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의 총성
원제 : Blood on the Moon
1948년 미국영화
감독 : 로버트 와이즈
출연 ; 로버트 미첨, 바바라 벨 게디스, 로버트 프레스톤
월터 브레넌, 톰 툴리, 필리스 댁스터
프랭크 페일런, 찰스 맥그로우, 클리프톤 영
조지 쿠퍼, 버드 오스번, 로버트 브레이
'사운드 오브 뮤직'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번 수상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영화들 중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 몇 개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구해 볼 수 있는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작품은 15편 내외, 그 외의 초기 작품들 중 몇 편을 더 소개해보려고 하는데 지난 번 '흑백의 대립'에 이어 오늘 소개할 작품은 역시 국내 개봉되었던 희귀작 '월하의 총성' 입니다. 1947년 작품으로 로버트 와이즈의 초기작이지요.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1945년 '신체 강탈자' 이후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작들을 꾸준히 내놓게 되는데 물론 40년대에는 그닥 호평을 받지 못한 작품들도 있습니다. 1949년 복싱 영화 '셋업' 이후에는 좀 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의 행진이 시작되는데 '월하의 총성'은 그 직전에 만든 서부극이고 꽤 흥미진진한 내용이지요. 선악의 구도가 분명하고 로맨스도 펼쳐지는 전헝적인 낭만 서부극 입니다. 젊은 날의 로버트 미첨의 모습을 볼 수 있지요. 우리나라 개봉 제목이 제법 고풍스럽습니다.
많은 서부극에서 목장이 등장하고 그 목장이나 소들의 이권을 둘러싼 대립이 펼쳐지는데 즉 광활한 서부에서 축산업과 땅따먹기 경쟁은 치열했을 것입니다. 그걸 통해서 이권을 얻으려는 자들이 있고 그런 대립에서 우월한 힘을 갖기 위해서 총잡이를 불러오고, 살육이 펼쳐지고.... 이 영화는 그런 소재를 흥미롭게 잘 살린 내용이지요.
영화 시작과 함께 말을 타고 떠도는 한 남자가 등장합니다. 그는 짐 게리(로버트 미첨) 라는 청년입니다. 그는 소 떼를 거느린 노인 러프톤(톰 툴리) 일행을 만나게 되는데 러프톤은 말을 타고 총을 지닌 게리를 굉장히 경계합니다. 그 이유인즉 인디언 보호구역 인근에서 소를 키우던 러프톤은 그 지역 요새에 군인들이 오면서 소 키우는 것을 금지시켰고, 기한내 소를 이동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강 건너 땅에서 방목을 하려는데 그곳 목장주들이 연합하여 방해를 합니다. 목장주들을 선동하는 인물은 테이트 라일링(로버트 프레스톤)이라는 인물이었고, 사실 그는 러프톤의 소들을 고립시켜 어쩔 수 없이 러프톤이 싼 값에 소를 팔게 만들려고 중개상과 짜고 벌이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순진한 목장주들을 부추켜 땅을 지켜야 한다고 선동하여 러프톤과 대립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온순한 목장주들이 산전수전 다 겪은 러프톤 일행과 맞서기 어려우니 총잡이를 고용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러프톤은 그곳을 지나는 낯선 방문객을 경계한 것입니다. 짐은 그냥 지나가는 길이라고 양해를 구하고 러프톤도 그가 선량한 사람이라고 믿고 보내줍니다.
이후 약간 의외의 상황이 전개되는데 짐은 라일링과 오래도록 절친한 관계였고, 라일링은 총 솜씨가 좋은 짐을 일부러 부른 것입니다. 그럼 주인공인 짐이 악당과 손을 잡은 한패였던 것일까요? 조금 혼란스러운 초반부가 전개됩니다.
그리고 러프톤에게는 두 딸이 있었습니다. 왜 딸을 한 명이 아니라 둘로 설정한 것일까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 두 딸에게는 각각의 역할이 주어집니다. 물론 한 명은 당연히 주인공인 짐과의 로맨스죠. (이런 건 안 봐도 비디오) 큰 딸 캐롤(필리스 댁스터)은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고 작은 딸 에이미(바바라 벨 게디스)는 터프하고 괄괄한 처녀입니다. 둘이 짐과 만나는 과정도 다른데 캐롤과는 러프톤의 메모를 전달해주며 차분하게 만나고 에이미와는 총격전을 벌이며 악연처럼 만납니다. 그럼 짐은 누구와 로맨스를 벌일까요? 역시 영화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안 봐도 비디오(우리나라 드라마도 주로 연인들의 첫 만남은 싸우면서 만납니다.) 그리고 큰 딸과 관련한 반전이 초반부에 나오면서 역시 관객을 혼란시키죠. 그야말로 합종연횡을 연상시키는.
소들을 지키고 강 건너로 이동시켜 방목하려는 러프톤 일행과 러프톤의 소들을 싼 값에 빼앗으려는 라일링 일당의 대립이 이 영화의 큰 그림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주인공 짐이 끼어드는 구도죠. 라일링은 짐을 흔쾌히 믿고 그가 오자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의기양양합니다. 그리고 에이미는 짐이 라일링 일당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실망과 분노를 하죠. 역시 자기가 옳았다고 생각하며.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두 집단이 대립하면 결국 사고가 터지게 마련이지요. 이 영화에서 그런 희생이 되는 인물은 작은 목장을 갖고 있는 바든(월터 브레넌) 입니다. 그는 라일링에게 선동되어 땅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들과 함께 러프톤과 맞서는데 그만 아들이 죽게 되죠. 이 사건은 바든 뿐만 아니라 짐의 심경에도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짐은 진심으로 바든에게 애도를 표하고 바든은 반평생을 살아온 정든 그곳을 떠나려 하는데 라일링은 그런 것에는 아랑곳 않고 러프톤의 소를 빼앗게 될 상황만 즐기려 합니다. 결국 러프톤은 라일링이 유통업자과 공모하여 자기 소를 싼 값에 강탈하려는 계획을 알게 되는데...
로버트 미첨, 로버트 프레스톤, 두 젊은 로버트가 비중있게 등장하고 베테랑 배우인 월터 브레넌과 톰 툴리가 그 뒤를 받쳐줍니다. 여배우가 다소 약한데 큰 딸 캐롤 역의 필리스 댁스터는 존 가필드 주연의 범죄물 '파국'에서 그의 아내 역으로 출연했고, 작은 딸 에이미 역의 바바라 벨 게디스는 '5인의 낙인찍힌 처녀' 에서 머리 깎인 5인 중 가장 존재감 없게 나왔고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에서 제임스 스튜어트의 여사친으로 등장하기도 한 별 매력없는 여배우입니다. 남녀 주인공이 매력이 넘쳐야 로맨스 장면이 흥미로운데 젊고 멋있는 로버트 미첨에 비해서 여배우가 딸렸죠. 단 현실적으로 시골 축산업자의 딸이 절세미녀라면 오히려 비현실적이지요. 이 영화에서의 에이미 캐릭터가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당시 로버트 미첨은 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이었고, 로버트 프레스톤은 비슷한 나이지만 20대 초중반인 40년대 초에 이미 주연 또는 비중있는 조연으로 일찍 자리잡은 배우였는데 그다지 큰 스타는 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1962년 '뮤직맨'이라는 일생의 대표작을 남기기도 했죠. 로버트 와이즈 감독은 이 젊은 두 배우를 잘 활용하여 흥미로운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워낙 다양한 장르를 고르게 연출했는데 서부극은 거의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서부극이 가져야 할 주요 흥미로운 요소는 다 지니고 있습니다. 떠돌이 주인공, 선악의 대립, 로맨스, 스릴 넘치는 총격전, 주먹싸움, 두 세력의 대립 등.
1952년, 53년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고 TV 방영 기록은 1977년 MBC 주말의 명화에서 한 번 뿐입니다. 그리고 출시도 안되었으니 까맣게 잊혀진 영화지요. 하지만 젊은 날의 로버트 미첨이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1시간 30분이 채 안되는 짧은 영화 속에 흥미로운 내용이 꽉 차게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도 고화질 영상이 등장하여 감상의 재미를 높여준 1940년대 추억의 서부극입니다.
ps1 : 로버트 와이즈의 덜 알려진 괜찮은 작품들은 기회되면 좀 더 소개할 예정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산파블로' '상처뿐인 영광' 등 유명한 작품들도 많지만 '처녀의 비밀' '본 투 킬' '서부의 2국기' '악인에게 받는 선물' 등 거의 안 알려진 작품들도 많습니다. '본 투 킬' 빼고는 모두 국내 개봉작이지요.
ps2 : 땅 문제로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온 남자가 그 상황을 수습하는 내용의 서부극으로 윌리암 와일러의 대작 '빅 컨츄리'와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유성과 같은 사나이' 등의 영화들이 있었죠.
ps3 : 로버트 미첨도 서부극에 은근 잘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비롯하여 '엘도라도' '서부로 가는 길' '다섯장의 카드' '서부의 유랑자' '권총을 가진 남자' '추적' '영 빌리 조 영' 등이 있었죠.
[출처] 월하의 총성 (Bood on the Moon, 48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과 로버트 미첨|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