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도문]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목필균) 12월
픽사베이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목필균 (1954~), 시인
한 해의 마지막, 12월의 달력을 꺼내 들며 알차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때가 되면 오늘 이별을 받아들이고, 더 나은 새 출발을 맞이할 수 있길 기원한다.
목필균은 시집으로 '거울보기(우이동사람들,1998)', '꽃의 결별(오감도,2003)' 과 수필집으로 '짧은 노래에 실린 행복(오감도,2008)' 등을 냈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