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먼지
그동안 지겹게 내리던 비에도 불구하고 며칠 뒤에는 또 태풍이 온다고 한다. 멀리 보이는 동해바다의 파도가 천천히 높아지고 있었다.
수혁이 본 시체 외에 수유 근방에서 또 한명의 시체가 추가되어 총 아홉 명을 죽인 성진대학 밴드의 엔지니어이자 편집증 환자였던 살인마 박성진은 검거중 사망한 후 1주일 뒤에 화장되었다.
성진의 어머니가 울면서 아들의 마지막 흔적을 바다에 뿌리고 있었다. 불어오는 바람 속에 성진의 뼛가루가 먼지처럼 사라져 갔다. 멀리서 자신의 차를 세우고 차문에 기대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덩치큰 사람이 있었다. 성진의 죽음후 1주일간 수혁은 다친 몸으로도 계속한 탐문수사와 추리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었다.
성진의 여러 행동들과 말들은 결국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때까지의 집단적으로 반 아이들에게 당했던 왕따에 대한 기억으로 인한 지독한 피해망상과 편집증, 그것 때문에 계속 그를 짓누르고 있었던 억눌린 욕망에 의한 것으로 여러 조사 결과 판정났다. 또한 죽어간 다섯명의 멤버들 역시 성진의 그런 면을 이용하여 많은 장난을 쳐왔던 것이 드러났다. 한편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성진의 사망 이후 실종된 오유진이 돌아왔다. 어떤 충격을 계기로 혼자서 자신이 잘 다니는 해남이란 곳에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던 오유진은 자기가 사라진 이유를 이야기했다.
오유진이 사라지기 전날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사망한 다섯명과 함께 술을 마신 것이었다. 한참동안 그때 일에 대해 밝히기를 꺼려하던 유진은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날 그들은 술에 잔뜩 취한 채 어이없게도 같은 밴드내 키보디스트였던 유진을 집단 성폭행했던 것이다. 술에 취해 자신들이 한 짓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그들은 사라졌고 유진은 혼자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몸을 씻기 위해 목욕탕으로 향하다 성진을 만난다. 유진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본 성진은 무슨 일인지 계속 캐물었고 유진은 어쩔 수 없이 성진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은 뒤 헤어졌다고 했다. 그뒤 유진은 몸을 씻고 통장에 있는 돈을 인출하여 여행을 다녀왔고...그 사이에 모든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성진은 그후 엄청난 패닉상태에 빠져 밤새 미친듯 헤매다(그때 성진의 집 주위에서 알 수 없는 고함을 질러대며 돌아다니던 어떤 사람을 목격했다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리허설 중 후배들을 모두 돌아가라고 한뒤 스피커들을 피드백이 걸리기 좋은 구조로 배치하고 다섯명의 고막이 터질 정도의 하울링을 낸 뒤 그들의 정신상태가 불안해진 틈을 타 집단 쇼크를 일으키기 좋을 정도의 어떤 소리와 영상을 내보낸 후 그들을 모두 기절시키고 나서 그들의 목을 한시간 간격으로 잘라 집 주변에 매장한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경찰들은 어이없게도 1주일이 넘어서야 집 주변에 매장시킨 그들의 시체를 찾아냈고, 한편 다섯명을 죽이고 나서 그 죄책감과 유진에 대한 환상에 시달리던 성진은 결국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광인이 되어 닥치는대로 사람을 죽이고 다녔다.
결국 모든 흔적과 증언, 귀신들은 편집증환자가 만들어낸 환상과 계획이었다. 그는 그 환상을 좇아 무려 9명이나 되는 사람을 죽이고 만 것이다.
어쨌든 모든 사건의 진상은 밝혀졌다. 수혁은 성진에게 베인 손과 찔린 아랫배, 그리고 목에 붕대를 감은 채 열린 차문에 기대어 부모님 앞에서는 항상 성실하기만 했던 아들의 마지막 흔적인 뼛가루를 뿌리며 울고 있는 흰 옷의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수혁의 머릿속은 아직도 복잡하기만 했다. 모든 것은 언뜻 정확하게 들어맞는 듯했지만 아직까지도 죽어간 다섯명의 밴드멤버들의 악기를 싣고 오던 중 만난 노인의 말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성진의 자취방에서의 괴이한 기억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수혁은 그것은 자신이 지나치게 날카로워져서 수사중에 들었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커져서 환상으로 나타난 거라고 생각하며 애써 자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보다 힘든 일들을 맡으면서도 자기가 헛것을 보거나 환청을 들은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죽을 때의 성진의 모습...그것은 죽음을 앞두고 정신을 차렸다고 해도 너무나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수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릴 정도로...
"어쨌든...이걸로 된 거야..."
그러면서도 수혁은 사건이 더이상의 피해자 없이 종결된 것에 안심했다. 더이상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모든 것은 이제 끝났다. 아래로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드는 수혁의 눈에 멀리 성진의 가족들에게 다가가는 어떤 젊은 여자가 보였다. 그녀가 다가가자 성진의 어머니가 미친듯이 화를 내며 그녀에게 달려든다. 주위의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말리고 몇몇 사람들이 급히 그녀에게 손짓한다. 아마 빨리 사라지라는 말 같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선다. 돌아서서 걷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수혁은 움직이기 힘든 몸을 비틀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유진씨..?"
"아...안녕하세요...?"
유진이 돌아온 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며 몇번 마주쳤기 때문에 수혁과 유진은 서로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유진도 결과적으로는 자기 때문에 죽어간 성진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 듯 성진의 마지막 떠나는 곳을 찾아온 것이다.
"그럴만도 해요...외아들이 저때문에 죽었으니까..."
화장터에서 멀리 떨어져서 성진의 뼛가루가 바람 속에 흩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유진이 입을 열었다. 처음에 유진이 돌아왔을 당시 조사할 때부터 받았던 느낌이지만 수혁은 유진의 목소리를 어디서 많이 들었던 것 같았다. 이상한 느낌에 전에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유진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어쨌든 수혁이 어두운 어조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박성진군은 결국 자신의 상처 때문에 미쳐서 죽어간 겁니다."
"난리가 났었어요. 여행간 동안에 제가 실종선고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놀랐었죠. 그런데 성진이가 한 짓을 듣는 순간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사실..."
유진이 수혁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수혁의 눈썹이 약간 치켜올라갔다.
"저도 그놈들한테 당할 땐...놈들을 죽여버리고 싶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애꿎은 성진이가 이 일에 끼어들 줄은..."
27. 과거
유진을 바래다주기도 할 겸 주변 매점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씩 뽑아 유진의 차로 향하면서 수혁은 조사과정에서 듣지 못한 성진과 유진의 관계에 대해 듣고 있었다. 유진의 차는 해변가 도로에 세워져 있었다. 멀리 차들이 쌩쌩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진이 같은 타입을 좋아하진 않는 편이에요. 애가 너무 바보같잖아요. 가끔 화낼 땐 너무 짜증나게 굴고...처음에 대학 와서 알았을 땐 그래도 착해 보여서 그냥 괜찮은 친구가 될만한 애라고 생각했는데...1년이 지나면서부터 성진이가 나한테 접근하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여러 면으로 짜증밖에 안났죠...최근에 확실히 말했어요. 난 너같은 타입 별로라고...약간 심할 정도로...냉정하게 말했죠. 그게 마지막으로 성진이를 본...그러니까 5월 28일...전에는 마지막 만남이었어요. 성진이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던 게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
수혁은 말없이 유진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유진의 말로 인해 성진의 정신불안 증세에 불이 붙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어차피...모든 것은 끝났으니...
"후후...성진이가 죽으면서 형사님한테 저를 자기가 죽였다고 말했다죠? 그런데 그걸 제가 말씀안드렸네요...제가 마지막으로 성진이를 차버린 뒤로...성진이는 수없이 전화를 해댔어요. 전화를 안받으니까 하루에 열통씩 저한테 문자를 보내서 말하더군요. 너를 꼭 죽여서 내껄로 만들꺼라고...."
"그...그런 일도 있었습니까?"
"말씀 안드렸죠...어차피 그런 말 있든 없든 사건설명에는 별 문제 없을테니까요...성진이가 정신이상이 있었다는 증거 하나만 추가될 뿐이겠죠. 사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돌아왔을 때...성진이가 절...그렇게 한 다섯명을 죽이고...자기도 그렇게 참혹하게 죽어갔다는 말을 들으니까...아무리 싫어했던 애라지만...미안함과 함께 죄책감이 들었어요. 제가 쓸데없는 말을 꺼내서 성진이를 더이상 미친놈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오늘 여기도 사실 그런 생각이 아무래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서 찾아온 거에요."
수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친놈이라지만 박성진이라는 인간에 대한 연민이 더욱 커져갔다. 고개를 들자 어느새 유진의 차에 거의 도착했다.
"후우...바래다주셔서 고마워요. 형사님...어쨌든 형사님한테 모든 걸 말하니까 마음이라도 편해지네요. 성진이가 저세상에서 절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마도...원망하지 않을 겁니다...유진씨가 마지막으로라도 성진씨에게 미안함을 느꼈다면.."
수혁은 표정없이 대답했다.
"그래요...왜 성진이한테 좀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어요. 사실 태어나서 걔만큼 절 좋아했던 애도 없었거든요."
말을 끝내면서 차 문고리에 손가락을 거는 유진이 수혁을 바라보며 밝게 웃었다. 햇빛을 받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더욱 빛나는 듯하다. 유진은 차의 운전석 문을 열었다. 차에 탄 유진이 시동을 걸고 올려져 있던 차의 유리창을 내렸다.
"오늘 만나뵈서 반가웠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네...저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유진은 미소지으며 창문을 올리기 시작했다. 창문이 거의 올라갈 때쯤 유진이 마지막으로 수혁에게 한마디를 남겼다.
"그런데 형사님...? 워드로 인쇄한 글자는....지우기 너무 힘들어요... 그렇죠? 후후..."
28. 오타수정
차가 출발했다. 흰색 아반테 XD가 매캐한 연기를 남기며 텅 빈 도로를 지나 서울 방향으로 달려간다. 수혁은 그런 유진의 차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천천히 수혁의 눈이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으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사를 하면서 한번도 느끼지 못한 기분나쁜 공포감이 수혁의 머릿속을 휘감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기고 창문을 닫으면서 자신에게 남기는 유진의 미소...자신을 향해 웃는 그녀의 눈이 순간 뱀의 눈처럼 차갑게 보였다. 갑자기 튀어나온 유진의 말, 그것으로 인해 머릿속을 파고드는 공포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수혁도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순간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어떤 생각이 있었다.
'나는 왜 박성진의 자취집을 찾아간 이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박철승이 매장되었던 곳으로 달려간 것일까...그리고 왜 박철승이 매장된 곳에서 한참 서성였던 것일까...'
사실 어떤 예감에 의해서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을 뿐 자신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어떤 이유에 대한 불안감이 수혁의 온몸을 감쌌다. 그 방이 혹시 자신을 그곳으로 보낸 것은 아닐까? 난 거기서...키보드와..매트리스에 손을 대는순간...
'말...말도 안돼...말도...'
그러면서도 수혁은 차에 타고 시동을 걸어 다시 박성진의 자취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엑셀러레이터를 밟는 수혁의 머릿속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스쳐지나갔다.
........워드로 인쇄한 글자는....지우기 너무 힘들어요.....그렇죠?.......
키보드.....글자! 글자!!!
성진의 자취방에 도착한 수혁은 아직도 매트리스 옆에 놓인 채 굴러다니고 있는 키보드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미친듯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매트리스가 찢어져 있었지만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망치가 하나 눈에 띄었다. 망치를 집어든 수혁은 키보드를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쾅! 쾅!
"허억!!"
키보드에서 키들을 모두 뜯어내자 아래쪽 판에서 아직도 마르지 않고, 검게 변색된 피들이 끈적이며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검은 피들이 꿈틀거리는 느낌이 눈과 손으로 전해져 왔다. 머릿속에서 다시 처음으로 이곳을 찾았을 무렵의 기분나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나가!......죽고싶어?.............히히히히히히히....
'그...그건......'
수혁은 그제서야 생전 처음본 유진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낯이 익은 듯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유진의 목소리는...이곳을 찾았을 때 매트리스를 뒤지던 중 등뒤에서 소름돋게 들려오던....바로 그 목소리였던 것이다! 수혁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더이상 이곳에 있기가 두려웠다. 수혁은 문을 박차고 도망치듯 성진의 자취방에서 달려나왔다. 옥상으로 주인아주머니가 올라오고 있었다.
"형..형사님! 왜그러세요?"
주인아주머니가 쫓아나왔다. 수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주인아주머니를 지나쳐 출입문을 지나 자신의 차로 달려갔다. 이상하다는 듯 주인이 성진의 자취방으로 들어가고...
"으..으윽...이게 뭐야.......꺄아아악!!"
키보드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피를 본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퍼졌다. 수혁은 등뒤에서 울려퍼지는 비명소리를 한귀로 흘리며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온통 들어찬 불길한 느낌을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다. 이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모든 것은 단순히 미친 놈의 싸이코짓이었다는 결론을 입증하기 위해... 붉은 문자들이 새겨져 있던 그 악기들을 확인해야 했다. 빨리 서로 돌아가야겠다는 일념만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서에 도착한 수혁은 창고로 달려갔다. 창고에는 여전히 희생자들의 악기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수혁을 반기고 있는 것 같았다. 수혁은 미친 사람처럼 수민이 사용하던 퍼스트 기타를 집어들었다. 어느새 악기들에 남아 있던 글자들은 붉은 색이 사라지고 얇은 칼로 새긴 듯한 글자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ㅇ 자가 새겨져 있던 그곳에는 뭔가로 긁어버린 듯한 흔적뿐..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옆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어떤 문자..
....ㅠ..............
수혁은 옆을 지나가던 이형사에게 소리질렀다.
"증거물에 손댄 사람 있나!"
"에이..정형사님...누가 증거물에 손을 대겠어요..."
"제...젠장...."
수혁은 떨리는 손으로 이번엔 박철승이 사용하던 드럼 스틱을 집어들었다. 역시 거기에도 뭔가로 미친듯이 긁어댄 듯 처음에 새겨져 있던 ㅛ자는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수민의 기타와 마찬가지로 그 옆에도 어떤 문자가 새겨져 있다.
........ㅗ.................
ㅠ , ㅑ , ㄱ, ㅅ, ㅗ........
"아니야.....아니야.....그럴...그럴리가..."
수혁은 홀린 사람처럼 계속 중얼거리며 컴퓨터를 켜고 한글을 띄웠다. 새로 새겨진 글자들을 하나하나 타이핑하는 수혁...결국 그가 생각하고 있던 어떤 글자가 완성되고 말았다.
...birth......
'워드로 인쇄한 글자는 지우기 너무 힘들어요...그렇죠?'
'd는 옆으로 옮기고...y는 뒤집었다....첫번째 추가희생자는 왼팔과 오른팔이 바뀌어 있었고...두번째 추가희생자는...다리와 팔의 위치, 그리고 머리가 거꾸로 달려 있었지....'
모든 것이 머릿속에 정리된 순간 수혁은 거품을 물고 쓰러지고 말았다. 주위에 근무하고 있던 형사들이 놀라서 그를 향해 달려온다. 정신을 잃어가는 수혁의 머릿속에 어떤 괴기스러운 테마가 지나갔다.
다섯 명의 밴드 멤버를 향한 어떤 여성의 저주...그리고 자신을 짝사랑하는 사람을 이용한 복수... 재탄생....모든 것은 확실해졌다. 악기에 새겨져 있던 문자들은 성진이 새긴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유진은 자신이 사건을 맡아 수사하고 있을 때에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성진을 이용해 돌아온 것이다. 죽어간 일곱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진의 영혼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