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현대백화점 집단감염, 화장실에 범인이 있었다?
전문가 “수도꼭지와 손잡이 등이 오염됐을 가능성 높아”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현대백화점 관련 추가 확진자가 20명 늘면서 누적 확진자가 69명으로 늘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입구에 임시 휴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장련성 기자
현대백화점 직원 A씨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확진자 증가 이유에 대해 “지난 주말 유독 백화점에 유동인구가 좀 많았다. 세일도 있고, 상품권 행사도 있었다. 월초에 브랜드들이 프로모션을 많이 진행해 백화점 유동인구가 좀 더 많았다”라고 추정했다.
A씨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직원들은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한 편이다. 직원들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출근 전 증상 유무, 최근 확진자와 만났는지 등을 체크해야 백화점 출입이 가능하다.
단 영업점에서 마스크 착용은 필수지만 1층, 11층 흡연실, 직원용 화장실, 휴게실, 탈의실 등에서 마스크를 벗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흡연실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서 한명씩 앉아서 흡연할 수 있긴 하다. 그런데 중앙에는 다 모여서 이야기하면서 흡연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백화점이 명품관 대기 고객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근 전에 보면 (고객들이) 명품 매장에 줄을 많이 서 있다. 전체적으로 간격 유지가 안 되다 보니까 개선이 좀 필요한 것 같다. 출입할 때 QR코드라든지 이런 게 없으니까. 직원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도 한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역학조사관으로 활동했던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이날 같은 방송에서 현대백화점 집단감염과 관련해 ‘화장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흡연실 같은 곳에서 잠깐의 접촉으로 (확진이) 잘 이루어 지지 않는다. 지금 확진자가 2~3일 사이에 수십명이 나오는 걸 보면 기침과 같은 일회성 사건에 의해 나타나는 호흡기 비말감염에 의한 유행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또 하나는 접촉감염이 있는데 이건 확진자가 기침을 하거나 비말이 묻은 손으로 공용시설이나 물품을 오염시켰을 때 발생한다”며 “바이러스가 외부에 나오면 금방 죽는데 플라스틱이나 금속 같은 딱딱한 표면에는 며칠 동안 생존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역학조사해 보면 제일 주목해야 되는 데가 화장실이다”라며 “마스크를 벗고 양치하고 가글하는 과정이 있고 화장실에서 코에 손이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서 수도꼭지나 휴지, 문 손잡이 이런 것들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그걸 뒤에 이용하는 사람이 만지면 바로 감염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쿠팡물류센터 집단감염 때도 작업복, 키보드, 안전모 등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부연했다
★강남 덮친 ‘현대백화점 쇼크’ … 방문객 수만명이 검사 대상
확진 나오고도 영업… 48명 감염
7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임시 선별진료소. 아이 손 잡고 나온 엄마, 정장 차림의 직장인 등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400여 시민이 길게 줄 지어서 있었다. 안내에 나선 인근 호텔 직원들이 “오후 5시면 진료소가 문을 닫기 때문에 이젠 줄을 서도 검사를 못 받는다”고 했지만 줄은 계속 늘어났다.
이렇게 코로나 검사자가 대거 몰린 것은,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백화점 식품관 직원 2명이 최초 확진을 받았고, 7일 0시 기준 관련 확진자는 48명까지 늘었다. 백화점은 4일부터 사흘간 식품관 폐쇄와 전체 휴업, 정상 영업 등의 조치를 이어가다 7~8일 ‘전체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방역 당국은 6일 오후 7시쯤 수도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6월 26일부터 7월 6일까지 무역센터점 방문자는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달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백화점은 입장 시 QR코드 확인이나 수기 명부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백화점에 들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 업계에선 검사 대상자가 수만명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에 사는 50대 주민 최모씨는 “어제까지도 백화점이 정상 영업하길래 큰 걱정을 안 했는데, 문자를 받고 불안해서 검사받으러 왔다”고 했다. 서울 대치동에 사는 양인혜(58)씨는 “4일 오후 식품관에서 딸과 식사를 했는데, 직원이 ‘코로나가 심하니 떨어져서 대기해달라’고 안내를 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확진자가 나왔는데 계속 영업을 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강남 지역 맘카페에도 “불안하니 모두 검사를 꼭 받으라” “이게 무슨 난리냐”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코로나 검사 수백미터 줄섰다...현대백화점 집단감염에 강남 발칵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역 5, 6번 출구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이날 집계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숫자는 1212명으로 지난해 12월(1240명)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타났다. / 장련성 기자
7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역 6번 출구 앞 임시선별진료소에는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몰린 시민 430여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코엑스 등 인근 직장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나선 사람들과 아이 손을 잡고 나선 엄마들도 곳곳에 보였다. 선별진료소 앞 서울 파르나스 호텔 경비원들이 줄 끝에서 “오후 5시까지만 진료소가 운영돼 이젠 줄을 서도 검사를 받지 못한다”고 안내했지만, 줄을 서는 시민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9시 20분쯤 줄을 선 이들이 4시간 가까이 기다린 끝에 검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 삼성동 주민 50대 최모씨는 “6일 오후까지도 백화점이 영업하길래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저녁에 문자를 받고 불안해서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했다.
지난 4일 직원 2명이 최초 확진된 이후, 6일 오후 6시까지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관련 코로나 확진자가 47명까지 늘어나면서 인근 강남 엄마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같은날 오후 7시 1분쯤 “6월 26일부터 7월 6일까지 무역센터점 방문자는 가까운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에 인근 임시선별진료소들로 인근 시민들이 수백명씩 몰린 것이다. 7일 오후 12시쯤 딸과 함께 검사를 받으러 온 대치동 주민 양인혜(58)씨는 “확진자가 나왔다는 지난 4일 오후 현대백화점 식품관에서 딸과 저녁 식사를 했다”며 “직원이 ‘코로나가 심하니 떨어져서 대기해달라’고 하길래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문자를 받고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고 했다. 양씨는 “어제도 영업한 현대백화점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역 5, 6번 출구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이날 집계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숫자는 1212명으로 지난해 12월(1240명)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타났다. / 장련성 기자
백화점은 입장 시 발열 체크만 하고, 내부 가게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별도의 QR체크나 수기명부 작성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정확히 몇 명이 언제 백화점을 들렀는지 알 길이 없다. 중대본 역시 “QR코드 및 수기명부 미작성으로 방문객을 특정할 수 없어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문자로 소식을 알게된 강남 엄마들 사이에선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것 아니냐’, ‘지금 줄을 서도 검사를 못 받는다는데 백화점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는 반응이 이어졌다. 삼성동 주민 천진경(49)씨는 “아는 학부모가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줄이 밀려 빈손으로 돌아왔다며 화를 내더라”며 “백화점 방문객만 수천명일텐데, 어떻게 일일이 검사할 것이며 폭증하는 확진자를 어떻게 억제하겠냐”고 했다. 이어 “최근 홍대 원어민 강사 감염으로 대치동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는데, 현대백화점에서까지 집단감염이 터지니 학부모들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강남 지역 맘카페들에서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집단감염 소식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서초 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7일 “현대백화점 음식점에 갔었고, 상품권 쓴다고 직원분 옆에 잠시 붙어 있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게시돼, 조회수가 1500건을 돌파했다. 댓글에는 ‘불안하니 검사를 꼭 해봐라’, ‘백화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객들한테 연락해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다른 맘카페에서도 재난문자 내용을 공유하며 “기간 내 백화점 방문한 사람은 검사 받아야겠다”는 글 이어졌고, ‘이게 무슨 난리냐’는 반응이 뒤따랐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7~8일 양일간 임시휴업을 결정한 상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방역당국과 협의 하에 임시휴업에 들어갔다”며 “3000여명의 직원들이 각자 가까운 곳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