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신문 ♤ 시가 있는 공간] 울음인간 /김근열
심상숙 추천
울음인간
김근열
산을 오른다
저 높은 곳은 숨이 차고 죽을 듯한 곳
바위틈 사이로
쫄쫄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쪼그려 앉아 깨끗한 물로 얼굴을 닦고
손으로 한 움큼 떠 마시니 온몸이 투명해진다
바람은
고단한 허파를 뚫고 가고
얼굴은 서늘해진다
나무 사이사이 거미줄과 날것들이 노랗게 선명하다
아마,
죽은 엄마만 나를 볼 수 있을 거야
투명해졌으니까
큰 바위에 기대어 있으니
시체 위로 겁도 없이 송충이가 기어오른다
부패한 육체를 볼 수 없었나보다
나무 끝에서 새들이 떨어지는 연처럼 펄럭대고
몸이 날개와 합체된 기분
물아일체(物我一體)?
그림자도 사라지고
물고기가 몸을 들락날락거린다
재채기가 나고 옆구리가 간질간질하다
불신으로 가득했던 몸 구석구석이 가벼워진다
엄마 미안해
여기에 도착해도 나는 엄마를 찾을 수가 없네
유리병 같은 몸뚱이에 물이 차오른다
끝없이 떠다니는 울음인간
비틀대던 큰 새가
뱃속을 할퀴며 지나간다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
나는 더 깊고 투명한 인간으로 소멸한다
(『김포문학』41호111쪽, (사)한국문인협회김포지부, 2024)
[작가소개]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창과 졸업
2012년《영남문학》신인상 등단
시집『콜라병 속에는 개구리가 산다』,『고요는 어떤 방인가』
[시향]
김근열 시인의「울음인간」본문을 읽는다. 읽을수록 청량감이 더해진다. 시를 읽는 필자도 산속 바위틈 사이 흐르는 맑은 물로 얼굴을 닦고 한 움큼 물을 떠 마시는 것 같아 온몸이 투명해진다.
세상을 건너 또 다른 세계와의 만남, 시인의 몸은 투명해져 물고기가 온몸을 들락날락거린다. 불신으로 가득했던 몸 구석구석이 가벼워진다. 그러나 시인이 ‘울음’으로 찾아 나선 본향(엄마)으로의 그리움, 여전히 손짓하며 지긋이 산모롱이를 돌아간다. 인간의 울음은 속절없이 손끝에 닿지 않는 영원을 따라나설 뿐이다.
//유리병 같은 몸뚱이에 물이 차오른다/끝없이 떠다니는 울음인간 /비틀대던 큰 새가/뱃속을 할퀴며 지나간다/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며/나는 더 깊고 투명한 인간으로 소멸한다//
새벽의 찬 이슬처럼 맑고 청량하다. 이 청량감은 시들지 않아 맑은 정신으로 그리워하고 싶은 것들을 더 오래 그리워해 보아야겠다. 그리하여 더 깊고 투명해지는 오늘을 아침이슬처럼 사라져가게 하는 것이겠다.
글: 심상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