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방문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한 지 겨우 보름 지났을 뿐인데 여운이 거의 없다. 북한은 이 제안이 나오자 며칠간 거센 비난만 퍼부었다.
북한이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했다. 박 대통령의 발표문을 뉴스 요약문이 아닌 원문으로 읽어봤다. 통일에 대한 의지가 곳곳에 스며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왜 삽입했을까 싶은 대목도
보였다. 이런 부분이다. "저는 최근 외신보도를 통해 북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경제난 속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거리에 방치되어 있었고, 추위 속에서 배고픔을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자유와 행복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있습니다."
남북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는 역사적인 제안을 하는 자리에서 굳이 북한의 '아픈 부분'을 콕 찌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그렇더라도 북한의 반응은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고 있던 차에 '역지사지(易地思之)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 미국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에 실렸다. 기고자는 동독 출신의 한반도 전문가인 뤼디거 프랑크 교수. 현재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동아시아연구소장인 그의 말을 들어보자.
"박 대통령의 제안은 좋은 뜻이었다. 그러나 한국에 관심이 많은 동독 출신인 나에게는 그 제안이 북한의 역사, 감정, 전달될 메시지 등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다고 느껴진다. 동독이 내부 개혁을 하려던 때에 헬뮤트 콜 서독 총리가 드레스덴에서 통일을 촉구하는 연설로 통일의 기폭제가 됐다. 이곳에서의 박 대통령 연설은
북한 지도자로 하여금 '개혁 하면 끝장'이라는 메시지를 심어주었을 것이다. 한국과 독일의 인연을 강조했지만 남한과 서독의 관계에 치중하고 동독과 북한의 관계는 무시되었다. 통일 되면 북한의 역사는 사라지고, 북한은 2류로 취급될 것이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동독은 비참한 곳이었는데 통일 후 광명을 찾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이는 북한이 이룬 문화.기술 등이 통일 후엔 무가치한 것으로 버려지게 될 것이란 인상을 주었다."
프랑크 교수는 "박 대통령의 연설이 남한 주도의 신속한 통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열망을 고취시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역설적으로 그의 연설은 김정은 통치를 강화시켰다. 만약 그게 의도치 않은 결과였다면 당장 연설문 작성자를 해고시켜라"고 권고했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부분까지 고려해야 함을 프랑크 교수는 일깨워준다. 그가 서독에 흡수된 동독 출신이었기에 이런 분석이 가능했을 것이다.
통일에 대한 박 대통령의 열정이 뜨겁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그의 '통일대박론'을 받쳐줄 인물들이 주변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통일은 머리와 가슴이 함께 움직여야
되는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 주변엔 냉전과 대결 DNA가 체질화된 참모들만 득실거린다. 그러니 북한의 마음까지 움직일 웅대한 비전의 통일 전략이 나올 수가 있을까.
메르켈 독일 총리가 "통일을 위해선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북한)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 것도 '역지사지'를 당부한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제언하고 싶다. 남북화해와 교류, 통일의 길을 닦고자 한다면 적어도 통일 참모들은 여.야, 보수.진보를 아울러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론
'통일대박'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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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통일은 남북한문제에 국한된것이 아닙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있는 4강의 나라에 첨예한 문제가 얼켜있는 사안입니다
우리가 하고싶어도 하기싫어도 통일이라는 단어는 올수도 오지않을수도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문제인것만은
틀림없습니다 통일대박론 ?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운휴일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