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종장과 음보의 문제
음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므로, 4마디씩 끊기가 참으로 쉽
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약 시조의 불문율인 ‘종장 제1음조 3음절,
제2음조 5음절 이상’의 문제 앞에서 음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종장을 건드린다는 것은, 목숨을 걸었다는 말입니
다. 이것은 창작의 문제가 아닐까 하지만, 또 그렇다고 무작정 손
가락질하기도 어렵습니다.
풀리는 시간으로 일상을 보내면서
헛짚어 언 날들을 서둘러 밀어내고
참된 내 자리에 와서 시계가 되어 주길
예를 들기 위해 엉성하게 작품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시조라
는 정보를 미리 드리겠습니다. 자 읽어보시죠. 중장의 “헛짚어 온/
날들을”로 봐야 할지 “헛짚어/온 날들을”로 나눠야 할지 애매합니
다. 중장은 그렇다 치고, 종장을 한번 보죠. “참된 내”라는 3음절 뒤
에 “자리에 와서”라는 5음절이 오니 종장 조건을 갖췄지만, 과
연 제대로 갖췄을까요? ‘참된’이 ‘내 자리’를 수식하는 것이니, “참
된/내 자리에 와서” 이렇게 분절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종
장 ‘3-5’가 아니라 ‘2-6’이 되므로 종장 조건에 부합하지 못합니다.
즉, 종장만 글자 수로 따지기엔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뜻이죠.
밤마다 부서진 웃음으로 너에게
하늘에 닿을 때까지 마음에 내릴 때까지
단단한 시간 귀퉁이 있는 힘껏 두드려라
급조한 시니 그냥 예시로만 봐주시길. 초장부터 문제입니다.
요즘 많은 시조시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그것. 바로 구의 문제입니
다. 분명 시조의 한 장은 2구로 나눠져서 총 6구로 나눠져야 합니
다. 그러나 인용시의 초장은 2구로 나눠지지 않습니다. 물론 글자
수로 억지로 나눌 순 있지만, 읽어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
니다. ‘부서진’은 ‘웃음’을 수식하기 때문에, “밤마다//부서진 웃음
으로// 너에게” 이렇게 나눠야 합니다. 3구가 되는 거죠. “밤마다
너에게// 부서진 웃음으로” 혹은 “부서진 웃음으로//밤마다 너에
게”로 고치면 2그로 나눌 수 있으니, 각 장 제2음보와 제3음보 사이
가 통사론적+의미론적 분절이 되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종장도
마찬가지. ‘단단한’ 것이 ‘시간’인지 ‘시간 귀퉁이’인지 모호합니다.
자칫하면 “단단한 시간/귀퉁이”로 읽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나는 시조 종장이 3음
절만 맞추거나 띄어쓰기에 의한 것이라면, ‘시조 종장의 첫 구는
’3음절‘이라는 내용 없는 형식만 남게 된다는 것과, 또 하나는 구를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3음절+5음절이
라는 종장 조건만 지키면 ’장땡‘인가요? 그래서 음보율이 있는 것인
데, 결국 통사론적+의미론적 분절이 함께 해야 그나마 시조답게 보
일 수 있습니다. 구 역시 마찬가지. 구를 지키려면 확실히 지켜야
합니다. 글자 수만 맞추다가는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시조의 리듬을 해명하기 위해 음수율이 처음 도입
되었으나, 부족한 부분이 많아 음보율까지 등장하였습니다. 그런
데 ’음보‘라는 개념은 한국의 개념이 아닌 데다가, 명확하지도 않습
니다. 이 음보라는 개념에 통사론적 분절과 의미론적 분절까지 포
함하면 그나마 시조의 리듬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마, 이것 역시
자의적일 수밖에 없으니, 어떡해야 할까요?
현대시조 입문서, ‘오늘부터 쓰시조 김남규, 헤겔의 휴일
9. 시조의 리듬은 복합적이다. 123~126중에서
첫댓글
자의적인 해석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오늘도 쉬임없이 추운 겨울 잘
극복하신 가운데 무한 건필 하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