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손과 데릴라
원제 : Samson and Delilah
1949년 미국영화
제작, 감독 : 세실 B 데밀
음악 : 빅터 영
촬영 : 조지 반스
출연 : 헤디 라마, 빅터 마츄어, 조지 샌더스
헨리 윌콕슨, 안젤라 랜스베리, 올리브 디어링
러스 탬블린
아카데미 미술상, 의상상 수상
'삼손과 데릴라'는 이야기 자체도 너무 유명하고 영화도 크게 성공한 유명한 작품이죠. 성경에 나오는 여러 유명인들 중 한 명인 삼손은 태어날 때부터 신의 계시로 얻게 된 엄청한 힘을 바탕으로 유대인들을 탄압하는 지배자 블레셋 사람들에게 공공의 적이자 자기 민족에게는 경외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맨 손으로 사자까지 때려잡는 삼손의 괴력에 블레셋 사람들은 감히 삼손을 건드리지 못했지요. 그리스 신화의 헤라클레스와 함께 가장 힘이 센 인간으로 알려진 삼손의 신화입니다.
'삼손과 데릴라'가 영화로 만들어지던 1949년 당시는 아직 시대극이 활발하게 인기를 얻던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대형 시대극의 인기는 시네마스코프 화면이 만들어진 1953년 이후였고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시대극 '성의'를 시작으로 '십계' '벤허' '스팔타카스' '엘시드' 같은 영화들이 흥행하면서 대형 화면을 활용한 시대극들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시네마스코프 시대 이전에 성공한 시대극들로 '쿼바디스'와 함께 '삼손과 데릴라'는 대표적인 스펙타클이었습니다. 그 외에 4:3 비율의 스크린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흑기사' 같은 영화도 있었고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무성영화 시대에도 '벤허'나 '왕중 왕' 같은 영화들이 나왔습니다.
삼손 역은 빅터 마츄어가 연기했는데 그는 '기원전 100만년(40)' 같은 영화에서 원시복장을 입고 등장한 체격좋은 배우입니다. '황야의 결투(46)'나 '죽음의 키스(47)' 같은 작품은 그의 출연작 중 호평받은 영화지만 '황야의 결투'에서의 닥 할러데이 역은 미스 캐스팅의 전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굵직한 영화에 비중있게 출연하면서 주연급 배우로 이름을 얻었고, 그의 건장하고 기름진 외모는 삼손 역에 딱 적역이었습니다. 다만 그는 동시대 활동한 로버트 테일러나 타이론 파워 만큼의 스타파워를 갖지는 못한, 한계가 명확한 배우였습니다. '삼손과 데릴라'는 그의 최고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는 버트 랭커스터 등과 경쟁 끝에 이 배역을 따냈습니다.
삼손 보다는 데릴라 역의 헤디 라마가 주목을 더 받았는데 헤디 라마는 1933년 유럽 시절 출연한 '엑스타시'에서 전라 출연으로 일약 화제가 되었고 이후 부호와의 몇 년 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미국으로 도피, 할리우드 배우로 데뷔하면서 뛰어난 미모로 지구 최고의 미녀로 불리웠습니다. 하지만 배우로 썩 잘 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리우드 초기에 '붐 타운'이나 '미인극장' 등 제법 준수한 영화에 출연했지만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화가 아니었고 조연출연 등이어서 배우로서의 성장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나름 주연급 배우로 활약했지만 이렇다 할 두드러진 히트작을 남기지 못하고 30대를 훌쩍 넘겼습니다. 하지만 35세의 나이로 출연한 '삼손과 데릴라'에서 최고로 요염한 데릴라 역을 연기하며 일생의 대표작을 남기는데 성공했고 그녀의 연기는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다만 이 역할이 너무 강해서 우리나라에서도 헤디 라마 하면 이 '삼손과 데릴라'에서의 데릴라로 더 유명합니다. 헤디 라마는 몰라도 데릴라 역의 배우 하면 알 정도로.
영화는 대부분 세트촬영을 했는데 제작비 문제인지 화면을 넓게 활용한 야외 모습은 별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초반부에 보여준 삼손과 사자와의 대결장면이 볼만하며 타잔 영화 못지 않게 실감있는 촬영을 보여주었는데 스턴트맨과 빅터 마츄어의 클로즈업 장면을 교묘히 편집했습니다. 그 외에 삼손의 활약을 다룬 장면은 50년대 이후의 시대극에 비해서는 비교적 소품 느낌이 듭니다.
시대극에서 보여주는 스펙타클한 매력 보다는 데릴라의 요염함으로 삼손을 유혹하는 장면이 볼만합니다. 헤디 라마는 첫 등장부터 교활한 암코양이 같은 모습으로 삼손을 유혹하고 남자라면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교태를 부리며 블레셋의 어떤 병사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한 삼손을 사로잡는데 성공합니다.
헤디 라마의 돋보이는 데릴라 역을 위해서 좀 안스러운 여배우가 둘 나오는데 데릴라의 언니로 나오는 여배우, '제시카의 추리극장'으로 알려진 안젤라 랜스베리의 젊은 시절 모습이 등장합니다. 안젤라 랜스베리는 실제 나이는 헤디 라마 보다 11살이나 적은 당시 24세 였는데 굴욕적으로 언니로 등장하며 영화 초반부 쯤 죽는 역할이라서 그야말로 헤디 라마를 빛내주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합니다. 또한 삼손을 짝사랑하는 유대인 여성 미리암 역의 올리브 디어링도 영화내내 데릴라에게 굴욕을 당하는 역할입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7인의 신부' '페이튼 플레이스' 등 유명 수작 영화에서 젊은 청년 역으로 돋보였던 러스 탬블린이 나중에 이스라엘 초대왕에 오르는 청소년기 시절의 사울 역으로 출연하고 블레셋 사람들로는 '레베카' '인간사냥'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이브의 모든 것' 등 유명 영화들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꾸준히 등장한 배우 조지 샌더스가 왕을 연기하고, 그의 수하인 총독 역할은 헨리 윌콕슨이 등장합니다. 나름 신구 배우의 조화가 이루어진 캐스팅입니다.
영화의 하일라이트는 신전이 무너지는 장면으로 40년대 영화임을 감안하면 제법 실감있게 찍었고 이 장면을 위해서 미니어처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무성영화 시절부터 성서 영화 등 시대극에 능한 세실 B 데밀 감독이 연출했는데 그는 몇 년 뒤 일생일대의 대작 '십계'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기도 하지요. 당시 할리우드에서 꽤 영향력있는 거물 제작자이자 감독이었습니다.
빅터 마츄어, 헤디 라마 모두에게 최고의 대표작이 된 이 영화는 전미 흥행도 크게 성공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아서 1954년, 1964년, 1974년 이렇게 10년 주기로 개봉을 했고 개봉시마다 인기를 끌었습니다. 74년 개봉시에도 년말 프로로 상영하면서 서울 단관 개봉관에서 42일간 상영하며 15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인기있는 시대극이자 추억의 영화로 여러차례 재개봉 및 TV 방영, 출시 등 꽤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유명 고전이고 빅터 영의 힘있는 테마 음악은 시그널 뮤직으로도 활용될 정도로 인기 있는 영화음악이었습니다. 1940년대 할리우드 시대극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일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많은 사랑을 받은 대작입니다. 헤디 라마의 요염한 데릴라 역할이 영화의 성공에 큰 원동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ps1 : 아쉽게도 헤디 라마는 이후에 별다른 성공작을 남기지 못합니다. 빅터 마츄어는 50년대에 꾸준히 주연배우로 활동합니다.
ps2 : 빅터 마츄어는 건장한 체격이고 삼손 역할에 잘 어울렸는지 이후 '성의 '데미트리아스' '이집트인' '한니발' 등 시대극에 제법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현대물도 꽤 선호한 배우였습니다. 50년대 중반 이후에 시대극의 상징이 된 배우는 찰톤 헤스톤으로 '십계' '벤허'라는 두 편의 영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지요.
ps3 : '삼손과 데릴라'는 다른 영화도 있지만 워낙 이 영화가 대흥행작이라서 이만큼 유명한 작품은 없습니다.
[출처] 삼손과 데릴라 (Samson and Delilah, 49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