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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계열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텀블러 프로모션 이벤트 진행 과정에서 18일을 '탱크 데이'로 홍보했다. 텀블러가 책상 필수 아이템이라는 취지로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사용했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탱크 데이' '책상에 탁' 표현이 5·18과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탁 치니 억 하고 숨졌다)을 비하했다며 난리를 쳤다. 이런 쪽으로만 뇌가 발달한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공교롭게 '탱크 데이'로 정한 이벤트 날이 5월 18일이어서, 그런 끼어맞추기 연상 작용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땅에서 제품을 한개라도 더 팔아야 하는 기업이 미치지 않고서야 '5.18 탱크, 광주' 그런 조롱 의도를 갖고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이벤트 진행 담당자가 만약 20대 후반~40대초라면 5.18은 자신이 출생하지도 않았을때 벌어진 '관심없는' 먼 옛날 역사다.
무엇보다 '탱크'는 군용 탱크가 아니라 들고다니는 '물 탱크(water tank)'이고, 스타벅스 텀블러의 마케팅용 별칭이다.
미국인들은 '텀블러'가 튼튼하고 충분히 커피를 담을 수 있다고 해서 '탱크'라고 흔히 부른다. 시골 농가의 물탱크를 연상시키는 마케팅이다. 아마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탱크 데이'가 5.18과 연계되고, 물탱크가 진압용 탱크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을 것이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 측도 한국에서 벌어진 '탱크 데이' 소동 소식에 당황했을지 모르겠다.
아래 사진을 보면 미국 온라인상거래 아마존에 올라와있는 스테인리스 스타벅스 텀블러에 'TANK' 라고 디자인 돼있고, 국내에서는 이미 4월 16일에 '미니 탱크 텀블러' '핑크 탱크'라는 이름의 제품으로 출시됐다.
4월 16일 출시된 미니 탱크
'탱크'에 대한 오독(誤讀)으로 인한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스타벅스코리아는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 등에 사과문을 공지했다. 그래도 사태가 잦아들지 않자 스타벅스코리아 손정현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공식 배포하며 재차 사과에 나섰다. '탱크'를 해명해본들 먹혀들지도 않을뿐더러 사태만 더 악화시키니 그냥 납작 엎드리자는 내부 판단을 했을 것이다.
기업의 해프닝에서 이 정도 비난과 사과가 있었으면 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또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트위터)에서 "역사적인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희생자들과 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5·18 탱크 데이' 이벤트라니,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그날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이 대체 몇이고, 그로 인한 정의와 역사의 훼손이 얼마나 엄혹한데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행정적, 법적, 정치적 책임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며 "5·18 유가족, 피해자들에게 사과는 했느냐"고 적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민간기업의 원래 이벤트 의도를 곡해하면서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며 이렇게 두들겨팰 만한 사안일까. 이번 '탱크 데이' 이벤트에 참지 못한 이들이 스타벅스 텀블러를 불매하든 무엇을 하든 시장에 맡겨두면 될 문제였다.
이 대통령의 '저질 장사치' 공격은 어쩌면 정용진 회장 개인에 대한 '감정적 앙금'과 관련있을지 모르겠다.
정용진 회장은 4, 5년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산당이 싫어요' '멸공(滅共) 통일' 등으로 자신의 이념적 성향을 너무 드러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재벌 3세의 관종 심리" "극우 일베", 다른 쪽에서는 "소신있는 기업인" "용진이 형"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겨냥해 "군대 안 갔다온 인간들이 멸공, 북진통일, 선제공격 이런 걸 주장하곤 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물론 이 대통령 본인도 군 미필자다).
이재명 정권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은 손봐야 될 대기업으로 찍혀있었을 수도 있다. 정용진 회장도 본능적으로 이를 알아챘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공개 저격이 있자마자, 정용진 회장은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한 스타벅스코리아 손정현 대표를 즉각 해임했고, 담당 임원들도 중징계할 것이라고 했다.
신세계 측은 "정 회장은 이번 일을 보고받은 즉시 엄정하고 철저한 내부 조사를 지시했다"며 "이번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 대표이사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자신을 향해 날아온 화살을 피하기 위해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와 임원들을 희생 제물로 삼은 셈이다. 어쨌든 대통령까지 가세한 '탱크 데이' 소동이 '생사람을 또 잡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스타벅스코리아, #손정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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