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렙 네크로맨서(Necromancer) 하나가 카라(Kara)에게 가서 떨리는 손으로 독참 한 개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독참이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카라의 입을 쳐다본다. 카라는 네크로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다가 값을 감정해보고,
"좋소."
하고 내어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독참을 받아서 큐브(Cube) 깊이 집어넣고 절을 몇 번씩이나 하며 간다. 그는 본아머(Bone Armor)를 몇 번씩이나 쓰면서 얼마를 가더니, 드로그난(Drognan)에게 갔다. 큐브를 열고서는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독참을 내놓으며,
"이것이 정말 100 독참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드로그난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다 보더니,
"이 독참을 어디서 복사했어?"
네크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시폭을 했단 말이냐?"
"마을에서 나가면 바로 죽는데 어떻게 시폭을 합니까? 시폭하면 독참이 떨어지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네크로는 손을 내밀었다. 드로그난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큐브에 넣고 황망히 달아난다. 본아머를 연발하면서 얼마간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독참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다 부서져 가는 체인 글러브(Chain Glove)를 낀 손을 큐브안에 넣어서 독참을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독참을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어디서 그렇게 아이템이 잘나옵니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독참을 큐브에 넣었다. 그리고는 본아머를 연발하면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해킹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복사한 것이 아닙니다. 시폭을 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허접에게 시폭을 당합니까? 시폭은 커녕 PK를 해 본적도 없습니다. 10독참도 몬스터 백마리에 하나가 쉽지 않습니다. 나는 부족한 인벤토리를 절약해 가며 한개한개 모은 퍼팩트보석 한인벤을 트레이드하여 조던 한개로 바꿨습니다. 이러기를 30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대양(大洋) 한개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독참을 얻느라고 여섯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독참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독참으로 무엇을 하려오?"
(네크로맨서는 독참이 필요 없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독참,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
내가 자작한 것이오. 몇년재 우려먹고 있음. ㅋㅋ
원작은 한국 수필문학의 거장 피천득님의 "은전 한 닢" 입니다.
첫댓글 -_-피천득님 멋있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