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신춘자/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청명한 가을 날씨에 불타듯 붉은 단풍으로 주변이 황홀하다. 만추의 색깔이 이런 것이였던가?
코로나19로 긴 세월동안 외부와의 단절로 계절의 묘미는 잊은 지 오래되고 비대면의 면회 방문은 가족들의 모습도 기억에서 가물가물 희미하다. 오늘은 이동하여 야외 산책의 날 워커에 몸을 의지하고 요양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문하나 열고나와 하늘을 본다, 더 없이 상쾌하다.
외부 산책이라야 삼층인 나의 숙소 옆에 마련된 정원인데 평소엔 치매환자들의 위험 방지책으로 출입이 금지 돼 있어서 유리창 너머에 눈요기 밖에 안 되는 그림의 떡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3,700평 넓은 대지에 안주한 요양원 주변은 수려한 수목과 화려한 야생화가 유혹하지만 걱정되는 코로나의 위세로 출입문을 이중 삼중으로 걸어 잠구니 세월이나 원망할 뿐 한숨으로 달랜다. 이웃들이 말하는 젠틀 할아버지는 내 영감의 별명이다. 온화하고 양심적이며 미남의 영감의 신조가 남의 흉이나 남의 탓은 절대금물이며 여편네의 큰 실수로 재산의 손해가 났어도 부부 싸움은커녕 큰소리 한번 집안에 나는 법이 없이 커가는 두 아들들에게 희망을 걸고 회혼을 거쳐 90평생 사는 동안 자랑거리가 많고 쐤지만 팔불출은 되기 싫어 이만 주리련다.
준비 없는 갑작스런 영감님의 병세는 나에겐 청천벽력이었고 세상만사가 귀찮아 말리는 두 아들을 뒤로하고 생면부지인 산 속에 요양원으로 걱정근심을 한 아름 안고 들어왔다.
들어와 보니 하루세끼 갓 지은 5점 반상에 세 번에 간식은 풍족했고 일주일에 두 번에 목욕은 과남했으며 세 번의 물리치료와 노래교실, 원예치료, 가요무대 관람 등등에 바쁜 일정은 흥미진진하며 잡념으로 우울한 틈이 없이 분주하다.
주변은 모두가 환자이고 대부분 치매다 보니 때로는 다툼도 있고 시끄럽기도 하지만 요양보호사들의 재치로 웃음으로 화해하니 나와는 상관없이 생활이 편리하니까 들어올 때 근심걱정은 한낮 기우였고 내가 편하다고 전하니 자식들 마음도 편하겠기에 내 인생에서 잘한 것 한 가지가 요양원을 택한 내 인생이라고 자부한다.
자식들의 신세 안지고 걱정 없는 나의 요양원 생활은 근면 성실했던 영감님 덕이라고 늘 생각하기에 나 혼자 누리기엔 민망해서 큰 아들을 시켜 시누님들에게 과일 상자를 보냈더니 요양원에 환자가 선물을 보내다니 고맙다는 침소봉대의 과찬은 나를 울렸지만 마음만은 편했고 기분은 좋았다.
아~~~오늘의 만추는 더욱 화창하고 화려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