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탁동시 ( 啐啄同時)
/ 일붕 서경보 큰스님
졸탁동시 ( 啐啄同時) 라는것은 닭이 알을품고 부화시킬때에
일을 말하는것으로 계란속에서 병아리가 거의 다 되어서 껍데기를
뜯으려고 힘쓸 때 어미닭이 입부리로 콕 쪼면 병아리가 까져서
삐악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참선공부를 하는 납자도 이와 같아서 10년이고 20년을 실참 실구하여
거의 깨칠 단계에 이르렀을때 선지식을 만나서 한 법문을 듣거나
한 방망이를 맞거나 한 할(喝)을 들을때 깨치게 되는 것을 이른 것이다 .
예를 들면 옛날 중국에 수료화상이란 이가 등(藤)칡을 캐는 곳에서
마침 마조대사를 만나서 묻되,
;'어떠한 것이 조사가 서쪽으로 온 뜻입니까?'
"앞으로 가까이 오너라.그러면 너를 향하여 일러주리라", 한다
수료화상이 가까이 갔더니 마조가 느닷없이 수료의 멱살을 잡아서
땅에 꺼꾸러뜨리고 발길로 차서 한 번 밟아 주었다 .
이에 수료는 밟혔다가 툭툭털고 일어나면서 손바닥을 치며 크게 웃었다,
이때 마조가 이르되, "네가 무슨 도리를 보았길래 이렇게 웃느냐?'
하였더니 수료가말하되, '백만가지의 법문과 무량한 묘한뜻을
금일에 한 번 밝히는 곳을 쫓아서 속속이 다 알았나이다, 했다
마조는 이말을 듣고 다시 검다 희다 말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다 .
그런즉 이것을 보면 수료라는 계란이 마조라는 어미닭에 한번
쪼여서 햇병아리가 되어 튀어나온 셈이라 하겠다.
또 옛날에 설봉이라는 스님이 있었는데 고산이란 납자가 참선을 잘하여
시절인연이 돌아온줄알고 어느 날 만나서 홀연히 고산의 멱살을
꺼꾸려 뜨리고 말하되, "네가 무슨 도리를 얻었는가?"하였더니,
고산이 이르되,,도리가 무슨도리가 있단 말이오,하고 비실비실
피해 가는지라 설봉이 다시는 건드리지 아니했다고 하였으니
이것도 졸탁동시인 것이다. 이에 대하여 참고되는 예를 또하나 들면
처주에 있던 백운선사는 대중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매일같이 열두 시간 동안 화두를 갖고 화두를 머물며 화두를 앉으며
화두로 눕되 마음속이 흡사 밤송이를 삼킨 것 같게만 하면 일체의
시비분별과 無明과 오욕과 삼독 등에 휩쓸리지 않고
행주좌와 가 온통 하나의 의단(疑團)이 되리니 의단으로 가서
종일토록 바보같이 어리석게 지내면 어느 덧 경계를 당하여 와 하고
한소리 칠것이 분명하니라",
하였으니 이것도 공부하다가 시절 인연이 도래하면 깨칠수가
있다는 말이다 .또 한 예를 들것같으면 원주에 있는 설암선사는
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 때가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눈을 돌리면
곧 내생인데 어찌하여 체력이 강건한 동안에 철저히 깨치지 못하여
명백하게 밝혀내지 않느냐? 이 얼만 다행한 일이냐, 이 명산 대택중에
있는 신룡세계의 조사법굴 (祖師法窟) 에 승장이 명졍(明淨)하고
죽반이 정결하며 탕화가 온평하니,,,,,,,만약 이곳에서도 철저히 타파하지
못하고 명백히 밝혀내지 못한다면 이것은 너희들의 자포자기 라,
스스로 퇴타를 달게 여겨 하열하고 우치한 자가 되는 것뿐이다,
만약에 아직도 알지 못한다면 어찌하여 널리 선지식을 찾아 묻지 않느냐?
필경에 이것이 무슨 도리일까 하고 생각하지 않느냐?
산승이 5세에 출가하여 선지식 슬하에 있을 때 하루는 화상이
손님과 이야기 하심을 듣고 문득 이 일이 있음을 믿게 되어 곧 좌선을
시작했다 .16세에 중이 되고,18세에 행각하여 쌍림화상 회하에
있으면서 백사를 제쳐놓고 정진하는데 온 종일 뜰 밖을 나서지 않았으며
설사 중료(衆療)에 들어가 뒤곁행랑에 이르더라도 좌선하고 좌우를 졸보지 아니하였으며 눈앞에 보이는 바가 3척에 지나지 않았었다.
19세때 영은에서 지내는데 처주 백운화상이 하서에 이르시기를 ,
"흠선아! 너의 공부는 죽은 무리라서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하느니라.
동정이상 (動靜二相)으로 항상 두 조각을 내는 구나.참선은
모름지기 의정(疑情)을 내어야 하니 적은 의정에 깨침이 있고 큰 의정에
큰 깨달음이 있는것이니라", 하였기에 화상의 말씀을 듣고 곧
화두를 간기궐로 바꾸고 한결같이 이렇게도 의심하고 저렇게도 의심하여,
아라도 들어보고 저리도 들어봤으나 도리어 혼산(昏散)에 시달려서
잠시도 공부가 순일하지 못하므로 자리를 정자사 로 옮겨지었는데,
거기서는 7인의 도반과 짝을 맺고 좌선하는데 와구는 아주 치워놓고
전혀 눕지도 않았다.그때 따로 수상좌가 있었는데 매일 포단위에 앉아
있는 것이 마치 철장대와 같고 걸어다닐때도 두 눈을 크게뜨고
두 팔을 축 늘어뜨려서 역시 그 모양이 철장대 같으며,친근하여 이야기를
하고자 하여도 할수가 없었다.그리하여 두 해 동안을 눕지않고
지냈더니 피곤하고 지쳐서 드디어 한번 누으에 마침내 모두를
다 놓아버리고 말았다. 구리하여 두 달이 지난후 자세를 정돈하고
다시 마음을 거두니 비로소 정신이 새로워졌다 ,원래 이 일을
발명하는 데는 잠도 아니 잘수는 없었다.그래서 밤중에 이르러
한숨깊이 자고나면 그제야 정신이 들게 되었다.이렇게 지내는 중
하루는 수상좌를 만나 친근할수 있었기에 묻기를,
"거년에는 상좌와 말하고자 하여도 항상 나를 피하니 무슨 일이었습니까?"
하고 물었다 ;' 진정한 공부인은 손톱 깍을 겨를도 없다는 것인데
어찌 너와 더불어 이야기 하고 있으랴", 하고 대답한다 .내가 다시 물었다.
" 내가 지금도 혼산을 쳐 없애지 못하였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 네가 아직도 정신이 맹렬하지 못한 때문이다 .모름지기
표단을 높이 돋우고척량골을 바로 세우고,있는 힘을 다 합쳐서
온 몸뚱이 채로 한 개의 화두를 만들면 다시 어디에 혼산을
찾아 볼수가 있으랴:' 한다 그래서 수상좌가 이른대로 공부를
해나가니 과연 불각중에 신심을 모두 잊고 청정하기에 3주야에 걸쳐
그동안에 삽시간도 눈을 부치지 않았는데 3일째 되는 오후 삼문 안에서
화두를 든 채로 가다가 문득 수상좌를 만나니 수상좌가 물었다.
" 너 여기서 무엇을 하는 거냐?"
' 도를 판단하죠 !'
대답하지 못하고 속만 답답하여 곧 선실에 돌아와 좌선하고 있는데
또 수상좌를 만났다.그가 말하기를 " 너는 다만 눈을 크게뜨고
이것이 무슨 도리인가? 라고만 하라" 고 한다,이 한마디를 듣고
곧 자리에 돌아와 겨우 포단에 앉았는데 홀연 눈앞이 활짝 열리니
마치 땅 이 푹 꺼진거와 같았는데 이 경지는 남에게 들어 보일수도 없고
세간에 있는 그 무었으로도 비유 할수 없었다 곧 자리에서 내려와
수상좌를 찾았더니 수상좌가 내말을듣고 '좋다 ! 좋다!'하고
내손을 잡고 문 밖에 있는 버드나무가 심어진 뚝 위를 한 바퀴 돌며 천지간을
우러러 보니 눈에 보이는 삼라만상 이며,귀에 들리는 소리며
기왕에 싫어하고 버리던 것이며,무명번뇌등이 온통 원래 자기의 묘하고 밝은 참 성품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었다.그리하여 이 경계가 반달이 넘도록
동 하는 상이 었었는데 아까울새라 이 때에 명안종사를 만나지 못하여 애석하게도 그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이것이 견처를 벗지못하면
정지견을 장애한다고 하는것이니 ,매양 잠 들때는 두 조각이 되었고,
공안에 의로(義路)가 있는 것은 곧 알 수가 있으나 의로가 끊어져
은산철벽 과 같은 것은 알 수가 없었다.
무준선사 회하에서 다년간 입실청법 하였으나 한 마디도 이 심중의
의심을 건드리고 집어내는 말씀이 없었고,경교나 어록을 찾아도
또한 이 병을 풀 한 마디도 발견하지 못하였으니 ,이와 같이 하여
가슴 속에 응어리진 뭉텅이를 넣어둔채 10년이 지났는데 천목 에서 지낼때
하루는 법당을 올라가다가 눈을 들어 한 큰 잣나무를 쳐다보자
먼데 성발(省發)하니 기왕에 얻었던 경계도 가슴 속에 걸렸던 뭉퉁이도
산산히 흩어져서 마치 어두운 방에 있다 햇빛으로 나온것 같았다,
이로부터 生도 의심치 않으며 , 死 도 의심치 않으며,부처도 의심치
않으며,조사도 의심치 않게 되었으니,이에 경산 노인의 입지처를 보니
족히 30방망이를 주기에 알맞더라", 했다
이상 말한 것이 설암스님의 경력담인바 참선공부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수 있으며, 선지식이 얼만 필요한가를
알수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이 대변을 보려고 해도 때가 아니면 아니 되다가 ㅡㅡ;
때가 되어야 용변을 하게 되거늘 ,하물며 생사를 뛰어나는
참선공부를 함에 있어서랴! 아무리 공부를 하더라도
반드시 시절인연이 도래하여 선지식을 만나서
졸탁동시 가 되지 아니하면 어려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