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의 시제
김경주
마지막으로 그 집의 형광등 수명을 기록한다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는 건 손톱이 자라고 있다는 느낌과
동일한 거 저녁에 잠들 곳을 찾는 다는 건 머리칼과 구름은 같은 성분이라는 거 처음 눈물이라는 것을 가졌
을 때는 시제를 이해한다는 느낌, 내가 지금껏 이해한 시제는 하루 종일 딸들의 머리를 땋아주던 여자가 중
얼거리던 화음의 중간만 기억하는 거
사람을 만나면 입술만을 기억하고 구름 색깔의 벌레를 모으던 소녀가 몰래 보여준 납작한 가슴과 가장
마지막에 보여주던 일기장 속의 화원 같은 것을 생각한다 그곳에는 처음도 끝도 없는 위로를 위해 처음 본
사람이 필요했고 자신의 수명을 모르는 꽃들만 살아남았다 (중략-전문은 조인스 닷컴(www.joins.com)
에서 볼수 있습니다 -2009년 '세계의 문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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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한국문학의 지형도를 보여주는 제9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최종심(3심) 후보가 결정됐다. 미당문학상 최종심에는 ▶김경주▶김근▶김신용▶김언▶김행숙▶송재학▶이근화▶이영광▶정진규▶조연호씨 등 10명의 시인이 올랐다. 황순원문학상 최종심에는 ▶강영숙의 ‘그린란드’▶김경욱의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김사과의 ‘정오의 산책’▶김숨의 ‘간과 쓸개’▶김애란의 ‘너의 여름은 어떠니’▶김중혁의 ‘C1+y=:[8]:’▶박민규의 ‘근처’▶배수아의 ‘올빼미의 없음’▶은희경의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전성태의 ‘이미테이션’ 등 10편의 단편소설이 뽑혔다.
미당문학상 예심은 이광호(46·서울예대 교수)·유성호(45·한양대 교수)·권혁웅(42·한양여대 교수)·김수이(41·경희대 교수)·조강석(40·문학평론가)씨가, 황순원문학상 예심은 정홍수(46·문학평론가)·김영찬(45·계명대 교수)·신수정(45·명지대 교수)·김미현(44·이화여대 교수)·김형중(41·조선대 교수)씨가 각각 맡았다. 심사는 29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열렸다.
미당·황순원문학상은 서정주(1915∼2000) 시인과 황순원(1915∼2000)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본지가 주최하고 LG그룹이 후원한다. 상금은 미당문학상이 3000만원, 황순원문학상이 5000만원이다.
최종심은 이달 말 열리며 수상자는 본지 창간기념일(9월 22일) 즈음 발표한다. 후보작들은 이번 주부터 지면을 통해 소개된다.
◆미당문학상 예심평=“한국시 스펙트럼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시인들이 골고루 포함된 것 같다.” 최종심 진출 시인들에 대한 예심위원들 총평이다. 면면이 다채로워 균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정진규·김신용 등 선배 세대 시인들은 여전히 생생하고 탄력있는 시편들을 써낸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송재학 시인은 “긴장감 넘치면서도 여백이 느껴진다”는 호평을 받았다. 젊은 시인들의 약진도 뚜렷했다. 2000년대 초반 시의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며 트렌드를 이끄는 한편, ‘난해시’라 몰리기도 하던 젊은 시인들의 시적 변화가 눈에 띄었다. 가령 김행숙의 경우 “초기 시에서 보이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경쾌한 화법와 환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이광호 예심위원)는 평을 받았다. 이전에 비해 읽기 편하게 쓰고, 독자와 소통이 되는 방향으로 젊은 시의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인들에게 축적된 문화체험이 시에 드러나는 경향도 확인됐다. 가령 올해 처음 미당문학상 본심에 오른 조연호 시인은 “인디 밴드를 연상시키는 정서와 음악적 에너지가 시 안에 담겨 ‘홍대 시인’이라고 부를 만하다”는 평가� 얻었다. 반면 과도기의 일부 40∼50대 중진들은 부진하다고 진단됐다.
◆황순원문학상 예심평=올해 황순원문학상 최종심 진출작 10편은 두 차례에 걸친 투표로 결정됐다. 예심위원 5명이 각각 적어온 후보작 10편을 취합해 과반수(3표) 이상 득표작 7편이 1차로 최종심에 올랐다. 2표를 얻은 7작품을 대상으로 한 2차 투표로 나머지 3편이 결정됐다. 1차 투표에서 4표씩 얻은 은희경·박민규·김중혁의 작품이 최다득표작이다. 각각 “은희경표 소설의 절정”(김미현 예심위원), “박민규식 형식미를 보여주는 작품”(신수정 예심위원), “후보작 중 가장 가독성이 높은 작품”(김영찬 예심위원)이란 평을 받았다. 나머지 후보작들도 모두 심사 과정에서 “전성태식 소설” “김애란표 소설”이라 명명되는 등 10편에 드러난 작가의 개성과 스타일이 뚜렸했다. 최연소(84년생)로 본심에 오른 김사과를 두고는 “김사과가 이렇게 소설을 잘 쓰는 작가인 줄 몰랐다”(김형중 예심위원)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예년과 같은 격렬한 찬반 토론은 없었다. “표를 던지지 않은 작품이라 하더라도 최종심에 오를만하다는 데엔 수긍할 수 있었다”(김영찬 예심위원)는 것이 중론이었다. 신수정 예심위원은 “지난해에는 젊은 작가들에 쏠린 느낌이 있었지만 올해엔 중견들도 실력을 발휘해 균형을 잡아줬다”며 “10편만 최종심에 올리기가 아쉬울 정도로 후보작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