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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고 식탁에 앉았지만 그녀 앞에 깨비 모습에 입을 열었다.
“어디 가?”
“나 취직했어...”
“진짜? 어디?”
“너랑 가까운 곳...”
같은 버스와 같은 전철을 타고 강남으로 향했다.
한여름에 지하철 안은 그야 말로 찜질방이나 다름없었다.
에어컨으로 돌아가는데 사람들 열기로 무의미한 바람이었다.
“사람들 대박!!”
“오늘은 그나마 양호한 거야...월요일은 전쟁이야 전쟁”
그렇게 한 시간을 달려 강남역에 내려 높은 구두를 신고 계단을 올라갔다.
회사 근방까지 따라온 깨비를 향해 다비는 물었다.
“어디야?”
“저거 저 카페!!”
“정말?”
“어....놀러 와라...”
***
다비에게 한마디하고 경준이는 커피향이 가득 나는 카페에 막 들어섰다.
처음으로 사람들 틈에 생활하는 터라 그도 나름 긴장했던 모양이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어제 본 사장에게 다가가 인사를 넙죽했다.
“안녕하세요..”
“경준군...어서 와요..”
깨비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장은 그에게 앞치마를 내주었다.
일단 그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설명해주었다.
커피 뽑는 일은 천천히 배우기로 했으며 먼저 청소와 캐셔를 하기로 했다.
청소는 전문분야라 자신 있었지만 캐셔를 하다보면 돈에서 마이너스가 생기는 경우
자신의 월급에서 채우기로 하고 그가 오전에 먼저 시작한 건 주방청소였다.
이른 일찍 인데도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간편하게 먹을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같이 팔고 있어
직장인들의 필수코스가 된지 오래였다.
우르르 왔다가 우르르 빠져 나가는 것이 밀물과 썰물을 보는 듯 했다.
오전 전쟁이 끝나고 나니 그제서야 목이 말라왔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물 먹을 시간조차도 없었던 탓에 깨비는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처음이라 힘들죠?”
“이정도야 가뿐하죠..”
그와 동갑내기 다온이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긴 생머리에 밝은 갈색머리로 염색을 했고 키는 다비보다 커보였다.
늘씬한 몸매로 뭇 남자직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그녀였다.
“모르는 거 있으면 말해요. 가르쳐 줄게요...”
“전화번호가 뭐에요?”
“네?”
“농담!!! 우리 동갑인데 말 놓을까?”
“그럴까? 도경준이라고 했지?”
“어...잘 부탁해”
밝게 웃는 그녀는 곱게 자란 듯 어두운 곳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여자아이였다.
부모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처럼 빛나고 환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조그만 카페라고 생각했는데 뒤로 돌아가니 뒤에는 넓은 뜰에
여러 테라스를 향해 강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날이 더운 탓에 사람들이 안으로만 모였을 뿐이었다.
테라스로 나가 보니 높은 담장에 밖은 잘 보이지 않고 마치 그 쪽만 따로
분리한 공간처럼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마당처럼 보였다.
다비가 키웠던 쿤이가 뛰어다니고 그녀가 뛰어다니기 좋아하던 그 마당 같았다.
***
다비가 일하고 있는 곳은 8층이다.
깨비가 일하고 있는 카페가 내려다보일 정도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내심 걱정이 되었던 그녀가 핸드폰을 만지작 걸었다.
“돈이 필요한가?”
“뭐가?”
미라가 물어왔다.
“꽃돌이 저 카페에서 알바 해”
“진짜? 매일가야겠네...”
“다비씨...실장님 호출”
“네....”
그녀가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는 실장님의 추천으로 통과 할 수 있었다.
아직 부족한 프로젝트지만 좀 더 열심히 준비하면 기대해 볼 수 있는 일이라고
실장이 다른 직원들을 설득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실장을 위해서라도 이번 일은 반드시 성공하고
싶었다. 물론 흑심이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일 앞에서는 그녀는 냉정한 이성과 판단으로 유명하다.
수년 동안 거래해온 거래처마저 합당하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단칼에 잘라내는
그녀였다.
“이번 일은 나에게도 도박이에요...알고 있죠?”
“네...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저히 준비 중이에요..”
“믿음직하네요..”
“고맙습니다...실장님”
“아니에요...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 뿐....다른 이윤 없어요..”
“네....”
다른 이윤 없는 말에 그녀는 조금 섭섭했다.
잠시 그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졌다고 혼자 착각하고 혼자 실망하는 그녀는 창피했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커피 살게요...점심 같이 할래요?”
“아....하.....네...”
좀 전에 섭섭했던 마음은 눈처럼 녹아버리고 그의 햇살 같은 미소에 다비는 기뻤다.
그녀의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남자 때문에 다시 두근거리기는 5년 만이다.
5년 전 그녀는 사랑을 했고 아픈 이별을 경험했었다.
그와 같이 있는 세상은 하얀 솜사탕처럼 달고 향긋한 냄새로 가득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녹아버리고 바람이라도 강하게 부는 날에는 날아가기 쉬었다.
그날 이후 그녀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남자는 없었다.
어떤 이가 말했다.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는 심장병이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설레는 심장이 뛰고, 이별을 하고 나면 심장을 뜯어내는 고통이
동반하게 된다 해서 심장병이라고 한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호기심에 심장이 뛰는 건지? 설레는 심장이 뛰는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서류를 넘기는 그의 모습에 눈을 뗄 수 없었다.
***
점심시간이 되기 무섭게 카페 안으로 손님으로 가득했다.
커피 못 먹고 죽은 귀신이라도 붙었나? 싶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손님에
잠시 바라보다 깨비는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저기!! 예쁜 누나 주문 도와드릴게요...”
“나?!”
“내가 누굴 보고 있죠?”
“컵빙수 2개!! 아메리카노 3잔이요”
“OK~~~다음 섹시한 누나는요?”
옆에서 일을 하던 다온이는 경준이의 뻔뻔함에 놀랐다.
오글거리는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지 의아했지만 싫어하는 여자들도 없었다.
예쁘다. 섹시하다. 그런 말을 듣고 싫어 할 여자들이 있을까?
거침없이 쏟아내던 갑자기 경준이가 망설였다.
그 이윤 미라가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미라는 보통 여자와 달리 체중이 많이 나가는 편이라서
그는 뭐라 말할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미라도 그가 뭐라고 말해 줄지 기대 찬 눈으로 그를 바라고 있었다.
“내겐 가벼운 누나....주문 도와드릴게요...”
“진짜 여기서 알바하네....”
“아~~~그때 그 누나...같이 안 왔어요?”
"다비는 실장님이랑 점심 먹으러 갔는데....”
“그래요...”
솔직히 깨비가 그곳에 취직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 실장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가까운 곳에서 관찰하려고 취직했다.
물론 다른 방법으로 그를 관찰 할 수 있었으나 되도록 이면 힘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인간은 아니나 인간처럼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이라 당분간 그의 힘을
봉인해두기로 했다.
그에게는 아주 뛰어난 능력들이 많았다.
그 능력들은 60년 전 그 아이가 만나고 나서 봉인을 해버렸지만
언젠간 봉인을 풀게 되면 아마 그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녀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떠난 그녀의 약속을 어
***
모든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 덩그러니 사무실에 다비만 남아있었다.
큰 프로젝트를 맡은 이상 야근이 불가피 했다.
그동안 많은 자료 수집과 통계자료를 통해 PT 자료 보강이 필요했고
예상 질문과 필요한 다른 자료도 따로 조사 할 필요가 있었다.
어느덧 밤 10시를 향해하고 있었다.
다비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너무 늦게 집에 도착하면 깨비의 잔소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늦은 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면 등골이 오싹한 기분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4층에서 ‘띵~’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문이 열리자 아무도 없었다.
오싹한 기분에 다비는 닫는 버튼을 서둘러 눌렀지만 이내 다시 문이 열었다.
‘끽~~끽~~’ 철사 긁을 때 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다비는 다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실장님!!!”
“다비씨....이제 퇴근해요?”
“놀랬잖아요....”
“왜요? 귀신이라도 탔을까봐”
“............”
“보기보단 겁이 많네요...”
“그럼 그런 상황에서 겁 안 먹을 사람 있어요?”
“그런가?”
“그럼요...뭘 긁던데...?”
“바닥에 스티커요...”
“네에~~~!?”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야밤에 하필 그 시간에 바닥에 있는 스티커를 긁어내는 남자라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그가 결벽증이라도 있나? 그 생각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 뒤로 떠오는 생각은 그가 완벽한 겉모습과는 달리 뭔가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일 수도 있는 생각을 잠시 떠올 때 쯤 엘리베이터가 1층에서 멈췄다.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태워 줄게요...”
“아니에요...바로 역인데요...뭘...”
여자가 예의상 한 번은 튕기는 본능을 장착하고 태어난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걸 모르고 냉큼 넘어가는 본능을 장착하고 태어난다.
“그래요..? 내일 봅시다...”
‘뭐야? 이 남자?’
다비는 시크하게 가버린 그가 야속했다.
"한 번 더 권 할 수 있는 거 아냐?“
“뭐라고 중얼거려?”
“깨비야..”
로비에 깨비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퇴근해?”
“집에 안 갔어?”
“기다렸지...같이 가려고...”
가령 장착을 안 하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을 거라고 그녀는 깨비를 보며 생각했다.
그가 설령 사람이라면 끝까지 기다려 줄 수 있을까?
건물 밖으로 나오니 거리에는 시끄러운 차들도 많이 사라지고, 사람들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기분 좋게 마신 술인지? 아님 하루를 버티려고 마신 술인지?
그들이 비틀거리는 밤 풍경에 그녀는 숨을 크게 쉬었다.
“뭐해?”
“나도 하루 버텨냈으니까...숨 한번 쉬는 거야..”
그런 둘을 향해 차한대가 다가왔다.
창문을 내리더니 시크하게 가버린 차현이가 그들을 불렀다.
“타요!!! 태워다 줄게요...”
방금 전 까지 야속하게 버리고 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고급차에 앉아 오니 다비는 편안하고 내심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깨비는 심기가 불편한지 이차현의 얼굴이 뚫어질 듯 쳐다보고 있었다.
“동생분은 제가 싫은가 봐요?”
“네...!!”
“아니요.!!”
다비와 깨비가 동시에 대답했다.
당황한 다비는 깨비 허벅지를 꼬집었고, 깨비는 아픈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내질렀다.
“왜 꼬집어...?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다비는 손에서 땀이 났다. 솔직히 회사 상사라는 입장도 있지만 그가 남자이기도 때문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하기는 싫었다.
깨비는 그런 그녀를 이해 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그런 그녀도 깨비를 이해
할 수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들 모습을 룸밀러로 지켜보고는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큰소리로 웃으며 눈물까지 고였는지 눈가를 훔쳤다.
“두 분 정말 미안한 말인데 귀엽네요.... 마치 고양이들 같아요.”
이상 포인트에서 웃음 터진 그를 보고 그녀는 안심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웃음코드가 이상한데~~’
깨비는 속으로 말했다.
‘뭐야~~저 자식 이상한 놈 아니야?’
“저 이상한 놈 아니에요...”
그가 마치 그들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말했다.
그리고 이내 다른 말로 입을 열었다.
“다비씨가 매력이 뭔 줄 알아요.?”
“글쎄요..?”
“얼굴에 다 보인다는 거죠...속마음이...”
“그래요,..? 그래서 매번 뻥칠 때마다 걸리나?”
“크크크큭큭..."
그가 또 소리 내어 웃었다.
룸밀러 사이로 살짝 살짝 눈이 마주치던 그의 눈빛에 그녀는 또 다시 가슴이 뛰었다.
뻥~뚫린 도로를 시원하게 차현이 차는 내달렸다.
마침 그가 라디오를 켰다.
그리고 이내 조용한 선율에 이 밤과 잘 어울리는 발라드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눈을 감고 귀에 익은 음악에 잠시 창가에 몸을 기댔다.
***
다비가 징그러운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보이는 건 천장이요. 옆을 돌려도 벽이다.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술도 안 마셨는데 그녀는 어젯밤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았다.
분명 차를 타고 깨비랑 실랑이 하다 음악에 심취한 나머지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다비는 자신의 방을 박차고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깨비는 토스트와 계란을 준비했다.
“오늘부터는 빵 먹자...”
“나 차안에서 그대로 잠든 거야...?”
“어...어찌나 곤히 자던지....코까지 곯더라...”
“대박....침은?”
“물론 침까지 질질~~”
“야....도경준!!! 깨워야지...그대로 그냥 두면 어떡해..?”
“왜...?”
“왜? 그걸 몰라서 물어?”
“몰라서 묻는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이며 아무것도 몰라요~~라며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녀석을 보고 차마 사실대로 그녀는 말할 수 없었다.
“됐다...됐어....”
다비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멍하니 거울을 바라봤다.
음악에 심취에 그만 잠이 들어버린 것 까지 좋았으나 코까지 골았고 침까지 흘렸다면
자기 모습을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그 모습을 본 그는 또 ‘깔깔’대고
웃지나 않았을까? 신경이 쓰였다.
***
카페 안은 커피를 사겠다고 두 줄로 서있는 그들을 어김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깨비는 무거운 얼음을 가져와 통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계산대 앞에 섰다.
그가 서있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 아이스 카페라떼 하나”
“주문 접수 했습니다.”
바쁜 시간에 급하게 준비하다 깨비와 다온이가 부딪쳤다.
넘어질 듯 비틀거리는 그녀를 깨비는 빠르게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이내 잡은 손을 냉큼 뿌리쳤다.
“조심 좀 해라..”
“어...고마워...근데 경준아...너 손이 너무 찬데 어디 아파?”
“당연하지 방금까지 얼음 날았잖아...”
“아~~~”
지금까지 다비 말고 다른 사람 손을 잡아 본적이 없던 깨비는 잠시 당황했다.
“ 누나는 같이 안 왔어요?”
“ 그걸 왜 저한테 물어보죠?”
“ 아니....동생이니까 물어보죠?”
즐겁고 장난끼 가득 찬 깨비가 이상하게 그 앞에서만 못된 도깨비 오니처럼 사나워진다.
신으로 추앙받던 그 시절이 떠오르는 건 그에게 나는 저 향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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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정말 가을이네요.
3일이는 연휴는 정말 빨리도 지나가네요.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첫댓글 이상한 넘과 발칙한 녀... 천생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