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가씨~ 오늘 참~말로 덥지 않습니꺼?”
인파로 북적거리는 시내 한복판.
토요일이여서 그런지 벌써 새카만 어둠이 자리잡는 시각임에도 이리저리 부닥치며
몰려드는 사람에, 바람은 후끈하고 온몸의 마찰열은 몇배로 훌쩍뛰어 가만히 서있어도
절로 땀이 흐른 날씨였다.
그 후덥지근한 날씨에 나름 진땀을 흘리며 손부채를 열심히 하는 한 남자.
유독 개미떼같은 인파들중 튀는 그였다.
남자의 모양을 설명하자면, 듬직한 체구에 덥다덥다 입으로 중얼대면서도 꿋꿋히 검은
정장을 입은채 반쯤 풀어헤쳐진 셔츠를 앞뒤로 파닥이고 있었다.
거기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한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남자의 특징은,
땀으로 흠뻑 젖은 남자의 얼굴 맨 위쪽에 날카롭게 포물선을 그리는 붉고 긴 생채기 하나.
거기다 무언의 조직을 생각하게끔 만드는 저 사투리 솜씨하며,
사람들은 남자의 덩치와 그 큰 목소리에 그를 잘도 슬금슬금 피하기 바빴다.
“아이고- 여름이 올래나 봅니더! 히히. 지는 여름 무~쟈게 좋아하는데.
아가씨는 어떠 십니꺼?”
“…”
“아 맞다. 여자들은 여름을 싫어합니꺼?”
“…….”
“아가씨 그럼 우리 커피숍 하나 들어갑시더. 더워 디~~지겠는데
아가씨 쓰러지실까 지는 조마조마 합니더.”
“…”
“이히. 요건 약간의 오-바를 넣은 겁니더.”
그리고 시내를 가득 채우는 목소리로 끊임없이 무어라 주절대는 남자.
남자는 자신의 앞에서 빠르게 발걸음을 척척 거닐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에 대고
말하는것 같은데, 여자는 아무 대꾸없이 얼른 이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모양새로
꾸준히 발걸음을 움직였다.
여자의 뒷모습은 하얀블라우스에 남색 물결무늬 스커트(즉 교복인듯 싶었다) 에,
살짝 웨이브진 긴 머리가 허리춤이 살짝 안되어 다갈색을 빛내며 찰랑거렸다.
남자의 쉴새없는 물음에도 아무대답없이 열심히 움직이는 여자.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고 참을수있는 일은 아니었다.
“아가씨~아가씨~휴원아가씨~”
“……”
“왜 대답을 안하십니꺼? 혹시 아까 사내새끼 때문에 그러시는겁니꺼?
아가씨! 그런 자슥들은 싸그리 죽이삐야 합니더. 아가씨 같은 분한테 치근거리는
새끼들은 다 아작을 내야한단 말입니더. 지도 꼬라지에 눈은 있다고 달라 붙는데,
아히고야. 회장님한테 어떤 말꼬랑지같은 놈이 아가씨한테 들러붙었단 말이 들어가면
지는 백번은 더 죽습니다.”
“…광득이 아저씨.”
여자가 아무말이 없자 뾰루퉁했는지 줄줄줄 청산유수마냥 말을 늘어놓는 남자의 말소리에
여자는 목소리를 잔뜩 깔고서 첫마디를 열었다.
그 새초롬해보이는 목소리에 남자는 얼굴에 꽃을 피우며 즉각 대답했고….
“에이. 편하게 ‘광득이’ 라 부르이소! 편~하게.”
“이봐요.”
“또또 반말하신다. 편하게 하시라니께요.”
결국은 우뚝 멈춰선 여자.
그리고 앙증맞게 꽉 쥐어진 두 주먹을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참지못하고 빙글 몸을 돌린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하얀 작은 얼굴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성난듯이 비죽올라간 짙은 눈썹과
긴 속눈썹이 도드러진 상커풀진 큰 눈. 거기에 꽉 깨물어서 붉어진듯한 도톰한 입술이
사람들의 눈을 이목시켰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열면 상황은 바뀌었다.
화난듯 남자를 노려보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어 내뱉은 첫마디는….
“지랄하네!”
였대더라.
“예?”
“아저씨 나랑 몇살차이나는 줄 알아? 아저씨 35살이야.
나랑 무려 16살 차이나거든? 근데 편하게 부르라고? 아아. 퍽이나 편하게 부르겠다!
띠동갑 한번두른 상대에게 인심좋게 반말찍찍할 사람이 되길바래?
거기다가. 왜 쫓아오는거야 도대체? 나한테 신경쓰지 말란말야.
아까전에 그 남자 내쫓았으면 됬지, 왜자꾸 뒤꽁무니 쫓아다니는건데!”
“그런 사내새끼들이 달라붙을까봐 댕기는거지요!”
“걱정마. 헌팅이 하루에 몇십번은 되는줄 알아?
어쩌다 운좋게 헌팅당하면 다 아저씨가 개박살 나는데, 나보고 어쩌라구.”
“제가 아가씨 지켜드린겁니꺼? 헤헤. 기분좋네예.”
부글부글 끓어오르는지, 하얀 얼굴이 새빨게 지도록 빽- 하고 소리치는 여자.
하지만 ‘아저씨’ 라 불린 남자의 귀엔 그것마저 곱게 들리는지 넉좋은 웃음을 허허 지었다.
“그런게 아니잖아!”
“에- 아가씨. 소리지르면 목 타지 않습니꺼? 워따 여기 사람 조지게 많네예.
쩌기 커피샵 좋아보이는데, 들어갑시더.”
“……후, 아 저 씨.”
“예~아가씨.”
자신이 아무리 언성을 높여도 그냥 한귀로 흘려버리는 남자의 태도에 여자는
화를 꾹꾹 눌러 참는듯 싶었다. 여자가 이렇게까지 날카로워진 이유를 꼽자면, 대략 10분전의 일일까나.
다시 회상하는 것도 번거로울 테니 짧게 설명하였다.
본디 이 깍두기라는 조직을 연상케하는 남자(=광득) 만 없다면 지금 이 상태에서도 남자들이 몇몇은 꼬일듯한
외모를 지닌 여자에게 말을 건, 그니까 소위 작업이라 불리우는 것을 하였던 사내 때문이었다.
우락부락한 덩치의 남자가 여자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다 잠깐 여자를 놓쳤는데, 그 사이에
다른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건것을 보고 아주 혼쭐을 낸 것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남자였지만,
여자는 절대 NEVER. 그렇지 않았다.
“난 헌팅 좋거든?”
“예?”
그녀는 여고생.
부쩍 이성에게 호감이 생기고, 신경쓰이는 나이었다.
“아저씨가 뭐 어떻게 생각하든 난 헌팅 좋다구!
도대체 내 연애사를 왜이렇게 망가트리는 거야? 그 남자가 나 덮치기라도 한데?
그냥 말 한번 건것가지고 이 시내에서 그렇게 소리를 질렀어야 했어?”
“아니예, 그 새끼가 아가씨한테…”
“그니깐 나 손해본거 하나도 없었다고.
근데 왜 아저씨가 그리 열을 내는데?”
“…….”
“다른 애들 다 해본다는 흔한 연애하나 못하는 난데, 그렇게 사사건건
끼어들어야 속이 시원하겠냐구.”
사람들의 눈에 아마 지금은 무슨 어둠의 조직의 아주 중요한 위치의 사람으로 보일것이다.
말끝마다 '아가씨~' 하는것도 이상하고, 무엇보다 아까전 여자에게 찍쩝이다 걸린 남자에게 응해진
처벌에 사람들은 모두 입을 쩍 벌리며 도망갔으니까.
그런 사람들을 수근거림과 시선에 여자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러 시내까지 나왔는데, 여기서도 구경거리가 되다니.
“죄송합니더……지는 아가씨한테 꼬이는 아새끼들은 다 흑심품은줄 알고예…”
“그건 내가 판단할수 있는 일이니까 제발 더이상 힘들게 하지마.
이젠 가서 좀 쉬라구. 아저씨 안힘들어? 하루죙일 내 뒤꽁무니만 졸졸졸.
이제 가서 좀 쉬어. 내가 허락한거니까 아빠도 뭐라고 안할거야.”
“안됩니더…”
“나이제 친구들 만나거든? 친구들 만나는데 아저씨 같은 덩치큰 사람이
나 쫓아다니고 있음 뭐라고 생각하겠어? 나 왕따로 만들지 말고 얼른 가.”
“그래도….”
“나 화낸다? 얼른. 씁! 얼른 가!”
여자가 어르고 어르자 우물쭈물 하며 곤혹스런 표정을 짓는 남자.
결국은 후, 하고 한숨을 내쉬던 여자가 메고있던 브라운색 가방에서 지갑 하나를 쓱 빼더니.
툭!
“…?”
“자, 그거 갖고 얼른 집에 가있어!”
“예?”
“나 좀만 놀다가 올게.”
“자, 잠깐만요!”
“Go-go! 그거 집에 갖다 나야되!”
자신의 작은 가방을 남자에게로 던지는 여자.
얼결에 가방을 잡아든 남자가 멀뚱히 그녀를 바라보면, 씩 하고 웃으며 작은 보폭을 뗀다.
번화가의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몇번 비집고 가더니, 꽤나 멀리까지 달아나다 싶이 폴짝인 여자가
Go! 를 외치며 싱긋 하고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
“아, 안되는데……”
여자가 사람들 틈바구니 사이에 껴서 안보일정도로 꽤나 멀어지자,
멍하니 남겨진 남자가 가방만을 품안에 껴안고 음산히 중얼였다.
가긴 가지만 끝까지 불안하다는듯한 톤이었다.
그러다가 곧 정장 주머니에서 은색 핸드폰을 꺼내더니,
띠─ 하고 버튼을 누르고는…
“……아, 찬겸이 도련님이십니꺼?”
라는 말과 함께 수화기를 곧바로 귀로 갖다댄다.
수화기 너머에서 시끄러운 잡음들과 함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몇마디를 나누던 남자가 뜸을 들이다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휴원이 아가씨가 지금 시내에 있는데예……”
.
.
.
허무한 마무리이군요.
저번에 썼던 내용이랑 많은 변동이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요즘 고3이 미팅을.......ㅜㅇㅠ..
칵......시내로 놀러오는것도 욱기지만..
아 무튼, 좀 이상한 내용같아서 과감히 없애버렸습니다.
그덕에 찬겸인 등장도 못하고..
하.........어쨋든ㅜ_ㅜ!!! 프롤로그 잇습니당.<이제서야
여기까지 봐주셔서 감사해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1.
[ 중편 ]
나는, 조폭의 딸이다 #_1
리본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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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13 16:32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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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코ㅇㅅㅇㅋㅋ
재미있게 읽어네요.....음~~~저번꺼보다 많이 달라졌네요....하지만 그여학생이 그때 어린 꼬마인것 같은데....성격이 화끈하구먼.... 그리고 찬겸이 누구인지.....다음편도기대.....
이거 그전에 봤었던 건데 .. 기다리고 있었어요~^^ 성실연재 부탁드립니다~
허허-찬겸이의 등장을 기다리지요-!
돌아와서 기뻐요!! 조금원망도했지만 ㅋㅋㅋ 기대되네요 ~~ 기대할께요!!
잘 읽고 가요
우후후후,ㅎ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쿄쿄쿄
오우~ 궁금해요!!ㅋㅋㅋ 재미이썽요~
재미있어요. 찬겸이는 누구인가요? 궁금해요!!!!
재미있어요~~~~~~ 담편 궁금해요!!!! ㅋㅋ
재밌어요. 담편 얼른얼른 보고잡습니당~ 담편 기다릴께요-
에?? 안오시네 요즘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