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도 주목했지만... 메이플 모델의 그늘
소형기금들 10% 수익에도 못미쳐
국내투자 늘리다 대형손실 잇따라
캐나다의 대형 연기금 운용 모델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지난 30년간 세계가 주목한 '메이플 모델'(Maple Model)이 최근 수익률 급락으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12월 발표한 연금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연기금은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4.5%의 실질수익률을 기록했다. 32개 선진국 중 코스타리카(5.3%)와 이스라엘(5.5%)에 이어 3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메이플 모델은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대규모 운용팀의 직접 투자, 사모펀드와 부동산 등 비상장 자산 투자 확대, 정부로부터의 독립적인 지배구조다.
그러나 최근 5년(2019-2023년) 수익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캐나다 연금투자 위원회의 수익률은 15년 평균 7.6%에서 4.2%로, 퀘벡 연금기금은 6.4%에서 3.4%로 각각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소형 기금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뉴질랜드 연기금은 지난 15년간 9.8%의 수익률을 올렸고, 스웨덴 AP6 기금은 7.9%를 기록했다. 최근 5년 성과는 더욱 극명하다. 스웨덴 AP6(10.4%), 일본 GPIF(7.7%), 뉴질랜드(4.9%), 스웨덴 AP3(4.9%) 순이다.
대형 기금의 구조적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앨버타 투자관리공사는 운영·자본 비용 급증으로 이사회와 경영진이 교체됐고, 퀘벡 투자공사는 인도 지사 직원들의 태양광 사업 관련 뇌물 수수 혐의가 불거졌다.
대형 손실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온타리오 지방공무원 연금은 영국 수도회사 템스워터에 투자한 12억5천만 달러를 전액 상각했다. 캐나다 연금투자 위원회와 온타리오 지방공무원 연금, 퀘벡 투자공사, 온타리오 투자관리공사는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의 파산으로 11억 달러 이상의 손실 위험에 처했다.
작은 경제 규모의 국가들은 위험 분산을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뉴질랜드 연기금은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5%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1조3천억 달러 규모 연기금은 석유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반면 캐나다 연금투자 위원회는 전체 자산의 12%를 캐나다 내 투자에 배정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캐나다가 차지하는 비중 3.7%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영국 정부는 860억 파운드 규모의 지방 연기금을 통합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메이플 모델에 주목했다. 그러나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은 통합 기금의 5%를 지역 투자에 배정하는 방안을 제시해 논란을 키웠다.
캐나다 정부도 최근 경제정책 보고서에서 연기금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를 장려하는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다. 정치적 고려에 따른 투자 압박이 연금 가입자들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