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대연님의 작품인데요~~
포도그림을 왜 그리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이 무척 상큼하네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어려운 미술용어를 사용해 가면서 이유를 만들어낼 생각도 없구요.
이유는 아주 단순해요. 한번 그려봤는데 반응이 대단 했어요.
포도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포도만 그리게 됐어요.
어떤 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운동을 왜 시작했냐고 물으니
몸이 약해서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라고 말하더군요.
또 어떤 피겨스케이팅선수는 피겨스케이트를 시작한 이유를 물으니
사은품으로 받은 수강권 때문에 피겨스케이트를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이처럼 사소한 이유가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을 포장해 가면서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어 낸다면
나중에는 오히려 작업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포도작업을 시작할 땐 고민도 많이 했어요.
이유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였죠.
포도를 시작할 무렵 새벽과 노을풍경 작업이 상당한 인기를 얻기 시작했었고
놀아가면서 쉬어가면서 해도 많은 작업을 할 수가 있었는데 포도작업은 그렇지가 않았죠.
같은 크기의 작품 한점을 완성하려면 풍경에 비해서 대략 다섯배 정도의 시간이 필요 했고
잠도 적게 자고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도 전시회에 낼 작품 숫자 맞추기도 어려웠으니까요.
하지만 용단이 필요 했어요.
풍경화로는 ‘김대연’을 알리기엔 약했으니까요.
건강과 돈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좀 더 먼 미래를 보기로 했죠.
포도작업을 시작한 첫해는 수입도 절반이상 줄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작품이 잘 팔리니까 경제적인 사정이 더 좋아졌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같은것 만 계속 그리면 지겹지 않나?
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사실 지겹죠.
하지만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작품을 완성할 때 느끼는 희열도 있고,
그것 보다도 작업이 조금씩 좋아지는게 보이니까 이 작업을 계속 할 수 있어요.
만약 내 작업에서 변화를 느낄 수없다면 아마 이 작업을 계속할 수가 없을 거예요.
포도 그리기가 어렵지않나요?
쉬운 소재가 아니에요.
검은색 같아 보이지만 그 위에 얇게 분이 발려 있는데
분도 흰색이 아니고 검은색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시스루룩 같은 색이죠.
또 검은색도 검은색이 아니고 빛을 받으면 투명한 자주색으로 보이니까
그 색이 여간 어려운게 아니에요.
그리고 형태도 완벽한 구도 아니고 타원형도 아니에요.
각도에 따라서 형태가 달라지고 동글동글한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고
덩어리 덩어리가 모여서 화면을 가득 채우게 되죠.
그리고 덩어리와 덩어리 사이의 공기까지 그려 넣어야 해요.
쉽지는 않겠지만
얇은 껍질을 깨물었을 때
입안에 단물이 가득 고일 것 같은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한번은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올해 2011년도 일인데 ‘한국현대미술제’ 부스전이었는데
그때도 포도그림으로 부스를 가득 채웠었는데 어디서 포도향이 물씬 나는 거예요.
그것도 아주 강하게 말이에요.
포도향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진한 포도향을 맡았었어요.
그 후에 느낀건데 꿈도 어떤 때는 생신지 꿈인지 헷갈릴 때가 있고
소리도 때로는 실제로 들렸는지 환청이었는지 헷갈릴 때가 있듯이
진짜포도가 없어도 포도향을 맡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후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어요.
그림을 보는 감상자들의 입 안에 침이 가득 고이면서
진짜 포도향을 맡을 수 있는 그런 그림을 그려보자!
그것이 언제 이루어 질지는 모르겠지만요.
이런 목표들이 이 작업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니까요.
글;김대현 화가
첫댓글 포도가 정말 싱싱하군요....
군침이 돌정도로 사진이 선명합니다....
광고 효과가 대단하겠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