자체 문제보다는 표적장기의 침범과 합병증이 무섭다는 것,
셋째, 고혈압은 증세가 없는 경우가 많으며 합병증이 생겨야 비로소 여러 가지
증세가 생긴다는 것,
넷째, 증세가 없더라도 혈압이 높으면 합병증은 계속 진행하나 치료를 하고 있으면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다섯째, 일단 치료를 시작했으면 평생 계속해야 한다는 것들이다.
따라서 의사들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에게 치료의 이득과 부작용, 증상과 혈압치와는 무관하다. 치료하지 않으면 무서운 합병증이 생긴다. 장기간의 진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완치가 아니라 조절하는 것뿐이며 합병증의 발증을 예방하는 것이 고혈압 치료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일러주어야 할 것이다.
(고혈압은 완치되지 않고 조절된다)
고혈압은 완치되지 않고 다만 조절될 뿐이다. 따라서 치료는 평생 계속되어야 한다. 고혈압의 치료법을 크게 비약물요법과 약물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비약물요법으로 미국 합동위원회가 추천한 것은 비만치료, 감염식, 알코올 제한이며 그 밖에포화지방산 제한, 금연, 운동, 행동요법 등을 거론하고 있다.
비약물요법 : 비약물요법은 경증고혈압의 기본치료법이며 중등도, 중증고혈압의 약물치료의 보조 요법이기도 하다.
체중 감량 : 비약물요법중 가장 확실한 것은 감량 요법이다. 따라서 모든 비만 고혈압 환자에게 권장된다. 단순 비만의 원인은 거의 전부가 과식이라고 단언하는 이도 있는 만큼 비만증의 치료는 단연 식사 요법이 기본이다.
체중 1kg을 줄이려면 지방조직의 수분 함량을 20%라고 할 때 7천2백Kcal를 소모해야 한다. 따라서 주당 1Kg,월4Kg의 감량을 기대하려면 하루 1천Kcal를 덜 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체중 조절을 위한 감식 요법은 남자 1천5백, 여자 1천2백Kcal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는 월2Kg정도 감량하는 것이 무난하며 식사 요법을 오래 견디려면 하루 2백~3백Kcal를 더 주어 식사를 즐겁게 하고 그만큼은 운동으로 소비하도록 한다. 식사의 영양소 구성은 당질 65%, 단백질 15%, 지질 20%가 바람직하다.
향신료는 식욕을 돋구므로 제한하는 것이 좋겠다.
알코올 제한 : 과다 음주자에게 고혈압의 위험이 증대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모든 고혈압 환자는 알코올 섭취량을 사정하여 하루 알코올 30cc(소주 1/3병)이하로 줄이도록 한다. 필자는 금주가 상책이나 부득이한 경우엔 천천히 그리고 요령껏 적게 마시되 안색이 변하거나 가슴이 뛰고 숨이 차면 심장에 무리가 된다는 징조이니 그만 두는 것이 좋으며 집에서 반주로 하는 정도는 무방하다고 일러두고 있다.
감염식 : 중등도의 저염식으로 하루 소금 5mg내외로 하려면 음식 재료로 염분 함량이 극히 적은 것만 쓰고 조리 시에 3mg의 소금을 쓸 수 있다. 또 경도의 저염식으로 하루 10mg내외로 하려면 조리 시에 식염 함량이 17%인 간장 6~8mg을 쓸 수 있으나 식탁에서 여분의 간장이나 소금을 쓰면 안된다. 음식은 더울수록, 설탕을 많이 쓸수록 짠 맛이 덜 느껴지기 때문에 조리시 유의해야 하며 식초의 사용량을 늘리면 간장을 줄일 수 있다. 양식에서는 식탁에서 별도로 소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8mg 정도의 목표를 쉽게 달성하나 우리의 식사 습관으로는 12mg정도로 줄이는 것이 밥맛을 잃지 않는 최소한일 것이다. 실제로 새로 입원한 환자에게 하루 10mg의 저염식을 주면 처음 며칠 동안은 싱거워서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하다가 차츰 밥맛을 되찾는 것을 볼 수 있으나 퇴원해서도 그 정도의 저염식을 계속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으며 다만 이런 정도로 싱겁게 먹어야 된다는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뿐이다.
식염의 제한은 하루 섭취 총량이 문제임으로 한 두 가지 조금 짠 음식을 먹었다고 큰일 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얼만큼의 소금이 며칠간이나 계속 들어갔느냐 가 중요하다. 따라서 온 식구가 가급적 싱겁게 먹도록 협력해야 한다.
운동 : 운동요법에 대한 관심은 높으나 장기 치료법으로서의 임상적 평가는 아직 이르다. 역기나 밀기, 당기기 등 정적(등척성)운동은 고혈압 환자에게는 해롭다.
규칙적인 동적(등장성)운동이 강압 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고혈압의 발증을 예방한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운동을하므로써 보다 건강한 생활 태도 즉 감염식과 절주, 스트레스에 대한 적은 반응 등의 효과를 얻게 되어 고혈압발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정기적 동적 운동 프로그램은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며 따라서 주로 앉는 생활양식과 관련된 심혈관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도 운동은 권장할 만하다.
문제는 장기치료법으로 계속 여부와 운동중 예측 못한 심발작을 예방할 수 있는가에 있다.
필자는 운동에 소극적이어서 환자들에게 권할 때 운동을 하면 오래 산다거나 어떤 병이 낫는다거나 하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한다면 자칫 무리를 하기 쉬우며 따라서 힘에 겨운 것을 억지로 하는 수가 많아 사고를 일으키기 쉬우니 조심하라고 주의시킨다.
운동의 장기 효용이 확립되지 못한 현재 “남이 좋다니 나도 해본다”, “남도 하는데 낸들 못하랴”하는 오기와 “병이 나아야지”, “오래 살아야지”라고 되내이면서 씩씩거리고 한다면 인생이 불쌍하고 비참하다.
어차피 운동선수가 될 것이 아니라면 그저 “운동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으니까” “재미가 있으니까”, “스트레스가 풀리니까” 등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정도가 무방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왕 운동을 하기로 했다면 우선 운동을 해도 좋은지에 대한 의학적 검사를 하여 금기 사항이 있는가를 살펴보고 운동부하 검사로 운동능력을 측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운동의 내용과 강도를 결정한다. 단시간의 고도 운동보다 중등도의 운동을 30~60분간하는데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등 소위 에어로빅 운동이 바람직하며 최소한 1주 3회 정도 해야 심폐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오래 계속하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흥미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
(약물요법)
경증고혈압의 일부를 제외한 모든 고혈압 환자는 나이, 성별, 중증도, 합병증 및 위험 인자의 유무에 관계없이 약물요법의 대상이 된다. 치료에 들어가기전 우선 고혈압이란 증세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며 증세가 있거나 없거나 간에 혈압이 높으면 가급적 정상으로 떨어뜨리고 유지함으로써 동맥경화증이 발증 내지는 진행을 저지 또는 지연시켜 궁극적으로는 뇌졸중, 심장발작, 심부전 등 합병증을 예방하자는 것이 목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목표를 정상 혈압에 두어야 한다.
고혈압은 완치되는 것이 아니고 조절되는 것뿐으로 강압제란 먹을 때에만 혈압이 내려가며 현재로서는 24시간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것이 없으므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같이 평생을 계속해야 하는 장기 투약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각 강압제의 특성, 약의 변경,용량 조절 가능성, 예상되는 부작용 및 중단 시의 폐해 등을 알아야 한다.
강압치료는 혈압이 3개월 이상 정상화하면 감약할 수 있고 6개월 이상 정상을 유지할 때는 휴약도 가능하다. 고혈압의 약물치료 효과는 단기적으로는 증상의 소실과 혈압의 정상화이며 장기적으로는 심혈관질환의 이병률 및 사망률의 감소와 합병증 발생률의 저하로 역학조사들은 모두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장기간의 투약이 불가피한 고혈압의 약물치료에서는 초기 강압의 효과 유무가 문제가 아니라 장기투약에 따르는 부작용의 유무 내지 경중이 문제가 된다. 부작용의 종류도 다양하여 강압제의 종류에 따라 특이한 부작용이 있으며 의사는 물론 환자들도 예비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압제의 부작용은 용량 의존성이 많으므로 단독.고용량보다는 다제 저 용량의 병용을 기본으로 하되 유사 약의 병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은 예방할 수 있다)
고혈압의 예후는 좋은 강압제가 없었던 1950년대 이전과 이후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고혈압 환자의 1955년 평균사망평균연령은 54세로 정상인보다 15년이 짧았는데 1975년의 고혈압 환자의 10년 생존률은 72%이고 정상인은 82%로 많이 개선되었다. 고혈압 환자의 사인은 뇌사 44%, 심장사 23%,신장사 5% 였으며 강압제의 발달에 따라 고혈압성 신부전 및 뇌출혈은 현저하게 감소했으나 동맥경화성 합병증인 뇌경색, 심근경색등은 증가 추세에 있다. 또 고혈압의 예후는 혈압의 높이, 나이와 성별, 이병기간 등의 규정 인자와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비만증 등 위험 인자들에 의하여 영향을 받으나 결국 합병증의 유무 및 중증도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들 합병증의 예방 즉 고혈압 조절을 위한 적절한 강압 요법만이 고혈압의 예후를 개선하는 왕도인 것이다. 고혈압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본태성 고혈압은 원인 불명이다. 따라서 수인성 전염병 예방을 위하여 물을 끓여 먹는다던가 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주사를 맞는다는 등 확실한 예방법이 고혈압에는 없다.
이미 고혈압이 발증한 환자에게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는 것은 강씬제 요법으로 가능하겠고 고혈압 자체의 발증을 예방하는 일차적 예방법은 발증촉진인자들을 찾아 조절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유전 : 전술한 바와 같이 고혈압의 유전력은 0.5 즉 혈압치는 유전적 영향을 50% 받으므로 환경의 영향도 50% 라는 점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령 : 원시사회에서는 가령에 의하여 고혈압의 발생빈도가 증가하지 않으며 이것은 환경요인의 축적이 고혈압을 발증시킬 수 있다는 증거 가된다.
그러나 가령에 의한 혈압의 증가는 문명사회에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성인인구에서의 고혈압의 발생빈도는 15%이나 60대에서는 40%, 70대에서는 무려 60%에 이른다.
나이 먹는 것을 막을 수는 없으나 정신적, 육체적으로 젊음을 유지하여 늙어 가는 것을 막도록 노력하는 것은 곧 고혈압의 예방과도 직결된다.
비만 : 흔히 뚱뚱한 사람은 혈압이 높고 마른 사람은 낮다고들 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나 실제로 비만 고혈압환자에서 체중을 10Kg줄이면 수축기압이 25,확장기압은 10mmHg정도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역으로 말하면 고혈압의 소질이 있는 사람이 비만증이 되면 고혈압이 발증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 야심이 많고 공격적이며 경쟁심이 강하고 항상 시간에 쫓기는 소위 행동파들은 혈압도 높고 심장발작이 생기는 확률도 높다. 도시화,서구화학수록 혈압은 높아지며 일반적으로 스트레스에 의한 혈압상승은 확장기압상승으로 나타난다.
소금 : 필요 불가결한 영양소이긴 하나 일반적으로 생리적 필요량보다 과다하게 섭취하고 있으며 소금 섭취량이 많을수록 고혈압 발병률이 높다.
운동 : 운동량이 적고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는 비만증이 따르게 되고 이들에게 고혈압 발병률이 높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로 정신적 노동을 하는 관리직에서는 확장기 혈압이 높아 스트레스와의 관련을 시사하고 있다.
운동부하검사 시에는 정상인에서도 최고혈압은 1백80, 고혈압 환자에서는 2백mmHg이상 올라가는 것으로도 육체적 활동이 혈압을 올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운동량이 너무 적거나 너무 많아도 고혈압의 발증에는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따라서 운동이란 너무 적거나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인 것이다.
이상 고혈압의 일차적 예방책으로써 여러 위험 인자 또는 촉진 인자들에 대한 대책은 적극적인 보건교육과 더불어 개개인의 자각과 생활양식 개선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그 요체인 것이다.
고혈압의 치료라는 멀고도 험한 길을 가자면 수많은 걸림돌들이 있을 것이다. 작은 것은 들어내고 너무 큰 것으 비켜가는 지혜를 이 소책자에서 얻어 “건강하게 오래 살자”는 목표의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