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그렇지만
클래식도 첫발을 딛기가 어렵지
천천히 듣다 보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평상시에 궁금했던
클래식에 관한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는 시간으로 엮어보려 해요.
일단 귀에 익은 선율부터
알아가는 게 좋습니다.
오늘은 곡 소개보다는
클래식을 듣는 방법에 대해
주로 이야기할 게요.
먼저 음악을 들을까요?
바다르체프스카 소녀의 기도
곡명을 몰라도 바로 알겠네요.
학교 시작종! 바로 그 음악인데요.
곡 제목은 몰라도
그 곡이 쓰인 상황을 기억해서
알고 있는 곡들이 있죠.
이 곡이 대표적인 곡입니다.
제목은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예요.
작곡가는 폴란드 사람인데
이 곡 말고는
알려진 곡이 거의 없습니다.
이 곡은 피아노 처음 배울 때
피아노 명곡집에서 많이 배우는 곡이죠.
맞아요.
상황과 음악을 동시에
기억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다면 처음엔 이렇게
상황과 같이 음악을 듣는 게 좋은가요?
클래식 처음 들을 때
어떤 곡부터 들어야 하나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을 좋아해요.
음식도 먹어봤던 음식에 끌리고
각자 자기만의 취향이 있잖아요.
음악도 마찬가집니다.
귀에 익숙한 선율부터 알아가고
또 들어서 좋은 음악부터
반복해서 듣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음악을 다시 듣기가
쉽지가 않아요...
제목이 너무 길어서...
클래식을 듣다 보면
‘아, 좋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찾아보고 싶은데
곡이 뭔지를 몰라서
찾는 것부터가 장벽입니다.
그래도 우리가 다시 듣고 싶으면
노력을 해야죠.
우리가 갑자기 좋아지는 게 있으면
그것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을 하잖아요.
그래서 여기서 팁은
일단 작곡가 이름은 기억을 하시고요.
곡마다 작품번호라는 게 붙어 있어요.
불편하지만
그것을 외우는 게 중요합니다.
일종의 곡에 붙은 바코드 같은 거죠.
마트의 상품도 바코드만 찍으면
상품 정보가 다 나오듯이
곡명을 제대로 알게 되면
그 곡의 정보를 다 알 수 있습니다.
곡에 붙은 바코드라고 하니까
좀 이해가 되나요.
예를 들어 하나 설명해 주시겠어요?
오늘 준비한 곡은
곡명이 붙어 있어서
인터넷에 소녀의 기도
이렇게 검색하면 나오죠.
그런데 많은 클래식 곡들은
제목 대신 작품번호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음악에
‘루드비히 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다단조 작품번호 13’
이렇게 적혀있어요.
그런데 대부분 영어로 쓰여 있죠.
Ludwig van Beethoven
Sonate for Piano No. 8 ‘Pathetique’
in c minor Op. 13
제일 먼저 작곡가의 풀네임이 쓰이고
장르가 쓰여요.
그 다음엔 어떤 악기를 위한 곡인지
악기명이 쓰이고,
그 장르 중에서 몇 번인지가
그리고 조성이 적히고
혹시 제목이 있다면
제목이 쓰여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작품 중에서
이 곡이 몇 번째인지가 적힙니다.
보통 Op라고 쓰인 것은
라틴어 opus 단어에서 나온 것인데
작품이라는 뜻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또 너무 쉬어도 재미없잖아요.
고전이라는 게 오랜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남겨져 있는 건데
단 한 번에 알아진다면
그건 좀 억울해요.
뭐든 공을 들여야 오래 기억됩니다.
공을 들일 시간을 선물해 주세요.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For Elise
피아노 처음 배울 때는
이 곡 한 곡 제대로 치는 게 목표예요.
왠지 이 곡 연주할 수 있으면
엄청 멋져 보이고...
학원비 아깝지 않아요.
이 곡 또한 주변에서 많이 듣는 곡인데
특히 큰 차 후진할 때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엄청 울리죠.
음정 조금씩 틀려가면서 기계음으로.
학교 다닐 때 명상의 시간에도
많이 흘렀던 곡입니다.
앞에 들었던 소녀의 기도와 함께
학교에서 가장 많이 울린
클래식일 거예요.
이것 또한 상황과 함께
기억하게 되는 경우죠.
역시 곡 제목이 있어서
기억하긴 쉽고
광고나 매체,
학교에서 많이 들어봤던
곡이라 익숙해요.
그런데 익숙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어요.
사람들이 익숙하면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치기 쉬운 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대로 연주하기엔
어떤 곡도 쉬운 곡이란 없습니다.
특히나 피아노는
본인의 악기로 연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에 있는 피아노로
연주를 하기 때문에
같은 악기라도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소리가 다 달라요.
다른 악기보다도
훨씬 연주자의 차이를
금방 느끼는 악기입니다.
그리고 목수가 연장 탓하면 안 되지만
연장 탓하기 쉬운 악기가
피아노이기도 해요.
좋은 연주회장을 찾아가서
음악을 듣는 이유가 이런 것이죠.
이런 비유는 좀 그렇지만
피아노도 자동차랑 비슷해요.
각 회사의 제품마다
각각 성격이 다르고요
현의 길이가 길수록
소리가 더 크고 울림이 깊죠.
그리고 피아노도
명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고가입니다.
공장에서 만든 것과
100% 수제품이 다르고요.
어느 해에 제작된 나무냐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고요.
이런 부분에선 빈티지가 있는
와인과 피아노가 굉장히 닮았어요.
하나 더! 좋은 음악을 연주하려면
곡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은
필수예요.
좋은 악기에서
좋은 연주법으로
연주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음악을 좀 더 깊이 듣고 싶다면
그 곡의 전문가로 알려진
연주자를 찾아서
들어보는 것이 좋아요.
각자의 해석이 다 다르고,
다양한 표현을 하는 게 예술이니까
꼭 콩쿨 입상자의 음악만
좋은 건 아니죠.
다만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있겠죠.
개인적으로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연주를 주로 듣는 편입니다.
연륜이 느껴지는 연주를 좋아해요.
저희가 음색이라고 표현하는데
톤이 좋은 음악.
따뜻한 음색이 좋아요.
왜 클래식은 다 길까요?
그러게요. 왜 길까요?
아마 곡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하다 보니
일정 부분 길게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왜 문학에도 길게 써야 하는
장편 소설이라는 게 있잖아요.
대하소설도 있고요.
반면 짧은 운문인 시도 있지요.
이건 클래식이란 장르의
기본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원래 클래식은
귀족이나 고위 성직자들이
듣던 음악이다 보니
길이가 길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요?
여유 있게 음악을 듣고 싶었을 그들은
긴 음악이 좋았을 겁니다.
짧게 그냥 쉽게 듣는 음악도 좋지만
긴 음악은 긴 음악대로 장점이 있어요.
클래식은 쉽지 않지만
매력적인 음악입니다.
사람도 그런 사람이 있잖아요.
처음에는 편하거나 만만하지 않은데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푹 빠지는.
화려한 외모나
확 튀는 사람은 아니지만
내면의 가치와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예술이요.
요즘처럼 뭐든 자극적이고
빠른 것만을 요구하는 시대에
잠시 휴식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