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삼성, LG 주가 잇따라 큰 폭 상승… '대형주'에 어떤 일이? / 5/29(수) / 한겨레 신문
◇ LG전자 주가 13%... 상승 폭 3년 5개월 만에 최대, 현대차, 삼성전자도 급등, 눌려있던 한국내 증시, 작은 호재에도 투자 집중
"도대체 무슨 일이야?"
22일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일제히 술렁였다. 이날 시가총액 50조원이 넘는 현대차 주가가 하루 만에 무려 9.49% 급등했기 때문이다. 하루 상승폭으로는 2021년 1월 8일(19.42%)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시장 참가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한 것은 이날 현대차에는 뚜렷한 호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8일 현대차 주가를 10% 이상 끌어올린 것은 현대차가 '애플카'를 공동 개발한다는 소식이었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이날(22일) 오후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조만간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율을 일본 도요타와 같은 4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은 현대차 주식을 전날의 9배가량인 234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정보력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호재가 될 수 있는 정보를 미리 얻어 대규모로 주식을 산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투자자들에게 그런 내용에 대해 말한 적이 없으며 사실무근인 루머"라고 반박했다.
최근 주가가 '급등' 현상을 볼 수 있는 대형주는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28일에는 코스피에서 LG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3.38% 오른 10만 9300원(약 1만 2600엔)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주가 상승폭으로는 2020년 12월 23일(29.61%)보다 늦은 3년 5개월 만에 최대다.
반면 이날 LG전자가 속한 코스피는 0.01% 내렸고 코스피 내 '전기전자업종' 지수는 0.41% 오르는 데 그쳤다. 이 회사 주가는 전반적인 시장 흐름과 관계없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날 시장에서는 LG전자가 보유한 전력열관리 기술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사용하는 서버의 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돼 AI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아침부터 LG전자 주가가 계속 오른 뒤 등장한 분석일 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전체나 업종 흐름과 상관없이 특정 대형주의 주가가 요즘처럼 줄줄이 급등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27일 삼성전자 주가는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이며 전날보다 2.50% 하락한 7만 4000원(약 8540엔)까지 떨어졌다가 오후 들어 큰 폭으로 반등해 7만 7200원(약 8900엔)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하루에만 5% 이상 오른 것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한 퀄리티 테스트(품질 검증)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미국 AMD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을 위탁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이처럼 시가총액이 수십조~수 백조원에 달하는 대형주 주가가 줄줄이 급등하는 것은 대규모 대기자금 쏠림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국내 증시에 밝은 한 헤지펀드 팀장은 글로벌 증시의 여건은 우호적이지만 한국 증시는 주도 섹터가 없어 주가가 오랫동안 억눌렸던 가운데 평가가 낮았던 종목에 조금이라도 호재로 여겨지는 소식이 있다면 투자의 단기적인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