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로 빨리 가자면 호남고속도로로 내려오다 태인 IC에서 30번 국도로 빠지면 정읍 산내면 옥정호 쪽으로 바로 닿습니다. 하지만, 국사봉으로 가서 외앗날(붕어섬) 사진도 좀 찍고 옥정호반을 드라이브 하면서 늦은 벚꽃도 느낄 요량으로, 전주로 들어와서 시내를 잠깐 거쳐 27번 국도를 타고 임실 운암면 쪽으로 내려갑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전주 시내로 들어가서 삼천동 막걸리골목의 공짜 안주에 막걸리 한 사발, 삼백집의 콩나물 국밥에 모주, 한옥마을에 있는 베테랑 분식의 칼국수, 아니면 영동슈퍼나 전일슈퍼의 맥주에 닭발이나 계란말이 정도는 먹어줘야 하는데.., 입맛만 쩝! 다시며, 전주는 그냥 외곽으로 돌아 지나 갑니다.
27번 국도를 타면서부터는 우리 회장님이 더욱 흥이 납니다. 서울로 올라오기 전, 일년 반동안 이 길로 해서 익산에서 회사가 있던 순창까지 출퇴근 했다니 그 기분 알만 합니다. 한 마디로 감회가 새로웠던 거죠.
운암대교를 건너기 바로 전에서 좌회전하면 옥정호 순환도로 드라이브 길의 일부인 749번 지방도로입니다. 길 양쪽으로 벚꽃들이 아직 지지 않고 반겨 줍니다. 749번 지방도로를 탄지 10분도 채 안돼 우리의 첫 여정, 국사봉에 도착합니다.
사실 심하게 얘기하자면, 옥정호는 국사봉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외앗날(붕어섬) 풍경이 전부 다 일수도 있습니다. 외앗날은 국사봉쪽에서 내려다보이는 옥정호 한가운데 있는 일종의 섬인데, 현재 3가구가 살고 있고, 배를 타야지만 오갈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물 안개가 피어 오르는 아침녘이 환상적이어서 사진을 하는 분들의 필수 코스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쯤이어서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나중에라도 이 쪽으로 여행하실 분들은 가능하면 아침 일찍 오셔서 최고의 풍경을 감상하시길... 그리고, 옥정호반 순환도로는 우리나라 아름다운 길 100選으로 선정된 길이기도 하니,(사실, 100가지 중에 진짜 아름다운 길은 몇 개 안되지만...) 우리처럼 남자들끼리 말고, 꼭 연인과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시길...
아쉬운대로 사진도 찍고, 바람도 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니, 관광버스 한대가 요란한 뽕짝소리와 함께 들어옵니다. 예쁜 아줌마들이라도 있으면, 같이 놀 수도 있었으나, 가까이서 보니 시골 할머니들께서 본격적인 농번기가 오기 전에 효도관광이라도 온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국사봉, 외앗날과 인사하고, 얼른 차를 탑니다. 같이 놀자고 할까 봐.
돌아 나오는 길에 옥정호반을 드라이브하면서 다시 보니, 이쪽 길은 온통 벚꽃 천지입니다. 급기야 우리 회장님 曰, 너무 천편일률적야, 너무 개성이 없어, 우리나라 어디든 다 벚꽃이야, 하고 툴툴거립니다. 속으로 ‘아니, 이 양반이 요즘 부부생활에 장마전선이라도 드리웠나? 아님, 감정에 문제가 있나? 이 좋은 꽃보고 왠 난리람! ’ 하고 웃어 넘깁니다.
시인 김용택이 선생님으로 있던 초등학교가 아담하고 예쁘다고 하여 찾아봤으나 찾지 못하고, 다음 목적지인 구담마을로 향합니다.
남자 셋이서 만장일치로 이번 여행의 백미(白眉)로 꼽은 곳이, 바로 이 구담마을입니다.
옥정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차로 30분 안 쪽), 섬진강 상류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구담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초행자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이 쪽 동네 길들을 훤히 알고 있는 우리 회장님도 구담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모르고 있을 만큼, 꼭꼭 숨어 있는 마을입니다. 동네 분들께 두 번 물은 후에야 아주 작고 예쁘게 만들어진 이정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마을을 나오면서 다시 보니, 가장 쉽게 구담마을을 찾아 가려면, 옥정호에서 27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가 섬진댐이 있는 강진면 쯤에서 717번 지방도로를 타고 조금 더 내려오면 천담마을 이정표가 보이고, 바로 조그만 다리를 건너 한 2km 정도 더 들어가면 되더군요. 쉽죠∼잉!
구담이란 이름은 마을 앞 섬진강에 자라가 많아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고, 마을 앞으로 흐르는 섬진강에 아홉 군데의 소가 있다고 해서 ‘구담’이라 불렀다고도 합니다. 암튼, 중요한 건 마을이름의 유래는 아닌 것 같고...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강추하는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촬영지인 구담마을은, 영화의 영문 제목인 ‘Spring in my hometown’에서 알 수 있듯이 봄이 가장 아름답고 좋을 거 같습니다.
마을에 도착하면 먼저, 커다란 당간나무가 바로 옆에 있는 정자(亭子)와 멋진 조화를 이루며 반겨 줍니다. 산책로를 따라 강가로 내려가니, 마을 바로 아래로 휘돌아 순창쪽으로 흘러가는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참 예쁘게, 그리고 정겹게 징검다리가 놓여 있습니다. 징검다리를 배경 삼아 사진 몇 장 찍고, 다시 마을로 올라오면서 보니, 마을이 온통 매화나무입니다. 아쉽게도 꽃잎들이 다 져 버린 살짝 늦은 계절에 왔지만, 상상만해도 장관(壯觀)으로 예쁠 것 같아 황홀합니다. 그리고, 올라가보지는 않았지만, 마을 위 쪽으로는 소나무숲 산책길도 있더군요.
또 하나, 저녁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어서인지 집집마다의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와 그 냄새가 참 정겹습니다. 옛날에는 이 시간쯤이면, 엄마들이 산으로 들로 강으로 놀러 나간 아이들 이름을 부르고 있었겠죠? 승언아∼아! 임승어 ∼ 언!하고. 밥 먹으라고.
간단하게나마 마을을 산책하고 나니, ‘아름다운 시절’ 영화 제작팀이 100여 차례에 걸친 촬영장소 헌팅 끝에 선택한 장소라는 것이 절로 수긍이 갑니다. 한국 영화계에서 장소 헌팅 100여 차례는 불멸의 기록이라고 하더군요. 혹자는, 구담마을 바로 옆 마을인 천담마을에서 시작해서 구담마을을 거쳐, 또 바로 옆 마을 장구목까지의 약 4∼5km 물길이, 섬진강 줄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물길이라고 하던데, 역시 그 말에도 수긍이 갑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서 도보여행을 하는 단체나 동호회 등에서 꽤 많이 지나가다가 구담마을에 들르는가 봅니다.
‘아름다운 시절’이 꽤 오래 전인 1998년에 개봉을 했고, 각종 국제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인지도 있는 영화였으며, 최근에는 도보여행 단체나 동호회를 통해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을 텐데, 아직까지는 망가지지 않고 예쁘게 남아 있는 구담마을이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더욱 기분 좋았던 것은, 이번 여행을 기획한 나로서는 어깨가 으쓱할 만큼, 충우형도 회장님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충우형은 늦바람 언니들이 딱 좋아할만한 마을이라고 하면서, 야외스케치로 한 번 왔으면 좋겠다고, 늦바람 운영위원다운 말을 합니다.
마을 어른들께 여쭤보니, 마을의 상징처럼 보이는 당간나무와 정자 바로 옆에 최근에 지은 마을회관이 있는데, 외지 손님들(여행, 또는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용으로도 운영한다고 합니다. 회관을 짓고서 지금까지 딱 한 팀만 자고 간 新商 숙박시설에도 충우형은 만족해 합니다. 만족해하는 형을 보면서 나도 만족합니다.
충우형이 정말 좋은 곳은 홍보하지 말고, 우리만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서 말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이건 비밀인데.., 정말로 너한테 처음 말하는 건데.., 정말 죽이는 데가 있거든.., 어디냐면.., 임실 구담마을이라고..! 정말 죽이거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얼어 죽을! 비밀은 무슨 비밀! 알 만한 사람은 벌써 다 알 텐데.
단지, 빨리 다녀오세요. 곧, 향후 2∼3년 안 쪽에, 지금의 예쁜 모습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꼭, 매화가 피는 시절에 다녀 오세요. 늦어도 봄이 가기 전에.
어둑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숙박시설 예약을 위한 명함 한 장 얻고서, 세 남자는 오늘밤을 쉬어갈 곡성으로 향합니다.
첫댓글 내 고향 이름도 나오네...장흥..........그 촌구석..............
난 도시가 좋아...에로스가 활보하는 도시가 좋아...도시인들의 눈빛이 좋아
형이 가자해서 별 기대없이 비포장길을 달려 찾아갔지만 구담마을은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나 좋은 곳이었어 내가 생각하기에도 섬진강 최고의 강줄기는 구담, 천담, 장구목이라고 생각해. 언제 시간내서 꼭 그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아름다운 시절 나 그영화 봤거든. 아마도 그 영화 본 사람 얼마 없을 걸. 드디어 여행이 시작되었군. 전국을 빨빨거리고 다니는 당신. 국내 여행책자 하나 내지 그래? 나중에 데미샘 진안 마실길 거기 가고 싶다. 난 왠지 무주,진안,장수 여기가 무진장 가고 싶더라.
오늘 제주도에서 온 언니를 만났지 뭐예요..부산에서 배타고 갈수있나요...큰 배가 타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