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정산 하늘릿지 이 후,
겨울은 춥다는 공식을 핑계로 산을 멀리하고
밤낮으로 아웃도어 장비 청소와 세탁만 하며
매일 매일 술 잔에 비치는 제 얼굴을 확인하며 보냅니다.
산행을 열심히 하지 않는
저 자신을 반성하기는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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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되면 연말 연시 같이 술 독에 얼굴 담그자는
차원에서 삶에 지혜(물론 살림 고수인 분들은 다 알고 있는)
한 편을 공개 합니다.
흰색 모자 빨기..
태양이 강하고 비바람이 거센 지역에선 채양이 둥그런 모자, 겨울 바람이 센곳은 벙거지 모자가 최고이나 봄부터 가을까지 국내 산행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것은 일명 야구모자 입니다.
미로같은 산속을 헤매다 보면 쉽게 모자가 더러워 집니다.
저는 얼굴색이 어두운 편이라 조금이나마 이뻐 보이려고 흰색 모자를 자주 사용 합니다. 그러다보니 색상은 깔끔해서 멋진데, 세탁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고 매번 새 모자를 살 형편도 안됩니다.
또한, 매번 산행시마다 몸에서 나오는 땀으로 모자가 금방 누렇게 메주 뜨듯이 색상이 변합니다.

그래서, 세탁이라도 해볼라치면
첫번째 문제는 세탁후 모자에 앞부분이 주저 앉아서 후줄근 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모자에 형태를 새것과 같이 잡는게 쉽지 않아요. 일명 모양새가 꾸져진다는 것이죠.
둘째는 흰색등 밝은 색상은 땀에 쩔어서 누런 색을 띄게 되는데 이거 빼는것이 쉽지 않아요.
그래서, 3-4번 세탁 하며 사용하다가 어느날 보면 시야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 입니다. 암묵적인 용도폐기 ㅠㅠ

2년 전에 구매하여 사용하고 있는 모자 입니다.
나름 깔끔하쥬~~.
그래서, 삶에 노하우를 살짝 공개해 보아요.


저라고 특별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건 아닙니다.
약 30-40도의 따뜻한 물에 과탄산(과탄산 소다+배이킹 소다)을 풀고, 샴푸도 약간 넣어서 10분정도 담궜다 꺼내서 살살 문대거나 비비면 손 쉽게 때가 빠집니다.
저는 성격이 급해서 전기포트에 물을 팔팔 끊여서 과탄산을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샴푸를 넣는 이유는 머리 땀과 기름을 빼기 위해서 입니다.
(모자는 대다수 면 소재이기에
펄펄 끓는 물에 넣어도 됩니다)
이정도는 사실 집에 과탄산만 있으면
누구나 할수 있는것 입니다.

어때유? 예술이쥬?
이거 새것 아닙니다. 올해 주구장창 온라인 산악회 산행에 사용 했던 모자 입니다.
자, 그럼 모자를 과탄산에 세척 후,
모자에서 물기가 빠지고 건조 되기 직전
형태를 잡고 풀을 먹이면 됩니다.
말은 쉬운데 모자 형태를 잡으려고
모자를 건조하는 내내 머리에 쓰고 있을수는 없겠지요?
그럼, 보나티는 어떻게 하느냐..
자 이제부터 삶에 노하우~~.

주부들의 아지트 다이소에 가면 1000원에 물풀 2개나 줍니다. 잘만 하면 5년은 사용합니다. 풀값 1천원 아끼려면 우체국이나 동사무소에서 슬쩍 해도 됩니다. 제가 알려줬다고만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풍선은 어르신들 손주 시켜서 유치원이나 놀이방에서 슬쩍~... 하면 않되고요, 저는 다이소에서 1000원에 구매 했습니다.

집에 보면 쓰다 남은 분무기나 없으면 다이소에서 1000원에 구매하시면 됩니다.

과탄산으로 세탁 후, 물기를 어느정도 제거한 모자와 다이소에서 구매한 풍선 입니다.
건조 전이라 모자 앞 코가 힘이 없습니다. 이대로 건조 시키면 앞 모양새가 쭈굴쭈굴 해집니다. ㅠㅠ

풍선을 불어서 모자가 빵빵해질 만큼 만들어 모자에 씌웁니다. 저는 모자보다 약간 크게 불어서 모자속에 풍선을 꾸겨 넣습니다. 원래 빵빵한게 좋차나요~~~~

물 풀 : 물 = 1 : 20
물풀과 물을 1:20의 비율로 희석을 시킨 후, 분부기로 뿌려 줍니다.

그 놈 꽁지머리 뒤통수가 참 야무지게 생겼습니다.

꽁지머리 삼형제가 겨울 오후 태양에 망중한을 즐기고 있네요. 열심히 자연건조 중입니다.
오른쪽부터 하나 하나 다 사연이 있는 모자네요.
동대문 모자 도매점에서 입양 한놈,
봉천동 사거리 상가에서 입양 한놈,
비싼 브랜드 매장에서 산 놈.
저와 같이 한지는 2-1년은 되었고
그 동안 7-8번 세탁을 해서 사용 중입니다.
어렸을때 어머니가 밥풀로 풀을 쑤어서 사용하던 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물풀을 사용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살다보면 살림을 한다는게 밖에서 돈을 버는 경제행위보다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합니다.(돈버는게 더 쉽다는..ㅠ)
물풀 희석 시킨건 모자에 힘줄때만 쓰는건 아니에요~~
저는 와이셔츠 다릴때도 사용 한답니다.

제가 산만 열심히 다니는건 아닙니다.
2주에 한번 가서노동에 시달리면서 전업주부 놀이도 합니다. ㅠㅠ
기회가 되면 각 장비별 구매 요령과 제가 사용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올려보고 싶지만 워낙에 고수분들이 우리 온라인 산악회엔 많으셔서 항상 제가 배우게 됩니다.

저의 집 거실 유리창에 홀로 불쌍하게 매달려 있는
구리스마슈 트리입니다.
메리 크리슈마스 & 해피 뉴여~~~ 입니다.
#P.S. 온라인 산악회에 처음 오게 된것이 올 3월 초 장흥 칠리능선 이였던거 같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은 버스를 탄다는게 소심한 제 성격엔 큰 용기가 필요 했네요. 하지만, 한분, 두분 눈인사를 나누고 이제는 뭐 뻔뻔하게 버스타고 말참견도 하고, 산행 중 바람같이 사라져 알바도 조용히 하고 오고... 행복했던 한해 였고 모든 분들에게 다시금 감사 인사 드립니다.
#P.S. 오전에 카페에 들렸다가 밑에 사진과 같은 메시지가 나와서 저 강퇴 당한줄 알았습니다. 저 강퇴하시면 않됩니다. 오라는데 없는 불쌍한 중생 입니다.

첫댓글 모자 세척 방법을 배웠다기 보다는 모자 세척 무용담을 읽은 것 같습니다 ~
유용한 세척 방법도 배우고 재미있는 무용담도 읽고...
앞으로 이런 글 많이 많이 보기 바랍니다~^^
p.s. 보나티님을 강퇴 시키다니요, 누가 그런 천벌 받을 짓을.~
연말이되니 왠지 서글픈거 있죠 ㅋㅋㅋ
집에 장비를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사연이 담긴 장비를 더 오래 가지고 있고 싶은 욕심이 나고.. 그러다보니 세탁하는 요령까지 배워야 하는 현실이 된거죠.
집에 스틱이 6-7개 되는데 그 놈에 사연땜에 버리지도 남에게 기부도 못하고 끌어안고 잡니다. 아무래도 다 버려야 겠어요. ㅋㅋㅋ
종종 등산 입문하는 선후배들이 오면 사용하지 않는 장비 깨끗이 세탁했다 주지만, 다음에 만나면 비싼 브랜드 새제품을 입고 옵니다. ㅠㅠ
겨울날씨에 건강 챙기시고 해피 크리슈마슈 보내세요.
Good ~~~ ㅎㅎㅎ
보나티님 여러가지 사람 놀라게하는 기술있는것 같습니다 .
우째 이런 알뜰한 아이디어를 정리정돈해서 올려놓으셨는지...
한철 사용하다보면 퇴색되고 후줄근하게된 모양새가 싫어
슬쩍 버리는데 이 방법으로 손질해 두고두고 써야겠네요
특히나 풍선넣어두는 방법은 기발합니다 그려
정말 유용한 글입니다.
웬만하시면 X - Mas 산행도
년말산행도 함께 술잔기우리며 즐겨봅시다
일년동안 머리속에 쌓인것들도 산길에
던져버릴겸 ...ㅎㅎㅎ
저는 항상 친구들고 이야기 합니다.
제가 여자로 태어 났으면 남편을 꽉잡고 현모 양처라고 소문났을거라고 ㅋㅋㅋ
저의 본가인 광산 김씨가 조선시대에 6명에 왕비를 산출 했다고 하지요. ㅠㅠㅠ
@보나티 아 ~~~ 예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