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있는 기사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입술 사이로 빙그레 읏음이 배어 나왔습니다.
바로 연극성성격장애 (演劇性性格障礙) 란 구절 때문이었는데요, 깊어가는 이 가을은 또 얼마나 많은
연극성 성격장애자를 배출할까 하는 생각에 미치자 나 역시 예외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다.
온 산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단풍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거나 바람이 불 때마다 무더기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불현듯 솟아나는 시심을 주체할 수 없어 애태우는 이 땅의 수많은 잠재적 시인들을
시한부 연극성 성격장애자로 분류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극성성격장애 (演劇性性格障礙) 란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것처럼 감정을 과장되게 표현하여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인격 장애 "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만, 장애 (障碍)란 뜻이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부정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 단어를
정신적이거나 또는 신체적인 면으로 확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다만 작금의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현상을 볼때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과장된 표현으로 상대를 공격하거나
민심을 호도하는 경향이 있어서 행여 그런 것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보고 배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
연극을 보신 분들은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만. 연극 무대는 관객과의 거리 때문에 배우의 동작이 클 뿐만
아니라 대사의 전달을 위하여 발성 또한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과장된 동작이나 발성은 연극의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는데요, 때문에 연극을 오래 한 배우가 TV드라마에 출연하면 은연증에 그 습관이
드러나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영화나 텔레비젼 드라마는 카메라가 자유자재로 원근을 조절하기
때문에 과장은 오히려 흠이 될 뿐만 아니라 섬세함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는 말은 이미 옛 말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인데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는 아직도
큰 목소리로 주도권을 잡으려는 연극성인격장애자들의 고성이 만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열이 높은 사회라 웬만한 말은 낮은 소리로도 소통이 잘 되고 있으므로 정연한 논리와 높은 도덕성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사회나 조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아름다운 사람들의 선행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오는 감탄사를 연극성인격장애자로 매도한다고
해도 결코 기분 나뿐 일은 아닐 것 같은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