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로이스터 감독님께
기사전송 2011-07-02 09:48
오랜만입니다. 저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롯데팬입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이 지역으로 오게되었고, 고향팀인지라 롯데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올 해 롯데를 보면 많이 안타깝습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그대로, 저 역시 비슷한 심정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로이스터 감독님 욕도 좀 해볼까 합니다.
저는 86학번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습니다. 대학 다니던 시절, 롯데는 늘 꼴찌를 다투던 팀이었답니다. 지금보다 사실 더 처참합니다. 최동원이 무너지면, 윤학길이 나타나고 윤학길이 쓰러지면 염종석이 나타나던 팀, 그래서 ‘고독한 에이스’라는 수식어도 롯데만큼 많이 쓰였던 적도 없었더랬죠. 다만, 그 때는 어느 정도 내성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시쳇말로 친구들과 야구장에 앉아있으면, 맨날 쳐 맞았습니다. “아. 정말, 내가 쳐도 저 정도는 아니겠다.” 싶을 정도로, 어금니는 꽉 깨무는데, 롯데는 또 전통적으로 특성이 있습니다. 어금니만 꽉 깨뭅니다.
타 팀의 에이스가 나와도, 못 치고 2군 선수가 나와도 그래서 늘 헛방망이입니다. 그래서 김민호 선수나 김응국 선수 같은 이들이 주저앉을까봐 늘 고민했습니다. (참, 문동환이 받아온다고 해도, 전준호 그리 팔 때는 얼척이 없었지)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전, 롯데는 봄데라는 말이 그래도 가장 듣기 좋은 이야기 중 하나였다는 이들도 있다. 8이라는 숫자가 무엇보다 익숙했던 팀, 그래서 슬펐다. (사진=연합)
언젠가 잠실에서 야구를 보는데, 외야수 중에 최계영씨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올드팬들이라면 기억하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는데, 선수들도 오죽했던지 허규옥 선수와 함께 분했던지 머리를 쥐어싸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롯데는 그렇게 깡만 존재하던 팀이었습니다. 친구들끼리는 한 번씩 우스갯 소리로 말하곤 했습니다. “점마들, 회사에서 껌을 주니까네, 어금니 꽉 깨물 때 껌으로 이는 보호해줄끼야”
연봉을 진짜 껌으로 받았는지 그냥 롯데는 그래도 7위, 8위였습니다.
제 이런 대답이 야속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마음을 비워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3위, 4위 이런 순위는 예전에 착한 일 많이 해야 좋은데 갈 수 있는, 그런 순위라고 생각하고 저는 살았습니다. 삼성이나 해태, 빙그레는 맨날 잘하는 팀이고, 롯데는 극적인 팀이었어요.
정말 친구들과 멋도 모르던 시절, 착한 일 하면 롯데가 4위는 하겠지 싶어서 봉사활동도 다닌 적도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구단에 선수들 먹거리를 보낸 적도 있습니다. 부산 범어사에 “롯데 우승”이 아니라, “롯데 4등만 해도 최고. 건강하기만 해라”는 기도등도 달아봤습니다. 야구하다 지칠까봐 늘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매번 공부 못해서 부모님께 꾸중만 듣던 팀, 열의는 있는지 몰라도, 오기만 있는 팀, 그런 롯데가 몇 년 전 바뀐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저는 이 타지에서 롯데가 로이스터 감독님 체제하에 4위를 하던 날, 가족들 앞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4살 된 딸 아이는 “아빠, 한국에 무슨 일 있어?”라고 할 정도로 의아해 했습니다.
정말 한이 맺혀 있던터라, 아내를 붙잡고 우리 롯데가 드디어 4위도 했다고, 진짜 실력으로 4위를 했다고 흥분된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냈습니다. 한국에서 야구를 보시는 분들도 비슷하시겠지만, 타지에 있으면 고향 생각에 잠못 이룰 때가 많습니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던 무언가 중 하나가 한국에 있는 부모님 사진과 목소리, 그리고 롯데였습니다. 정말 로이스터 감독님의 야구를 보는 일이었습니다. 박주영 선수의 축구 소식을 들으면, 저 역시 기쁜데 그래도 저는 속일 수 없는 야빠라 롯데 이야기가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의 연임광고, 유례없는 일이 당시에 벌어졌다. 코흘리개 아이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전국적으로 이 광고 모금행사는 진행되었다. (사진=연합)
그래서일까요. 덕분에 지금은 사실 로이스터 감독님이 원망스러울 때가 꽤나 있습니다. 구단 성적을 3년 연속 왜 4강으로 올려놓으셔서 팬들의 눈높이를 올려놓으셨는지, 선수들에게 자신감도 심어주셨는지 야속할 때가 있답니다. 롯데는 원래 설레발이라는 것과 거리가 먼 팀입니다.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부모가 독해도, 자식은 맨날 맞고 오는 팀이라고요.
차라리 못하던 롯데라면, 내가 눈 감을 때까지 그냥 바보 롯데라면 원래 그랬을텐데라고 체념이라고 했을텐데. “그냥 해도 안 되는 구단, 초특급 유망주가 와도 못 키우는 구단” 그래서 로이스터 감독이 더 생각나고, 참으로 야속한 양반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로이스터 감독님 볼 때면, 한국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늘 나곤 했었는데, 이제는 한 번씩 아쉽고, 서럽고 화도 나고 그렇습니다.
“택아, 로이스터 감독이 4등했어도 내는 만족한다. 언제 우리가 1등해서 호강하자고 그랬나.” 작년 이 맘때 한국에 들어와 사직 야구장에 모셨던 칠순이 넘으신 아버지, 정말 로감독님 누구보다 좋아하셨습니다. 연세 있으신 아버지께서 최근 롯데 때문에 평소 안 드시던 술 한 잔 기울이셨다고 이야기 들으면, 해외에 있는 아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습니다.
성적이 잘 나와도 의아해서 불안해하는 구단, 성적조차 잘 나오지 않으면 그 자리가 익숙했던 구단, 어떻게 보면 우리는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롯데가 예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4강을 갈 것이라고 말이죠. 누군가 갑작스럽게 튀어 나와서 이런 분위기를 바꿔주면 좋으련만, 작년에 비해서 선수들도 너무나도 달라졌습니다.
내 자존심은 구겨져도 참을만한데, 우리 부모님, 동네 어르신들 자존심까지 구겨지는 모습 보면 상당히 슬픕니다. 아시겠지만, 롯데 선수들 아무리 욕해도, 내 가족이고, 내 친구고 동생이라고 생각하는 문화가 저는 지역 문화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구단이던 선수던 비난이던 비판할 때, 속이 내 속 같겠습니까.
저는 외국이라 여러분처럼 야구장에 가기 싫어서 같이 단체 행동을 할 수도 없고, 불매운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송승준이 아파도, 고집불통처럼 “네가 몸살이 난거지, 팔이 아픈 건 아니잖느냐”라고 밀어붙이던 로감독,
오늘은 당신이 유난히 원망스럽고 그렇습니다. 그래서 바보같이 당신의 유니폼을 잠옷으로 입은 4살된 딸 아이 옆에서 힘겹게 이 글을 마칩니다. 제 딸 아이는 좀 전에 다시금 물었습니다. “아빠, 아직도 한국에 무슨 있느냐”고 말이죠.
직장인이라 양승호 감독님 처지가 이해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고생하신다고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 글을 마치며 죄송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로이스터 감독님이 지금은 누구보다 보고 싶습니다.
단 한 번도 당신을 외국인이라고, 이방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던 것, 아시죠?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702n03872?mid=s1000
첫댓글 진짜 감독이란 자리가 이리도 중요한지 요즘들어 팍팍느낍니다.
보고 싶습니다.제리 로이스터ㅠㅠ
호구 하나가 이렇게 팀을 말아 먹을줄 누군들 알았겠습니까!!
어느누가 감독님을 박수만 친다고 비난해도 전 감독님을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